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프리에 대하여

민희진이가 마이크들고 나와서 막말을 하니까 

실시간 댓글에 국힙원탑, 래퍼 이런 반응들,

인터넷 상에서 저와 비슷한 부류들의 글을 종종 본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래퍼가 나와서 노빠꾸로 한마디 해줘라는 식.

(누가 그런 대중의 수요를 반영하고자 멍청하게도 축협까는 디스랩 게시판에 올렸던데 졸라 구렸고 반응도 없음)

근데 래퍼가 언제부터

자기네들이 듣고싶은 말을 대신 나서서 시원하게

긁어주는 대변인이었나.

래퍼는 세치혀로 맞는 말만 하는

기회주의 국회의원도, 언론인 출신 유튜버도 아니다.

1시간 가량의 비프리 학사모 영상을 보면

유익함이 1도 없는데 그럼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봐 지더란 거다.

비프리를 보면 처음에는 반사회적이고 자기만의 철학으로 사는

고집있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사회와 타협도 잘하고 모순도 참 많으며,

반대로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이 안되거나 철없는 발언들도 때때로 보면 수긍할만 것들도 있다.

밑에 글에서 누가 현대미술 이야기 했는데

요즘 서울 어딘가에 전시되는 작품들을 보면 주로 다루는 메시지가

우리가 통념적으로 사유하는 사상이나 관념이 미디어에 의해

빠르게 수용되고 그만큼 주체성을 잃는 것에 대한 경고성을 암시하는 것들이 많은데

비프리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여기는 '선(찰한 선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함)'의

판단기준을 흔드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항상 옳은 생각, 옳은 판단하면 백종원 강형욱 오은영이처럼 많은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고

모든 사람이 그들처럼 '공감능력'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모두가 그렇지 못하다.

또한 그것만이 정의인 것인가 역시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게시판에서 겪는 갈등의 대부분도

힙합에서 자꾸 정의로움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비프리에게 좋은 가사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웃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참 많은데

사실 대단한 의미나 재치도 없으면서 귀에 쏙쏙 박히는 건  

코리안드림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타블로 가사처럼 어디 비석에 새길만한 문구는 없지만

댓글창에 아무렇게나 남발하며 사용하기에는 비프리 가사만한게 없다.

이번 앨범도 너무 빨리나와서 오히려 실망스러웠지만

삶에 아무런 교훈이 없는 그의 나이값 못하는 가사를 재밌게 들었던건 맞다.

힙합을 오래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가사를 잘 쓰는 것 보다

자신의 가사를 듣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