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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페리멘탈 힙합 소개서🧪

title: Kendrick Lamar (4)히오스는니얼굴이다2025.06.01 20:37조회 수 1760추천수 31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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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힙합 씬, 그 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이끌고 있는 장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 만의 장르 중에서, 필자는 익스페리멘탈 힙합 (Experimental Hip Hop)을 당연스레 고를 것 같습니다. 아마 이제 막 힙합을 향유하기 시작한 초심자라면 이 장르가 다소 생소하거나 몇 번 귀로 흘린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Experimental. 직역하면 '실험적인'이지요? 말 그대로, 익스페리멘탈 힙합은 힙합이라는 장르에 실험적인 부가 요소들을 때려박은 힙합의 하위 장르입니다. 일반적인 붐뱁, 트랩, 웨스트코스트 사운드 등등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프로덕션, 구조, 샘플링, 랩 스타일, 심지어는 가사와 목소리까지 조작하거나 재구성하여 청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르이지요. 그에 걸맞게 힙합이라는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 음악적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WHRnvjCkTsw?si=zunmrd2EpXSpAyHz

그렇다면 익스페리멘탈 힙합은 어디서 발아된 것일까요? 워낙에 장르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다만, 일단 80년대와 90년대에 활동했던 A Tribe Called QuestDe La Soul같은 아티스트들이 재즈, 펑크, 소울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힙합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비록 힙합의 향취가 더 강조된 스타일이긴하지만, 이들의 산물이 향후에 벌어질 과감한 실험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youtu.be/PuaVf4f6lBM?si=scHN_fY47UCaSrHL

이후에도 크고 작은 실험적 요소가 가미된 힙합 음악이 세상에 얼굴을 비추다가, 2004년, 전설적인 앨범 <Madvillainy>이 발매되게 됩니다. 불규칙한 라임, 괴상한 샘플링으로 요상한 매료를 보여주었죠? 물론 본작은 익스페리멘탈 힙합보다는 앱스트랙트 힙합 (Abstract Hip Hop)으로 예찬받는 앨범이지만, 아무래도 두 장르 간의 간극이 좁고 비슷한 부류의 음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언급하고 넘어갈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https://youtu.be/uoZgZT4DGSY?si=MqMIl3xTqktFJIsK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본 장르가 대중의 레이더에 잡히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트리밍 플랫폼이 유통의 장벽을 대폭 낮춤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이 시기의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정의한 것은 단연 Death Grips입니다. 새크라멘토 출신의 세 괴인이 결성한 본 그룹은 멤버 중 Zach Hill이라는 자가 노이즈 락 밴드 일원이었던 탓인지 힙합과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펑크, 락 사운드를 융합하여 전례 없는 폭력성과 혼란을 가진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익스페리멘탈 힙합하면 빼먹을 수 없는 명반 <The Money Store>가 바로 이 셋의 1집이지요. 본작의 포문을 여는 곡이자 그들의 대표곡 "Get Got"의 기괴한 인트로와 앨범 전체를 가득 메우는 시끄러운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와 노이즈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그 '실험 정신' 만큼은 완전히 충족한 앨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쪼록, 익스페리멘탈 힙합은 2010년대에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그에 걸맞는 명반이 속속들이 발매되었습니다. 메이저에 속하는 Kanye West가 발매한 <Yeezus>와 JPEGMAFIA를 장르 팬들에게 각인시킨 <Veteran>, Danny Brown의 입지를 정점에 치닫게 한 <Atrocity Exhibition> 등등.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앨범들이 이 시기에 줄줄이 발매되었죠. 

