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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줌터뷰 아흔다섯번째 손님 record_mag a.k.a. 한승희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5.11 20:20조회 수 284추천수 2댓글 0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238257755

줌터뷰 배경사진 ep.109.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한승희 (이하 한) : 안녕하세요,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한승희입니다. 공연을 많이 다니고 LP도 모으고 있어요.

 : 저는 hanseungheesmusic라는 인스타 계정으로 승희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계정 이외에도 많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각기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계시는 걸까요?

 : 우선 hanseungheesmusic 같은 경우에는 현재로서 살짝 흥미를 잃은 상태기는 하지만,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을 모두 그 계정을 통해 팔로우 해놨어요.

한 5천 명 정도 되는데, 제가 새로 나온 앨범 발매 소식이라든지, 패션 관련 정보를 보려면 그 계정을 통해 확인하는 거죠.

하지만 그 계정으로 게시글을 올리지는 않고 있어서 사실상 제 눈팅용 계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제 지인들을 팔로우하고 있는 계인 계정 seungheefrom031, 코로나 19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LP를 자랑하기 위해 만든 계정 vinyl_031은 어쩌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이 모여서 제 메인 계정이 되었습니다.

 

 Vinyl 031 🇰🇷(@vinyl_031)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706명, 팔로잉 747명, 게시물 77개 - Vinyl 031 🇰🇷(@vinyl_031)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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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yl_031에서는 LP나 공연, 레코드 샵 등을 소개해드리는 느낌으로 운영하고 있고, 원래 그 계정에서 듣던 노래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만 올렸었어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듣던 노래들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꽤나 계시더라구요. 제 계정을 팔로우해주시는 분들은 저와 어느 정도 음악 취향에 교집합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애플 뮤직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 공유를 하면 제가 따로 노래를 입히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노래가 재생되지 않고 앨범 커버와 제목만 나오더라구요.

귀찮아서 그렇게는 안 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앨범 커버와 노래 제목만 있는 것보다는 노래가 함께 들리면 제가 좋아서 추천한 노래에 보다 접근하기가 쉽잖아요? 앨범 커버가 별로 예쁘지 않더라도 좋은 노래도 있구요.

그리고 제가 스토리에 한 번 노래 공유를 하면 재봉틀에서 바느질 해놓은 것 마냥 열댓 곡 씩 올리니까 이왕 올리는 겸 조금 귀찮더라도 앨범 커버에 노래를 입혀서 소개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이 장르나 노래를 좋아한다면 제 계정에 와서 들어도 좋다는 느낌으로 ifyoulovethisgenre라는 새로운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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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295명, 팔로잉 147명, 게시물 126개 - (@ifyoulovethisgenre)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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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LP를 직접 제작하는 건 아니지만 일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계정 vinylguide.korea와 gigguide.korea가 있습니다.

 

 Vinyl guide korea(@vinylguide.korea)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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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 같은 경우에는 내한 공연을 소개하는 계정인데, 제가 운영한지 한 5년 정도 되었어요.

최근에는 공연 기획을 잘 안 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신 국내 인디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서 LP 제작 및 판매까지 맡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작년 6월부터 시작을 했어요.

정확하게 개수는 모르겠지만 7~8장 정도 앨범을 LP로 제작하였습니다. 제가 블로그로 굳이 티는 내지 않아서 잘 모르셨을 수도 있는데 이런저런 LP를 많이 제작하였어요.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이희상의 [WHOEVER] LP일 것 같은데, 발매 공지가 나간 이후 15분만에 완판이 되어 감동했었어요.

물론 제작한 다른 앨범들도 모두 좋은 음악이지만, 그 정도로 파워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이외에도 유다빈 밴드의 이준형, 많은 분들의 세션으로 많이 참여하셨던 김정훈님, 밴드 맥거핀, 2단지 등 주로 인디 아티스트의 바이닐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하시는데, 그 중에서도 흥미가 가는 건 바이닐 제작인데요.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서 바이닐 제작 같은 경우에는 기획만 맡으신 건가요? 어느 정도로 관여를 하시고 계시는 건지 궁금하네요.

 : 제가 거기서 9 to 6로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아이디어 제공처 느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예를 들면 인디 씬에서 이 아티스트의 앨범은 LP로 제작한다면 잘 될 것 같다고 주장을 하는 게 제 일이에요.

그런 다음 아티스트와 컨택을 통해 조건을 맞추고, 맞춘 조건을 회사와 협의를 하여 일본이나 체코 같은 바이닐 공장에 맡기는 거예요.

근데 코로나 19 사태로 바이닐 발매가 엄청 밀렸어요. 그 때 맡기면 최소 1년은 기다렸어야 됐는데 다행이 지금은 조금 풀렸죠.

