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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리뷰

온암18시간 전조회 수 693추천수 26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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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https://youtu.be/Z-48u_uWMHY?si=bpGGy-bmdqag7N-O

*풀버전은 w/HOM Vol. 20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lv7Ke2wvVGfxZbPGHr2zJVWLVahTgYdJ/view

 

 

I remember you was conflicted, misusing your influence.



⋯환기가 필요하다. 이 방은 묵은 공기로 가득 차 도통 견딜 수 없다. 꿉꿉한 먼지가 쌓일 대로 쌓인 낡은 LP 플레이어는 역설적인 곡조를 긁어낸다. “Every nigger is a star.” 뿌옇게 변한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낙관의 주문은 신경을 날 서게 만든다. 갇힌 듯한 기분이 목을 조여오고, 환기가 필요하다. 이대로 갇힐 수 없다. 날 옭아매는 번데기에서 이번만큼은 분명 탈출한다. 해방된다! “Hit Me!”

 

Flying Lotus가 창조한 드럼의 육신은 분명 기계 장치에 감금되지 않은 실재적 형태이며, Thundercat의 생동한 이중 베이스는 불균일한 유동적 파동이 되어 악곡에 생명을 부여한다. 전율적인 신디사이저는 세속적인 발상을 아득히 지나치며 검은 바다를 가르고, <good kid, m.A.A.d city>를 절대적인 클래식으로 숭상하는 혹자는 감히 신세계의 음악 전에 장르를 분간하려는 시도조차 행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피펑크의 George Clinton과 지펑크의 Dr. Dre가 “Wesley's Theory”라는 이름의 무대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대에 선 컴튼의 선한 소년은 황금만능주의의 달콤함에 중독된 젊은 래퍼와 미 정부의 얼굴인 엉클 샘으로 각각 분하며, 국가의 기득권 세력이 몇백 년 간 공들여 건설한 인종차별적 조세 정책이 경제관념이 부족한 흑인들의 과소비 본능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삶을 파멸시키는 제도적 모략에 대해 다룬다. 정말? 진정으로 이 정도의 기형 사회학만이 그가 입각하고자 하는 위대한 메시지를 암시하는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Wesley Snipes의 탈세 사례를 들어 제시하는 금융 이론은 정확히 어떠한 목적성을 가지고 기능하는가?

 

조금 더 상투적인 표현으로 돌아가자면, “Wesley's Theory”는 분명 힙합뿐 아니라 전 장르를 통틀어서도 가장 인상적인 ‘첫 트랙’임이 극명하다. 흑인 음악의 연표를 편찬한 최고 지성들이 각자의 재능을 적절한 선에서 발휘해 연주한 이 역사적인 인트로는 걸작의 서문이 마땅 갖춰야 할 자격들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 George Clinton과 Dr. Dre라는 두 거장을 초청하고도 음악 제작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뒤 Flying Lotus와 Thundercat이라는 음악가들을 전면에 배치한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앨범의 방향성과 더불어 켄드릭이 주도하는 블랙뮤직의 방향성을 정확하게 은유하고 있다. 한계까지 몰아붙이고자 하는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세금 징수원이 온다!’라는 풍자적인 선언을 끝으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For Free? (Interlude)”, 그리고 고작 2분 길이의 인터루드가 남긴 혼돈에서 “King Kunta”의 정갈한 펑크로 전환되는 일련의 흐름은 색소폰 하나만을 동원해 처리한 변환이라고 믿을 수 없이 깔끔하다.

 

https://youtu.be/_ZTYgq4EoRo?si=m0228PbrMlKwgWdE


이처럼 <To Pimp A Butterfly>가 악곡의 진행에 있어 여타 힙합 음반들보다 한 층계 위 고차원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는, 흑인 음악의 역사를 축약한 즉흥적인 세션 워크에서 혼돈 이론적으로 도출해낸 가장 우수하고 유기적인 종자들만을 채택해 수록한 가공할 음반 기획력 때문일 것이다. 샘플링에 의존하는 기성 힙합 작법보다 더 유기적이고, The Roots로 대표되는 실물 작곡보다 더 창조적이다.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을 만들기 위해 West Coast Get Down과 Robert Glasper와 어울렸고, Pharrell Williams와 Boi-1da에게 외주를 맡겼으며, George Clinton과 The Isley Brothers에게 다시금 젊은 손길을 내밀었다. 그렇게 제작한 거대한 원격 송캠프는 적법한 음악적 자원이 발굴될 때까지 — 역설적이게도, 이와 같은 제작 방식은 본작에 앞서 2010년대를 양분하는 라이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 결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켄드릭은 지휘자로서 그들에게 재즈를 요구하기도, 때론 펑크를 요구하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울을 요구하며 질서와 무질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그렇게 과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For Free? (Interlude)”의 하드 밥, “These Walls”의 농염한 알앤비 톤 네오 소울 프로덕션, Lalah Hathaway 샘플과 Knxwledge 특유의 금속성 퍼커션을 교차하며 싱코페이션을 적극 활용한 스윙 리듬을 돋보이게 한 “Momma” 등이 차출되었다.

