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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삼거리 엘이 극장 ⑨ - The Fighting Temptations (2003)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5.09 14:27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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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엘이 극장] "The Fighting Temptations (2003)"


- 영화 정보 -

Directed by Jonathan Lynn
Produced by David Gale, Loretha C. Jones, Benny Medina, Jeff Pollack
Written by Elizabeth Hunter, Saladin K. Patterson
Starring : Cuba Gooding, Jr., Beyoncé Knowles, Mike Epps, Steve Harvey
Music by Jimmy Jam, Beyoncé Knowles, Terry Lewis, James "Big Jim" Wright
Release date(s): September 19, 2003
Running time : 123 minutes
Budget : $15 million
Box office : $32,750,821




※ 나에게 이 영화는 흑인 음악을 좋아했던 초심을 찾게 해주는 작품이다. 경쾌하면서 쓸쓸하고, 즐거운 가운데 숙연한 마음이 들게도 하는 묘한 매력의 흑인 음악. 이 영화는 이러한 흑인 음악을 다양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담고 있다. 알앤비를 거쳐 힙합을 찍고 가스펠 뮤직으로 마무리를 하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초심자에게도 입문용 영화로 좋을 듯한 이 영화를 찬찬히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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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데린 힐(Darrin Hill; Cuba Gooding Jr.)은 성공한 광고 기획자이다. 속물적이고 허풍이 센 그는 결국, 대학 학위를 위조하고 여러 가지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이 나 해고된다. 하지만 금전적인 위기를 겪게 된 그에게 희소식이 들리는데, 그녀의 숙모인 샐리(Aunt Sally; Ann Nesby)가 사망하면서 그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향인 조지아(Georgia)로 돌아온 데린은 유산을 받는 데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향의 성가대를 이끌고 가스펠 경연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가대는 예전의 훌륭함을 잃은 엉망진창인 상태였고, 데린은 지역 교도소에서까지 성가대원을 찾아봐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그는 어릴 적 친구 릴리(Lily; Beyonce)와 재회하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녀를 성가대에 영입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정을 가지고 성가대에 모여든 사람들, 데린은 과연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그들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아래는 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다. 

a. 영화를 향한 비평은 엇갈렸지만,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주인공 역의 쿠바 구딩 주니어(Cuba Gooding Jr.)는 토크쇼 등에서 비욘세(Beyonce)와의 키스 신이 아주 좋았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b. TV 영화 <Carmen: A Hip Hopera(2001)>, 그리고 그녀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코미디 영화 <Austin Powers In Goldmember(2002)>에 이어서, 비욘세가 주연으로서 핵심적 연기를 선보인 첫 영화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의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늘리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c. 실제로 뛰어난 알앤비 아티스트와 가스펠 싱어가 배우나 카메오로 많이 등장한다. 셜리 시저(Shirley Caesar),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 더 오제이스(The O'Jays), 앤지 스톤(Angie Stone), 몬텔 조던(Montell Jordan) 등이 참여해, 음악적 깊이를 확보하고 신과 신 사이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d. 고인이 된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가 이 영화를 위해 "Shine"이라는 곡을 녹음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영화 최종본에는 삽입되지 못했다. 이 곡의 가사에는 영화의 제목이 언급되어 있으며, 나중에 그의 히트곡 모음 앨범에서 싱글 컷 되기도 했다.

e. 엇갈렸던 영화를 향한 평가와 달리 영화 사운드트랙은 큰 인기를 끌며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빌보드(Billboard)의 가스펠 차트와 OST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Fever"는 에디 쿨리(Eddie Cooley)와 오티스 블랙웰(Otis Blackwell)이 만들고, 리틀 윌리 존(Little Willie John)이 불러서 세상에 공개된 후,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레이 찰스(Ray Charles), 마돈나(Madonna),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é)를 포함한 수많은 아티스트가 커버한 곡이다.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도 비욘세가 이 곡을 부르는데, 남부 특유의 후덥지근함이 느껴지는 클럽 무대에서 끈적하게 이 "Fever"를 부르는 비욘세가 참 매혹적이다. 주인공인 데린도 넋을 잃고 그녀의 공연을 바라보는데, 그 심정을 공감할 수 있다. 비욘세의 곡 해석도 탁월했지만, 그녀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장면 자체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높인다. 이후 비욘세는 2010년에 자신의 향수 브랜드를 선보이며 이 곡을 재녹음하여 프로모션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드러진 힙합 트랙. 등장 인물들이 남성 중창의 느낌으로 가스펠 곡 "Down By The Riverside"를 부르던 중, 무언가 심심했는지 비트가 깔리며 이 곡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크리스천 래퍼 티-본(T-Bone)과 알앤비 가수 몬텔 조던이 성가대에 억지로 합류시킨 것을 불평하는 죄수 1, 2 느낌으로 등장하는데, 이 둘과 함께 지루함을 못 견디던 릴 제인(Lil Zane)까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이 신 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속도감 있는 랩을 좋아하는 편인데, 티-본의 플로우는 들을 때마다 참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트랙이 흘러나오고 처음에는 당황한 표정이다가 피아노를 두들기며 즐겁게 호응하는 오 제이스 멤버, 에디 르버트(Eddie Levert)의 그루브를 타는 표정도 좋았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는 언제나 훌륭한 피날레 곡을 품고 있다. "He Still Loves Me"가 이 영화의 피날레 합창곡이다.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이 곡은 ‘성가대, 가스펠 뮤직’이라는 종교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있거나, 그쪽 문화에 친숙할 경우 조금 더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뮤지컬 코미디로서 불편할 정도의 종교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가사가 괜찮은데, ‘자신이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데도, 사랑을 해주고 돌보아 주는 존재’를 향한 감사를 풀어낸다. 가사에 맞춰서 펼치는 퍼포먼스도 잘 맞아떨어지고, 전반적으로 공연 시퀀스가 뭉클한 느낌을 준다. 건반부터 기타 그리고 탬버린까지 연주가 조화롭고, 그야말로 합창의 미덕인 ‘화합’이 잘 녹아들어 간 곡이다. 