왜냐하면 사람들이 집에 묶여서 공연을 못 보니까 공연에 못 쓰는 걸 LP 수집에 투자를 하는 거죠.

그렇게 붐이 일었었던 LP 제작 관련해서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기준은 일단 회사가 있으면 계약이 안 된다고 보면 돼요. 회사가 있는데 굳이 다른 회사와 계약해서 LP를 제작할 이유는 없거든요. 본인 회사에서 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인디펜던트 아티스트 같은 경우에는 저희 입장에서는 LP를 발매하면 잘 팔릴 것 같은데, 아티스트 혼자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잖아요?

한 번에 3~500장을 뽑아야 되는데 만약에 안 팔리면 제작비 날리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저희가 LP 제작 및 유통을 맡는 거죠.

제가 LP를 직접 공장에 가서 만드는 건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바가 직접 구현이 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Devin Morrison - <P.B.J.>

 

 : 흥미로운 바이닐 제작 관련 이야기도 들려주셨고, 본격적인 줌터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첫번째 질문인데요.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를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오늘 운전할 일이 있어서 차에서 Devin Morrison의 <P.B.J.>를 들으면서 집에 왔어요.

 

 

 

Devin Morrison 같은 경우에는 2019년에 발매한 [Bussin']이라는 앨범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좋아하던 가수 중 하나였는데 에잇볼 타운을 통해서 내한을 오더라구요.

최근의 알앤비/소울 장르를 좀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Devin Morrison의 음악을 들어보면 근본력이 느껴지면서도 요즘 것을 한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어요.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크러쉬나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연이 맞닿은 아티스트라 좀 더 애정이 갔습니다.

그리고 MNDSGN 공연을 통해서 어제 직접 만나뵙기도 했어요. 왠지 한국에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게 MNDSGN이 일본 투어를 돌다가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Devin Morrison과 함께 투어를 돌았거든요.

그런데 Devin Morrison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아직 일본인 것 같길래 내한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았구나 싶었는데 공연 막바지에 갑자기 관중석에서 가방을 멘 상태로 나오다라구요.

그래서 마지막 곡을 MNDSGN과 함께 부른 다음에 밖에 나가서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솔직히 둘 다 너무 좋았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곡에서 깜짝 등장을 했다 보니까 Devin Morrison 쪽이 임팩트가 좀 더 크더라구요.

홍대 벨로주에서 진행한 공연이었는데, 그 공연장은 아티스트 입구가 따로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서 공연장에 나오려면 관중석을 모세처럼 가르고 와야되거든요.

그런데 MNDSGN이 갑자기 손짓으로 누군가를 빨리 오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래서 관중을 올리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Devin Morrison이 나와서 제가 등을 쳐주고 그랬거든요.

그 때 기억이 빡 와서 오늘은 Devin Morrison의 날이다 싶어 노래를 듣다가 <P.B.J.>를 마지막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구원찬 - <허수아비>

 

 : 요즘 느낌이 나는 근본 있는 가수 Devin Morrison을 만난 에피소드와 <P.B.J.>를 가장 최근에 들으셨다고 말씀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 최근에는 구원찬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 한 곡을 고르자면 원슈타인과 함께한 <허수아비>예요.

 

 

 

원래 다른 곡을 좀 더 좋아했고, 그렇게까지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데 제가 최근에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래서 지금 많은 선택의 기로와 뭘 먹고 살아야 할지 혼자만의 고민에 둘러 쌓여 있는 상태인데 <허수아비>의 가사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더라구요.

곡 설명을 읽어 보면 '난 이 곳에서 거센 바람에 휩쓸려 움직이는 같다'라고 써져 있거든요.

저는 제 나름대로 가슴의 심지를 곧게 세운 채 곤조를 지키고 살려고 하는데, 상황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시기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고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더라구요.

그런 상태에서 이 곡을 듣는데 남들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노래를 들으며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최근에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로 계절에 맞게 노래를 듣는 편인데, 이 곡은 비가 오거나 맑거나 다 괜찮더라구요. 심지어 운전할 때나 어디를 왔다갔다 할 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노래라고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알앤비/소울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인데 아직 구원찬의 [Object] 앨범을 안 들어보셨다면 한 번쯤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요새 한국 알앤비/소울 정말 좋거든요.

 : 본인의 곤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졸업하고 좋아하는 음악 관련 쪽으로 진로를 설정하시거나 혹은 아예 다른 길을 선택하실 수도 있잖아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가슴 안에 있는 심지가 어느 길로 가라고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그걸 아직 모르겠네요. 저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사람이에요.

제 생각으로는 제가 최대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경험한 이런저런 일들이 딱히 저에게 맞지 않다고 느낀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특정한 한 가지 분야를 정하기보다는 계속 이것저것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면 최소한 70까지는 살텐데, 그 때까지는 40여년 정도 남았잖아요? 그냥 음악 들으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것 같기는 해요.

