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reat Chaos - by Ken Carson (2023, 2024-deluxe)
장르 : 레이지, 트랩, 하드코어 힙합
레이지 장르를 즐거듣는 이들 중에서 Ken Carson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레이지 장르의 본격적인 개척을 이루어냈던 Whole Lotta Red의 발매 이전 ep Teen X의 수록곡이자 히트 싱글 Yale을 통해 언더씬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던 그는, 플레이보이 카티를 주축으로 한 레이블 Opium 입단 이후로 첫 정규작 Project X의 연이은 히트를 계기로 레이지 장르 내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을 나타내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다만, Destroy Lonely, Homixide Gang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이던 그는 정규 2집 X의 처참한 퀄리티로 인해 많은 리스너들에게 카티의 동네 친구라는 이유로 꽂힌 낙하산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초창기에 보여준 히트와 독창성에 비하면 성장세가 너무나도 부진했기에, 많은 이들의 의심과 헤이팅을 받는것은 어찌하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X의 실패이후, 레이지 씬 뿐만 아니라 레이블 팬덤 내에서도 그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던 와중, 켄 카슨은 그의 정규3집 A Great Chaos와 함께 복귀를 알리게 된다.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고,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불과 1년 사이에 희대의 실패작 X와 그의 부진한 모습을 커버할만한 작업물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굳이 이야기하기에 민망할정도로 낮은 기대치와 부정적인 예상과 다르게, A Great Chaos(이하 AGC)는 켄 카슨의 부정적인 인식을 단숨에 뒤집을정도로 엄청난 퀄리티와 함께 나타났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과장을 조금 보태어서 이야기하자면, AGC의 등장은 마치 Whole Lotta Red의 재림을 목격하는 듯 했다.
이전작 X에 비해 단순히 나아서 좋게 들리는것일까? 스스로도 의심했다. 1년 사이에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몇번을 곱씹어 생각하고 또 들어봐도 나의 생각은 결코 틀린것이 아니었다. AGC는 켄 카슨만의 Whole Lotta Red였고, 레이지 씬의 역사에 이름이 새겨질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근거없는 칭찬은 이쯤에서 멈추고,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감상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집약하자면, AGC는 켄 카슨이라는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고점을 한데 뭉쳐넣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커리어 초창기의 통통 튀는듯한 비디오 게임 사운드트랙 스러운 신디사이저 사운드, 그리고 X에서 나타난 날카롭고 투박한 신디사이저 사운드, AGC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거친 디스토션과 808 베이스를 활용한 무겁고 고어스러운 사운드까지. 이러한 사운드들은 작품 내에 정돈되지 않은 채 어질러진 모습으로 펼쳐지며 말그대로 '혼돈' 에 가까운 광경을 선보인다.
날카로운 신디사이저가 귓속을 마구 할퀴고 베어낸 후 거칠게 고막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디스토션은 청자가 음악을 제대로 채 느끼기도 이전에 찢어지고 미쳐버릴듯한, 정신나간 소리들을 끊임없이 귓속과 뇌 사이사이로 쑤셔넣어 대며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무겁고 둔탁하게 울려퍼지는 808 베이스는 나의 머리를 대성당의 종 마냥 미친듯이 울리고,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는 켄 카슨의 웅얼거리는 랩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더 깊은 미궁속으로 쳐박아놓는다. 내가 지금 무엇을 듣고있었지? 몇번 트랙에서 몇번 트랙으로 넘어간거지? 남은 시간이 어느정도이지? 이런 것들을 생각할 틈 따위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난잡하고 목적을 알 수 없는 기계음들은 47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 뒤섞이고 엉키면서 혼란스럽기만 한 광경을 자아낸다. 청자는 무엇을 이해하고 느끼기도 이전에 끝나버리는 작품을 보고 어이없는 실소를 뱉어낼 뿐이다.
다만, 켄 카슨이 AGC를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은 작품에 대한 궁극적인 이해가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유추할수 있겠지만, AGC는 청자에게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을 선사했다는 것에서 그 목적성을 충족하는 작품이다. AGC 이전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첫 ep Teen X, 정규 1, 2집 Project X와 X. 모두 X라는 그의 정체성에 얽매인, X라는 틀에갖혀 아티스트 켄 카슨이 아닌 Teen X와 X라는 닉네임으로서 음악들을 작업하고 만들어내던 시기이다. 이러한 X라는 정체성에 대한 집착은 결국 작품의 퀄리티 하락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결론적으로는 정규 3집의 처참한 실패로 끝을맺게 되었다. 그러나, AGC에서의 켄 카슨은 더 이상 X라는 닉네임에 얽매이고 연연하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 Bitch, I'm Ken Carson, I'm from Atlanta "
" 개년아, 난 애틀란타 출신 켄 카슨이야 "
AGC의 수록곡 Nightcore의 한 가사이다. 이 가사가 이야기하는 그대로, 켄 카슨은 더 이상 그를 Teen X나 X로 명명하지 않는다. 본인을 X로만 이야기하던 이전과는 달리, 이젠 Ken Carson이라는 이름이 그 주도권을 지니는 상태인 것이다. 이는 켄 카슨이 주체적인 정체성을 지닌 아티스트 Ken Carson으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AGC에서의 그는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의 얼터 이고가 아티스트로서의 주도권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주체적인 퍼포머의 모습으로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AGC 이래로 그가 계속해서 GoreCore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것이다. 흩뿌려진 혈흔과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 살점들. 이러한 고어 요소들을 검열이나 모자이크 없이 잔인하고 끔찍한 모습 그대로 비추어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의 음악은 이제 자신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보여주겠다는, 켄 카슨이 아티스트로서 지니는 목적성 그 자체를 나태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AGC가 지니는 의미는 켄 카슨과 레이지씬 모두에서 작다고 볼 수 없다. AGC의 성공은 켄 카슨이 누군가에게 종속된 약한 자아가 아닌,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아티스트로서의 시작을 의미하는 동시에, 플레이보이 카티가 시작한 레이지라는 씬에서 WLR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사례로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다만 현재의 레이지 씬이 플레이보이 카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Whole Lotta Red가 힙합씬에 불어온 붉은 피바람은 수많은 레이지 아티스트들을 양산해내었고, 또다른 장르들의 파생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AGC라는 새로운 혼돈의 바람이 레이지씬에 끼치게 될 또다른 변화가 WLR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있게 이야기할수 있다.
아이콘사고싶어서그런데개추좀눌러줘용
일단 나부터 누름
고마우이
아직까지 이 앨범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좋은 글 덕에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들어야할지 알겠네요 고어코어라 이 글 보고 한번더 돌리러 갑니다 개추
이거 요즘 내려치기 많이 보여서 슬픔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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