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r, The Creator - CHROMAKOPIA
CHROMAKOPIA... 당신같은 앨범이다.
꽃을 든 소년이 나이를 먹고 변화하며 받아들이는 방황적 자기반성. 어느 괴물과도 같은 곱추의 못나고 슬프지만 애틋한 사랑 이야기. 세상에 쉽사리 꺼내기 어려웠던 어느 새끼 늑대의 목소리. 그 안의 괴물 고블린. 그리고 가면. 가면...?
Chur Bum의 복면 따위가 아니다. 그 복면을 패셔너블한 은행강도의 드레스 코드로 퉁치자면 저를 똑 닮은 무의미한 가면은 골판지로 만든 방패 내지 모래로 지은 성벽이다. 그는 왜 "SORRY NOT SORRY"에서 죽여놓은 모두를 조금씩 꺼내놓았을까. <~The Estate Sale>의 의의는 뭐였을까.
그래서 가면을 쓸만큼 그리 진솔한 얘기들뿐이었을까. 모두가 아는 자가당착과 자기모순. 정체성의 혼란을 꺼내놓은 이후 생겨난 혼란. 조금은 단순무식한 브래깅 이후 더 거대해진 브래깅. 설상가상식 부귀영화에 뒤따르는 엎친 데 덮친 격의 무력감과 상실감까지도. 아는 맛이지만 적당히 괜찮을 뻔했다. 아트워크만으로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시키던 기억이 아쉽게 된 이후지만.
명명하자면 본작은 Tyler, The Creator에 대한 기억을 잃은 뒤 듣게 된 'Greatest Hits' 같다. 정정하자면 그리 대단할 정도는 아닌 'Some Great Hits' 정도로. 그것도 아니라면 'Tyler, The Creator Flow Chart'를 위해 만들어진 최상단의 입문작.
"IGOR'S THEME"보다 다소 아쉬운 "St. Chroma", "See You Again"보다 다소 아쉬운 "Darling, I", "JUGGERNAUT"보다 다소 아쉬운 "Sticky"... 저울질을 떠나서 버릴 수 없는 기시감들이 가득하다. 뉴 타일러에게서 들었던 멜랑꼴리한 뿅뿅 소리들. 올드 타일러에게서 들었던 묘하고 어그러진 아우라.
타일러이기도 하지만 타일러가 아닌, Tyler, The Creator가 대체 누구냐는 불명확함에서 다소 혼동되는 그 정의. 어쩌면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기분 뿐이다. 딱 지금이 아니면 괜찮을 듯싶은데. 내면의 토로와 나이 먹은 자신이란 주제를 작품으로 내놓기엔 너무 늦었고 동시에 너무 이르지 않았을까.
음악의 기술과 작품의 감성 모두를 사로잡는 아티스트 Tyler, The Creator. 크리에이터로 자생해온 10년의 시간을 뒤엎고 Tyler를 꺼내들었다.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철딱서니 없는 어느 아들내미를 꺼내들었다.
음. 그런데, 당신은 줄곧 가면 없이도 수많은 자아를 낳은 크리에이터였는데. 언제부터 Tyler와 The Creator가 서로 다른 사람이었더라. 어쩐 일로 자신을 찾아달라며 크리에이터들 속으로 숨어들었는지. 크리에이터가 쌓아온 음악 속에서 등장하려했는지. 그럭저럭 늘어놓은 크리에이터 콜라쥬에 자신이라는 부정합을 꽂아버렸을까. 그저 의문스러운 의중이다. 어쩌면 이 모든 문장들을 내가 그의 팬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반박할 수도 있을테지만.
여튼 그렇기에... 아무리 보아도 이 앨범은 당신같지 않다.
선추후감
선추후감22
그럴만한 내용이 아니긴 하지만 😅 그래도 감사함미다
확실히 이전에 있던 진보성을 죽여놓으니까 좋긴 한데 이게 타일러라고? 싶은 면이 있었죠
타란티노의 어느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토이스토리 3의 결말이 완벽했기에 토이스토리 4는 중요하지 않다... 타란티노 영화도 토이스토리도 딱히 제대로 본 적 없지만, 제가 아는 타일러는 아직도 SORRY NOT SORRY의 뮤비 엔딩처럼 스스로를 줘패는 중입니다. 신보 반응이 좋길래 결국 들어버렸지만요.
왠지 모를 아쉬움의 출처를 잘 짚어주신 듯 하네요. 양질의 리뷰 감사합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다
저도 조금은 동의합니다
굳이 또 얼터 이고를?
얼터 이고 300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크로마코피아 타일러에게서 The Heart Pt. 5로 기대를 모으고선 MMTBS를 발매한 켄드릭에게서도 느낀 기시감을 느꼈달까요... 어떻게 되었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타일러 본인에게 가장 필요했던 앨범 같기도 해요
다만 예고에서 등장했던 독재자 캐릭터를 기반으로 앨범을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어요
리뷰로 돌린 2회차는 왜 그간 체리밤을 최고로 뽑았었는지 되새기는 기회였습니다
흠흠 역시 체리밤은 최고야
체리밤을 기대했더니 나온 리버스 체리밤 🥺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