아직 확실하게 제가 갈 길은 정하지 못 했기 때문에 <허수아비>라는 곡에 많은 공감을 받았고, 아마 답을 내렸다면 가사의 의미를 신경 쓰지 않고 재밌게 들었을 것 같아요.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Parachute - <Kowloon Daily>

Louis M'Bomio - <Sambale>

 

 :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살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셨고,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는 구원찬의 <허수아비>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인데요. 어떤 곡을 선정해주셨을까요?

 : 나만 알고 있는 노래를 고르기 너무 어려워서 다른 분들은 줌터뷰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시는지 봤는데 다들 빡센 걸 선곡하셨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저는 솔직하게 저만 알고 있는 노래는 없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두 곡으로 골라보았어요.

공통점이 있다면 레코드 샵에서 디깅을 한 노래인데, 레코드 샵 사장님들의 셀렉은 집에서 단순히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이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서울에는 모자이크라는 LP 샵이 있는데, 모자이크 사장님이 인스타그램에 입고된 음반 정보들을 올려주세요.

그런데 전 그것들을 봐도 대체 이걸 어디서 공수해오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떤 음악인지 하나도 모르거든요.

브라질 월드뮤직, 재패니즈 퓨전 재즈 같은 관심이 없다면 평소에 접하기 힘든 장르들의 음반이 들어오는데, 그 중에서 Parachute라는 퓨전 재즈 밴드의 <Kowloon Daily>라는 곡을 골라왔어요.

 

 

 

이 곡을 듣고 너무너무 좋아서 일본 퓨전 재즈 쪽에도 관심이 생겼죠. 이후로 Casiopea나 다른 밴드들의 음악도 들으면서, 밴드 멤버들도 개인 앨범들이 있어서 그런 작품들도 한 번씩 들어보았어요.

그 중에서도 Casiopea의 드러머 짐보 아키라는 이번에 야마하에서 주최한 드럼 대회 관련해서 내한을 하셨어요.

제가 그 공연을 가지는 못 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사인 이벤트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게시글에다가 '음반 주세요!'라고 싹싹 빌었더니 당첨돼서 사인을 받아놨습니다.

다른 노래는 최근에 일본 도쿄에 여행을 가서 이런저런 레코드 샵을 방문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금 빡세다고 느낀 곳이 글로컬 레코즈였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도쿄 LP 샵 관련해서 가장 처음으로 업로드하기도 했는데, 거기서 커버 느낌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Louis M'Bomio의 <Sambale>라는 곡을 골라보았어요.

 

 

 

커버를 보자마자 '와 이건 뒤졌다'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유튜브 조회수도 70회도 안 되고.. 이건 저만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글로컬 레코즈는 올가닉 그루브, 레어 그루브, 테크노 하우스 등의 장르들의 음반을 취급하는데 솔직히 무슨 장르인지도 잘 모르겠고, 제 생각에는 저 같은 평범한 리스너들이 들을 건 아닌 것 같고 DJ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DJ 분들은 한 곡이 수록된 12인치 음반을 박스 째로 사가지고 셀렉한 다음에 자신의 셋을 만드는 거죠.

이 음반을 만나게 된 건 저에게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고 노래가 좋기는 하지만 집에서 들을만한 노래는 아닌 것 같아요.

DMZ나 에어하우스 같은 페스티벌에서 들어야 될 것 같은 곡이라서 한 번 골라보았습니다.

 : 최근에 섬머소닉 페스티벌 관련해서 도쿄를 방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글로컬 레코즈라는 곳은 어떻게 방문하게 되셨나요?

 : 일본에 간 김에 제가 레코드 샵을 가는 걸 좋아하다 보니 시부야나 도쿄 근처에 있는 모든 레코드 샵에 대한 정보를 긁어 모았어요.

거의 이틀 동안 14 곳 정도를 다녀 왔는데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글로컬 레코즈였어요. 물론 취향에 맞는 곳은 따로 있었죠.

제가 힙합, 알앤비/소울 같은 흑인음악 장르를 좋아하니까 디스크 유니온이나 맨해튼 레코즈 같은 곳에서는 눈이 돌아가서 제 지갑이 탈탈 털릴 뻔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글로컬 레코즈는 '대체 이 음악이 뭐지? 하나도 모르겠다'라는 신선한 감상을 할 수 있었고, 그나마 아는 건 Aphex Twin 정도더라구요.

위치도 이상한 건물 3층에 있어서 찾기도 힘들었고, 올라가는 것도 밖에 있는 동그란 계단을 타고 가야 해요. 그렇게 해서 도착하면 안에 수염난 아저씨 한 명이 컴퓨터를 보면서 정리를 막 하고 있어요.

