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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1986~2024 연도별 최고의 힙합 음반들 🎄

title: SANTA DOOM온암12시간 전조회 수 804추천수 26댓글 32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최신화를 시켜봅니다. 비공식적 아기 생산의 날에도 만날 사람이 없어 커뮤니티나 끄적이고 있는 모든 솔로 힙합 너드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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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2024년까지

 


 

1986년부터 1989년까지는 이 글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hiphople.com/fboard/27341458

 


1990
A Tribe Called Quest -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s of Rhy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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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4.17​

지금에 와서야 그 시절을 회상해본다면, Native Tongues 크루의 최종 승자는 막내 격이었던 A Tribe Called Quest였다. 그리고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s of Rhythm>이 당시 기준으로 얼마나 세련된 작품이었는지 체감할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 30년 전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들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보다도 De La Soul과 Large Professor의 영향이 더 강하게 관측됨에도 불구하고, Q-Tip은 분명 지향하는 바가 명확했던 음악가였다. 선배들의 업적에서 한 칸 앞서나가 재즈 음악으로서 그만의 보헤미아를 노래했던 Tip은 그룹을 홀로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멤버들은 각자의 기능에 충실히 집중한 결과, 얼터니티브 힙합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데뷔 앨범이 탄생했다.

Recommendation

-Push it Along

-Bonita Applebum

-Can I Kick It?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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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c Enemy - Fear of a Black Planet

거침없는 하드코어로, 그 어느 때보다 웅대한 자유 투쟁의 귀환

• Ice Cube - AmeriKKKa's Most Wanted

절제된 분노를 담은 주먹이 가장 위력적인 법

• Brand Nubian - One for All

Brand Nubian의 얼터니티브는 대체가 아닌 회귀에 가깝다



1991
A Tribe Called Quest - The Low End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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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9.24​

A Tribe Called Quest의 사전에 소포모어 징크스란 존재하지 않았다. Q-Tip은 타 멤버들의 참여 비중을 대폭 확장시켰고, Phife Dawg과 Muhammad는 훌륭히 응수했다. Tip의 감식안 하에 재즈 음악의 베이스 라인과 드럼 브레이크 여럿이 차출되었고, Muhammad는 샘플을 가공했으며, Phife는 이전보다 더욱 기상천외한 라임을 갈고 닦았다. 당시 스무 살 남짓했던 청년들에 의해 재즈는 그렇게 힙합이 되었다. <The Low End Theory>의 의의는 비단 음악과 작사법 양면에서 재즈에 대한 참고를 이상적인 형태로 제작했을 뿐 아니라, 난잡한 맥시멀리즘 중심이었던 동부 힙합의 작법을 대폭 축소시켰다는 데 기인한다. 생각해보라. 그 어떤 작품의 드럼이 본작의 그것만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며, 그 어떤 래퍼가 이들의 영민한 말장난을 목도하고선 펜촉을 갈고 닦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Recommendation

-Buggin' Out

-Check the Rhime

-Jazz (We've Got)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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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ughty By Nature - Naughty By Nature

쉴 새 없이 질주하는 드럼 브레이크와 래핑의 저력

• Geto Boys - We Can't Be Stopped

휴스턴 힙합이 지성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 Main Source - Breaking Atoms

수많은 기류를 뒤집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힙합 작법의 소규모 핵분열

 


1992
Dr. Dre - The Chr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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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15

Dr. Dre는 성공적인 독립과 웨스트코스트 힙합만의 독자적인 사운드 창조라는 두 가지의 대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전까지 단순히 N.W.A 출신의 유망한 프로듀서였던 그에게 영감이 된 것은 Parliament와 Funkadelic의 피펑크였다. 컴튼의 새로운 스타인 자신에게 신시사이저가 지닌 사이키델릭의 속성을 스웨거의 파형으로 재부여하며, Dre는 홀로 약동하던 지펑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브레이크비트와 베이스가 힙합의 정통성을, 신시사이저가 주 멜로디 라인으로서 독자적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파트너 Snoop Dogg은 다소 경직된 Dre의 래핑에 여유로움을 보간하고 게스트들은 각자만의 플로우로 음성 다양성에 일조했다. 그렇게 지펑크의 작법과 갱스터 랩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서부 힙합 최고의 음반이 탄생했다.

Recommendation

-Let Me Ride

-Nuthin but a 'G' Thang

-Lil' Ghetto Bo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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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rcyde - Bizarre Ride II the Pharcyde

서부의 이름과 재즈의 유산으로 장난스레 빚어낸,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 Pete Rock & C.L. Smooth - Mecca and the Soul Brother

Pete Rock은 하나의 방법론을 이미 완성시켰고, 본작은 그 실재적 증거물에 해당한다

• Arrested Development - 3 Years, 5 Months and 2 Days in the Life Of...

침잠한 얼터니티브의 가치는 후대에 의해 종종 발굴되곤 한다



1993
Wu-Tang Clan -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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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09​

걸출한 음악성 앞에서 열약한 음질 따윈 장애물조차 되지 못한다. 아니, 그것조차 오히려 매력으로 치환된다. Wu-Tang Clan의 정규 1집 <Enter The Wu-Tang (36 Chambers)>는 힙합에서 가장 중요한 데뷔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RZA는 60~70년대의 흑인 음악 샘플에서 커팅한 루프 중심의 비트를 제작해 미니멀리즘의 위력이 그 어떤 작법보다 위력적임을 선포했고, 동시에 홍콩 무술 영화의 대사를 삽입해 힙합에 대중문화에 근간한 컨셉 앨범의 개념을 도입했다. 거친 로파이 비트 위 9명의 스태튼 아일랜드 출신 랩 무공들은 이국의 기를 내포한 혀끝에서 각자만의 개성파 랩을 수놓았다. 단 한 명도 열위에 있지 않았던 압도적인 랩 퍼포먼스와 자유분방한 리릭시즘은 비트의 공백까지도 채우며 오리엔탈 하드코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앨범 한 장으로 동부 힙합에는 일대 혁명이 발생했고, 그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언더그라운드 씬을 지배하고 있다.

Recommendation

-Da Mystery of Chessboxin'

-C.R.E.A.M. (Cash Rules Everything Around Me)

-Protect Ya Neck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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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Tribe Called Quest - Midnight Marauders

재즈 힙합의 고유적 장점은 개량하고 선율은 새롭게 이식하며

• Snoop Dogg - Doggystyle

지펑크의 완성형 프로덕션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 Souls of Mischief - '93 Til Infinity

서부에서 예상치 못하게 꽃핀 동부 힙합의 정수



1994
Nas - Ill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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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4.19​

힙합 명반의 대명사이자 힙합의 동의어가 되다. <Illmatic>이 수많은 명반을 제치고 힙합 장르 내에서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사실 너무나도 간단하다. <Illmatic>만큼 완벽한 앨범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잠재력을 지녔던 신예 래퍼의 데뷔를 당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들이 보조했고, Nas는 그의 잠재력을 모두 발현했다. 주로 재즈에 근간해 동부 최고의 명장들이 주조한 최상급의 붐뱁 비트, Rakim 이래 운율적으로 가장 진보된 형태였던 Nas의 완벽한 랩과 퀸즈 거리의 암면을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냉정히 관조한 그의 독특한 시선, 유기적인 곡의 배치, 하다 못해 39분 51초라는 길이까지도 완벽하기 그지 없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모든 속성들이 너무나도 완벽하기에, <Illmatic>에 대한 찬사는 궁극적으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위대함과 완벽함은 분명 동의어가 아니다. 그러나 <Illmatic>은 두 사례에 모두 해당한다.

