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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벤트] Playboi Carti - MUSIC

title: KSGuma馬2025.04.15 00:20조회 수 826추천수 11댓글 12

Playboi Carti - MUSIC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그리고 <MUSIC>. 발매 이후 벌써 정확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MUSIC>은 어떤 앨범으로 기억되고 있는가? 또 한 번 힙합이라는 틀을 깨고 나온 혁신적인 작품? 아니면 <Whole Lotta Red>의 아성을 본인조차 넘지 못해 만들어진 범작? 우선 필자 역시, <MUSIC>이 훗날 <Whole Lotta Red>만큼의 컬트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으로 재평가될 여지는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누군가 내게 <MUSIC>의 발매 이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앨범의 발매 이후 전 세계 등지의 여러 커뮤니티에 <MUSIC>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평가와 담론을 나누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본작의 발매 이후 혹자는 한 블랙뮤직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그동안 새로운 장르적, 음악적인 시도를 통해 꾸준히 반항을 추구하던 인물이었으나 <MUSIC>에서 보여준 그의 반항은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작은 단순한 음악적 실험으로만 취급하기보다는 음악이라는 예술의 가치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급진적 시도이고, 그 저항성은 팝아트와 다다이즘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그 글의 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었다. 내 기준에서 여전히 <MUSIC>은 그의 넘쳐나는 아이디어들과 레퍼런스들이 과할 정도로 무식하게 얽히고설킨 작품이고, 나아가 그가 본작에서 속칭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리는 그러한 음악적 시도를 감행했다 할지라도 이가 앨범을 비평하는 데에 있어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그 퀄리티가 조약하기 때문이었다.

<MUSIC>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앨범이 지나칠 정도로 길다는 것이다. 물론 4년 동안 끌고 끌어온 앨범이기에, 전체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POP OUT"의 무성의한 코러스와 "EVIL J0RDAN"의 헛웃음만이 나오는 싸구려 총소리, 또 "WE NEED ALL DA VIBES"에서 Young Thug이 보여준 퍼포먼스와 "MOJO JOJO"의 Kendrick Lamar는 순수 재미를 자아내는 좋은 순간들이다. 최근 음악씬에서 무서운 속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2hollis를 흡수한 "I SEEEEEEE YOU BABY BOI"와 앨범에서 가장 큰 도파민을 느낄 수 있는 "GOOD CREDIT"은 분명 순수히 잘 제조된 트랙들이다. 이것들이 아니더라도 앨범에 듣기 좋은 트랙들은 분명 많다. "LIKE WEEZY"와 "RADAR"도 좋긴 좋았는데… 어째서일까. 그 좋은 이유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MUSIC>의 음악들은 지나칠 정도로 흐릿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MUSIC>의 단점이 드러난다. 리스너들은 (Drake의 최근 음악도 그렇고) 플레이보이 카티의 앨범은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가볍게 그루브를 타거나 즐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MUSIC>은 <Whole Lotta Red>가 될 수 없다. <MUSIC>은 음악 평론지 Sputnikmusic의 말처럼 일종의 거대한 러시안룰렛에 가까운 음반이다. 역동적인 인트로 "POP OUT" 이후 등장하는 황당한 "CRUSH"를 보라. <MUSIC>이란 작품을 온전히 즐기려면 최소한 모든 트랙들이 일정한 응집력을 갖고 운영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신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마저 아니다. <MUSIC>은 가볍게 바이브를 타는 음악으로조차 소비되기 어렵다. 이 멍청한 매력의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우리는 필요 이상의 집중력을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MUSIC> 발매 이후, 필자와 앞서 말한 혹자의 글처럼 정확히 양극화되는 여러 의견들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로 <MUSIC>이 성공한 앨범이라는 것은 충분히 증명된 것만 같다. 플레이보이 카티가 <MUSIC>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바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는 지난 4년간의 기다림에 보답하기 위해 30곡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앨범을 발표한 것일 수도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리스너들이 바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니즈를 충족하고 싶어 했을 수도 있고, 혹은 <Die Lit>에서 보여준 반항과 저항정신을 다시금 재기시키려고 했을 수도 있겠다. 물론, <MUSIC>은 정말 발매 이전 약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급조된, 별생각 없이 제조된 작품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MUSIC>의 발매 이후 정확히 1달이 지난 지금, 본작에서 플레이보이 카티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MUSIC>은 놀라우리만큼 뻔뻔스러운 앨범이고, 그 내용물조차 거대한 의미를 갖고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 이도 저도 아닌 30곡으로 꽉꽉 채워진 문제작을 앨범 하나로만 놓고 보았을 때 '성공한 앨범'이라고 단적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성공의 기준이 '플레이보이 카티에 대한 리스너들의 반응'에 초점이 맞춰질 때, <MUSIC>은 성공한 앨범이 된다. 현재 <MUSIC>을 둘러싼 여론은 정확히 양극화되고 있다. 몇몇 이들은 여전히 이 앨범은 레이지 씬의 혁신과도 같은 작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앨범에 관한 본인들만의 해석을 내놓고 이를 직접 재배열하기도 한다. 최근, 여러 힙합 커뮤니티들의 리뷰글들을 읽어 내리다 보면 '단순 앨범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그 표현에 가장 걸맞은 앨범은 <MUSIC>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MUSIC>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그 내용물과 음악이 아닌, 그 음악을 듣고 리스너들이 무엇을 떠올리고, 어떻게 반응하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닐까. <MUSIC>은 그러한 반응들이 총합되며 마침내 완성되는 작품이다. '과잉'이라는 단어로 정의된 현세대에서 그 과잉을 더욱 과장된 방식으로 돌려주는 이 앨범은 듣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듣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우리는 여전히 대답하기 힘들어한다.

 

Stream Playboi Carti - 2024 Forró Remix by Deaf | Listen online for free on  SoundCloud

이번 글은 유독 두서가 없습니다. 쓰면서도 이게 뭐지..싶었지만 일단 이대로 조심스럽게 제출해봅니다.

본작을 향한 저희 해석도 잘못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플레이보이 카티의 음악은 그런 식으로 소비되어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해요.

즐기면 되는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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