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리뷰) LIT은 저스디스의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인가요?

한달3시간 전조회 수 701추천수 10댓글 5

우선 꽤 장문이 될 거 같기 때문에 먼저 가볍게 평을 하고 싶습니다.

LIT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는 모두 인정합니다.
모두 보는 대로 보고 느끼는대로 느끼는 지라 무언갈 의도 할 수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젓딧이 최대한 친절하게 입구까지 안내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어딘가의 풍경이나 장면이 떠오르는, TV쇼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앨범은 많았지만
이렇게 마치 미로로 만들어진 전시회를 구상한 음악은 처음이었고 그걸 만들어낸게 신기했습니다. 

누군가는 중구난방하다고 하거나 곡마다 주제나 그걸 말하는 감정이 휙 휙 바뀐다고 했지만 저는 그게 미로속에서 느끼는 혼돈을 드러내기 위함이라 생각하고, 10번 트랙 제외 한 시간에 육박하는 플레이타임과 쏟아지는 텍스트들을 비트나 주제를 통해 전체적으로 유기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구성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요새 30분이면 앨범 길다 생각하고 어떤 앨범은 처음 한 두곡에 나가떨어지는데 LIT은 10번 트랙이 너무 일찍 나온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이번 앨범을 다 듣고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제가 좋아하던 힙합은 이런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음악과 가사가 가진 메세지가 부각되고 이걸 통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앨범이었습니다. 

 
 




본론으로 와서 이 앨범으로 주려던 메세지가 뭘까 고민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LIT 앨범에는 수많은 문제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각종 중독, 약물, 아이돌, 국힙에 대한 혐오, 낙태,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배신, 개저씨와 같은 수많은 특정층을 향한 조롱,
국가, 종교, 학교에서 받던 억압과 폭력, 한국의 자살률, 출산율, 유년시절 부모님의 모습과 헌신 등등등등등...)

너무 많죠.. 중요한건 내용보다도 이 이야기들을 할때 무언가 때문에 저스디스의 태도가 전혀 다르단 겁니다.

바로 그 문제에 내가 혹은 나의 주변인이 관련되어 있는가 입니다.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1. 구구절절 앞 뒤 상황을 설명을 하면서 청자를 이해시키려고 하거나
2. 몇몇 곡에서 디스한 인물보다 부도덕한 행동을 본인이 함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도리어 즐기는 듯 하고 
3. 주변인과 자신을 이해하려하며 감정적으로 슬퍼하거나 안쓰러워하거나 억울해 합니다.

- 난 10팩을 챙겨 나오는데 다시 내 심장이 뛰어 어릴 적 그 때처럼 이럴 때마다 깨닫지. 시스템이 그동안 우릴 거세시켰던 걸
- 얘넨 슴살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벌써 실장이지, What what 니네 드랍퍼가 이제 몇 명이라고

- 은인 같던 형이 Rehab에 들어가셨고, 내가 뭐라고
- 이걸 듣고 있다면 넌 그러지 마, 어린 승아
- 근데 우릴 온상인 양 다루는 미디어를 넌 아직도 믿고 

 


4번 트랙 LOST에서 떨어진 화자인 이 남성이 느끼는 바는 고통과 억울함이였지만
그걸 그저 남의 이야기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 감정에 공감하지 않고 비웃고 연호하며 그저 재미로 그를 소비해버리죠.


 

이제 저스디스가 이 이야기들을 남의 이야기로 볼때를 봅시다. 여기에는 감정도 없고 거침도 없습니다. 비웃음과 분노가 주를 이루죠.
Interrude에서 툭툭 나열되는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은 무관심하게도 자세히 설명되지 않으며 의미없이 사라지죠.

또 디스곡으로 생각되는 곡들에선 그들을 이해하려하지도 않고 그들의 삶이 얼추 그럴것이라 추측하며 거침없이 진실인양 적습니다.
돌고 돌고 돌고에서 누나의 결혼식과 유년시절 자신이 느낀 가족에 대한 서운함과 가출의 계기는 너무도 상세히 적어놓으면서 심지어 HOOK에서는 어머니의 헌신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단 걸 얘기하면서도 이어지는 THISpatch에서는 곧바로 상대방과 그 가족에 대해 자세한 뒷 사정은 궁금하지도 않고 어쨌든 이것은 사실이지 않냐며 조롱하듯 까내립니다. 

