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Mac Miller가 어떤 래퍼인지, 어떤 노래를 하는지 저에게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메이져 래퍼들만 찾아 듣는 그런 매니아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한 힙합팬이었어요.
그러다 7월 말인가, LE 게시판에 맥 밀러 신보 <Swimming>에 대한 호평이 눈에 띠여, 처음 들어보게 되었어요. 그때 LE의 평가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정말 잘 만든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쩌다보니 "앨범"이라는 개념에 굉장히 매료되어있던지라, 오, 들어봐야지, 하고 애플뮤직에서 보관함에 넣었던 기억이 있네요.
작년 7월에서 8월으로 넘어가던 즈음에 마침 학교일로 홍콩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는데요, 돌아보니 그 때 저는 우울증 비스무리한 정신적 감기에 걸려있었던 것 같아요. 홍콩에서 증상이 더 심해졌구요. 친구도 없이 혼자 홍콩에 떨어진터라, 피크 트램을 타러 가도, 센트럴에가도, 돈이 없는 나는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아.. 너무 외롭다.. 난 재능도 없고 꿈도 이룰 수 없을거야.. 라며 스스로를 더 절망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던 시기였어요.
맥밀러 노래 처음 들은 저녁도, 분명, 혼자 시내에 나갔다가 쓸쓸하게 숙사로 복귀하는 길이었는데, 아.. 뭐부터 들을까 하다가, "2009"라는 노래 제목이 너무 눈에 띄더군요. 산중턱에서 버스에 몸을 실었던 그때,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습니다. 모든 가사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 이 사람도 뭔가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구나, 자기 자신이 쓸모 없게 느껴지고, 다 허무한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맥밀러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엘이 가입하게 된 것도, 맥밀러 2009 가사해석 업로드하고 싶어서(제 첫 글이 가사해석 글입니다~ 뿌듯~) 그래서 닉네임도 유치하지만서도 MacFlow라고 작명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요, 다른 앨범들은 잘 손에 잡히지 않더라구요, 우울하고 상처받고, 한창 뜨고있는 Ariana 누님과 결별한, 죽음의 문턱까지 1년도 채 남지 못한 청년의 마지막 앨범 외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한 달 지났나.. 부모님과 동석한 자가용 안에서,
아직 어린 동생이 "오빠, 맥밀러라는 사람 알아?",
"응, 알지, 오빠 디게 좋아하는 래퍼야",
"어, 근데 이 사람 죽었대"
부모님 앞에서 늘 차분하고 일찍 철든 아들이었는데, 참, 그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게 되더라구요..
슬프...다.. 라기보다는... 이게뭐지? 싶었습니다.. 분명 가사에는 "이젠 더 이상 2009년 같지 않아" 라면서, 또 이제 아픈걸 딛고 일어나야지 라는 듯한 메세지를 던졌으면서, 그냥 이렇게 소멸된건가, 그 사람은?
시간이 흘르다보니 저도 부모님과 여자친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은혜를 입어, 우울함과 무기력함에서 많이 벗어나, 맥 밀러의 노래도 이전처럼 찾아듣게 되지는 않았어요. 간만에 유튜브를 들어갔는데, NPR Music Tiny Desk Concert "Mac Miller편"이 추천 동영상에 있길래.. 2009를 듣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여러모로, 대학생활의 여러 이야기 가운데 하나의 소중한 실타래가 되어준 Mac Miller에게 꼭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그리고, 실망스럽다고. 꼭 더 살아서 우울과 절망을 극복하는 곡을 듣고 싶었다고, 그게 약물이어서 더 그렇다고. 그렇지만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처음으로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임을 피부로, 마음으로 느꼈다고 알려주고 싶네요.
https://youtu.be/QrR_gm6RqCo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분수에 맞지 않는 긴 글을 써버렸네요.
혹시나 엘이 여러분들, 본인이 "쓰레기 바보 멍청이 노력도 안하고 재능도 없는 부모님 속만 태우는 새끼"라고 생각되신다면, 저도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기에, 그리고 아직도 어두운 미래를 마주하고 있으니, 자격은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 오긴 올거에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ㅁ<
그리고 자살은 하지마요.
진짜 하지마요. 저도 홍콩에서 유서쓰고 펑펑울다 잠들고 그랬는데, 에이, 살아있는것에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럼, 평안한 밤 되십숑~
확실히 음악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힘이 있네요
특히 맥밀러의 음악은 더욱 와닿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이제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힙합 뿐이 아니라 모든 음악에 다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클래식 음악들을 느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되게 강한데,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_ _)
어둡다 표현한 것은 불확실하다.. 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용!
물론 열심히 뛰어가는 중입니댜~
RIP..
서로 힘내요 !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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