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in the days>는 스카이민혁의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보아도 몹시 이질적인 곡이다.
기존에 스카이민혁이 잘 사용하지 않는 싱잉의 혼용, 기존의 '야마'나 가사 내용 외에도 오토튠을 이용한 분위기 조성 등 스카이민혁은 이 곡에서 원래 사용하지 않는 무기들을 내세웠다고 본다.
실제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곡으로 알고 있으나, 나는 이러한 스카이민혁의 시도가 더없이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스카이민혁의 일취월장한 작사 실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스카이민혁은 원래 다른 곡들에서 주로 자신의 상황을 풀어내거나 자신의 눈으로 본 씬의 상황을 비판하는 형태의 가사를 썼다. 당연히 그 주인공은 현실의 스카이민혁과 동일한 인물이고, 거기에 그의 독특한 목소리 톤과 가사의 단어 선택을 통한 날것의 느낌이 합쳐져 더욱 강한 생동감과 몰입감을 주었다.
그러나 이 곡에서는 화자부터가 세 명이다. 훅의 '그래, 지금 다 이겨냈는데 그땐 그랬다매?'로 시작하는 스카이민혁을 관찰하는 타인, '은색 타임머신'을 타고 2038년으로 넘어와 미래의 스카이민혁을 만나는 현재의 스카이민혁, 그리고 그를 마주하는 미래의 스카이민혁이 그들이다.
먼저 훅을 부르는 화자는 미래의 스카이민혁과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리스너로 추정된다. 이 화자는 과거의 스카이민혁의 행적을 읊으며, '군대 들어가기 전에 울고 불고 난리 아녔다매', '월세 못 내 울고 불고 끝내 여자친구한테 돈 빌렸다매'와 같이 스카이민혁 개인만이 알 수 있는 아픈 기억을 과거의 시점을 보듯 관조한다.
한편 현재의 스카이민혁은 훅의 후반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스카이민혁에게 여행하여, 미래의 자신이 사는 집에 방문하게 된다. '집 평수 보니까 이십사 평, 서울 외곽에 살기는 해도 이 정도면 남 부럽지 않어. 아직 폰 비번 사귄 첫 날로'나, '풀고서 카뱅을 보니 도대체 몇 개야, 공이? 테레빈 왜 이리 크니'와 같은 가사를 통해 미래의 자신이 살 '꿈만 같은' 미래, 즉 현재 스카이민혁이 간절히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이루어낸 자신을 발견한 듯한 가사가 몰입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미래의 스카이민혁은 과거의 스카이민혁의 방문이 달갑지 않는 것만 같다. 그는 '내 집에 왜 왔냐'며 화를 내고, 현재의 스카이민혁은 '너의 과거는 너에게 이제 부끄럽냐'며 반박하지만, 미래의 스카이민혁은 '그래, 당연하지 병신아. 현재 네가 이겨내야 할걸, 다? 이겨내고 나면 이게 결과값'이라며 쏘아붙이곤 '내 아들이, 그래 네 아들이 사고 친 걸 수습하러 가야 하니 꺼져, 씨발놈아'라며 자신 또한 고민 속에 살고 있다고 외친다.
이후 앞선 훅과 같은 가사가 반복되며 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외부 화자가 '결국 쟨 다 이겨내더라고. 시간은 잘만 가더라고, 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놈, 누가 저 미친 놈 막겠냐고'라면서 곡이 마무리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곡에서 가장 슬픈 부분은 훅을 부르는 외부 관찰자와 미래의 스카이민혁 모두가 현재의 스카이민혁이 하는 상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물론 곡 전체가 작사가인 스카이민혁의 상상 하에서 쓰여질 수밖에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Back in the days>에서는 이것이 상상일 뿐임을 가사 속의 스카이민혁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점이 가사 전체에 은은히 묻어 나온다.
외부 화자는 '누가 저 미친놈 막겠냐'면서 스카이민혁을 향해 감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땐 그랬다매'라고 말하며 풀어놓는 스카이민혁의 이야기는 스카이민혁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그 내용들이 스카이민혁 하면 떠오르는 '노력의 화신'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스카이민혁의 추하고 나약한 점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자기혐오적인 가사이다.
또한 미래의 스카이민혁이 현재의 그에게 보이는 날선 태도는 현재의 스카이민혁 본인이 흔들리는 본인을 다그치는 내용으로, '이겨내고 나면 이게 결과값'이라며 현재의 스카이민혁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근데 지금 내가 힘든 게 없어 보여?'라며 꿈을 이룬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고민에 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가사의 흐름은 스카이민혁이 느끼는 막막함을 이야기한다. '곡이 안 나와서 엎고 만들고를 반복'하는 생활을 이겨내어 간신히 목표에 도달해도 새로운 고민이 그를 기다리고 있으며, 어쩌면 영원히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체념하는 스카이민혁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의 스카이민혁이 현재의 그에게 하는 비난은 스카이민혁의 자기혐오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자신의 소망과 희망이 담긴 가사를 통해 역설적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자기혐오의 수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스카이민혁의 작사 실력은 '자신이 보는 세계'만을 그리던 과거에 비해 훨씬 발전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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