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도파민 풀충 상태입니다. 작년 9월 나스 이후로 오랜만에 래퍼다운 공연을 본 것 같네요.
나름대로 좀 일찍 와서 머천을 사보려고 했는데 사려고 했던 게 코앞에서 품절돼서 1시간 꽁으로 날렸습니다...
저는 VIP 구역이었는데, 덕분에 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아무럼요, 10년 만에 온 타일러인데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지를 수 있다면 충분히 질러야죠.
이런 때 안 지른다면 또 어디에다가 지르겠습니까? 어차피 전 술담배도 안 하고 친구도 없어서 쓸 데도 없어요
칸예도 그렇고, 찰리도 그렇고, 충만히 즐기기 위해 충분히 지불하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본 무대에 앞서 파리스 텍사스가 공연을 했는데요, 문득 MID AIR로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했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유럽에서 이미 크로마코피아콘을 즐기고 오신 지인 분이 말씀하시길, 순수 공연으로만 따지면 파리스 텍사스가 더 개쩐다고...
그리고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나니, 그게 이해될 것도 같았습니다.
정말 파괴적인 랩 락과 샤우팅에 가까운 랩으로 본 공연 전 30분을 완전히 예열시켜놨어요.
멘트 센스도 좋았습니다 ㅋㅋㅋ 끊임없이 한국 에너지 끝내준다고 얘기하고, 호응 유도도 잘했네요.
펠릭스는 "코리아 사랑해~" 발언해주고, 루이는 웃통을 벗고 섹시 댄스도 춰줬네요.
지나치거나 부족한 것 없이 정말 적절한 시점에 치고와서 깔끔하게 퇴장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단독 콘서트로도 괜찮을 것 같은 이들이었네요.
그리고 대망의 타일러, 조금 지각을 하긴 했는데 첫 곡이 나오자마자 완전히 용서될 정도로 무대 위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습니다.
Big Poe와 Sugar On My Tongue으로 관객을 완전히 후려잡고, 이후 CHROMAKOPIA 수록곡들을 연이어 공연하며 인터넷에서만 접하던 본인의 신화를 한국에서 재현했어요.
물론 옛날 곡들로 돌아가자며 예전 히트곡 메들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전반적인 트랙리스트는 도쿄 공연과 거의 흡사했는데, 그것에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타일러의 공연 역량이 너무나도 뛰어났습니다. 신인 시절부터 끊임없이 호평받아온 독보적인 발성은 라이브에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고요, 오랜 경력으로 인해 몸짓 하나하나가 프로다운 느낌이었어요.
Take Your Mask Off나 SORRY NOT SORRY 같이 진중한 곡을 공연할 때는 (둘 다 무대에 앉아서 공연함) 마치 연기를 하듯 막힘없이 랩을 했는데, 랩의 호흡이나 표정 연기가 너무 좋아서 저절로 몰입되더라고요. 곡이 끝났을 때 박수가 저절로 나왔을 정도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도 좋았습니다. 최근 힙합 관련으로 간 공연 중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열정적이었는데, 그 덕분인지 타일러의 표정이 아주 좋아보였어요.
공연 내내 신나게 미소를 띄고 있었고, 관객들에게 말을 걸 때도 "오늘 에너지 정말 좋다"면서 기쁜 티를 팍팍 냈어요.
중간에 "타일러 네가 최고야!"하는 관객 분이 계셨는데, "아냐 아냐, 내가 무슨 최고야. 많은 전설 분들이 아직 살아계시잖아. 스티비 원더도 살아계시고, 큐팁도 살아계신데. 그분들이 최고지. 에라 모르겠다!!! 한국 니네가 최고다!!!"를 시전할 정도였습니다 ㅋㅋㅋ
일본에서는 아리가또를 시전해줘서 혹시 '감사합니다'를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안 하더군요. 찰리는 캄사합니다 두번이나 해줬는데 역시 타일러 넌 찰리누나 미만잡이야 혹시 모르죠, 일요일은 할 수도.
후반부로 가도 과거 히트곡들의 존재감이 너무 큰지라 하입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LUMBERJACK이나 Who Dat Boy를 따라부를 때 타일러 따라하려고 목을 갈아가며 소리를 쳤는데, 나중에 찍은 걸 들어보니 정말 타일러랑 똑같은 소리가 나더군요;;
Like Him 퍼포먼스는 그 명성만큼이나 드라마틱했습니다. 두 번째 코러스 부를 때 "Do I look..."까지만 하고 "like him"은 안 하는 건데 많은 분들께서 거기까지 해서 조금 불편했던 거 빼고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NEW MAGIC WAND였습니다. 제가 옛날에 Stop Breathing과 NEW MAGIC WAND 라이브 중 하나만 볼 수 있다면 NEW MAGIC WAND 공연을 보겠다고 한 것이 기억나는데, 실제로 봐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엄청났어요. 저도 목 다 갈아가면서 그래미와 CMIYGL 투어의 감동을 재현하려 애썼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광기에 차있는 것 같았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하필 그 킨텍스라 그런지 음향이 정말 좆같았습니다. 특히 베이스 음향이요. Earfquake 때는 베이스가 다 뭉개져서 보컬이 안 들릴 정도였습니다. 또 억지로 모쉬핏을 열려는 소수 인원 탓에 부딛힘이 잦았다는 정도? 머천은... 뭐 부가적인 것이니 제치죠.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도 경험하는 게 나을 정도로 도파민 가득한 공연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간 외힙 래퍼의 공연 중에서는 순수하게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공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2024년 고양 칸예는 메들리가 공지되지 않았으니 도파민의 차원이 아예 다르고... 찰리 XCX 내한 공연과 비교하면 찰리 쪽이 최소 1.3배 정도 더 나았는데, 발성 쪽은 타일러가 훨씬 지렸습니다.
일단 현재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래퍼이자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타일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만족했네요.
내일 공연도 사실 초청받아서 갈 수 있었는데, 갈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긴 하네요.
글 정말 잘쓰시네요 ㅋㅋ 저는 다구역에서 봤는데 돈을 더내더라도 VIP구역으로 가는게 훨씬 더 좋았을것 같네요... 가까이에서 못즐긴것 빼고는 다 좋았던 공연이였습니다!
저는 타일러 마이크 너무 작다고 느꼈네요 ㅠ
그리고 스티비 원더 이야기할 때 다른 한 사람은 누군가 했는데
큐팁이었구나 ㅋㅋㅋㅋㅋ
그냥 타일러 개미친새끼임
개지렸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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