 

고전들은 재해석되며 ‘새로운’, ‘진보적’, ‘실험적’, ‘전위적’이라는 관을 쓰고 조직을 구성한다. 훗날 <Drunk>, <Cosmogramma>, <The Epic> 등 이 시대 블랙뮤직의 대표작들을 거느리게 될 천재들을 지휘한 이는 고작 5피트 4인치의 웨스트코스트 래퍼였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 정도로 광대한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베이스나 드럼 대신 스탠딩 마이크를 쥔 연주자였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검은 날개를 펼치며 밴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 그는 그런 면에서 마치 새로운 D’Angelo와도 같은 존재였다. 인간군상에 대한 관조적 통찰력까지 갖춘 난세의 현인이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To Pimp A Butterfly>는 Soulquarians의 방법론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으나 — 정확히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했지만 — , <To Pimp A Butterfly>의 켄드릭 라마는 Soulquarians가 힙합과 소울에 뻗은 뿌리 중 가장 이상적으로 재조직된 궁극체였다. 새천년을 분기한 <Voodoo>와 <Things Fall Apart>는 Soulquarians가 이룩한 업적의 정점이었고, 네오 소울과 재즈 힙합의 목소리로 가장 지적인 시대정신이 외치는 요구였다. 세상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 침묵하고 있던 D'Angelo는 펑크로 다시 돌아와 오히려 과거의 반사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꽃피워낸 음악에 바친 애정과 경의에 <Black Messiah>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Chinua Achebe의 펜으로 써내린 <Things Fall Apart>의 The Roots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Harper Lee의 펜으로 써내린 <To Pimp A Butterfly>의 켄드릭 라마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D'Angelo의 2집과 The Roots의 4집이 그러했듯이, <Black Messiah>와 <To Pimp A Butterfly>가 담아낸 음악의 출신성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To Pimp A Butterfly>는 <Black Messiah>가 아니다. 켄드릭 라마는 블랙 메시아가 아니다. 그는 래퍼다. 그는 프로그레시브 소울과 펑크, 아방가르드 재즈를 랩 음악으로 재정의했다. 그가 래퍼이기 때문이다.

 

켄드릭이 민족적인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가장 진보된 형태의 블랙뮤직 프로덕션을 구축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본질적으로 여전히 <Section.80>의 20대 흑인 청년, 랩스타로 등극한 <good kid, m.A.A.d city>의 그 ‘good kid’이다. 단지 그가 래퍼로 성공하며 꿈과 성공 이상을 수용해야 할 고차원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뿐이다. 그는 ‘진짜배기’가 되었을 지 몰라도, 아직까지 번데기를 벗어나지도 못한 애벌레에 불과하다. 그가 장막을 들추고 보는 광경은 잔혹할 만큼 냉혈하며, 혐오과 욕망의 굴쇠를 깨뜨리지 못한 흑백 성조기의 땅이다. 그렇기에 전작의 위태로운 연장선상에서 위태로이 균형을 유지하는 켄드릭은 “Wesley's Theory”와 “For Free? (Interlude)”에서 내수적 경향의 문화적 은유들을 수놓으며 미국 정부가 그와 같이 성공한 흑인들을 대상으로 가하는 억압에 정면으로 맞서려 한다. 그리고 Curtis Mayfield와 DJ Quik을 합성한 펑크 힙합 “King Kunta”에서 그의 자부심은 극에 달한다. 2013년의 흉포한 독재 선언으로 방출한 호승심을 다시 회수하며, 정복 욕구는 비대하게 부풀려져 간다. 다리가 달리지 않은 쿤타 킨테를 자처하는 그는 성공한 흑인의 표본으로서 컴튼에서 치킨 윙 댄스를 추며 문화적 자긍심을 양껏 표출한다. 정말? 승리감에 도취된 채 이대로 여정을 끝낼 것인가? 켄드릭은 그에게 어느 때보다 영광스러울 순간에 오히려 의심을 가진다. “I remember you was conflicted.” 그리고 이 시점에서 다시 질문해보자. 켄드릭 라마가 Wesley Snipes의 탈세 사례를 들어 제시하는 금융 이론은 정확히 어떠한 목적성을 가지고 기능하는가? 그는 정말 미국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만을 비판하고자 논란의 법적 분쟁을 조명했는가? 어째서 눈을 가린 채 달콤한 기만에 순순히 넘어가는 흑인들의 존재는 등외시되는가?