딱 봐도 고인물 느낌이 나고 기운이 이상해서 빠르게 나가야겠다 싶었는데 주옥 같은 음반들이 많아서 이게 뭘까? 싶은 작품들은 집에서 들어보려고 사진도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들어보니까 대부분 월드 뮤직, 삼바, 정글, 테크노 같은 엄두도 안 나는 장르라서 가볍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DJ들이 좋아할 법한 고인물들의 공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Kanye West - <Devil In A New Dress>

JPEGMAFIA,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 서울의 모자이크, 일본의 글로컬 레코즈에서 접한 곡들을 각각 하나씩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라이브 가는 걸 워낙 좋아하시다 보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되더라구요.

 : 저처럼 살면 안 돼요. 특히 이번 년도에 미국도 갔다오고 저의 재산을 거의 탕진하다시피 했거든요.

제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이제 도파민에 절여져서 어느덧 내년 준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수많은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하나 꼽자면 아무래도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이죠.

그런데 올해 공연 중에서 퀄리티로만 따지자면 코첼라가 베스트는 아니였어요. Frank Ocean은 첫 주 공연에는 1시간 늦게 등장하고, 다음 주 공연에는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저는 Frank Ocean을 너무 좋아하다보니까 그것만으로도 올해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데, 공연 퀄리티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브라질 재즈 싱어 Marcos Valle의 공연이 제일 좋았어요.

80 넘은 할아버지가 한국까지 와서 공연을 하는 걸 보면서 아까 구원찬의 <허수아비> 이야기를 했던 게 잠시 오버랩되더라구요.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100살까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걸 생각했을 때 Marcos Valle는 실력을 놓고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 경외감을 갖고 바라보는 아티스트인 거죠.

퀄리티를 기준으로 가장 좋았던 공연으로 뽑기는 했지만, 감히 제가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아요.

하지만 깨진 제 머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Frank Ocean의 코첼라가 최고였죠. 몇 년을 숨어 있다가 나왔는데 정말 말도 안 되죠.

아마 2주차 공연을 예매했으면 울었을 거 같아요. 물론 Frank Ocean의 빈 자리를 Skrillex, Fred again.., Four Tet이 채워주었기 때문에 공연으로만 따지면 그 쪽이 더 재밌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이번에 코첼라 측에서 Fred again..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풀로 업로드해줬거든요. 그 영상을 한 10번 정도는 돌려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2020년에 가려고 했다가 취소된 코첼라 페스티벌을 위해 모아둔 돈으로 Frank Ocean 하나만 바라보고 미국 행을 결정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끝판왕을 너무 일찍 깨버린 느낌도 들기는 해요. 물론 열심히 투어 도는 사람도 아니니까 묵혀두기 보다는 온다고 했을 때 바로 가는 게 맞지만요.

이제 끝판왕이 한 명 더 남았는데, 바로 Kanye West입니다. Kanye가 내한했을 때는 저는 초중딩 시절이었고, 지금 미국을 가자니 변수가 워낙 많은 사람이라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가장 후회되는 건 Drake와 함께 한 Larry Hoover 콘서트를 가지 못 한 것이죠. 사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못 간 것에 더 가깝습니다.

Frank Ocean의 무대는 올해 코첼라를 통해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에,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는 아직 보지 못 한 끝판왕 중 한 명 Kanye West의 <Devil In a New Dress>로 골라보았습니다.

 

 

 

라이브 영상이 엄청 옛날 거 하나 정도만 있을 정도로 이 곡을 라이브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구요.

그러니까 더 듣고 싶기도 하고, 사실 이 노래에서는 Kanye보다 Rick Ross의 Verse를 더 듣고 싶어요. Rick Ross의 모든 Verse를 통틀어서 1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레전드니까요.

이번 코첼라 페스티벌을 통해 Mike Dean의 기타 연주는 직접 보았기 때문에 <Devil In a New Dress>의 Rick Ross의 퍼포밍을 라이브로 한 번 쯤 경험해보고 싶고, 하나 더 뽑아보자면 JPEGMAFIA와 Danny Brown이에요.

피치포크 페스티벌에서 JPEGMAFIA가 혼자 <SCARING THE HOES>를 부르기도 했는데, 그 곡의 샘플을 박수 소리로 썼잖아요?

 

 

 

그 박수 소리를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 데 멋있더라구요. 저도 만약에 현장에 있었다면 다섯 명 정도 음량의 박수를 칠 수 있거든요. (웃음)

작년에 JPEGMAFIA가 후지락 페스티벌에 왔었는데, 그 시기에는 일본 가기가 조금 까다로워서 결국 못 가게 됐어요. JPEGMAIFA와는 살짝 연이 닿지 않는 것 같아서 꼭 보고 싶어요.

이번에 J.I.D가 내한 공연을 와서 매진을 시켰잖아요. 거기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힙합 공연의 가능성을 살짝 봤어요.