Recommendation

-N.Y. State Of Mind

-The World Is Yours

-One Lov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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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Notorious B.I.G. - Ready to Die

의심의 여지 없는 역사상 최강의 랩 레코드, 육중한 하드코어부터 극적인 서정성까지 포괄하는 스토리텔링의 정점

• Organized Konfusion - Stress (The Extinction Agenda)

비교군을 모색할 수 없는 두 천재들의 진격은 30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현재진행형이다

• Common - Resurrection

극단까지 끌어올린 재즈 힙합의 아름다움에 커먼의 지혜가 스며들며



1995
GZA - Liquid S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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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07​

황금기의 RZA는 분명 당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였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무당파의 명작은 한 손에 셀 수 없는 정도이나, 그 중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가장 특출난 적자를 꼽으라면 <Shogun Assassin>을 참고한 GZA의 1995년작 <Liquid Swords>가 될 것이다. 동년에 Raekwon과 Ol' Dirty Bastard의 정규 1집이 발매되었음에도 여전히 <Liquid Swords>가 그 절대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본작이 Wu-Tang의 모든 개인 음반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인문학 전반에 조예가 깊은 GZA의 초자연적 라임은 그의 그룹을 넘어 힙합 전체를 둘러봐도 어휘적으로 대적할 이가 몇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유려한 플로우는 RZA의 가장 전위적인 비트들조차도 능히 소화해낼 수 있었다. 전성기를 맞이한 Wu-Tang Clan의 두 천재가 각자의 최고를 수록한 컬트적인 명반은 찬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Recommendation

-Liquid Swords

-4th Chamber

-Shadowboxin'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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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bb Deep - The Infamous

건반 한 음과 라임 한 마디마다 흐르는 무정함으로 완성되는 가장 건조한 하드코어 랩 음반

• 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Wu-Tang의 이름을 빌어 <Scarface>의 느와르를 고스란히 청각화시킨다면

• 2Pac - Me Against The World

끝내 손실되었기에, 그가 한때 간직했던 서정성과 철학이 더욱 소중해진다



1996
Jay-Z - Reasonable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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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6.25​

Jay-Z는 처음부터 뉴욕의 왕으로 적격한 인물이었다. 모두가 마약을 거래하며 갱스터를 자처하고 마초적 성향을 숭상할 때, 그는 정장과 중절모로 신사적인 마피오소를 추구할 줄 알았다. 브루클린의 아마추어 마약상으로서 이미 자차까지 구비할 만큼의 재산을 축적한 그에게 랩 앨범 제작은 부업에 가까웠지만, 10년 이상 실력파 프리스타일 래퍼로 활동해 온 경력은 그가 결국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될 것이란 운명의 문을 열고 있었다. Ski, Clark Kent, 그리고 DJ Premier는 26세의 신예를 위해 당시 가장 고풍스럽고 냉랭한 비트만을 주조했고, Jay는 신사적인 톤으로 화려하게 박자를 오가며 무결점한 플로우를 구사했다. 마약상 시절의 경력을 기반으로 거리의 삶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내세우면서도 언제나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했던 그의 리릭시즘은 후대 마피오소 힙합의 경전으로 남았다.

Recommendation

-Can't Knock The Hustle

-Dead Presidents II

-Regret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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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Shadow - Endtroducing.....

샘플마다 용처를 새로 부여하는 정성으로 건설된 사상 최고의 턴테이블리즘 프로젝트

• Outkast - ATLiens

이질감과 익숙함 사이, 지구의 재료로 구현한 우주의 사운드

• The Fugees - The Score

이민자의 음악을 수용할 용기를 지닌 자들만이 대체 음악의 새 장을 개방할 수 있다



1997
The Notorious B.I.G. - Life After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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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25​

상업적인 변화에는 언제나 호불호가 후행하기 마련이지만, The Notorious B.I.G.는 분명 불호마저 최소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래퍼였다. <Ready to Die>의 하드코어와 야성은 모습을 감췄으나, 대신 배드 보이 레코즈 최고의 팝-블랙뮤직 프로덕션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최고의 목소리와 최고의 라임을 소유한 MC에게 상업적인 변화란 그저 대중들의 인기까지도 동시에 누릴 기회에 불과했다. 팝 랩과 마피오소 랩, 뉴욕 힙합의 명암을 대표하는 두 장르는 대중성을 지향하는 Puff Daddy의 감각과 비트를 불문하고 최적의 플로우를 전개하는 Biggie의 능력으로 더블 앨범에 혼재된다. 비록 종종 과한 Puff Daddy의 가요적 성향이 혐오스러울 지경이나, <Life After Death>는 여전히 압도적인 랩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동부 최고의 힙합 프로덕션을 제공하는 명반이다.

Recommendation

-Hypnotize

-Kick in the Door

-Notorious Thug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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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ny Flow - Funcrusher Plus

힙합에서 없었던 음향을 새로 창조하며 익스페리멘탈의 미래를 10년 앞당기다

• Wu-Tang Clan - Wu-Tang Forever

기존의 장기는 과소비되었지만, 새로운 기법들을 도입함으로써 부여되는 역사적 가치

Camp Lo - Uptown Saturday Night

블랙뮤직의 영광과 영속을 위해, 힙합은 오늘도 본질에 한층 가까워진다



1998
Outkast - Aqu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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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9.29

Outkast는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 편한 노선을 택한 적이 없다.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언제나 독특한 컨셉과 차별화된 작법을 모색하던 그들은 세 번째 정규 앨범에 이르러서 Organized Noise의 지원과 샘플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고 새로운 앨범 제작 방식으로 실물 악기 연주를 택했다. 차마 다 세지 못할 정도의 다종류 악기 간 유기적 진행을 유도하고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접목하며 더티 사우스의 완성형 프로덕션을 구현한 이들은 비단 남부를 넘어 힙합 최고의 천재들임이 자명했다. André 3000와 Big Boi는 예측할 수 없이 극도로 창의적인 프로덕션을 그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라임과 사회 다방면 주제에 대한 논의점으로 채워나가며 <Aquemini>를 힙합 최고의 별종으로 완성시켰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 처음 목도한 것임에도 그 별종이 철저히 힙합의 이해선상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Outkast의 철저한 의도였다.