 

“Institutionalized”는 자기혐오를 상징하는 첫 분기점이다. 일방적으로 백인중심적인 미국 정부의 행보를 강력히 비판하고 게토의 비극적인 삶에서 서정적 면모를 탐구하는 여타 의식적인 힙합 음반과 달리, <To Pimp A Butterfly>는 커뮤니티의 악습에 처음으로 눈길을 돌려본다. 출신이라는 운명에 지독하게 얽매여 성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켄드릭은 본질적인 공허함에 마주한다. 그 자신의 우상이었던 Slick Rick의 스토리텔링처럼 켄드릭을 철저히 타자화시키는 웨스트코스트의 지박령은 청중을 연극으로 초대하고 이해 범위를 확장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These Walls”을 좀 더 광활한 범위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요컨데, Terrace Martin의 관능적인 프로덕션이나 켄드릭의 유려한 래핑, Anna Wise와 Bilal의 앙상블 외에도 시적인 만큼이나 자세한 성관계 묘사, ‘벽’의 다중 의미나 <good kid, m.A.A.d city>의 시퀄, 그리고 다시 조리개가 축소됨과 동시에 켄드릭을 지배하고 있는 분노와 자괴감의 페이소스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Momma”는 원론적 탐구를 상징하는 분기점이다. 켄드릭이 “Control”의 대란으로 랩의 루키들을 링 위에 올린 후 택한 다음 행보는 불씨를 랩 게임에 남겨놓은 채 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는 본작에 자기혐오를 마주하며 무릎 꿇린 자아로 하여금 다시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회귀하게 하는 전개로 반영된다. 래퍼로서의 성공에 대해, 나에 대해, 인종에 대해. 이 세 가지의 개념은 각각 “Hood Politics”, “How Much A Dollar Cost”, “Complexion (A Zulu Love)”에서 구체화된다. 세 곡의 훅은 도그마의 영적 권능을 대변하고, 켄드릭은 기독교적 관점과 범아프리카주의에 근간해 그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자아성찰과 역사적 탐구를 병행한다. 그리고 이 두 분기점 사이를 양분하는 ‘u’와 ‘Alright’의 정서적 낙차만큼이나 본작의 전개는 극적인 설득력을 갖춘다.

 

