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열전] EMINEM
에미넴(EMINEM), 하나의 상징이 된 존재이다. 사실 이 열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만큼 그의 인생이나 음악이나 만만치가 않다. 역설적인 그의 존재는 힙합 음악이 이기적인 장르가 되지 않게 했다. 힙합 음악이 그토록 극복하려고 했던 '인종 차별을 하는 사악한 백인'의 존재. 그는 이러한 백인을 향한 배제를 백인으로서 극복하고 힙합 음악의 정점에 섰다. (염색을 한 것이지만) 블론드,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래퍼. 존재 자체가 힙합 음악에 아이러니를 안겨준 그의 음악을 함께 탐험해 보자.

My Name Is / 내 이름은 에미넴, 아니 슬림 셰이디
어지간한 래퍼/힙합 뮤지션은 성장 배경이 우울하므로 굳이 에미넴의 성장기를 서술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그의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그의 가사의 뼈대가 되어주는 ‘His Story'는 이야기의 진행상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에미넴은 18개월이 된 시점에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젤리 빈(겉은 딱딱하고 속은 젤리로 된 콩 모양 과자)을 어머니로부터 받아야할 나이에 그녀로부터 ’어서 잠을 자라고‘ 알약을 받았다. 물론 이는 에미넴의 일방적인 서술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 편파적일 수는 있다. 아무튼 결혼 생활마저 평탄하지 않고 유일한 안식처는 딸 아이 하나 밖에 없던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 (Marshall Bruce Mathers III) 씨. ’미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던 그는 자신 안의 악마를 ’지긋지긋한 삶‘을 탈출하는 도구로 쓰기 시작하고 성공을 한다.
초기 인디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그의 처녀작 [Infinite]은 그가 랩을 연습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나스(Nas)와 에이지(AZ)와 비슷하게 소리를 낸다는 피드백과 비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1997년 랩 올림픽(Rap Olympics)에서 2등을 한 그는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의 CEO,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의 관심을 끌게 된다. 여기서부터 그의 ‘팔자’가 피기 시작한 것이, 아이오빈이 닥터 드레(Dr. Dre)에게 에미넴의 데모 테잎을 넘겼다. 처음에는 그저 ‘잘 하네’라는 정도의 감흥이었던 드레는 그가 들은 랩이 백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애프터매스(Aftermath Entertainment)에 그를 합류시키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에미넴의 메이져 데뷔작이자 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The Slim Shady LP]가 세상의 빛을 본다. 그리고 모든 전설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재기 넘치는 광기’에 환호한다. "Guilty Conscience (Feat. Dr. Dre)", "'97 Bonnie & Clyde" 등으로 대변되는 그의 묘사력과 괴기한 상상력은 비평가들의 엄지손가락이 하늘을 향하게 한다. 물론 이 앨범의 주인공은 “My Name Is"이다. 상식의 범주를 넘어간 가사와 온갖 패러디로 범벅이 된 이 곡의 뮤직 비디오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에미넴은 이 앨범으로 무명의 래퍼에서 주목받는 유명인, 랩 아이돌이 된다. 한편으로 닥터 드레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의 옥석을 가릴 줄 알고 ‘히트 상품’을 만들 줄 아는 능력 또한 엿보이는 성공이었다. 이 앨범의 성공은 에미넴에게 그의 ‘랩을 하는 자아’인 슬림 셰이디(The Slim Shady)의 이름을 딴 레이블까지 부록으로 선물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셰이디 레코즈(Shady Records)가 바로 그것이었다.