Recommendation

-Rosa Parks

-Aquemini

-SpottieOttieDopalisciou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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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uryn Hill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단순히 청취하는 것만으로 본작의 막대한 영향력을 헤아릴 리 만무하다

• Black Star - Mos Def & Talib Kweli Are Black Star

당대 최고의 지성파 MC들이 담합해 써내린 도시적 서정시

• Big Pun - Capital Punishment

헤비급 라이밍 챔피언의 괴수적인 활약은 비트를 불문한다



1999
The Roots - Things Fall A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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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2.23​​

재즈 힙합은 세기말에야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완성품의 주인이 샘플링이 아닌 실물 연주를 기반으로 하는 필라델피아의 힙합 밴드 The Roots였다는 사실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Chinua Achebe의 동명 소설에서 따온 제목과 흑인 민권 운동 당시의 사진을 채택한 앨범 커버부터 본작은 매우 시사적이다. 늘 그렇듯이 ?uestlove는 드럼을 연주했고, 타 멤버들은 그의 드럼 리듬에 맞춰 유기적으로 멜로디를 얹었으며, 프론트맨인 Black Thought가 완벽주의적인 랩으로 앙상블을 완성시켰다. 이들의 다른 앨범들과 차이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Things Fall Apart>의 합주가 유난히 완벽했다는 점이다. 절반으로 나뉘는 앨범 구성과 힙합 버전의 비밥 연주, 주제의식을 다어휘로 유려히 표현하는 래핑의 무결함까지 <Things Fall Apart>는 시대 끝자락의 지성을 상징했던 대체 음악 집단 Soulquarians의 눈부신 성과 중에서도 단연 제일이다.

Recommendation

-The Next Movement

-Dynamite!

-You Got M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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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 Def - Black on Both Sides

20세기의 끝에서 범아프리카주의를 노래하며, 뭇 MC들에게 향후 몇십 년 간의 영감을 남기다

• Dr. Dre - 2001

가장 명징한 소리들만 남긴 채 주조한 오리지널 닥터 드레 사운드

• Pharoahe Monch - Internal Affairs

작열하는 랩 스킬과 괴력적인 하드코어 힙합 비트들의 조합은 백전불패한다



2000
Ghostface Killah - Supreme Client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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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08​​

시대의 광풍 속에서 Wu-Tang 최후의 생존자는 Ghostface Killah였다. 그는 RZA처럼 프로듀싱을 하지도, Method Man처럼 큰 인기를 구가하지도, ODB처럼 괴상한 행각을 벌이지도 않았다. 그는 단순히 랩을 가장 꾸준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Ironman>이 드리운 그림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Ghostface는 아프리카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작 방식을 고려한다. RZA는 비트메이커에서 총괄 제작자로 역할을 교체했고, Ghostface Killah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작사에 도입해 특정 주제가 수면 위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며 그의 광활한 어휘력과 라이밍 기술을 과시했다. 목적의식을 상실한 음반이 역설적이게도 최고의 완성도를 갖추게 된 것이다. "가장 붐뱁의 본질에 가까운 앨범은 무엇인가?" 아마 답은 십중팔구 <Illmatic>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Illmatic>이 없었다면, 그 답안은 <Supreme Clientele>이 되어야 할 것이다.

Recommendation

-One

-Apollo Kids

-Mighty Health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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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힙합에서 전무했던 결의 광기로 전세계를 중독시킨 전무후무한 악동의 부상

• Outkast - Stankonia

레이브와 피펑크, 그리고 더티 사우스로 엮어낸 Outkast만의 신세계

• Deltron 3030 - Deltron 3030

힙합에 스페이스 오페라의 테마곡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Deltron의 것이다



2001
Jay-Z - The Blue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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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1

새천년의 청사진으로 기록되며 범접 불가한 위대함을 갖추다. Jay-Z는 분명 뉴욕을 대표하는 래퍼였으나, Biggie의 왕좌는 여전히 공백 상태였다. 상업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기존 작법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했다. 당시 신예 프로듀서였던 Kanye West와 Just Blaze를 앞세우며 실험 단계였던 칩멍크 소울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Jay의 믿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두 천재는 소울 특유의 낭만적 선율을 비트 전체에 조성하며 가장 예술적인 방법으로 동부 힙합에 작법적 혁신을 초래했다. 음악적 재기, 라이벌들에 대한 대대적 견제, 그리고 거리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작업까지 Jay는 단 하나의 앨범으로 모두 이루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는 프로젝트 참여진의 업적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릴 실력과 카리스마 또한 갖추고 있었다. 역사서에 길이 기록될 비극이 일어난 날, Jay는 왕좌에 가장 근접한 이로서 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Recommendation

-Izzo (H.O.V.A.)

-Heart Of The City (Ain't No Love)

-Renegad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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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sop Rock - Labor Days

광활한 어휘력과 견고한 음성으로 그려낸 영고불멸한 추상화

• Cannibal Ox - The Cold Vein

기성 힙합의 질서를 과감하게 거스르며 실험쥐를 자처하다

• Missy Elliott - Miss E ...So Addictive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된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전력을 다할 때



2002
Eminem - The Eminem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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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6

대중음악 역사에서 Slim Shady만한 캐릭터가 전무했기에, 그 여정의 첫 종점이 이토록 진중했을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Slim의 비중을 줄이고 본연의 자아와 Eminem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 선택은 프로덕션과 래핑 양면에 적용되었다. 프로듀서로서 절정의 기량에 달한 Eminem은 기존 Dre 사단 류의 프로듀싱 스타일에 랩 락을 접목하며 비장함을 강화시켰다. 세상은 그의 이야기에 좀 더 진지하게 귀기울일 준비가 되어있었고, 팝 문화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백인 래퍼는 유머스러운 풍자와 비판에 대한 반론을 오가며 미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The Eminem Show>는 오직 흑인 문화의 이방인이자 팝 문화의 이단자로서만 건설할 수 있는 거탑이었고, 때문에 본작을 마지막으로 이전과 같은 Eminem을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당시 그의 모습은 문제아보다도 거장에 조금 더 가까웠기에.

Recommendation

-Cleanin' Out My Closet

-Without Me

-'Til I Collaps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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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P - Fantastic Damage

새삼 그가 작금 얼마나 온건해졌나 돌아보게 하는, 파괴적인 사운드 콜라주 앨범

• dälek - From Filthy Tongue of Gods and Griots

묵시록적 음향으로 독자적인 아방가르드를 구현하다

• Clipse - Lord Willin'

최고의 듀오가 최고의 듀오와 함께하며, 새로운 미니멀리즘으로 구현한 엽기적 코크 랩 음반



2003
Viktor Vaughn - Vaudevill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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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6

지하 언어학자의 진모를, 악당의 진명을 알고 싶은가? Doctor Doom의 본명은 'Viktor Vaughn'이었고, 그는 코믹스 역사상 최고의 빌런이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이름을 빌린 랩의 반골분자 또한 유사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뉴욕 뒷거리의 악당 Viktor Vaughn이 남긴 발걸음은 그 추종자들로 하여금 공상적인 감상에 들게 했다. 강철 가면을 벗고 비트메이킹의 전권을 타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에게 넘긴 DOOM, 아니, Viktor는 오직 전례 없이 압도적인 랩 스킬을 과시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독창적인 언더그라운드의 비트들이 그의 신묘한 라임과 접합하며 탄생한 새로운 자아는 Metal Face의 신묘한 디스코그래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시간여행 중 불시착한 코믹스 빌런, 또는 <Vaudeville Villain>을 편찬한 그래픽 노블 작가. 이중 시점의 편차와 호전적 라임의 전율 속에서 당신은 둘을 분간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Recommendation

-Vaudeville Villain

-Can I Watch

-Saliva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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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Z - The Black Album

당시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의 집대성을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이는 단 한 명뿐

• 50 Cent - Get Rich or Die Tryin'