J.I.D가 그렇게 네임드 아티스트까지는 아닌데 매진이 될 정도니까 JPEGMAFIA가 와도 무신사 개러지나 롤링 홀 같은 공연장은 매진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애매하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같이 The Kid LAROI를 데려올 바에 JPEGMAFIA를 섭외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웃음)

Playboi Carti 공연도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한데, JPEGMAFIA는 특유의 날 것 느낌이 있어요. DJ도 안 쓰고 본인이 직접 노래 틀고 랩하고 노래 넘기는 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거든요.

그리고 매번 관중석에 뛰어드는 게 보기가 너무 좋아요. 오메가 사피엔 같이 항상 관중 속에서 발견되는 아티스트라서 저도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Snoh Aalegra - <I Want You Around>

Calvin Harris - [Funk Wav Bounces Vol. 1]

 

 : 피치포크 페스티벌 JPEGMAFIA 셋리스트가 굉장히 야무지네요. Kanye West와 JPEGMAFIA의 곡을 각각 하나씩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여행 가시는 건 좋아하시나요?

 : 여행 너무 좋아하죠. 돈과 시간만 있다면 아마 매일 여행 갔을 거예요.

만약에 돈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상태라면, 저는 항상 해외여행을 갈 때는 페스티벌을 묶어서 가거든요. 이번에 코첼라 페스티벌도 2주 LA 여행을 미리 계획한 다음 중간에 끼워넣은 거구요.

내년에는 영국으로 여행을 가서 중간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관람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약간 신이 점지해주는 느낌이다 싶을 정도로 티켓팅이 빡세거든요.

만약 티켓팅에 실패한다면 스페인으로 여행 계획이 변경될 것 같아요. 프리마베라 사운드라고 스페인 도심형 페스티벌이 있는데,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면 해안가 주변에서 공연을 진행하거든요.

헤드라이너로 Rosalia가 나오고, 라인업도 보통이 아니라서 스페인을 가면 안 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플랜 A는 무조건 글래스톤베리입니다.

 : 페스티벌을 여행 안에 포함시킨 채로 여행 계획을 짜신다는 것과 내년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행에 관련된 노래로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나요?

 : 제가 여행 갈 때마다 듣는 곡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근에 인상 깊었던 여행은 확실히 LA였거든요.

미국, LA라는 도시, 코첼라 페스티벌이 전부 처음이기도 했고, 제가 LA에서 꼭 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곡이 있었어요. 바로 Snoh Aalegra의 <I Want You Around>입니다.

 

 

 

엄청 유명한 노래라서 아마 다 아실 것 같기는 한데, 이 노래의 가사나 분위기가 완전 LA와 맞닿아 있어요.

직관적으로 'Palm Trees, Beach Views'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 이미지를 그려봤을 때 딱 떠오르는 건 LA거든요.

제가 알기로 Snoh Aalegra도 LA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라서 아마 그 풍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이 노래를 쓰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말리부 해변에서 운전하면서 이 노래를 딱 듣는데 그 동안 가사로만 접했던 풍경을 내가 직접 보는 게 사람을 미치게 하더라구요.

이번 LA 여행으로 한정지었을 때는 <I Want You Around>이고, 평소에 여행을 다닐 때는 Calvin Harris의 [Funk Wav Bounce Vol.1]을 즐겨들어요. Vol.2는 조금 아쉽더라구요.

이 앨범은 드라이브를 하든, 거리를 거닐든 여름 언제 어디서나 들어도 너무 좋아요. 앨범에서 한 곡 고르자면 대깨프답게 <Slide>입니다.

 

 

 

그걸 제외하고도 이 곡이 앨범에서 제일 좋기는 해요. LA 여행에서 <Slide>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 때가 4월이었으니까 반팔 위에 간단한 바람막이 하나 걸치기 딱 좋고, 정말 말도 안되게 끝내주는 날씨였어요.

그런데 웃긴 게 제가 갔을 때 비가 내렸는데, 1년 내내 LA에 비가 한 10번 정도 온다고 하더라구요.

당시에 베니스 해변에 갔었는데 갈매기 날아다니는 게 그냥 안목해변이더라구요.

그래서 '에헤이, 조졌네 이거~'라고 생각했는데 코첼라 페스티벌에 다녀왔다가 다시 LA로 돌아오니까 다행히 영상 자료에서만 봤었던 LA 날씨로 돌아왔어요.

아직도 그 뽕에 살고 있습니다. 제 마음의 고향이 LA로 바뀌어서 2주 갔다 왔지만 명예 시민입니다.

아마 다른 여행을 가면 묻힐 것 같기는 한데 노리고 있는 페스티벌 중 하나가 LA에서 열릴 예정이라 2030년 되기 전에는 한 번 가지 않을까 싶네요.