https://youtu.be/4wZytWFm7x0?si=tPRcPTg5f3rdpGDL


‘극적이다.’ 혹자는 켄드릭 라마의 디스코그래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곤 한다. 아직 충분히 익지 않아 적절한 보조관념을 물색하지 못한 <GNX> 정도를 제외한다면, <Section.80>는 다큐멘터리, <good kid, m.A.A.d city>는 영화, <To Pimp A Butterfly>는 시, <DAMN.>은 수필, <Mr. Morale & The Big Steppers>는 연극이라고. 사실 각각의 앨범이 비유되는 매체에 대한 교집합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켄드릭 라마’라는 거대한 일대기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기에 연출의 측면에서 전작이나 후속작의 속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To Pimp A Butterfly>를 일컬어, 이 음반에 연극적 요소나 시네마틱한 순간이 전무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잘 만든 예술 작품은 인류보편적인 공감을 얻기 마련이다. 특히 그것이 영화 같이 고차원적인 경지의 매체일 때는 더욱 말이다. 켄드릭 라마는 치밀한 연출력과 지금껏 힙합이 경험하지 못한 메소드의 연기로 본작의 음악이 제공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네오 블랙스플로테이션의 경지까지 끌어올린다. Kamasi Washington의 음험한 색소폰 연주 위 베테랑 배우를 방불케 하는 급박한 호흡으로 극에 달한 자기혐오를 토해내는 그의 메소드를 목도하라. 랩의 형태로 가장한 그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God Is Gangsta” 영상 속 그의 모습을 상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To Pimp A Butterfly>의 장르를 구태여 고려하지 않아도, 우리는 본작이 제공하는 음악적 엔터테인먼트 — 당신이 흑인 음악에 비교적 친숙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사운드의 결과 그루브를 만끽할 수 있는 가정 하에 말이다! — 와 켄드릭의 친절하고도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라가기만 해도 그 대부분의 감흥이 온존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본작의 문화적 레퍼런스를 타 힙합 음반들의 리릭시즘과 빗대어 볼 때, 절대적인 수준에서 결코 그 수량이 많거나 전문적인 수준이라고 평하기에도 역시 어렵다. 다시 말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걸작들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엉클 샘, 프리 재즈, Parliament-Funkadelic, 성경, <Roots>, 흑표당, 네오 소울, Trayvon Martin, 흑인 민권 운동, 남아프리카 공화국와 Nelson Mandela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 본작의 메시지가 선사하는 감동은 더욱 지대해지겠으나, 어디까지나 소폭이다. 결국 <To Pimp A Butterfly>는 흑인 메시아의 성서가 아닌, <good kid, m.A.A.d city>의 주인공이 온전한 모습의 흑인 스타로 거듭나는 성장 서사이기 때문이다. 본작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신자들이 특기해야 할 점은 오직 켄드릭의 자기성찰적인 낱말들과 감정선뿐이다. 후대에 <Mr. Morale & The Big Steppers>가 남긴 수많은 의문들과 <To Pimp A Butterfly>의 직관성을 대조해볼수록 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To Pimp A Butterfly>는 그 창조자의 가장 진솔한 앨범이 요구했듯 음향적 단서들을 몰색하게 하거나, 개인사에 지나치게 이입하게 하거나, 감정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존재가 그 모든 원소들을 포함하며 가장 이상적인 결정체로 편성 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The Blacker The Berry”의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흑인 민권 운동의 역사와 미국 정치사를 모두 암기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순수한 분노와 혐오의 정서만이 호흡의 주도권을 지배할 뿐이다. 고전 흑인 음악에 대한 애향적 프로덕션 중 가장 파격적인 순간에는 Funkadelic의 영향이 저명한 “It's Your Thing” 드럼 샘플에 포식당해 탄생한 강렬한 붐뱁 비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Assassin의 주술적 광분과 켄드릭의 야수적인 플로우가 존재한다. 이들은 이해되거나 학습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 무엇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청자의 뇌리를 장악할 뿐이다. 켄드릭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감정적으로 자제되지 않은 채 비이성적인 분노, 억압받은 자존감의 반향인 비대한 자아와 피해망상을 노출한다. 그리고 그의 표현이 가장 인종차별적이고 규정적으로 변할 때, “So why did I weep when Trayvon Martin was in the street? When gang banging make me kill a nigga blacker than me? Hypocrite!” 흑인우월주의적으로 해석되었던 문장들을 모두 민족혐오적으로 전환하며 첫 벌스의 복선을 완벽히 회수한다. ‘u’의 자기혐오 정서 극대화, 앨범 내내 중시되었던 흑인 사회에 대한 자가적 고찰, 천재적인 빌드업과 반전 연출까지 “The Blacker The Berry”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그리고 이 순간은 켄드릭이 도출할 현명한 결론을 위해 그를 지배하고 있던 정서적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필연해야만 했다. 아웃트로에 사용된 Terrace Martin의 연주곡이 반전의 여운을 맞이할 시간만을 마련하는 건 아니다. 블랙 프라이드를 애정으로 눌러담은 Rapsody의 이상향적인 벌스 바로 다음에 배치된 것은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민족적/반민족적 통한이었다. 그리고 그 불편한 진실을 애써 숨기지 않고 실재적으로 표출했기에 그는 마침내 속박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켄드릭은 이 음반을 제작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어주었던 거장들에게 자유의 영광을 돌린다. Parliament 특유의 낭만적인 신스 포르타멘토가 갱스터 힙합이 아닌 네오 소울과 컨셔스 랩이 되는 뭉클한 순간의 “You Ain't Gotta Lie”는 결론의 도입부에 해당한다. 과시하기 위해, 집단에 어울리기 위해 본연의 정체성과 다른 가면을 쓸 필요 없다며 점잖게 타이르는 — 그가 유독 문화의 참칭자들을 끈질기게 혐오하는 이유일 것이다. — 켄드릭의 비음은 격노의 파도가 쓸고 간 감정선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어준다. ‘Be yourself,’ “i”는 이 궁극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유독 샘플 사용을 자제하고 세션 연주를 주로 운용했던 켄드릭의 고집이 소울 음악을 상징하는 위대한 밴드에 예우를 갖춰 샘플링한다는 방법으로 부정되는 음악적 전략은 서사상의 하이라이트와 맞물리며 압도적 규모의 카타르시스로 승화된다. 그가 신을 언급하는 순간 “Alright”의 데자뷰가 뇌리를 스치지만, 이는 결코 동어반복이 아니다. “Alright”은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낙관이지만, “i”는 그가 근본으로 회귀해 “Complexion (A Zulu Love)”의 Martin Luther King적 관점과 “The Blacker The Berry”의 Malcolm X적 관점 사이에서 찾아낸 오직 켄드릭 라마만의 해법이다. 이는 Pharrell Williams와 The Isley Brothers의 차이이고, 동시에 단순히 기술적으로 발전된 플로우와 어떠한 제한에도 구애받지 않는 영적인 플로우의 차이이다. “Alright”에서 켄드릭은 홀로 되뇌인다. 반면 “i”에서 그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서 자존감을 박탈하고 정체성을 규정하던 단어의 저주를 파괴하고, 에티오피아 출처의 의미로 환기하며 혈통의 고유성과 자부심을 래퍼로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조명한다. 번데기가 벗겨지는 순간, 개인의 자아성찰로부터 시작한 각성이 흑인 사회 전체와 나아가 인류 전체로 확장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자기애라는 결론은 분명 비단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일종의 통념이다. 켄드릭이 그 결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고되고 민족적인 여정을 택했을 뿐, “i”로 수렴되는 <To Pimp A Butterfly>의 메시지는 결국 인류보편적이다. 그러나 “Wesley's Theory”의 착취는 아직 하나 더 남아있다. 유명세. 흑인 스타가 불완전성을 감내하고 힘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https://youtu.be/8aShfolR6w8?si=8DOG2TKdps3Prd8E