당신의 호오에 상관없이, 여전히 새천년의 가장 인상적인 등장

• King Geedorah - Take Me To Your Leader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고전 스코어의 질감을 지닌 힙합으로 재탄생하다



2004
Madvillain - Madvil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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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3

힙합 한 구석에 자리잡은 거악은 옅어질 기미 없이 아직까지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만고불멸한 유산을 남긴 이 전설적인 음반은 결코 거창하게 작업되지 않았다. 원격 협업 중 Madlib은 이국의 음악을 탐구하며 샘플의 진가를 백분 노출시킬 수 있는 편집 기법을 개발했고, MF DOOM은 그가 써내릴 수 있는 최고의 구절을 메모했다. 각 분야 최정상의 마왕들이 각자의 장기에 집중하면 걸작이 탄생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의도적인 루프 간 이음새와 흑마술적인 라임, 그리고 만화 영화에서 채취한 다이얼로그들이 46분 간의 힙합 악곡을 괴기하게 채운 결과물은 힙합에 종사하는 인류가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의 최대치에 가깝다. <Ironside>의 오프닝으로 알려져 있는 선율은 이제 음악 역사상 최고의 지하 악당 Madvillain의 테마로 기억된다.

Recommendation

-Accordion

-Raid

-All Cap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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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ye West - The College Dropout

설령 그의 최고가 아닐 지 몰라도, 그 어느 작품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 MF DOOM - Mm..Food

라임과 샘플링 양면에서 인류 최고의 창의력을 상징하는 DIY 음반

• The Roots - The Tipping Point

?uestlove의 드럼과 Black Thought의 랩이 유래 없이 거침 없이, 그러나 대중친화적으로



2005
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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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30

빈티지와 혁신의 합치, 고전 흑인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협력.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이전에도 Kanye West는 이미 한 차례 힙합 미학의 한계에 도달한 바 있다. 칩멍크 소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시 소울과 재즈 위주의 기성 샘플 차핑 스타일로 회귀한 그였으나, 이번에는 Jon Brion이란 걸출한 협력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고전 특유의 우아미를 관능적으로 반복하며 수십 개의 현악기와 관악기 합주로 웅장한 공간감까지도 구현한 Kanye의 거대한 비전은 가장 이상적이고 정교한 체제의 맥시멀리즘으로 완성되었다. 기존 장점에 대한 손실 없이 르네상스적 혁신을 이룩한 그는 순탄하게 21세기 거장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힙합 외 그 어떤 장르를 둘러봐도 비등한 수준의 복제품을 발견할 수 없는, 그리고 오직 힙합이기에 가능한 현대 낭만주의 예술의 이름은 <Late Registration>이다.

Recommendation

-Touch The Sky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

-Hey Mama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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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on - Be

믿을 수 없이 온난한 이 음반은 시카고가 천재들의 산지였음을 재확인시킨다

• dälek - Absence

추상적으로 직조된 소음더미를 지휘하는 야수의 음성

• Nujabes - Modal Soul

따스한 손길, 향수적 멜로디, 친절한 Seba 씨의 마지막 선물

 


2006
CunninLyinguists - A Piece Of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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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4

가장 훌륭한 재즈 힙합의 혈통은 남부라는 결코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CunninLyinguists는 비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큰 인기를 구가하지 못한 그룹이었으나, Kanye West와 Bun B 같은 거물들조차 당시 이 음반에 주목해 그들에게 연락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걸출한 예술적 성취도를 입증한다. 그 중 <A Piece Of Strange>는 그들 스스로조차 그룹의 변곡점으로 평가할 만큼 언더그라운드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Kno는 황금기의 재즈 힙합에 남부 특유의 장르 융합적 색채를 입히며 풍성한 힙합 오페라를 작곡했고, Deacon the Villain과 Natty는 앨범 전반에 걸쳐 묵직한 그루브와 문학적인 표현을 통해 생사와 원죄 서사를 전개한다. 그들의 지역에서 주도하던 시류를 거스르며 언제나 진중한 시사점을 선사했던 CunninLyinguists의 최고작은 기억될 가치가 충만하다.

Recommendation

-Since When?

-Caved In

-The Gate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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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Dilla - Donuts

목소리 한 줄 없이 그 누구보다 진실되게 엮어낸 플린더포닉스의 윤회, 나의 음악은 영원해

• Clipse - Hell Hath No Fury

Clipse의 전성기는 The Neptunes의 전성기와 동일하다

• Lupe Fiasco - Lupe Fiasco's Food & Liquor

어떤 위대한 MC들은 애당초 완성형으로 태어난다



2007
Blu & Exile - Below the Hea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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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지펑크의 산지인 웨스트코스트에서 가장 꾸준히 오래 살아남은 서브 장르는 역설적이게도 붐뱁과 재즈 힙합이었다. 언제나 예상치 못하게 인디 힙합 명작을 배출하던 서부는 2007년 가장 완벽한 힙합 듀오의 데뷔를 맞이했다. 래퍼 Blu와 프로듀서 Exile의 합작 <Below the Heavens>는 신인의 데뷔 음반이라곤 믿을 수 없을 컨텐츠를 함유하고 있다. Blu는 이제 막 데뷔한 20대 초반 래퍼의 실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무결하게 플로우를 전개함과 동시에, 서정적인 표현력으로 흑인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진솔히 표한다. Exile은 소울과 재즈를 주로 탐미하며 그의 경력에서 손꼽힐 만한 비트를 주조해 선물했다. 양질의 래핑과 양질의 비트가 만나면 힙합 명반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Blu & Exile은 겨우 단 한 차례만에 그 이치에 걸맞는 성과를 내놓았다.

Recommendation

-My World Is...

-So(ul) Amazin' (steel blazin')

-Blu Collar Worker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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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ye West - Graduation

올드 팝 명곡들을 재조립해 기존 작법으로부터의 졸업을 선언하다

• El-P - I'll Sleep When You're Dead

극도로 편집증적인 천재성이 디스토피아의 테마와 결합할 때

• Lupe Fiasco - Lupe Fiasco's The Cool

전작보다 더욱 성숙하고 다채롭게 귀환한 소포모어



2008
Q-Tip - The 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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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4

힙합의 역사를 통틀어 Q-Tip만큼이나 시대를 타지 않는 프로듀서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힙합이 기반한 장르인 재즈가 이미 시대 불문의 고전 장르로 인정받은 바 또한 있으나, Tip 본인의 역량이 준수해마지 않기 때문이다. 재즈 힙합의 서막을 연 장본인으로서 당시 벌써 데뷔 20년을 가까이 맞고 있었음에도 그 스스로의 주 장기에 대한 이해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업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후대 프로듀서들의 테크닉조차 역으로 유연하게 흡수하며, Tip은 그의 개인 최고작에서 솜씨를 뽐내기 주저하지 않았다. 기존 샘플링 작법을 기본으로 Robert Glasper 등 실제 재즈 연주자들로 구성된 세션의 지원을 받으며 제작한 고위 재즈 힙합 프로덕션 위 Q-Tip은 부드러운 플로우와 그의 전유물인 지적인 가사로 대체 음악의 미학이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Recommendation

-Won't Trade

-Life Is Better

-Believ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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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 - Paper Trail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한 서던 블록버스터의 열혈한 질주