The Real Slim Shady / 이게 바로 슬림 셰이디
일반적으로 엄청난 성공 뒤에는 이후 이어진 작품이 처음 성공작의 후광과 기대감 때문에 실패를 하기 마련이라는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다. 하지만 에미넴에게는 그저 우스운 얘기였고 2000년 공개된 [The Marshall Mathers LP]는 또 한 번 에미넴을 정상에 세운다. 첫 번째 싱글 "The Real Slim Shady"로 포문을 열고 두 번째 싱글 "The Way I Am"으로 승기를 굳혔으며, "Stan"으로 승리를 선언했다. 이 앨범은 에미넴을 랩 아이돌을 넘어서는 ‘작가주의 Lyricist'에 근접하게 한다. 특히 "Stan"의 스토리텔링은 그에게 ’정말 가사를 잘 쓴다‘는 평가를 가져다준다. 이 곡은 또한 엘튼 존(Elton John)과의 2001년 제4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의 공연을 실현시킴으로써, 그에게 쏟아졌던 ’무식한 동성애 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일조한다. 이 앨범은 최종적으로, 세계를 상대로 천만 장을 팔아치움으로써 에미넴을 힙합 생태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며칠 전 공개된 그의 세 번째 메이져/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Eminem Show]는 그야말로 ‘에미넴이 독보적으로 show를 하는 판’을 열었다. ’오비 트라이스(Obie Trice)는 진짜 이름이고 가짜 이름이 아니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Without Me"는 세계의 클럽가를 뒤흔들었다. 그의 유명인들을 향한 우스꽝스러운 독설이 그루브(Groove)의 극한에 닿아있는 듯한 비트를 만나, 그야말로 "But no matter how many fish in the sea(하지만 이 바다에 얼마나 고기가 많건), It'll be so empty without me(내가 없으면 텅빈 기분일 꺼야)"라는 가사가 딱 들어맞는 명곡이 공개되었다. 그렇게 그의 전설은 폭주기관차처럼 브레이크 없이 이어졌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던가? 에미넴은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한다. 바로 그의 인생을 반절 정도 담은 헐리웃 데뷔작을 선보인 것. 커티스 핸슨(Curtis Hanson)이 감독한 영화 “8 Mile"을 통해 에미넴은 ‘밑바닥에서 성공을 꿈꾸며 분노의 랩을 하는 청년’, 그 자신을 투영한 듯한 캐릭터로 ‘힙합의 화신’ 자리까지 노린다. 이후 그는 살아있는 ‘랩의 대명사’가 된다. 모든 곡이 유기적으로 완벽했던 [8 Mile O.S.T.]였다. 그는 이 앨범에 ”Lose Yourself"라는 ‘처절한 삶의 굴레를, 자신에게 찾아온 하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이겨내는 힙합 트랙’의 정석(定石)을 남긴다. 그리고 이 곡은 10여년을 넘어온 지금까지도 애청곡으로서 그 긴 수명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영예는 멈출 줄을 몰랐다.

When I'm Gone / 시련의 시간
하지만 그의 이러한 ‘정상을 향한 독주’도 그 완전함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2004년에 공개한 [Encore]에서 싱글 컷된 "Just Lose It". 이 곡은 2009년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 대한 심한 조롱이 넘쳤다. 이에 잭슨 본인을 비롯해 그의 음악계 지인과 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시작되었다. 에미넴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 독하지만 재치가 넘치는 비아냥’이 신선했다. 그러나 정상의 정점을 찍은 그가 ‘한창 어려운 시기를 겪는 팝의 아이콘’을 웃으며 넘어뜨리는 것은 그에게서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여전히 앨범 판매는 성공적이었으나, 점점 에미넴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의 음악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은 ‘그의 딸 헤일리 제이드 매더스 (Hailie Jade Mathers)’를 향한 사랑이다. 2005년 공개한 [Curtain Call: The Hits]에 수록된 "When I'm Gone"이 그것을 절절하게 보여주었다(물론 [Encore]에 수록된 "Mockingbird" 도 이에 못지않은 수작이다). 어머니의 ‘모정(母情)’은 강하지만 아버지의 ‘부정(父情)’은 오히려 애잔한 느낌이 있다. 가사에 절절히 흐르는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해 아이가 겪을 고통에 대한 사과’가 그의 가사를 쓰는 능력과 결합하여 정말 뭉클하게 한다. "My Dad's Gone Crazy(Feat. Hailie Jade)"에서 본인의 딸에게 자신이 미쳤다는 증언을 하게 하는 엽기적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역시 에미넴의 진심은 "When I'm Gone", "Mockingbird“에 많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적인 공백기는 그의 친구이자 정신적인 지주였던 프루프(Proof)의 죽음으로 심화되었다. D12의 멤버로서, 그의 절친으로서, 프루프는 그의 삶에 넉넉한 그늘이 되어주고 있었다. 에미넴의 약물 중독과 알콜 의존증이 심화되던 시기에 맞이한 비극이라 한동안 에미넴은 수렁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이미 그에게 아이스티(Ice-T)의 "Reckless" 싱글을 소개해줌으로써, 에미넴의 ‘랩의 길’을 열어준 엉클 로니(Ronald "Ronnie" Nelson)의 자살을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그였기에, 정말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한동안 그는 ‘망가진 뮤지션, 추락한 미국인’의 상징이었다.

