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D.I.(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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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어-D.I.
(Prod by. Lowkey Demian)

Verse 1

뭐, 하나 걸친 것이 없지, 다 보이게.
물 적시기 전에 일단 욕조에 물 깊게 받아.
적당하지 못한 온도, 좀 차가웠지.
매일 쉽게 몸 담구지 못해, 나의 꿈에 비해.
서두를 필요 없는데 괜히 조급한 마음.
그러다 순서가 꼬였지, 난 언제 쯤 가장
아름다운 삶이 되지? 보이지 않아.
흠뻑 눈물 쏟아내나, 수도꼭지 콸콸

나오는 동안 생각해 내 머린 뻑뻑해졌지.
어릴 땐 항상 주인공, 영웅을 동경했지.
근데 난 머리가 크면서 여유를 가졌고
최고 될 내 꿈 여전한데 이젠 먼저 내가 되길
개운함이 반. 차려본 적 없는 아침 식탁.
누구완 정반대로 살아도 쩄든 나도 인간이라
걔랑 똑같이 나도 참 많이 감췄어.
머리감을 때 내 옆에 나타난 건 악마였어.

Verse 2

어두워 질 쯤, 내가 일어나 씻는 시간.
대부분 그 오후, 애초에 거의 풀린 긴장.
씻어내기 전. 지금 보다 여유롭고 싶었지
갈 길 잃은 중학생, 열정 대신 태운 담배 때문에
텁텁한 입. 느낌이 나빴지.
날 씹을 놈들 생각하니 꽤나 귀찮았지.
여태 내가 해온 일에서 생긴 그 거품들
전부 날 깨끗하게 하기 위한 양치질.

또, 내가 자느라 못 본 해 뜬 맑은 하늘.
여태 내 삶의 반을 넘게 쓴 건 잠을
자는데 있었지. 다 어찌보면,
지금의 내 사는 것도 당연한 거지, 뭐.
항상 꿈 꿔왔던 내 예술도 정신 노동.
쉴 시간만 버는 내 시급이 높을리 없고.
여러 유혹과 독에 손대고 때가 탔지, 더.
이제 정신 좀 들게 어서 멀끔히 씻어.

Verse 3

뿌옇게 안개 끼였지. 이게 뭘 얘기하진 않아.
환기하기 별 거 아니지, 큰 의미 두지 마라.
내 작은 세숫대가 막혀있네 지금.
내 힘으로 그걸 뚫어내기 좀 힘들지만
쨌든 난 준비 과정에 있고,
늦은 아침만큼 하루가 많아 걔네 잘 때 난 깨있어
할 일이 많은 거 다 알지 씻고 빨리,
빳빳히 마른 수건 적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