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 Boomin은 지난 10년간 힙합 씬, 그 중에서도 트랩 씬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는 Future의 <DS2>, 21 Savage와 Offset의 <Without Warning>, 그리고 Gucci Mane의 <Droptopwop>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책임지며, 트랩 사운드의 미학을 세계적으로 알린 장본인이죠. 최근에는 트랩 대부 Future와 <Don't Trust>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본인 명의의 첫 빌보드 핫 백 1위 곡을 배출하기도 했고, Kendrick Lamar - Drake 디스전의 주축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Drake 디스곡 "BBL Drizy"도 저는 되게 좋게 들었구요.
아무튼, 디스전의 폭풍 한바탕 씬을 뒤집고 잠잠해진 가운데, 디스전의 주요 인물들은 디스전을 통해 얻은 막대한 바이럴과 관심도를 바탕으로 하나하나씩 개인 프로젝트를 발매하거나 준비하기 시작했죠. 당장 Drake는 <$ome $exy $ongs 4 U>를 발매하고 차기 솔로 프로젝트인 <ICE MAN (가제)>을 롤아웃 중이며, Kendrick Lamar는 <GNX>와 슈퍼볼 하프타임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예술성과 상업성까지 고루 챙긴 먼치킨 캐릭터가 되어버린 모양새입니다. Metro Boomin과 가장 접점이 많은 Future 역시 <MIXTAPE PLUTO>로 상당히 쏠쏠한 흥행에 성공했구요. 그리하여 질 수 없었던 Metro Boomin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매했습니다. <A Futuristic Summa>이지요. 물론 그의 커리어 중 비교적 애매한 지점에 놓인 결과물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Metro Boomin 했을 때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그 특유의 다크하고 음산한 트랩 사운드겠죠? 혹은 웅장하거나 스펙타클한 사운드이거나요. 그의 초기작들부터 (<SAVAGE MODE>, <Duble Or Nothing>) 최근작들까지 (<Don't Trust> 시리즈, <HEROES & VILLAINS>)까지 공통적으로 보여져왔던 특징일 것입니다. 허나 본작에서는 향수를 자극하는 ATL 트랩, 퓨처리스틱 스웨그로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했어요. 외에도 여름철에 댄스 & 클럽용으로 제격인 통통튀는 애틀랜타 베이스, 플러그까지 구비해온 모습이네요.
Metro Boomin의 새로운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는 당황스럽게 다가올 것 같고, 저도 그랬는데요, 하지만 사운드적으로만 본다면, 본작은 Metro가 얼마나 훌륭한 프로덕선 능력자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듯합니다. 앨범 곳곳에는 2000년대 후반 애틀랜타 씬 특유의 댄서블함과 텐션이 묻어 있고, 하이한 베이스라인과 하이햇, 신시사이저로 이뤄진 구조는 여전히 그의 전매특허입니다. 특히 "Drip BBQ"나 "Butterflies (Right Now)", "Slide" 같은 트랙에서 그 빛은 분명하게 드러나구요. ATL 사운드를 2025년에 이 정도로 유연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Metro Boomin의 훌륭한 음악 능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비트를 전달하는 퍼포머들의 존재감 부재입니다. 게스트 수는 무려 20명을 넘기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개성이 없거나 서로 너무 유사한 톤으로 흘러갑니다. Quavo나 Lil Baby처럼 이름값 있는 래퍼조차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단 그저 "또 똑같은 거 하네"하고 그저 흐르는 느낌이며, 그외 무명 래퍼들은 곡마다 등장해도 인상이 남지 않습니다. 더욱이 본작이 24트랙에 이르며, 러닝타임이 90분에 육박하는데, 이 긴 러닝타임을 버틸 만큼의 내러티브나 몰입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본작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본작의 기획 의도는 분명해 보이는데요, "여름", "ATL"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시절 힙합 팬들에게는 복고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레트로 퓨쳐리스틱 스웨그로 작용하길 바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시도가 너무 재현에 머무를 뿐이며, 현재를 관통할 무언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의 가장 큰 한계인 것 같지만요. 솔직히 본작이 과거 ATL 시절 트랩 사운드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하지는 못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ATL 시절의 향수를 Metro의 특출난 프로덕션 실력으로 잘 포장해서 제공하는 수준 밖에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앨범 후반부에 등장하는 Future와 21 Savage, 그리고 Waka Flocka Flane의 "Partying & Drinking"이나, Roscoe Dash와 Quavo가 등장하는 "Butterflies (Right Now)"는 앨범에서 나름 세련되고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문제는 그것이 24트랙 1시간 18분 분량의 앨범을 이끌어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요즘따라 여름철을 저격해서 발매되는 Only 즐기기용 앨범들이 참 많이 발매되는 것 같네요. Tyler, The Creator의 <Don't Tap The Glass>부터 JACKBOYS의 <JACKBOYS 2> 등등.. 물론 이 앨범들이 완성도 있는 앨범들인가하면.. 대답은 못 하겠지만요. 아마 본작도 저 앨범들과 궤를 같이하지 않을까 싶네요.
총평하자면, <A Futuristic Summa>는 흥겨운 바이브와 뛰어난 프로덕션은 충분히 갖추었으나, 퍼포머들의 존재감이 너무 옅었던 것 같네요. 물론 이 점은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보여져왔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요. 물론 본작이 가볍게 발매된 믹스테이프이고, Metro Boomin의 팬으로서, 혹은 2010년대 ATL 힙합의 향수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몇몇 곡에서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겠으나, 본작이 작금의 힙합 씬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런 의도로 발매된 앨범은 아니겠지만요. 저도 들으면서 나름 즐겁게 들었지만, 역시 전체적인 완성도는 미흡한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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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보는 말이긴 한데 타일러 앨범 나왔을 때 타일러가 "그냥 즐기라"고 언급했다고 앨범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담론이 있었잖아요? 이 앨범도 타일러 신보와 비슷한 경향을 가진 앨범이니까 이런 말이 좀 나올 것 같아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좀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평론은 단순히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구성, 맥락, 표현 방식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평론은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볼 수고 있고, 더해서 다른 이들에게 더 풍부한 이해와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론은 특정 작품이 문화와 시대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이후의 대화를 위한 토대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고 평론 또한 그중 하나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ㅎㅎ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아니 아사람들 어떻게 개추만 누르고 댓글을 안쓸수가있썩
댓글 없고 추천만 많은 게
더 간지일지도
믹테니까 뭐.. 이해는하는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별루
ㄹㅇㅋㅋ
저도 프로덕션 아주 나이스라 느꼈는데 플레이어가
제대로 해주질 않는 느낌,,,
진짜 제대로 된 애틀란타 신인 한 명만 데리고와서
합작으로 딱 10트랙 구성하여 냈으면 꽤나 센세이션
했을거 같은데 너무 꿈 같은 이야기겠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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