이러한 태도는 여러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상반되게 나타나다가 17번 트랙부터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17번 트랙 내 얘기에서 청자에게 지금까지의 저스디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중간에 나와 너의 이야기의 하나로 느껴지게끔한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고 추측하는데 너무 길어질까봐 적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상세히 풀어낸 저스디스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관련 없어 무관심하던 남 이야기, 농담으로 소비하던 그 이야기,
욕설로 분노하던 그 이야기가 어쩌면 내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게 합니다.

- 괜찮아 니 과거, 그게 결국 분리시켰잖아 썅년과 널 
- 내 친구도 가족도 아닌 우리 얘기, 분명 남의 입에서 나올 때는 꽤 재미있었던 얘기, 근데 이젠 내 얘기

특정 사건 자체만 보면 흔히 쌍년, 개새끼라고 지칭 받거나 조롱당할 사람이지만
그 과거를 알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면 더이상 그렇지 않게 되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본인이 혹은 본인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중독으로 힘들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주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미디어에서 그런 사건을 볼 때와 느끼는 바가 어떻게 다르셨나요? 

아마 흔하게 남을 사랑하지않고 이해하지 않음에서 오는 오해를 해볼법한 경험은 연인 관계일 겁니다.



18번 트랙 XXX에서 17번의 이야기를 이어서 부적절한 한 남녀의 이야기로 풀어 설명합니다.

박정민 배우, 그리고 저스디스, 어떤 여성이 나오고 저스디스와 박정민 배우는 한 사건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박정민 배우의 나레이션에는 배신으로 인해 더이상 사랑과 이해의 감정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으로써 둘을 이야기합니다.  저주와 욕설, 조롱, 분노 그리고 각종 사실인지 모를 말이 담겨있죠.
이에 반해 저스디스는 이것이 부적절한 관계지만 본인이 느끼는 죄책감과 아이러니함을 솔직하게 말하고 또한 잘못된 걸 알지만 조금은 뒤틀린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죠.

만약 여러분이 친구인 박정민 배우와 저스디스 둘 중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는다면, 혹은 박정민 배우의 말만 알다가 저스디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저스디스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조금은 달라질까요? 



19번 트랙 Lost Love에서 상실된 사랑과 그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가 됩니다.

앞서 말하지 않았지만 9번 트랙 Vidvid에서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잠시나마 사랑이라는 희망을 보게 됩니다. 

1. 옥상에서 재미로 비비탄을 쏘다가 쏜 갓난아이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본 순간
2. 나의 자유를 억압하던 학주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정말 삶을 낙망하여 죽었단 사실을 알게된 순간
3. 거짓말 하는 것 같은 국가가 어쩌면 누군가에겐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걸 알게된 순간

재미와 농담으로 소비하거나 내게 피해가 와서 분노하던 남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내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군가를 남과 우리로 구분하는 기준, 너를 이해하고 싶게 하는 그것이  사랑  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19번 트랙에서 상실되자 즉각적으로 이전 트랙의 자신의 X들을 거침없이 디스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20번 트랙 HOME HOME  

HOME(너의 이야기) HOME(나의 이야기)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상상해볼까요. 우리는 장차 한시간 동안 저스디스의 전시물을 빠짐없이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출구처럼 보이는 전시장 마지막 방으로 들어서자 어떤 큰 방에 수많은 문제들이 빼곡히 가득 차있습니다.
전쟁 영상부터 해서 '갈등의 나라 한국'이라는 기사 글귀, 물질 만능주의와 관련된 별별 영상부터 그림들이 붙여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오늘 저스디스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얘기했던 것들도 몇개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방 중앙에는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자 이야기라고 적힌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문제 중에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 방을 남의 이야기를 보듯 그냥 지나치겠나요? 아니면 사랑을 가지고 바라보려고 할건가요? 

 




여기까지 꿈보다 해몽일지 모르는 또는 오독일지 모르는 과대해석을 마치면서,
어쩐지 제 자아가 너무 비대해졌나 의심이 들고 뭔가 토악질이 나올거 같고 이 리뷰를 올리는게 맞나 생각이 계속 듭니다만
그래도 앨범을 통해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적어 담았습니다.

식견이 너무나 부족해 즉각 논파당할까 무섭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의 생각도 알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LIT에 나온 이야기와 가사에 눈쌀이 찌푸려지거나 너무 더럽거나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살면서 한번도 그런 짓을 해본 적 없고 또는 어디에도 해당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니면 그저 누구나 다 아는 사회 문제를 단순히 나열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걸 아직도 그저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는건 아닐까요?