• Kanye West - 808s & Heartbreak

막대한 영향력의 공허한 뒷편에 아스라이 비치는 슬픈 남자의 자조

• Lil Wayne - Tha Carter III

만인을 설득할 만큼이나 달콤하고 또 짓궂은 Goblin Weezy의 매력



2009
Kid Cudi -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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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Kid Cudi는 2010년대 이후 범람한 메인스트림 얼터니티브 힙합을 상징하는 인물에 가깝다. 기성 힙합과 철저히 거리를 두며 초기 PBR&B 반석에 가까운 힙합 음악을 홀로 추구했던 그는 Kanye West의 눈길에 들며 범상치 않은 그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Kanye의 총괄과 Common의 나레이션이라는 지원이 그와 함께 하는 가운데,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는 힙합 작법을 기초로 한 인디 팝, 사이키델릭 락,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의 혼합물에 가깝게 프로듀싱되었다. 중독과 트라우마의 테마를 관통하는 Cudi의 음성과 어휘는 랩보다도 가창의 것에 가까웠으나, 랩은 Cudi의 저의를 명료히 형언해낼 수 없었다.밀월과 악몽을 오가는 저음의 목소리가 세상에 처음 소개된 순간, 그것은 힙합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음에도 힙합은 그 매력이 탐나 끝내 가지기로 결정했다.

Recommendation

-Soundtrack 2 My Life

-Pursuit Of Happiness (Nightmare)

-Up Up & Awa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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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 Def - The Ecstatic

너무나 특출났기에 끝내 비운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가

• MF DOOM - Born Like This

주술적인 언행은 운율의 형상으로 영구히 지속되리라

• 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

아직 녹슬지 않은, 최고의 힙합 느와르 속편



2010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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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그 다양한 음악 중 힙합이 역사상 최고의 소리를 가지게 될 줄 그 누구도 쉬이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매 당시 만장일치의 대찬사부터 작금의 불경한 호불호까지도, 본작은 하나 같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대작이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오직 Kanye West 정도로 뒤틀린 천재만이 최고의 프로듀서들과 팝스타들을 단일 프로젝트로 호출해 개인적 대서사시의 충실한 장기말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가 지금껏 시도했던 모든 장르와 모든 기법을 총망라해 구현할 수 있는 극한의 힙합 맥시멀리즘, 그리고 미국 사회에 대한 통찰과 신랄한 풍자부터 왜곡된 섹스 판타지와 한 개인으로서 가진 복합성까지. 환상이라 칭할 수밖에 없는 모호한 것들의 왕좌에 앉은 Kanye는 음악적으로 완전히 초월적인 존재에 가까웠다. 세기의 위대한 거장이 품은 '아름답고 어두우며 뒤틀린 환상'이 장르의 한계를 초월하며 현대적 영웅 신화로 거듭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Recommendation

-POWER

-Devil In A New Dress

-Runawa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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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oots - How I Got Over

거시적으로 그들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아마 완숙의 첫 단계

• Big Boi - Sir Lucious Left Foot: The Son of Chico Dusty

Dré가 칩거를 택한 동안 그의 파트너는 남부 힙합을 빛낼 걸작을 제작하고 있었다

• Waka Flocka Flame - Flockaveli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와 소모되지 않는 에너지의 불튀기는 전투



2011
The Roots - und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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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2

힙합 밴드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서도 그러하지만, 단순히 모든 힙합 아티스트를 통틀어서도 The Roots의 롱런은 새삼 경이롭다. 매 차례 탈힙합적인 시도를 하면서도 언제나 수준 이상의 앨범을 발표하며 그들만의 유산을 축적했던 이 위대한 밴드는 말기에 이르러서 또 한 번 역사에 기록될 역작을 만들었다. <undun>은 'Redford Stevens'라는 가상의 인물을 앞세우며 역순 서사로 흑인 소시민의 범죄와 죽음을 서술하는 컨셉트 앨범이다. 연주와 스토리텔링 모두 이제 진부하다면 진부한 클리셰이지만, 장장 20년이란 연차가 쌓인 The Roots의 실력은 모든 면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uestlove의 드럼 연주와 Black Thought의 래핑이 가지는 가치가 불변하듯이, 때로는 가장 간단하고 전통적인 길의 끝에서 최고의 감동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서사적 본질에 대한 완고함은 결코 위대함의 반대길로 향하지 않는다.

Recommendation

-Make My

-One Time

-Lighthous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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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ke - Take Care

2010년 이후의 힙합과 얼터니티브 알앤비의 팬이 상당수 겹치는 이유

• A$AP Rocky - LIVE.LOVE.A$AP

동부의 태생으로 남부의 향취를 그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해석한 결과물

CunninLynguists - Oneirology

여전히 강건하고 경이로운 이들이 거느린 최고의 역량, 음악과 삶에 대한 열정



2012
Kendrick Lamar - good kid, m.A.A.d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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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정식으로 데뷔한 지 고작 1년 만에 <good kid, m.A.A.d city> 같은 명반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Kendrick Lamar가 힙합의 전설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언급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Kendrick은 고향 컴튼에 대한 시선을 좀 더 좁혀 세상에 우범지대의 현실을 고발하고 신예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다. 과거의 갱 경력에 기인해 그 자신의 구원 서사를 기획한 그는 이미 입증된 랩 스킬과 발군의 스토리텔링 능력, 그리고 사건의 시간대를 병치하는 극적 기법으로 음반 전체를 생동히 관통하는 힙합 버전의 <데미안>을 집필했다. TDE의 비트메이커들은 과거 거장들의 테크닉을 현대 힙합 사운드에 접목해 주옥 같은 비트들을 Kendrick에게 제공함으로써 그의 이야기가 보다 서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연출과 연기, 서사 전개부터 오락성과 주제의식 중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21세기 최고의, 'A Short Flim by Kendrick Lamar'다.

Recommendation

-Money Trees

-m.A.A.d city

-Sing About Me, I'm Dying Of Thirst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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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ller Mike - R.A.P. Music

경이로우리만치 모든 면에서 거침없는 Run The Jewels 0.5

• Death Grips - The Money Store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대표하는 그룹이 제작한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가 대략 이 정도

• Lil Ugly Mane - Mista Thug Isolation

Three 6 이래로 멤피스의 호러코어를 이리 독창적으로 해석한 아티스트는 전무했다



2013
Kanye West - Yeez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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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오만한 신은 결코 우민들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주고 들려줌으로써 그 우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Kanye West가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시도한, 혹은 힙합에 미니멀리즘 혁명을 도래케 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이 언제나 그러했듯 Kanye는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와 높은 완성도로 아방가르드를 추구했다. 인더스트리얼과 일렉트로니카에 기반해 불쾌하게 야성적인 사운드를 주조하려는 Kanye의 비전은 전자음악가들의 지원으로 명징히 실현되었다. 차갑고 음산한, 난폭하면서도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앨범의 질감과 구성은 그의 손이 닿은 것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었다. 이방의 영감으로 빚어진 참칭자의 신전은 이미 시간의 개념 자체를 초월한 상태였다. "금이 간 거울을 보라. 그곳에 괴물의 형상이 있을지니."