켄드릭 라마는 언제나 걸작의 글꼬리에 질문을 남긴다. “Real” 후 “Compton”의 스킷이 그러했고, “DUCKWORTH.”의 역재생 기법이 그러했다. “Mortal Man”은 이상적인 엔딩일 수 있었던 “i”를 밀어내고 ‘When shit hit the fan, is you still a fan?’이라는 중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자기애라는 가장 이상적인 해법을 제시한 그가 아직까지도 불안형 애착의 저주에 몸부림치며 사랑과 신뢰를 요구하는, 곡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비극이자 역설이다. 예술가의 개인적 결점이 업적의 발목을 잡을 때, 세상은 그들이 추대한 지구상 최고의 스타를 억울하게 희생시켰듯 필요를 다 한 리더와 선지자를 가차없이 버릴 것인가? <To Pimp A Butterfly>는 전작보다도 상업적으로 저조했다. 그의 결론은 흑인 사회의 청사진이 되지 못했고, 그의 관점은 많은 이들로부터 거부당했다. 폭스는 그의 가사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또 다른 혐오를 양산했고, Donald Trump가 당선되었다. 그래서 켄드릭은 <DAMN.>을 만들었다. 문제의 근원을 보다 깊은 자아성찰로 해결하려 했으나, 사람들과 마블 스튜디오는 “FEEL.”보다 “HUMBLE.”을 사랑했다. 사람들은 퓰리처로부터 인증받은 그의 메시지를 소비하길 즐겼으나 세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BLM의 행진가는 “i”가 아닌 “Alright”이었다. 본질의 표면만을 욕망하는 세상을 탓하기 이전에, 그 자신마저 결국 모순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더 비대해지기 전에 그의 모순을 해결해야만 했다. 허나 대신 인정하고 말았다. <Mr. Morale & The Big Steppers>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영웅의 아름다운 패배 선언이었다. 이제 그는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가 신분을 되찾고 첫 번째로 한 일은 일단 캐나다 래퍼의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부정하는 것이었다. 네 차례의 공격으로 그는 Drake를 만인의 적으로 전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주변을 돌아보자. 전 세계에서 재생되는 Drake의 장송곡, 틱톡 챌린지를 양산할 만큼 컬트적이었으나 진의를 읽을 수 있는 이는 실 관객의 0.01%도 되지 않을 슈퍼볼 하프타임쇼, “luther” 바이럴. 과연 무엇이 또 남았나?

