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힙에 대한 언급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이조차 사실 작년부터 예상했던 바지만, 생각보다 요즘 나오는 국힙 사운드들은 굉장히 내 예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아아주 예전에 스카이민혁 리뷰인가, 국힙 연도 단위 리뷰에서도 쓴 말이지만, 난 국힙이 홍대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단순 - 이제 더 이상 한국 문화계에는 돈이 안 돌고, 흘러넘치던 돈을 바탕으로 끓어오르던 국힙이 돈이 빠지면 가라앉는게 당연하니까.
그러니 내 예상은, 국힙은 홍대로 돌아가고 - 보다 코어한 힙합팬들에게 어필하는, 그런 앨범을 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좀 보이긴 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 본격적인 K-갱스터/트랩 음악이라니....정말 한번도 예상했던 적 없는 방향과 사운드였다.)
(2)
하지만 정작 탑 플레이어들의 선택은 계속 내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코어한 먹통 힙합보다는, 힙합의 경계를 부수고 있는 동시대 외힙의 트렌드들 (다라이코어, 이모 랩, 하이퍼 팝 등등등)에 한국 감성 힙합 (혹은 케이팝)을 적당히 섞으면서, 오히려 어떻게든 대중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는 듯하다.
https://youtu.be/543Tuz77kuQ?si=NfoqG825419haSAq
서태지에 대한 리스펙이나 <메테오>에서 보이듯, 창모는 대중에게 어필하는 걸 딱히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듯 하다. (동시에 흔한 감성 힙합은 절대 안 하겠다는, 그런 각오도 보이고)
언급은 드물지만, 이번 싱글은 자신이 갈 방향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비트는 드릴과 다라이코어, 하이퍼팝을 섞어서 더 지저분하고 거칠어졌지만, 동시에 래핑은 좀 더 발라드 (혹은 이모?)에 더 가까워졌다.
https://youtu.be/hsHM1Hc6998?si=HcJ0AyeGAhVv78aL
이건 언급이 많았던 식케이.
식케이는 창모와 다르게, 한국 (혹은 한국의 일반적인 가요 대중)에 대한 오묘한 감정을 가지는 듯 하다.
한국 노래를 샘플링했지만, 사운드는 듣다보면 이걸 굳이 한국 노래를 샘플링한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릴 웨인 곡 중에서 조용필의 <물망초>를 샘플링한 노래가 있는데, 듣다보면 이거 굳이 물망초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즉, 샘플 원곡의 느낌과는 구분되는 비트 자체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샘플링으로는 초기 칸예나 빌리 우즈류의 드럼 리스 정도가 생각난다.)
여튼, 그럼에도 이 노래는 어느정도 대중성을 의식한 곡이다 - 알앤비와 이모/펑크의 결합 - 이건 언제나 식케이표 대중성의 공식이다.
이 공식에 추가된 것은 하이퍼팝/다라이코어의 느낌이다.
https://youtu.be/fBfU77P0rE0?si=vW1fkBTocW5SGuRB
그리고 식케이 소속사의 새로운 래퍼는 대놓고 10년대 빅뱅/투애니원 시절 사운드 - 빅룸 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그 시절 케이팝을 가져왔다.
(근데 사실 이게 에잇볼타운 류의 키치한 90년대 국힙 리바이벌보다 깔롱하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똑똑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AOMG에서 새로 나온 식구라는 그룹의 음악과 이걸 겹쳐 듣고나서 든 생각)
https://youtu.be/VnglgvNtjHk?si=iPYy-1blp0d8L5Sq
마지막은 스카이민혁의 새 노래.
<해방>에서도 나름 재지한 비트 위에 싱잉을 시도했지만, 뭔가 좀 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곡은 스카이민혁 특유의 삑사리와 투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싱잉과 멈블 어딘가의 조화를 잘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다보니, 토일은 요즘 뭐하나 궁금해진다.
(3)
그래서 홍대로 안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게 성공할까?
성공하면 재미있을 것 같으니 성공하길 바란다.
압구에서 한 번 돌리고~
압구에서 한 번 돌리고~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다라이코어가 아니라 다리아코어예요)
아이코야 죄송합니다...ㅠㅜㅜ
저번에 힙노고직도 뭔가 이상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이렇네요 ㅎ....노안인가봅니다 ㅎ
다라이ㅋㅋㅋ 저도 오타인줄알았는데 계속 나와서 당황했네요
저도 이 댓 쓰려 했는데 ㅋㅋㅋ
침착맨 때문에 다라이 보고 현웃 터졌네요 ㅋㅋㅋ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k-flip의 중심에 있었던 로컬라이징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걸테고요
힙합이 다시 전국구로 퍼지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일단 뭐든 해라 !
다 들어줄게
하이퍼팝 관련 움직임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걸로 보이진 않습니다
말하신 바에 대한 이유를 따로 적어주시지 않아,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렵네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i) 일단 하이퍼팝 자체는 한국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 (특히 에피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ii) 다만 현재 힙합씬 (혹은 외힙)에서 트렌디한 장르 중에서 하이퍼팝 이외에는 한국 대중들이 좋아하는 테이스트을 섞을 수 있는, 그런 가교적인 장르가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사운드적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10년대 케이팝 (빅 룸 하우스를 도입했던 빅뱅/투애니원 - 티아라 류)이나 요즘 뜨는 일본식 청춘 락 (이모 혹은 가볍게 에픽터를 걸은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 나아가 한국에서 성공했던 쇼미식 싱잉랩 (조금 더 발라드에 가까운? 창모의 <메테오>를 떠오르면 될 것 같습니다 - 이에 대비되는 것은 20년대 요즘 나오는 재즈/홍대 감성을 섞은 - 타일러 스타일의 싱잉 ; 기리보이나 로꼬가 보여주는 것)
하이퍼 팝은 이 모든 것을 섞을 수 있는 틀로서 기능하면서도, 동시에 올드하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저한테는) 몇 안 되는 선택지처럼 보입니다.
(아프로비츠나 레게톤은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큰 방향이 없었고, 한편 먹통 트랩 [요즘 미국 언더에서 유행하는 미니멀하고 공격적인 트랩 사운드들 ; 우슬라임 등]은 더더욱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 하이퍼팝이 막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이런 늬앙스로 말했었는데, 또 설명을 들으니 하이퍼팝을 대중적인 접근에 유리하게 쓸 수도 있겠네요 납득했습니다
어제 작성하신 글도 읽고 공감 많이 되었는데 필력이 참좋으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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