Recommendation

-Black Skinhead

-New Slaves

-Blood On The Leave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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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ke - Nothing Was The Same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당시의 Drake에게 있어선 최종 완성작

•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극한의 익스페리멘탈이 끝내 선택한 종착지가 정통 힙합일 줄은

• A$AP Rocky - LONG.LIVE.A$AP

새로운 랩스타의 부상으로서 응당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추다



2014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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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4

파괴적이란 말이 이보다 더 잘 들어맞을 수는 없다. 전작보다 더 거침없고 충격적으로 돌아온 듀오는 익스페리멘탈의 갑주를 두르고 하드코어 힙합의 깃발을 흔든다. 서로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2인 체제에서 El-P는 프로듀서로서 앨범의 전권을 잡고 Killer Mike는 랩 퍼포먼스의 주도권을 잡으며 그의 파트너 곁에서 완고한 과격함과 사회의식을 보간한다. 육중한 드럼과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출처 불명의 샘플들을 다수 합성해 창조한 고품질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비트 위 Run The Jewels는 베테랑으로서 압도적인 랩 스킬을 양껏 과시하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비트와 랩, 간간히 비치는 사회비판적 기조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들의 두 번째 음반은 오랜 매니아들부터 신생 장르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Recommendation

-Jeopardy

-Close Your Eyes (And Count To Fuck)

-Lie, Cheat, Steal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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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die Gibbs & Madlib - Piñata

전성기 코크 랩의 재림을 넘어, 모던 클래식으로서의 발돋움

• Future - Monster

가장 폭발적이고 서정적인, 그가 현대 트랩의 상징이 된 이유

• Mac Miller - Faces

재능이 너무나 광대한 나머지, 정규라는 틀에 차마 담아낼 수 없었던 그의 모든 것



2015
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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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To Pimp A Butterfly>의 운명은 처음부터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기록 예술품이 되는 것이었을까? 이보다 힙합스럽고, 이보다 흑인스러우며, 이보다 미국적일 순 없다. 흑인 음악 100년의 역사를 힙합의 형태로 집대성해 건설한 블랙 뮤지엄에서 켄드릭은 최고의 연기자로서 대중음악 최고의 자전 서사시를 써내렸다. 자기혐오를 바탕으로 스스로와 그 주변을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미국 흑인 문화에 대한 반면교사와 아프리카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최선의 결론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나간 구성은 음악가로서 청자를 동화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었다. 각혈의 고통에서 꽃핀 검은 음악, 그 리듬을 현대 예술의 정점에 옹립한 것은 가장 하찮은 곳의 낱말이었다. 허나 그 낱말이 결집하여 그의 주인과 세상을 관통한 순간, 그 낱말은 더 이상 낱말만으로 정의되지 않았다. 그렇게 Kendrick Lamar는 번데기를 벗고 나비가 되었다.

Recommendation

-These Walls

-Alright

-The Blacker The Berr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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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is Scott - Rodeo

신예의 미숙함이 그 무엇보다 압도적인 트랩 사운드로 재탄생하다

• Lupe Fiasco - Tetsuo & Youth

랩 역사상 최고의 작사가가 가진 역량이 정돈된 컨셉과 맞닿을 때

• Death Grips - Jenny Death

모든 면에서 힙합보단 인더스트리얼 락에 가까우나, 익스페리멘탈이란 미명이 그를 변호한다

 


2016
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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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7

꾸준히 외길만을 걷던 Danny Brown이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하며 장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비교대상을 모색할 수 없는 기괴한 하이톤과 마약 복용으로 대표되는 향락을 앞세우며 정통 힙합과 익스페리멘탈 힙합 간 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던 디트로이트의 광인이 희대의 걸작을 발표한 것이다. 난잡한 신시사이저, 음산한 체명악기, 카타르시스적인 관악기 샘플들이 정교한 편곡을 거쳐 러브크래프트적 형태로 수렴되고, Danny Brown은 그루브를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고출력의 래핑으로 음파 원자들을 강하게 찍어누르며 음반의 주도권을 잡는다. 마약 복용을 통해 실존적 위기를 탈출하려는 조증적 욕구, 그리고 복용 이후의 환각 현상과 고통 간 무한한 굴레를 이미지화하는 <Atrocity Exhibition>의 진행은 수많은 아방가르드가 결집된 나머지 오히려 너무나도 선명하고 생동하다. 그리고 그 암적인 파도자락은 이내 청자들마저 덮칠 기세이다.

Recommendation

-Lost

-Ain't It Funny

-Pneumonia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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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Tribe Called Quest -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수십 년의 협력과 고난을 간직한 그룹만이 선사할 수 있는 얼터니티브의 감격

•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

칸예 웨스트 디스코그래피와 당시 힙합 트렌드의 포스트모던 집대성

• Aesop Rock - The Impossible Kid

앱스트랙의 거장이 그의 정신병과 트라우마를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법



2017
Big K.R.I.T. - 4eva Is A Mighty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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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능수능란함과 진솔함이라는 그의 가장 좋은 무기가 마침내 황금처럼 빛을 내었다. 간결한 트랩 비트와 멈블 랩 구성에 매료되어 쉬운 성공의 길을 택한 동향의 청년들과 달리, 적자인 Big K.R.I.T.은 믹스테입 래퍼 시절부터 언제나 남부 힙합의 유산을 전승받아 최선의 결과물로 재편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세 번째 정규 앨범에 이르러, 마침내 그의 노력이 대작으로서 탄생했다. K.R.I.T.은 자아를 분리해 2CD 체제에서 각각 래퍼 Big K.R.I.T.과 Justin Scott의 테마로 이야기를 꾸린다. 첫 CD에서는 강한 오락성의 정통 남부 힙합을 앞세우며 활어를 연상케 하는 능수능란한 호흡을 선보이고, 두 번째 CD에선 재즈와 블루스 등에 기반해 인간적 고뇌와 성공의 무게 등 자전적인 주제를 토로하는 그는 두 페르소나를 굳건히 부여잡아 마침내 자아적 여정의 매듭을 지었다.

Recommendation

-Big Bank

-Get Away

-Keep The devil Off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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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Z - 4:44

실책을 딛고 자기반성의 교훈을 흑인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나가다

• Tyler, The Creator - Flower Boy

아티스트의 각성은 정체성을 수용하며 진정한 '나'로 거듭날 때

• BROCKHAMPTON - SATURATION II

대체 음악을 사랑한다면, 이들의 종합선물세트를 좋아하지 않을 도량이 없다



2018
Pusha T - DAYT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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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강렬한 법이다.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촉박했던 작업 기간이 Pusha T와 Kanye West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첨예한 미니멀리즘이라는 결과로 남았을 줄 양쪽 모두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아티스트들은 단지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 그것을 21분 간의 짤막한 볼륨에 담았을 뿐이다. Kanye는 샘플 차핑으로 회귀해 고작 몇 개의 트랙만으로 이뤄진 간단명료한 비트들을 생산했고, Pusha T는 갱신 없이 그 유일무이의 장기만을 고집했다. 그럼에도 둘의 역량이 애당초 너무나 걸출한 나머지 EP에 가까운 볼륨은 오히려 응집력이란 속성을 창출했다.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최고의 비트들과 Pusha의 독보적인 플로우가 손을 잡으며 합금 철골 기반의 견고한 마약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작품성만 좋다면야 길이 따윈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 <DAYTONA>는 이에 대한 최고의 예시이다.