 

<untitled unmastered>에서조차 믿을 수 없이 우수했던 <To Pimp A Butterfly> 송캠프의 실험적인 앙상블은 자취를 감췄다. 그는 loopmasters 샘플을 사용해 만든 비트 위에 랩을 하거나, Playboi Carti의 새로운 프로듀서가 만든 비트 위에 랩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Not Like Us”와 <GNX>로 미루어볼 때, 10년 전과 같은 내향형의 지성을 더 이상 접하긴 요원해보인다. 그는 여전히 다중적 은유를 사용하기를 즐겨하는 완벽주의자일지 모르지만, 그가 평균적으로 음악에 담아내는 역량은 분명 그의 최선이 아니다. 그는 이전처럼 필요 이상으로 자기비하적이기보다, 필요 이상으로 오직 Drake를 비하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집착의 대상이 변경된 것일까? 그의 음악은 점점 더 간단하고 저차원적인 형태로 개조되어가는데, 그 자신의 인간상은 점점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뒤틀리고 있다. 이제 켄드릭 본인의 팬들조차 그의 행동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너무 고차원적이거나, 혹은 모순적이기에. 사실 그 모든 분석과 미사여구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현재의 켄드릭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To Pimp A Butterfly>에 잔존해있다. Dr. Dre와 Snoop Dogg 초빙, “Loving You Ain't Complicated” 샘플, “The Blacker The Berry”, 앨범을 함축하는 시의 조각들이 가리키는 곳. 그의 본성이 인류애적인 평화주의자에서 가끔씩 잔혹한 야만전사로 돌변하는 이유, Pop Out의 붉은 후드티와 십자가 체인.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가 잠시나마 ‘To Pimp A Butterfly’가 아닌 ‘Tu Pimp A Caterpillar’로 회귀하는 공간.

 

“The ground is gonna open up and swallow the evil.”
-2Pac, "Mortal Man" 中



그는 계속해서 인터뷰어의 고백을 경청하고 있었다. 단지 그가 화면 밖에 있었을 뿐이다. 1994년 투팍(2Pac)의 인터뷰를 재구성해 20년 전의 과거와 생생한 담론을 나누는 <To Pimp A Butterfly>의 천재적인 엔딩은 본작을 고전으로 추대한 미국 흑인 문화의 역사적인 순간이다. “California Love”의 뮤직 비디오 촬영장에서 멀리나마 그의 존재를 접했을 때부터 켄드릭에게 언제나 가장 큰 영감은 투팍이었고, 돌아보면 지난 10년 간 가장 각광받았던 그의 행보조차도 팍의 위대한 족적을 벤치마킹하려는 동경심에 뿌리하고 있었다. 투팍은 여전히 25세의 청년으로 남아있지만 그의 철학은 초월성을 지니고 있기에 켄드릭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투팍의 영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묻는다. 땅에 대해. 불굴의 인간성에 대해. 흑인 사회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난세에 흑인 스타와 예술가의 의무에 대해. 투팍은 그의 제자가 진솔한 만큼이나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그는 최대한 많은 경험과 지혜를 켄드릭에게 전수하려 노력하고, 동시에 94년에 남아있는 그의 낱말들이 아직까지도 현재의 미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절망적인 비전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했듯, 그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모순과 죄악에 삼켜지는 대신 그 이상의 존재로 등극해 선영향을 남기는 것. 그렇게 언젠가 동굴을 밝힐 수 있는 불씨를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것. Tupac Amaru Shakur는 Kendrick Lamar Duckworth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해답을 알려줄 순 없다. 왜냐하면 그는 지나간 시간선에 남겨진 과거의 나비이니까. 팍은 사라지고, 켄드릭 혼자만이 남는다. 이제 진리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것은 온전히 켄드릭의 몫이다. 그 이후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그는 정말 새로운 흑인 스타가 되었는가? 그의 모순은 문화적 사명이란 미명 하에 미화될 수 있는가? 남은 질문은 이전보다 많지만 투팍은 정진하길 택했다. 켄드릭 또한 걸어가고 있다. 그가 최고의 래퍼로 기억될 것이라는 영광과 인간적으로 불완전한 행보를 구태여 대조하는 데 집중할 필요는 없다. 그가 남긴 최고의 유산은 경쟁과 혐오도 아닌 화합이기에, 불꽃은 최후의 그날까지 기억될 여러 이름을 거치며 번질 것이다. Pac, 모순적인 경전의 책장을 고이 덮어주며. Pac, 원죄를 감내하는 강인한 역설의 전철을 밟으며. Pac, 검은 나비의 작은 날개짓으로 언젠가 일 폭풍을 기원하며.