 

https://youtu.be/2CGFU1lBdCI?si=Iqtk29d1UKuIdEd1

이후, 지금 우리에게서 그다지 멀지않은 과거이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20년대에는 좋은 앨범들이 대거 발매되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단언컨대 그 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씬의 아이돌로 칭송받는 JPEGMAFIA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OFFLINE>으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고,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또 다른 아이돌 Danny Brown과 함께 한 <SCARING THE HOES>로 대중들을 놀라게 했으며, 당장 작년에 발매된 <I LAY DOWN MY LIFE FOR YOU>도 호평을 받고 있지요. 그의 음악의 가장 큰 강점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뭐니 뭐니해도 감성적인 멜로디입니다. 휘몰아치는 비트 속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JPEGMAFIA의 멜로디컬하고 캐치한 사운드는 그의 음악이 고평가받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부분일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그가 익스페리멘탈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대중들이 입문하기에 비교적 거북하지 않은 아티스트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상기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외에도 Kanye West, EL-P, Public Enemy, DJ Shadow 등등의 여러 아티스트들도 본 장르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대략적인 역사를 살펴보았고, 이제 제가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한 입문자들을 위한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 4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https://youtu.be/hA_-ZohTJGo?si=4Nb8wAwn2jMfWr56

첫 번째는 JPEGMAFIA의 <OFFLINE>입니다. 본작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깔끔하게 정제된 웰메이드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JPEGMAFIA의 장점이 잘 느껴지는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정신 없는 사운드가 잘 녹아있는 것과 동시에 차분하고 멀끔한 사운드가 공존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앨범입니다. 아마도 완전 생 초심자가 아니라면, 본작은 힙합적인 요소가 다른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 보다는 많이 들어가있기도 하고, 애초에 JPEGMAFIA의 음악 자체가 장르에서 쉬운 편이기 때문에 편한, 또 좋은 감상이 될 거라 믿습니다.

 

https://youtu.be/uU9Fe-WXew4?si=KD5Kp3rNeBQJxkeh

그 다음은 Kanye West의 <Yeezus>입니다. 메이저 래퍼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이죠? 아마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쉬울 겁니다.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입문하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일단 Kanye의 디스코그래피는 정주행하셨을 거라 생각되기에 짧게 앨범의 강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장르의 실험 정신에 입각한 예상 불가능의 전개 방식이겠네요.

 

https://youtu.be/CNH9XY0wuXc?si=5--40H9U_6AyWJJW&t=415

이번 앨범은 조금 많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거론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고, 위에서 길게 언급했던 이들이기에 소개해봅니다. Death Grips의 <The Money Store>입니다. 이들의 음악 중에는 사실상 쉬운 음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유명한 이 앨범을 뽑아봤습니다. 앨범의 수록곡이자 오프너 "Get Got"을 추천받아 들어보는 박나래의 반응이 담긴 영상을 따와봤는데, 아마 이 쪽 장르를 들어본 적 없는 분이라면 누구나 곡을 듣고서는 박나래의 표정이 지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 끝나면서 박나래가 내뱉는 "아..."가 압권이네요. 아무튼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는 말이 있듯이, 이 장르에 입문하면 Death Grips를 거쳐가지 않을 수가 없기에 어렵지만 일단은 추천해봅니다. 본작을 느끼기 위한 팁을 남겨보자면, 평가하려 들지 말고 트랩 앨범 듣듯이 원초적인 쾌감에 집중해보면 그나마 괜찮을 겁니다.

 

https://youtu.be/PWQL_XORalY?si=E8fskc1wwab-6U39

마지막은 Injury Reserve의 셀프 타이틀 앨범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언더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앨범인 것 같은데요, 멤버 Stepa J Groggs와 Ritchie with a T의 중후한 톤이 난해한 프로덕션을 잘 받아줘서 비교적 힙합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쳐링으로 Aminé, Freddie Gibbs 같은 익히들 들어보셨을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덕션 자체가 여타 앨범들에 비해 가볍기에 대충대충 듣기에 딱입니다.

 

https://youtu.be/SpH83KzVKDc?si=YW42zCSMU1gZXfzu

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 마치는 말은 짧게 하겠습니다.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는 장르가 2020년대 현재에 전성기를 맞고 있고, 그에 충족하는 관심을 받고 있기에, 메인스트림의 앨범들을 모조리 섭렵한 리스너라면 이 장르에 눈길이 가지 않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런 리스너라면, 새로운 사운드와 도파민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 오늘 밤에는 익스페리멘탈 힙합 한 접시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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