Tyler, The Creator가 진행하는 Camp Flog Gnaw를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하는 도심형 페스티벌이라 솔직히 코첼라만큼의 낭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대거 나와서 아마 한 번 쯤은 가지 않을까 싶어요.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Metro Boomin, John Legend - <On Time>

Eddie Chacon - <Holy Hell>

 

 : LA 명예 시민으로서 원대한 계획을 말씀해주셨고, 여행에 관련된 노래로는 Snoh Aalegra와 Calvin Harris의 곡을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취미가 워낙 많으신 것 같은데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

 : 음악 관련 취미를 제외하면 친구들이랑 족구하는 건데, 족구와 관련된 노래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질풍가도>를 고르기도 좀 그렇구요. (웃음)

그래서 제 음악 관련 취미 중 하나가 공연 관람인데, 올해 본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두 곡을 골라보았어요.

퀄리티를 떠나서 확 와닿았던 건 코첼라 페스티벌 1일차에 봤었던 Metro Boomin의 <On Time>이에요.

 

 

 

이 영상의 관객 중 한 명으로 제가 있었는데, 보통 제가 공연 가는 걸 좋아하고 많이 다니다 보니까 개중에는 진심은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제가 힙합 장르를 제일 좋아하는데 Bad Bunny를 거르고 Metro Boomin의 무대가 딱 시작하자마자 '아, 이게 내 본진이자 고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John Legend의 목소리가 나오고, 웅장한 분위기가 연출되니까 그제서야 코첼라에 제가 왔다는 게 실감이 되더라구요.

원래는 셋리스트에 Metro Boomin 이름만 적혀 있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하니까 John Legned를 비롯해서 Future, 21 Savage, Don Toliver, Diddy, 기대는 했지만 진짜 나올 줄은 몰랐던 The Weeknd도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가격만 보면 너무 비싸서 Metro Boomin 혼자만 나오는 건 말이 안 되기는 해요. (웃음)

제대로 된 힙합 뽕을 채워준 건 <On Time>이였고, 하나 더 소개하자면 Eddie Chacon의 <Holy Hell>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이 분은 Charls & Eddie라는 이름으로 듀오로 이전 세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인데, 최근에 솔로 활동으로 컴백을 하셨어요.

솔로 앨범 총괄 프로듀싱으로 Frank Ocean과 Steve Lacy의 작품에 키보드로 참여하신 John Carroll Kirby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분이 올해 후지락 페스티벌에 오셨는데 공연한 무대가 변방 캠핑장에서도 아예 반대 쪽에 위치한 구석의 작은 스테이지였어요.

심지어 무대 시간도 헤드라이너 급인 Lizzo와 겹쳤었는데, 저는 Lizzo 두 곡 정도만 듣고 Eddie Chacon을 보러 갔어요.

어차피 제일 좋아하는 <Juice>도 라이브로 봤겠다 Eddie Chacon을 그 때 아니면 다시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Eddie Chacon의 스테이지로 갔죠.

피라미드 가든이라는 곳이었는데, 추모비 같은 것도 세워져 있고 촛불도 켜져 있고, 모닥불을 가운데 엄청 크게 피워나서 영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관객은 한 30명 정도였는데 말을 스테이지와 거리가 엄청 가까웠고, 총괄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는 John Carroll Kirby도 함께 나왔어요.

워낙 소수다 보니까 저희가 말을 걸면 그 분들이 대답해줄 정도였고, Lizzo를 거르고 이 사람을 보러 왔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이상한 사람들만 모인건데 아티스트와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장소에서 야밤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있자니 너무 많은 감정이 들더라구요.

Metro Boomin 같은 경우에는 내가 정말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구나를 느꼈다면 Eddie Chacon의 무대를 보고서는 내가 이래서 공연을 좋아하는구나, 이 취미를 내가 왜 가지고 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공연 인생을 다시금 규정해준 인상을 받은 거죠. 아까 언급했듯이 지금껏 간 공연들이 물론 모두 좋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의무감을 가지고 관람한 공연도 있었는데, Eddie Chacon의 무대를 통해 이 맛에 가는 구나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Lupe Fiasco - <Around My Way>

현재) Kali Uchis - <After The Storm>

미래) Kanye West - <Good Life>

 

 : 힙합과 공연 자체를 왜 좋아하는지 다시금 알게 해준 Metro Boomin과 Eddie Chacon의 곡을 각각 하나씩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 솔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나요?

 : 네, 전부 골라보았어요. 과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옛날에 Lupe Fiasco를 엄청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Around My Way>를 골라보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다시 Lupe Fiasco에 꽂혀서 자주 듣고 있고, 어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업로드하기도 했어요.

예전에 가사나 샘플링도 잘 모른 채로 많이 들었었던 기억이 있고, 제가 두 번째로 간 공연이 고등학교 2학년이였던 2014년 현대 시티브레이크였는데, 그 때 Lupe Fiasco도 내한을 했었거든요.