 



He can no longer see past his own thoughts, he's trapped. When trapped inside these walls certain ideas take root, such as going home, and bringing back new concepts to this mad city. The result? Wings begin to emerge, breaking the cycle of feeling stagnant. Finally free, the butterfly sheds light on situations. That the caterpillar never considered. Ending the internal struggle. Although the butterfly and caterpillar are completely different. They are one and the same.


『To Pimp A Butterfly』, 2015.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3789038555

 

저는 이 리뷰를 <To Pimp A Butterfly>와 유사한 방법으로 집필했습니다.
먼저 앨범에 대해 떠오르는 발상, 감상, 정보, 관점들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모두 적어내린 후, 거기에서 괜찮은 표현들을 골라 리뷰의 형태로 정렬시켰죠.
원래 창작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작품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감상을 남길 때에는 필연적으로 창작자의 입장에 과하게 몰입하게 되는 매니아로서의 고질병이 있는데, <To Pimp A Butterfly>의 경우 "Mortal Man"에 대해 쓸 때 이입을 너무 많이 해서 눈물까지 흘렸던 것 같네요.
제가 "Mortal Man"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Prayer"라는 미발매곡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두 곡이 상당히 유사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어서...
마이클 잭슨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언제나 울컥해요. 투팍과 켄드릭이 대화를 나눌 때는 나 또한 방청객이 되어 그 둘의 질의응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켄드릭 라마는 사실 10년 전부터 언제나 전성기에 있었던 래퍼였지만, 요즘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명해졌죠.
드레이크와의 디스전, GNX, 슈퍼볼 하프타임쇼가 결정적이었고... 특히 슈퍼볼 하프타임쇼 이후 제 체감상 켄드릭의 인기가 엄청나게 상승했던 게 느껴졌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군대에 갇혀있는 몸이지만, 동기들이 "Not Like Us"와 "luther"를 따라부르고 켄드릭의 춤을 틱톡 댄서들처럼 추는 모습을 보면... 켄드릭의 인기를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전 "Money Trees"가 틱톡에서 바이럴될 때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거든요. 현재 대중음악에서 가장 가치 있는 메시지를 음악의 형태로 제시하는 예술가의 작품이 마치 한철 유행처럼 소비되는 행태가 너무 두렵습니다. 대중들은 언제나처럼 다 소비하고 나면 헌신짝처럼 버릴 테니까요. 마치 켄드릭이 우려했던 그대로...
그렇기에 과거의 켄드릭은 예술의 본질을 고수하려 그 누구보다 노력했던 아티스트이지만, 포스트 <Mr. Morale>의 켄드릭은 좀 상이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의 본질이 변하진 않았지만, 많은 것과 타협한 게 느껴져요. 자신의 행보에 이전보다 확신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그래서 전 다시 <To Pimp A Butterfly>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가 가장 위대했던 순간. 그가 순수한 예술가의 형상에 가장 가까웠던 시절. 그가 변화를 만인에게 납득시킬 만한 걸작을 또 하나 가져오면 그제서야 안심하게 되려나요?

이 역사적인 음반이 어느새 10년이나 되었다는 것을 체감하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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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title: Diddy모든장르뉴비Best베스트
    6 10시간 전

    이게 인글 못가고 묻힌게 이해 안되네

  • 4 12시간 전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서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TPAB로 회귀할 때에 감상은 그 시절의 켄드릭의 송캠프를 예상하면서 듣는 부분 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글로 입체적으로 그려지기에 재밌게 봤네요. 하지만 지금의 켄드릭은 TPAB 에라로 돌아갈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의 켄드릭이 더 행복해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배경 아래에서 들은 GNX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디까지나 그 주체는 실재하고, 여전히 음악으로 보여주니까요.