아래는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이야기하는, Mr. TExt가 뽑은 영화 속 눈길을 끄는 장면.
 
Ⅰ. 쿠바 구딩 주니어가 연기하는 주인공 데린이 인간적으로 성숙해 가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좋지만, 이 영화에서 비욘세는 참으로 빛난다. 솔로 데뷔 앨범 [Dangerously In Love]를 발표하고, "Crazy In Love", "Baby Boy" 등으로 무서울 정도의 섹시미를 터트리던 20대 초반의 비욘세, 이 영화에서의 등장 장면은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다. 무리한 연기 욕심보다 본업인 ‘노래’가 돋보이도록 노력한 부분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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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이 영화에는 여러 곱씹어 볼 대사가 있는데, 릴리가 말한 “만약 살다가 비열하고 나쁜 사람들과 지내야만 한다면, 그들을 사포라고 생각해라. 그들이 널 긁고 휘두르더라도 언젠가 너는 그 덕분에 윤이 날것이다. 그리고 그 사포는 낡고 더러워질 것이다"라는 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Ⅲ. 작품의 배경이 주는 느낌이 좋다. 먼저 미국 남부의 정취, 조지아의 분위기가 좋은데, 주인공 데린의 시각을 따라 그의 직장이 있던 뉴욕에서 조지아의 고향으로 장소가 옮겨갔을 때, 무언가 달라진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이후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데린이 배달 음식을 시키며, ‘왜 남부처럼 닭을 더 바삭하게 튀겨줄 수 없죠?’라고 묻는데, 고향의 풍미에 그리움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좋았다. 또 꼭 남부 조지아의 교회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흑인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교회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열렬하고 흥이 넘친다고 할까?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음악이 흥겹게 넘치는 가운데 진행되는 예식, 특히 성가대의 공연이 즐겁다. 영화에 삽입된 곡 중, 피날레 다음으로 좋다고 느끼는 "Rain Down"이라는 곡에서 특히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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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티-본과 몬텔 조던이 포함된 죄수 그룹의 활용이 좋았다. 오합지졸의 팀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인데, 그 연출의 과정에서 이 죄수 그룹은 크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정점을 찍는 피날레 곡 "He Still Loves Me" 공연 신에서 몬텔 조던은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 죄를 뉘우치듯 무릎을 꿇고, 비욘세가 그 어깨를 감싸며 노래를 하는데, 노래의 핵심을 살리는 연출이다.

Ⅴ. 유감스럽게도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음악적인 면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스토리상의 식상함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스터 액트(Sister Act)> 류의 영화가 보여주는 위기와 갈등 극복이 그대로 답습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즐기며 ‘속물스러운 사람들이 우왕좌왕 소동을 일으키다가 화합하고 즐거운 결말로 향하는’ 부담 없는 뮤지컬 코미디로 접근한다면 좋은 시간이 되리라고 본다.


세상에는 심미적 예술로 감상할 영화도 있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는 영화도 있다. 흑인 음악이 좋고, 머리를 식히는 즐거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적절할 것이라 본다. 미국 남부 특유의 분위기를 자세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담고 있고, 특히 하나의 영화에서 알앤비, 남성 중창, 힙합, 가스펠 뮤직까지 죽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흔치 않다. 비욘세의 빛나는 미모는 보너스이고, 개성 넘치는 조연들의 매력도 흐뭇하다. 나에게는 항상 흑인 음악을 왜 좋아했는지, 그 이유를 상기시켜주고 좀 더 좋아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여러분에게도 그렇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사랑과 평화.


 
글│ Mr. TExt
편집│ 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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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추천 감사드립니다~^^
    간간이 제목만 들어본 영화인데, 꼭 한 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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