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e Fiasco 와 ATCQ 에 대해

 주류 미디어와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사회비판적이고 자기성찰적인 가사를 주로 쓰는 래퍼를 가리켜 흔히 ‘백팩 래퍼(backpack rapper)'라고 부르곤 하는데, 루페는 그 백팩 래퍼의 계보를 가장 충실히 이어받은 뮤지션이다. 비록 힙합 오너스(Hiphop Honors, 힙합 씬에 이바지한 인물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힙합판 명예의전당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에서 힙합 역사상 가장 지적인 팀으로 칭송받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루페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전파해오고 있는 메시지는 래퍼가 이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것을 통틀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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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루페는 Da Pak이라는 팀을 결성한다. 스파이스 원(Spice 1)이나 아이스 큐브(Ice Cube)를 위시한 서부 지역 갱스터 래퍼들의 영향을 받아 마약, 총, 여자 등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러나 루페는 음반점에 진열되어 있는 자신의 시디를 보면서 음악 속 자신의 과장되고 거친 모습이 자신의 실제 삶과 너무도 괴리되어 있음을 깨달았고, 스스로의 위선적인 면모를 벗어던지기 위해 갱스터 랩으로부터 탈출한다(이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힙합 오너스 사건과도 연결된다. 루페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가사를 잊어버린 것은 그가 백팩 랩의 가장 확실한 계승자라 믿어 의심치 않던 힙합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실제로 루페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루페는 자신은 오히려 유년 시절에 스파이스 원과 같은 갱스터 랩을 즐겨 들었다고 밝혔고 이 발언은 팬들의 화를 한 번 더 증폭시켰던 기억이 난다. 뭐, 한 때 즐겨 듣긴 했으니 사실은 사실인데, 이 때 루페의 대응은 조금 서툰 감이 있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