Recommendation

-If You Know You Know

-The Games We Play

-Come Back Bab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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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nzel Curry - TA13OO

악몽의 최하층에서 꺼내올린 생존 욕구의 처절한 외침

• KIDS SEE GHOSTS - KIDS SEE GHOSTS

두 아티스트의 치유 서사가 합치하며 그 저력을 백분 발휘하다

• 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비애의 육편들이 그려낸 감정적 파고의 모양

 


2019
Tyler, The Creator - I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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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우리 모두 Tyler, The Creator의 화성학적 재능과 다장르 이해도가 비단 기성 힙합에만 국한되기엔 너무 특출났다는 사실을 내심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IGOR> 같은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 짐작한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네오 소울, 펑크, 알앤비,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살같을 기워 창조된 이고르의 괴물은 장면으로 커버 너머의 존재들을 응시하며 그가 새로운 시대의 걸작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암시를 남겼다. 얼터니티브의 이름을 띈 로맨스는 향수적인 분홍빛부터 파멸적인 칠흑까지 망라한다. 순수히 기뻐하고 분노하며, 회모하면서도 다시 붙잡는 불완전한 괴물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간적인 사랑을 꼭 닮아 공감을 자극한다. 비록 순수한 힙합이 아닐지라도, Tyler는 <IGOR>로 여타 힙합 아티스트들이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범위의 테마마저도 손에 넣었다.

Recommendation

-IGOR'S THEME

-NEW MAGIC WAND

-ARE WE STILL FRIEND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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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die Gibbs & Madlib - Bandana

접근성은 향상시키고 본질은 유지한 전략 하에, 진화 따윈 이들에게 우습기만 하다

• billy woods & Kenny Segal - Hiding Places

고꾸라진 예술가의 흉가에서 흘러나오는 고통 섞인 육성

• Little Simz - GREY Area

최고조의 역량과 넘치는 프로덕션이 조성한 회색지대에서의 사색

 


2020
Run The Jewels - RT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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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힙합의 혁명은 사그라든 적 없다. 단지 그 형태를 달리 했을 뿐이다. Run The Jewels의 신작은 BLM 운동이 성행하던 때 시의적절하게 등장했고, 그 자체만으로 시사하는 바가 지대했던 본작은 여타 음반들과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갖추게 되었다. 전작에서 그루브와 균일함에 집중했던 듀오는 다시 타격감과 파괴력을 되찾으며 그들의 정치 성향을 적극적으로 노출한다. 올드스쿨 힙합부터 댄스홀, 포스트 펑크까지 다장르 샘플에 기반하며 강건하게 건조된 하드코어 프로덕션은 오락적이면서도 비장하다. El-P와 Killer Mike는 불합리한 사회에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좌파적인 해방 사상으로 만인을 선동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정치적 의견을 애써 숨기지 않은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조차 이들의 압도적인 듀오 래핑과 감정적 퍼포먼스로 인해 작품의 급진적 메시지에 이입된다는 사실이다.

Recommendation

-out of sight

-walking in the snow

-a few words for the fire squad (radiation)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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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lfredo

언제나 품질을 보장하는 프로듀서의 비트에 범상치 않은 플로우가 합류할 때

• Blu & Exile - Miles: From an Interlude Called Life

Miles Davis로 대표되는 고전 재즈에 대한 존경을 담아, 힙합의 형태로 아름답게 화하다

• Westside Gunn - Pray for Paris

치가 떨리게 매력적인 우아미와 야만성의 이율배반적 산물



2021
JPEGMAFIA - LP! (Off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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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인터넷 종자들의 우상과 같은 인디 음악가에 의해 새 시대의 이름은 '익스페리멘탈'로 재정립되었다. 작금의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상징하는 아티스트 JPEGMAFIA의 커리어는 모호함과 실험성을 덜어나가는 과정으로 정리된다. <Black Ben Carson>에서 <Veteran>으로, 또 <All My Heroes Are Cornballs>로. 그리고 <LP!>에 이르러서 그의 음악은 가장 온건한 형태로 정돈되었다. 그러나 본연의 익스페리멘탈에서 멀어진 것이 본작의 호평 이유는 아니다. 작품의 질을 상실하는 일 없이 수용가능선상을 낮춘 JPEGMAFIA는 프로듀서로서 가진 압도적인 역량을 과시하며 창의적인 샘플링 센스와 과포화된 믹싱으로 그의 최고작을 연성했다. 추상적인 아방가르드부터 고음압의 베이스와 드럼셋을 앞세운 전율까지, <OFFLINE!>은 익스페리멘탈이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의 청사진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

Recommendation

-HAZARD DUTY PAY!

-REBOUND!

-DIKEMBE!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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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tle Simz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성숙한 대본과 미려한 연출로 완성된 힙합 최고의 자전 뮤지컬

• Injury Reserve - By The Time I Get to Phoenix

가능한 한 불쾌하게 그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우리는 이대로 붕괴되어 버린 걸까요?

• Tyler, The Creator - CALL ME IF YOU GET LOST

지난 10년을 풍성히 요약하며, 앞으로의 10년 또한 그대에게



2022
Danger Mouse & Black Thought - Cheat C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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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클래식을 거부하는 시대에서도 모던 클래식은 기어코 진모를 드러내고 만다. 수백 년에 걸쳐 암석이 비바람에 깎여나가도 고목만은 그 웅대한 풍채를 유지한다. 그 근간이 무기가 아닌 유기에 있음이다. Danger Mouse와 Black Thought는 각자의 분야에서 만능에 가까운 역량을 지닌 거장들이었고, 17년이란 시간은 그들의 아이디어가 영적인 형태로 연마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전파를 자처하는 그 어떤 힙합 프로듀서들과도 확연히 차별화된 Danger Mouse의 고전미적 터치는 <Cheat Codes>를 기존 황금기 회귀적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과 다른 격에 올렸으며, 충성스러운 실력자들을 대동한 Black Thought의 랩은 막대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앨범을 역동적으로 뒤흔든다. 수많은 붐뱁, 드럼리스, 앱스트랙 힙합 음반들과 <Cheat Codes>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차이는 미묘함에도 동시에 극명하기 그지 없다.

Recommendation

-The Darkest Part

-Aquamarine

-Strangers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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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D - The Forever Story

또 다른 10년이 지났으니, 어떤 다재다능한 래퍼가 그의 재능을 만개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 billy woods - Aethiopes

음험히 닥쳐오는 시대의 그림자와 함께, 나의 철학은 아프리카로 회귀한다

• 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불합리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 정진의 길을 택한 결과



2023
JPEGMAFIA &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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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신성이 바로 자신임을 천명한 JPEGMAFIA가 역사에 남을 경악스러운 프로젝트를 남기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uknowhatimsayin¿>에서의 인연을 계기로 앨범 단위의 작업에 착수한 JPEGMAFIA와 Danny Brown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대표하는 인물들답게 그들의 역량을 다해 최대한 광포한 작품을 제작하려 했다. 이전의 그 어떤 힙합 음반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과격한 샘플 콜라주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콜라주의 태풍 속, 듀오는 구강 필터 따위 창녀에게 던져버린 채 기존 체제에 중지를 치켜올린다. 라우드니스 워의 선봉장으로서 극한의 청각적 체험을 추구하는 본작은 JPEGMAFIA에 의해 오직 롤란드 사의 SP-404SX만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과 빌보드 200 차트 84위로 데뷔했다는 기록으로 그 존재에 대한 의뭉스러움을 증폭시킨다.