헤드라이너로 Ozzy Osbourne과 Muse, 라인업으로 Pentatonix나 Lupe Fiasco 등 락 페스티벌임에도 다양한 장르를 섞으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근데 페스티벌 당일에 태풍이 와서 태풍 다 맞으면서 잘 논 다음에 바로 다음 날 감기에 걸린 채로 학교에 갔었던 기억이 나요.

이 질문 자체가 되게 거창하기도 해서 뽕차는 노래를 고르고 싶었거든요. 노래에 나오는 색소폰 사운드라든지, 제 공연 인생의 시작점에 있는 곡이기도 해서 선정해보았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에 큰 공연을 가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어린 나이에 공연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계기도 있었을까요?

 : 제 인생 통틀어 티켓을 구매해서 갔던 첫 공연이 2013년의 Eminem 내한이었어요.

제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듣기 시작했던 게 2010년에 발매된 Kanye의 5집부터였고, Eminem 공연까지 한 2~3년 정도 외국 힙합을 들은 거죠.

그 때 당시의 Eminem은 [Recovery]로 평단에게는 욕을 먹어도 대중들에게는 한창 잘 통하는 시기였거든요.

저도 마찬가지로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평론이 어떻고는 잘 모른채로 <Not Afraid> 뮤직 비디오에서 Eminem이 날라다니고 <Love The Way You Lie>에서 나오는 Rihanna 목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Eminem의 노래를 즐겨 들었었죠.

그렇게 한창 좋아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보내달라고 졸랐죠.

마침 현대카드에서 진행했던 Eminem 공연이 청소년 출입제한이 없었어요. 기사로 욕을 안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그런데 Eminem 노래의 대부분이 욕인데 욕이 안 들어간 노래로 공연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알고 보니까 결국에는 대놓고 욕 있는 노래를 해서 벌금을 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Eminem을 통해 공연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다음 해에 제가 좋아했던 Lupe Fiasco를 현대카드가 데려온다는 소식에 그것만 보고 시티브레이크 페스티벌로 달려갔죠.

근데 태풍 때문에 너무 추워서 Maroon 5는 보지 않고 Lupe Fiasco만 관람한 다음에 바로 집으로 갔어요. 그 때부터 공연 관람에 있어 특이한 고집 같은 게 생긴 거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후지락 페스티벌에 갔을 때 첫째 날에 새벽 세시에 자기도 했고, 텐트에서 잠을 자야되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한 거예요.

둘째 날 헤드라이너가 Foo Fighters였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안 보고 자버렸어요. 후지락 페스티벌 콘셉트 자체가 캠핑이라서 목욕을 하려면 온천에 가야하는데, 원래 대기 시간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온천을 Foo Fighters 시작할 쯤에 가니까 저 포함 두 명 정도 있는 거예요. 이런 생활이 예전부터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돈 몇십만원을 써서 힘들다고 Lupe Fiasco만 보고 왔다는 게 미친놈 같기도 하네요. (웃음)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는 Kali Uchis의 <After The Strom>을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도 가삿말이 정말 예뻐요. 폭풍 뒤에 꽃이 핀다는, 용기를 가지고 살라는 이야기거든요. 지금 고민도 많고 고생도 하고 있으니까 파이팅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Kali Uchis도 Kali Uchis만 Boosty Collins의 간드러지는 인트로도 너무 좋아해요. 지금은 건강 상 공연을 못 하시는 걸로 알고 있지만요.

<허수아비>가 제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는 듯한 노래라면 <After The Storm>은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잖아, 힘든 일 있어도 헤쳐나가, 파이팅!과 같은 곡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기도 하고, 라이브도 직접 봤고, 이 곡 정도면 제 현재 상황을 대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정해보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앨범도 너무 좋았고,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음악을 너무 잘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제는 어엿한 코첼라 서브 헤드라이너 급이 되었으니까 한국에 오기에는 개런티가 너무 비쌀 것 같아서 한국에서는 못 볼 것 같기는 하네요.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 클리셰긴 하지만 Kanye West의 <Good Life>를 골라보았습니다.

 

 

 

최근에 [Graduation]을 많이 듣기도 하구요. 지난 달에 졸업을 했기 때문에 그게 저의 마음 속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꽂혔네요.

곡 제목처럼 좋은 삶을 살고 싶기도 하고, 아마 이 노래는 죽을 때까지 들을 것 같아서 미래를 대표하는 곡으로 선정해보았습니다.

[Graduation]은 LP로 발매되지 않았고, 시중에 있는 건 전부 부틀렉이에요. [Yeezus], [The Life of Pablo]도 마찬가지니까 속지 마시고 사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Frank Ocean - [Blonde]

 

 :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를 각각 하나씩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많은 분들이 골라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저 또한 어쩔 수 없이 Frank Ocean의 [Blonde]를 인생 앨범으로 고르게 됐네요.