  • 1 18시간 전

    와 10주년이구나 선추후감

  • 1 18시간 전
  • 온암글쓴이
    18시간 전

    MUSIC을 들으며, 켄드릭은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네요.

  • 1 17시간 전
  • 1 17시간 전
  • 1 16시간 전
  • 1 16시간 전
  • 4 12시간 전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서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TPAB로 회귀할 때에 감상은 그 시절의 켄드릭의 송캠프를 예상하면서 듣는 부분 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글로 입체적으로 그려지기에 재밌게 봤네요. 하지만 지금의 켄드릭은 TPAB 에라로 돌아갈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의 켄드릭이 더 행복해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배경 아래에서 들은 GNX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디까지나 그 주체는 실재하고, 여전히 음악으로 보여주니까요.

  • 온암글쓴이
    8시간 전
    @앞날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MOJO JOJO의 켄드릭을 듣고 살짝 긴가민가했습니다 ㅋㅋㅋ

  • 1 10시간 전

    Gkmc 가 내 귀엔 20배쯤 더 좋다...

  • 6 10시간 전

    이게 인글 못가고 묻힌게 이해 안되네

  • 5시간 전
    @모든장르뉴비

    카티 때문이야..ㅠㅜ

  • 1 9시간 전

    정말 고심해서 쓰신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Alright이랑 I 대조해서 쓰신 부분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TPAB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온암글쓴이
    1 8시간 전
    @FINNIT

    Alright이란 곡이 왜 하필 저 위치에 배치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나온 결론이었네요. 감사합니다.

  • 1 4시간 전

    "​Flying Lotus가 창조한 드럼의 육신은 분명 기계 장치에 감금되지 않은 실재적 형태이며, Thundercat의 생동한 이중 베이스는 불균일한 유동적 파동이 되어 악곡에 생명을 부여한다. 전율적인 신디사이저는 세속적인 발상을 아득히 지나치며 검은 바다를 가르고" 같은 식의 표현은 늘 그렇지만 재밌네요. 온암님의 사운드 묘사? 스타일은 어휘나 비유 같은 부분에서 (저는 영원히 스스로는 떠올리고 쓰지 않을 종류라서)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배우기도 하고요.

    일전에 Tomboy님께서 TPAB을 리뷰하시면서 이 앨범을 위한 명패로 하나를 고른다면 '익스페리멘탈'을 고를 것이라고 하셨는데, 온암님의 "한계까지 몰아붙이고자 하는 프로그레시브"라는 말도 일맥상통하는 지점 같네요. 다음 문단에서 짚으셨듯 TPAB은 정말 "한 층계 위 고차원"에 있는 듯한 프로덕션이 "가장" 돋보인다고 저는 생각해서. 메시지만으로 위대해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저 역시 TPAB을 이해, 혹은 소위 느끼기 위해 흑인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 등을 가져야 한다는, 직설적으로 "흑인이어야 한다"는 관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애라는 결론은 분명 비단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일종의 통념"이고, "켄드릭이 그 결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고되고 민족적인 여정을 택했을 뿐, “i”로 수렴되는 의 메시지는 결국 인류보편적"이니까요. 자아 성찰 따위의 주제가 그토록 인종/문화/정치/역사적으로 한정된 주제였다면, 인류의 문화사 전체가 부정되어야 할 겁니다.

    리뷰를 읽다 보니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TPAB 이후의 켄드릭 라마, 콕 집어 GNX의 켄드릭 라마를 뭔가... 애정하거나 이해하고 포용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그를 지나치게 신성시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최고의 래퍼로 기억될 것이라는 영광과 인간적으로 불완전한 행보를 구태여 대조하는 데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저는 좀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네요ㅋㅋ

  • 3시간 전

    약간 딴 얘기인데 제가 힙합엘이 하던 2년? 정도 사이에 본 모든 리뷰 중 최고 수준인 듯

  • 4시간 전

    양질의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4시간 전
  • 1 4시간 전

    이렇게 기다란 분량 속에서 어떻게 무의미한 구간이 단 하나도 없냐....진짜 읽으면서 감탄밖에 안 나왔습니다..

  • 4시간 전

    저 글 준비중이얐는데... 미친 명필을 본 순간 의욕이 사라지네요

  • title: Kendrick Lamar (4)AMW
    3시간 전

    쳐도른 글이네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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