Not Afraid / 두려움을 떨치고 다시 일어서다
복합적인 이유로 약물 중독과 알콜 의존 문제를 겪던 그는 결국 그를 다시 일으킬 것은 ‘랩’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다시 자신을 추스르고 2009년에 공개한 [Relapse]는 그의 예전 히트 앨범에 비해서는 덜 한 반응을 받지만, 그의 힙합 씬에서의 입지를 갱신하며 그의 전설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이어서 드레이크(Drake), 칸예 웨스트(Kanye West), 릴 웨인(Lil Wayne)와 함께 한 싱글 "Forever",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More Than a Game”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이었던 이 곡이 공개된다. 에미넴의 ‘랩’이 어땠는지 잠시 관심을 끊었던 사람들은 ‘맞다. 그는 이런 랩을 하는 사람이었다’를 다시 기억한다. 그리고….
2010년, 에미넴은 그의 부활을 천명하는 [Recovery]를 공개한다. 첫 싱글은 그가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Not Afraid". 이 곡의 뮤직 비디오에서 에미넴은 그를 막고 있는 벽을 부수고, 막다른 길에 이르자 하늘을 날아간다. 전율의 부활이었다. 그의 앨범은 다시 미국이 기립 박수 - 실제 그는 2011 그래미 어워즈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 - 를 그를 향해 치게 하였다. 이어진 연이은 공개 싱글의 성공. 그의 셰이디 레코즈를 통해 날개를 달게 된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도 순항 중이고, 사악한 에미넴의 나쁜 반쪽,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과의 배드 밋츠 이블(Bad Meets Evil) 랩 듀오도 성공적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성숙하고 더 커진 성공의 궤도’를 책임감 있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갖추고 안정적으로 달리고 있다. 현재 그는 다음 스튜디오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Recovery and More / 랩으로 사는 남자
이 정도면 에미넴의 ‘어제와 오늘’을 어느 정도 따라온 것 같다. 물론 프루프와 D12 이야기도 있고 배드 밋츠 이블도 좀 더 다루면 좋을 것이다. 특히 2011 비이티 힙합 어워즈(BET Hip Hop Awards)에서 있었던 싸이퍼(Cypher)에 관한 얘기 또한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리뷰와 후일담이 공개되어 있고, 이 열전을 ‘다시 돌아온’ 랩 영웅에게 오롯이 바치는 헌정 글이 되게 하고 싶었기에 '슬림 셰이디‘에 집중하였다. 에미넴, 물론 10년이 넘게 음악의 현장에서 버틴 뮤지션에게는 당연히 존경(Respect)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의 삶은 상승, 하강, 재기가 뚜렷하여 더욱 ’하나의 음악인 성공담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얼간이 같은 농담을 즐기는 재간둥이이면서, 딸을 위해 팔 한 쪽을 그녀를 위한 문신을 그린 도화지로 내주기도 하는 바보 아버지, 랩으로 흥하고 랩으로 무너지고 랩으로 다시 일어섰던 ’랩으로 사는 남자‘. 그게 에미넴일 것이다. 그의 ’내일‘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이만 ’Recovery Tour, 언제 다시 있을지 모르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만나자‘라는 말을 남기겠다. 마이크와 함께 하는 한 에미넴은 언제나 그대로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글 | Mr.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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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합니다.
그는 인간의 극한점을 그냥 파괴해버렸음.
무조건 반응 = (MC) 유재석 에미넴..
에미넴..ㅜㅜ
BEST
진짜 소포모어 징크스 걍 무시하네 ㅋㅋ
진짜 살아있는 전설 진짜 ....................
잇힝~ 멋져~
콘썰 가시는분~~울이 함께 에미넴에 목소리에 취해 봅시닷~!
최고최고 ㅠㅠㅠㅠㅠㅠㅠ
뭐 말이 필요없죠 최고의 랩퍼!!
정말 닮고싶은 사람.........존경함돠 에미넴♡
그의 음악은 내가슴을 '뻥'하고 뚫어준다.
내가 힘들고 지칠때, 그의 랩은 나에게 위로를 해주고 힘을준다.
어떻게보면 내인생의 은인과도같은 에미넴.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존경받지 못할 이유가없는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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