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790048528
전설이라 불리던 사내는 잠시 사바세계를 떠났다. '꿈에서라도 너를 만나, 다시 사랑하기를' 바라는 기원과 함께. 그리고, 그가 돌아오기까지, 우리 모두는 그의 이름이 좋든 싫든 언급되었던 수많은 일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21세기의 가장 아이코닉한 케이팝 스타였던 그가 펼쳤던 길을 따라 BTS, 블랙핑크 등의 후배들이 북미 팝 시장까지 정복하였다. 그에게는 개척자라는 존경이 붙었지만, 그만큼 후진들에 비해 존재감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오랜 동료의 끔찍한 만행으로 인해 그의 그룹은 해체 직전까지 몰렸었고, 그 자신도 오해와 누명으로 인해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 숱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성공적이었다. 여전히 세계 제일의 명품 브랜드의 앰베서더였고, 나이키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성공하며 그 상징성이 변치 않았음을 보여줬다. 모든 영욕의 역사를 지나고 지드래곤이라 불리는 이 사내가 마침내 돌아왔을 때, 언제나 그렇듯 숱한 이야기와 논쟁이 이어질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일단은 그의 귀환은 성공으로 보인다. "PO\ER"로 오랜만에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는가 하면, 대중적인 지지의 지표인 음원 차트 성적은 다시 한번 고공행진했다. 자신의 옛 동료들과 다시 한번 조우한 MAMA에서의 공연은 그의 완벽한 복귀를 증명하는 일종의 승전 선언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지드래곤의 8년 만의 앨범을 듣고 있다. 기대치가 높았음을 알고, 그 간의 이야기도 잘 알며, 어쩌면 이에 대한 갑론을박 또한 치열할 것임을 또한 잘 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그저, 들은 바 그대로 이 초인 - <Übermensch>의 서사를 이 리뷰를 통해 재구성해 볼 생각이다.
현재 동원 가능한 빅뱅 멤버들이 총동원된 게스트 라인업과 곡 제목, 내용에 이르기까지 작정하고 빅뱅의 향수를 노리는 용도의 "HOME SWEET HOME"을 제하고 본다면, YG 사단의 개입은 생각 외로 적은 편이다. 대신 <Still Alive>와 <쿠데타 (COUP D'ETAT)>에서 함께 했던 보이즈 노이즈(Boys Noize)의 비중이 대폭 상향한데다 상당수의 해외 프로듀서들이 개입하며 앨범은 지드래곤의 솔로 프로젝트 중 가장 댄스 팝에 가까운 노선을 취하게 되었다. 프로듀싱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만 봐도 이는 명확해진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만 해도 훵크와 팝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고, 디스코의 영역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인 나일 로저스, 하우스와 뉴 디스코를 상징하는 팀인 저스티스(Jus†ice)에서 차출된 자비에 드 로즈네(Xavier de Rosnay)에 이르기까지 훵크-디스코-하우스와 신스 팝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맥락이 읽힌다. 전술했듯 앨범에서 가장 추억에 가까운 넘버인 "HOME SWEET HOME"도 신디사이저의 운용과 락킹한 드럼라인에 이르기까지, 방향성만 따지고 본다면 전술된 사실을 그대로 공유하게 된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넵튠즈와 팀발랜드의 영향이 뚜렷한 "PO\ER"까지 이러한 훵키함의 자장 안에 위치한다.
문제는 막상 이렇게 되니, 앨범에서 이 경향을 비껴가는 두 트랙 - "DRAMA", "보나마나(BONAMANA)" - 의 이질감이 유독 눈에 띈다는 부분일 것이다. 각각 팝 발라드와 얼터너티브 락의 방법론을 택하고는 있으나, 이 트랙들에서 지드래곤 특유의 가는 톤과 꼬인 발음이 여느 때보다 짙게 드러나는지라 갈리는 호불호와 강한 이물감은 곡의 질을 떠나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그동안의 지드래곤이 보여준 장르 소화력과 이를 자신의 아우라, 카리스마와 멋들어지게 융합해내던 모습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미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드래곤이 겪어온 숱한 풍파를 고려한다면, 자연스레 앨범의 내용에도 눈길이 가게 된다. 다만, 아무래도 대부분 한국인일 수밖에 없는 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유례없을 정도로 많아진 영어 가사와 불분명해진 발음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앨범의 제목이자 주요 키워드인 '위버멘쉬(Übermensch)'에서 힌트를 찾을 수밖에 없겠으나, 그마저도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물론 선공개된 2곡에서 복귀에 대한 의지와 심정을 노래해온 것은 익히 알고 있고,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대중과의 관계를 파국 직전의 연인의 은유로 드러냈을 가능성이 농후한 "DRAMA"도 선뜻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저항에서 오는 고통을 쉼 없이 극복하고, 인간적인 척도를 항상 넘어서고자 하는 존재인 '위버멘쉬'와 앨범의 허리를 이루는 통속적인 러브 송이 어떤 연관을 이루는지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오랜 기다림과 지드래곤이 지닌 상징성에 비해 앨범의 소프트웨어는 다소 평이한 위치에 머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Übermensch>는 음악적으로 성공적인 앨범은 아니다. 물론 지드래곤이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기존의 결과물을 자신이 지닌 강한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증폭 시키는데 능한 인물임은 감안하여야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만의 앨범 단위 결과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짧고 단출한 이 앨범은 기존의 거대한 폭발력이 부재한 상태로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 그렇다고 '자연스러운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가 전성기 시절 - 그러니까 <GD&TOP>에서 <쿠데타 (COUP D'ETAT)>에 이르기까지 - 에 보여준 능숙한 장르 전환과 당당함을 떠올려본다면, <Übermensch>의 지드래곤은 너무도 노쇠해졌고, 여전히 지침이 가시지 않아 보인다. 물론 누군가는 이리 반문할 것이다. '절대적인 질이 낮은 앨범은 아니지 않느냐?' '대중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으냐?' 물론 어느 정도는 합당한 지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드래곤이라는 인물이 지닌 역량과 파급력이라면, 그리고 그로써 나일 로저스부터 앤더슨 팩, 저스티스 등 검증된 인력들까지 불러 모았다면, 결코 '평이하다'로 끝나서는 안 되었고, '아쉽다'는 말은 더더욱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지드래곤을 믿는다. 앨범의 발매 과정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격적으로 드러난 그의 인간적인 부분들은 여전히 매력적이었기에. 그리고, <Übermensch>까지 오는 길은 한없어 뵈는 극복의 과정이었음을 이해하기에. 한 번 극복해낸 이 상처 많은 초인이 다시 우뚝 설 그날을 고대하게 하는 앨범이었다.
Best Track: PO₩ER, GYRO-DROP
https://drive.google.com/file/d/1I-HMcEUaOTxiT4cA81FIeR79PFlhagpJ/view
본 리뷰는 HOM#22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정성넘치는 리뷰는 추천부터 누르고 읽어봄
리뷰 공감 ㅇㅈ
보나마나 이질감 너무 커요
근데 말은 이렇게 했어도 사실 저 위버멘쉬 꽤 나쁘지 않게 들었어요
세간에서 말하는 만큼 찬양받을 그런 앨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비토당할 앨범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밋밋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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