Recommendation

-Lean Beef Patty

-Garbage Pale Kids

-Kingdom Hearts Key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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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lly woods & Kenny Segal - Maps

골든 에라 힙합과 앱스트랙 힙합의 교집합에 꽂힌 작가주의의 핀

• Aesop Rock - Integrated Tech Solutions

그의 초현실적 화법과 견고한 프로덕션이 곧 논의 대상의 시대상마저 추월할 기세이다

• McKinley Dixon - Beloved! Paradise! Jazz!?

힙합이 오랜만에 맞이한, 진정한 재즈의 선율과 풍미

 

 

2024

Mach-Hommy - #RICHAXXHAI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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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Mach-Hommy is the icon and end quote." 아이티, 완벽한 익명성, 앱스트랙 힙합, 하이티 혈통의 래퍼 Mach-Hommy는 얼마나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는가? 정확히는, 얼마나 많은 것을 상징할 수 있는가? 신비주의와 하이엔드, 자국 문화 기반의 독창성을 앞세운 그의 전략은 문외한들에겐 신선함을, 전문가들에겐 경외감을 초래케 하며 하나의 컬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아이티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음반은 경이로울 정도로 미세한 척도에서 변화를 주고 발전시키며 그를 상징하는 대표작 중 하나로 등극했다. Roc Marciano, Conductor Williams, Black Thought, KAYTRANADA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 대담함은 당연히도 그의 압도적인 실력과 고급스러운 프로덕션 조성 능력에 기반한다. 사실, 이제 이 전설에게 수준 이하를 요구하는 것이 더 요인해보인다.

Recommendation

-POLITickle

-SUR LE PONT d'AVIGNON (Reprational #1)

-#RICHAXXHAITIAN

 

Honorable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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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boy Q - BLUE LIPS

블루스와 소울로 표현된 분산의 예술적 승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압도적인 랩 스킬

Tyler, The Creator - CHROMAKOPIA

가면을 써야만 고백할 수 있었던 개인사 사이에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하고 이내 가면을 벗으며 진정한 '나'로 거듭나다

Denzel Curry - King of the Mischievous South Vol. 2

멤피스의 가장 다채로운 재현을 체험하는 와중에도, 어쩌면 그의 가장 걸출한 능력은 총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블로그 본문: https://blog.naver.com/oras8384/223325847987

 

어느새 2024년도 다 지나갔네요. 여러모로... 21세기를 통틀어 이처럼 정신없고, 즐겁고, 난잡하고, 역사적인 해가 또 있나 싶습니다. 개중 몇은 역사책에 실리겠다 싶을 정도로 대단했죠. 힙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힙합 역사상 두 번째로 거대한 전쟁이 전미를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우리가 그리워하던 칸예는 뜬금없이 한국에서 부활했으며, 타일러와 켄드릭은 누가 더 예상치 못하게 앨범을 내는지 내기라도 한 것 같았네요. 그러나 그런 대사건들로만 정리될 수 없을 정도로 힙합에게 2024년은 정말 풍요로운 해였습니다. 지난 해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싶을 정도의 명반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하리만치 좋은 음반들이 많이 나와줬어요. 특히 장르의 기둥으로 평가해도 무방한 중요한 아티스트들에게서요. 요즘의 트렌드는 '성숙'인가봐요. 또 무엇보다도 힙합의 막대한 대중성이 다시 체감된다는 점에서 전 정말 행복했습니다. 어린 내가 사랑하던 힙합은 아직 죽지 않았구나, 싶었거든요.

 


 

P.S.

 

두 번 리스트에 오른 아티스트들: A Tribe Called Quest (1990, 1991), JAY-Z (1996, 2001), The Roots (1999, 2011), MF DOOM (2003, 2004), Kendrick Lamar (2012, 2015), Run The Jewels (2014, 2020), Danny Brown (2016, 2023), JPEGMAFIA (2021, 2023)

 

세 번 리스트에 오른 아티스트: Kanye West (2005, 2010, 2013)

 


 

  • 2022년 리스트: https://hiphople.com/fboard/24877560
  • 2023년 리스트: https://hiphople.com/fboard/2734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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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2
  • title: Kanye West (Korea LP)KanyeꓪestBest베스트
    4 12시간 전

    2025는 불리가 점령한다

  • 1 12시간 전

    개추드립니다

  • 1 12시간 전

    이런 글 ㅈㄴ 환영

  • 4 12시간 전

    2025는 불리가 점령한다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7시간 전
    @Kanyeꓪest

    안타깝게도 매드깁스의 Montana와 RTJ의 정규 5집, 그리고 음악 그 자체를 만날 예정입니다. RIP.

  • 1 12시간 전

    개추

  • 1 12시간 전

    2000년대가 확실히 맛있네요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7시간 전
    @피닛

    2000년대 후반은 오히려 어떤 면에선 힙합 역사에서 가장 침체기가 아니었나도 싶어요.

  • 2 12시간 전

    이 리스트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감사합니다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7시간 전
    @적극마인드갖

    입문자들과 매니아들을 위한 바이블 격의 글이 되길 바란 것 같네요. 이번에 이전 리스트에서 소소하게 고친 것들도 있습니다.

  • 1 12시간 전

    감사합니다!!!

  • 2 12시간 전

    외출전 최고의 선택

    추추누를수밖에

  • 1 11시간 전

    감사합니다 선생님

  • 1 11시간 전

    좋아하는 앨범이 많아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title: Kendrick Lamar (MMTBS)AMW
    1 11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2 11시간 전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글이네요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7시간 전
    @BKNNETS

    🎅 🎅 🎅

  • 1 11시간 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 1 10시간 전

    개추

  • 1 10시간 전

    rtj를 사랑하는 저로써 개추를 드립니다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7시간 전
    @range

    사실 런 더 주얼스가 대단한 듀오인 건 맞지만, 그래도 두 해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가 고민 많이 했습니다. 2014년은 Piñata로 바꿀지 고민 좀 했던 것 같아요.

  • 1 10시간 전

    개추개추

  • 1 10시간 전

    늘 감사합니다...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6시간 전
    @앞날

    올해만을 정리하기에는 이미 훌륭한 선례가 있어서 비겁하게 과거를 빌려올 수밖에 없었네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 1 9시간 전

    오 미쳤다

    스크랩하고 천천히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1 8시간 전

    사랑해요

  • 1 8시간 전

    내가 엘이를 못 끊는 이유

  • 1 8시간 전

    근데 danny brown도 잔학전시회랑 창겁으로 두번 올라왔네요

     

    Black thought도 루츠랑 칫코드 합치면 3번이네요

  • title: SANTA DOOM온암글쓴이
    6시간 전
    @JPEGꓟAFIA

    대니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큐팁이나 블랙 소트의 경우, 팀의 커리어와 개인의 커리어를 때어 보고 있습니다.

  • The infamous랑 donuts 밀린건 의외네요

    최신으로 올수록 개인 취향이 더 드러나시는 느낌

  • 1시간 전

    두번 세번 정독해도 부족함이 없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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