저를 사실상 6백만원 정도를 들여서 미국으로 가게 만들기도 했고, 힘들 때 이 앨범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고, 힘든 걸 떠나서도 들을 거 없으면 [Blonde]를 들었기 때문에 제 삶에 너무 밀접하게 맞닿아있어요. 어깨에 타투를 할 정도로요.

인생 앨범으로는 Kanye의 5집과 [Blonde]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 인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건 Kanye지만 최근의 기억들을 포함하여 저에게 훨씬 더 큰 즐거움과 감동을 준 건 후자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코첼라에 갔는데 1시간 지각하고 라이브도 제대로 안 했죠. 하지만 전 어쩔 수 없는 프기견입니다. (웃픔)

심지어 이 공연도 6년만에 한 거예요. 2017년도에 페스티벌 좀 돌다가 돌연 잠적하고, 또 이번에도 공연 하나 하고 잠적할 예정이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이게 엄청 큰 이벤트일 수 밖에 없죠. 말도 안 되는 경험을 내가 하고 왔구나 싶었죠.

다른 분들에게도 엄청 큰 의미가 있겠지만 저한테는 그 이상으로 너무 자주 듣고 투자도 많이 한 앨범이에요.

[Blonde] LP도 하나는 청취용으로, 하나는 소장용으로 총 두 장 샀고, 'Boys Don't Cry' 매거진도 샀고 각종 CD들도 다 모아놨습니다.

Frank Ocean은 저에게 굉장히 의미가 큰 아티스트기도 하고, 그 사람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이거니까 질문을 보자마자 바로 [Blonde]를 적어놓고 시작했죠.

앨범에서 한 곡을 골라보자면 <Pink + White>예요. 제일 메인 스트림과 가까운 곡이라고 생각하고 꼭 라이브로 한 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이 노래도 완전 여행 느낌이 담겨 있어서 LA에 갔을 때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계속 들었었던 기억이 나요.

 

 

 

그 뿐만 아니라 화가 날 때라든지, 학교 면접이라든지, 혼자 여행을 갈 때라든지, 기분이 좋을 때 등등 인생의 여러 순간들에서 이 곡과 앨범이 항상 있었죠.

그래서 아마 이 앨범과 곡을 이길 수 있는 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노래를 들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보니 취향을 바꾸기에도 너무 멀리 와버렸구요.

이번에 썸머소닉,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가서 J Pop을 주로 들었었거든요. 물론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게 재미는 있지만 제 취향의 본질과는 조금 떨어져 있죠.

인생 앨범 질문으로는 큰 고민 없이 고정 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Frank Ocean을 곧바로 떠올렸고, 이미 제가 너무 많은 걸 투자했고 몸에도 박아버렸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수 밖에 없어요.

사실상 한 몸인거죠. (웃음) Frank Ocean에 대한 공격은 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느낌.. (웃음)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 Frank Ocean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주시면서 인생 앨범과 곡으로는 [Blonde]와 <Pink + White>를 골라주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었는데요. 인터뷰에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런 인터뷰를 거의 해 본 적이 없지만 확실히 음악 이야기는 재미있네요.

사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말이 좀 많고 낯을 안 가리는 성격이라서 인터뷰에서 제가 좋아하는 공연이나 음악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서 좋았고, 또 이렇게 떠들 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줌터뷰를 비롯해서 현재 진행하시는 HOM 매거진도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이런 콘텐츠가 한국 분들이 힙합이라는 장르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행위잖아요?

결국에는 모든 이런 음악적인 활동은 공연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가수가 인기가 많아졌을 때 쫄리지 않는다면 한국에 와서 직접 증명해라, 그렇게 JPEGMAFIA도 내한 공연을 잡아서 매진시키면 너무 좋겠죠. (웃음)

또, 줌터뷰 자체도 노래 추천이 주가 되니까 다른 분들이 제 인터뷰를 보고 몰랐던 노래를 찾아가실 수도 있잖아요?

이걸 듣고 특정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공연에 소비를 하거나 음반을 구매하는 걸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음악 시장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우리나라에 더 자주 올 거 아니에요. 일본이 그래서 부럽더라구요.

일본의 음악 시장은 월드 마켓 급이기 때문에 후지락 페스티벌 라인업만 봐도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아티스트들을 공연으로 접하기에는 조금 어렵죠.

다행히 올해에는 JID 내한 공연이 생각보다 잘 됐고, 힙합엘이를 제외하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외국 힙합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씬의 파이가 커지는 것까지는 너무 장황하고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장르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그를 통해 공연도 많이 가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어서 무척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려주시는 공연 후기나 레코즈 샵 투어를 너무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인터뷰에 모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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