만약 이게 현재 나의 모습이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쉽게 웃으며 소비했을까요? 아니면 그걸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요?


만약 윗집에 뛰어다니는 아이가 남이 아니라 내 어린 손자였다면 조금 더 이해해보려 했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윗집, 뒷집, 그리고 옆집에 나의 눈살이 찌뿌려지는 일과 수많은 중독자,
문제들이 있는대도 그저 그것이 나와 관련된 게 아니기 때문에 바라만 보고 있는건 아닐까요?

저는 너무 모호한 이 혼돈 속에서 아직도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지 못했고, 앞으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답으로 누군가 사랑을 말했지만 이제는 너무 희석되고 누구도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치 앞이 안보이는 이 미로의 여정 속에 우리가 함께 가자했던 약속의 장소에 도달할 희망이 다시 비추면 좋겠습니다.

신고
댓글 5
  • title: Playboi Carti (MUSIC)바지Best베스트
    3 3시간 전

    '어떤 사건의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면 슬프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내 가족이 아니다' 라고 말했던 영상이 떠오르네요

    추모와 추모 강요, 공감의 거리에 대한 영상이었는데

  • 3 3시간 전

    '어떤 사건의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면 슬프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내 가족이 아니다' 라고 말했던 영상이 떠오르네요

    추모와 추모 강요, 공감의 거리에 대한 영상이었는데

  • 3시간 전

    이 글을 보니까 저스디스가 하고 싶던 말이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저스디스가 좀 더 친절하게 길을 만들어놨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 한달글쓴이
    2시간 전
    @바지

    먼저 제 글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저도 얼마 전까지 가장 아쉬웠는데요.

     

    하지만 이걸 왜 이렇게 짜치게 해놨지,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지, 얘는 트랙 바뀌자마자 내로남불이네 하는 부분에서

    그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이 해석의 힌트를 얻은 부분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지금와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이 드네요.

     

    정확하게 구상할 수는 없지만, 그 친절과 불편 중간 선상의 완벽함이 이 앨범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거 같아요.

  • 2 2시간 전

    필력 좋네요 개추

  • 5분 전

    여담이지만 2번트랙 "내가 뭐라고" 도입부에 좌우 서라운드로 너도너도너도... 우린우린우린 이런 메아리가 들리는데

    제목은 1인칭이고.. 소리는 2인칭 3인칭 이니까 모든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암시였다고 볼수있겠네요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일반 [공지] 회원 징계 (2025.12.03) & 이용규칙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2.03
인디펜던트 뮤지션 프로모션 패키지 5.0 안내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3.01.20
화제의 글 음악 본인이 좋으면 명반타령은 언제까지 할까?9 동글이 17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릿 리드머 한짤요약15 title: Drake (2)크랙커 2025.12.04
화제의 글 리뷰 (리뷰) LIT은 저스디스의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인가요?5 한달 3시간 전
299224 음악 언에듀 이번 앨범은 오이시 2시간 전
299223 일반 올해의 앨범 살숨4가 되면 좋겠네요3 착밀로우 2시간 전
299222 음악 에겐남스윙스4 MC영훈 2시간 전
299221 일반 용찬우의 저스디스 HOME HOME 2시간 분석8 Gyeeah 3시간 전
299220 일반 국힙도 이제 오피움 따라잡이를 멈춰야함6 title: Playboi Carti (MUSIC)두개의사형대 3시간 전
299219 음악 언에듀 새앨범 재미가 없네요 쿵짝비트를서너번 3시간 전
리뷰 (리뷰) LIT은 저스디스의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인가요?5 한달 3시간 전
299217 음악 이찬혁을 따잇한 시온?? (장난)6 평화의수호자 3시간 전
299216 일반 12/9 6PM Bryan Chase [KILL THE NIGHT] (w. Chaz Jackson)2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3시간 전
299215 일반 언에듀 엠지 애플뮤직 돈까스돈까스 3시간 전
299214 음악 우리나라 챌린지 열풍 시작한게 지코 아닌가요6 title: The Weeknd (After Hours)XOglaz 4시간 전
299213 일반 릿 암만 들어도 이게 최고임1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4시간 전
299212 음악 MZ조폭 노페갓 벌스 말안되네 ㅋㅋ title: Lil WayneTrukfit 4시간 전
299211 일반 취나티 보고가세요.11 title: Steve AokiJesus 4시간 전
299210 일반 언에듀앨범 좋게 들음요 title: 수비KCTAPE 4시간 전
299209 일반 MZ조폭 드디어 발매했네 slidein 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