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The Beatles #7 <Revolver>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5.10 11:09조회 수 506추천수 8댓글 8

전작 <Rubber Soul>를 감상한 뒤의, <Revolver>를 감상한다면 상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을 테다. 산뜻한 포크 록의 자취는 어디 가고, 전자 기타 사운드가 다시 앨범을 차지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풍자적인 이야기 구성까지, <Revolver>는 <Rubber Soul>의 공식을 뒤집었다. 비록 <Rubber Soul>의 속편을 자랑하는 앨범이라고 이야기 한 바가 있지만, 새로운 사운드, 다양한 가사 주제들, 진보한 작곡 등의 비틀즈(The Beatles)의 작품적 변화의 바람은 독특한 형체를 자랑한다. 이른바 권총이라는 이름을 자랑하는 <Revolver>라는 작품은 탄환 같은 속도의 재미를 추구한다.

 

 

IMG_0659.jpeg

 

 

<Rubber Soul>이 절충적인 미학을 자랑했다면, <Revolver>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을까. ‘다양함’이라는 좋은 수식어도 있으나, 그보다도 어울리는 표현은 다양함의 총체성이 아닐까. 모순되는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Revolver>에는 다양함을 묶어주는 통일성이 분명히 존재했다. 대개 다양함과 통일성은 대립되는 특성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비틀즈의 몇 앨범 중에서도 특히 <Revolver>에서는 양립할 수 있는 특성이다. 차라리 훗날의 <The Beatles>가, 일명 화이트 앨범이 오히려 실험성으로 가득 차서 눈에 띄는 곡이 많기에 <Revolver>만의 통일감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취한다. 이는 곧 화이트 앨범이 어느 공백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면, <The Revolver>는 어느 총화의 이름다움을 자랑하는 셈이 되었다. 두 음반 다 다양성에 근간을 두었으나, 결정적인 차이는 멤버들의 작곡 방식에서 어떠한 기묘한 연결고리를 지녔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겠다. 즉 <The Beatles>의 개성은 산개한 것에 반대로, <Revolver>의 개성은 응축되었다. 마치 각기 다른 탄알들의 곡들임에도 하나의 총신 안에서 연주되는 것처럼.

다시 <Revolver>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앨범의 풍족하고도 다양한 음악들을 묶은 팝 록의 총아이자 혁신이었다. 팝 록이라는 모호한 장르의 근원을 되짚어가 보면, <Revolver>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이키델릭, 아방가르드, 소프트 록 등의 다양한 장르를 <Revolver>의 색감 아래로 묶어냈으니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하나의 탄창 아래 모이게 되었다. 탄창의 작곡자들은 링고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 각각 존 레논, 폴 메카트니 그리고 조지 해리슨이다. 이전부터 커지기 시작하던 존 레논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투영된 곡이나, 폴 메카트니의 독특한 클래식과 록의 접목에 비춘 발라드, 인도 음악에 심취한 조지 해리슨까지 그들의 음악은 각자의 개인성을 바탕으로 생동한다. 앨범 내 커버가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들의 음악은 작곡 방식에 따라 저마다의 특색 있는 곡들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작곡 방식으로 인해서 앨범 감상의 요소 역시 난잡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엇비슷한 정신이라는 추상 형체에 기인하여, 동일한 환경 속에서 동일한 그림체로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틀즈만의 사이키델릭 팝이 완성된 순간은 개성이 응축되는 과정 그 자체에 있었으니, 작곡 형태가 달라도, 여러 멤버들이 군집한 결과로서는 필시 통일감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본작만이 가진 특징은 사회의 풍토, 즉 사회상으로 비롯된 개인성이 앨범 내에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점이다. 당장에 앨범의 포문을 여는 조지 해리슨 명의의 “Taxman”은 영국의 고세율 정책에 반대하는 곡이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당대의 정치인을 곡 내에서 꺼내는 태도부터, 레논과 메카트니의 거친 ‘Taxman’ 샤우팅까지, 비틀즈의 면모는 단순히 로큰롤 아이돌이 아닌 통속적인 군상을 자랑한다. 메시지 역시 강렬하지만, 음악성 역시도 강렬하다. 사이키델릭 소울 풍의 록 음악이 앨범의 초입을 담당한다는 점은, “Taxman”이 앨범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았을 때, <Revolver>가 어떤 길을 나아갈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겠다.

“Taxman”이 비틀즈의 주요 관습과도 같은 메시지와 음악성을 해체하여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었다면, “Eleanor Rigby” 역시도 멕카트니의 클래식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기반으로 기존의 관습적 음악의 세태를 탈피하고자 한 음악이었다. “Yesterday”의 현악 4중주가 2중으로 확대되고, 조지 마틴이 클래식에 가깝게 편곡한 ”Eleanor Rigby“는 아트 바로크 팝에 가까운 면모를 그리게 되었다. 멕카트니가 맥시멀한 클래식의 선율을 담은 데에서 그쳤다면 “Yesterday”의 답습에 불과하겠지만, 그렇지 이유는 메시지에 있다. 어쩌면 ”Eleanor Rigby”는 “Yesterday” 사랑 이야기의 정반대로 그린 외로움과 죽음의 이야기로서 통렬하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테다.

반면, 레논의 이야기는 LSD와 같은 약물 소비와 나긋함으로 중첩되며, “I’m Only Sleeeping”과 같은 사이키델릭 팝 록이 탄생하게 되었다. 다른 멤버들이 사회상에 녹아든 독특한 개인성을 발화하고 있었다면, 레논은 그들과는 반대로 내성인 본인의 감각을 곡 내에 투영하고 있다. 덕분에라도 환각적인 효과를 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 도입되었다. 레논의 보컬 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거나, 해리슨의 인도식 기타를 거꾸로 돌리는 등의 모습은 우연 속에 혁신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곡이 되었다.

앞 선 세 곡은 <Revolver>가 각 멤버의 개인성이 잘 투과되어 보여지는 작품임을 짐작하여 보여준다. 나머지의 곡들 역시 그렇다. 이어지는 해리슨 명의의 “Love You To”는 “Norwegian Wood”보다 나아가, 시타르 악기를 보다 전격적으로 도입한 곡으로, 이윽고 라가 록(인도 풍의 록 음악)을 창조하게 된다. 반면 “Here, There and Everywhere”는 메카트니의 역량이 만개한 소프트 팝 발라드 록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링고 스타가 부른 동요에 가까운 “Yellow Submarine”은 당대의 비틀즈의 개성이 아니었다면 여타 록 밴드에서 예상할 수 없는 작법의 곡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레논의 “She Said She Said”, “And Your Bird Can Sing”, “Doctor Robert”는 자신의 내향적이거나 약물에 취한 모습을 잘 그려내며, 멕카트니는 바로크 풍의 “For The One”이라는 훌륭한 발라드를 선보인다. 혹은 이전 비틀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모타운에 영향을 받은 알앤비 풍의 록 “Got to Get You into My Life”가 있다.

개성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Revolver> 음반은 말 그대로 비틀즈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의 이상을 실현했다. 하지만 훌륭한 수많은 곡들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백미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앨범의 마지막 곡 “Tomorrow Never Knows”를 고를 것이다. 당대에는 허용되었던 LSD 환각의 음악적 재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Revolver> 내에서도 사이키델릭 록의 정수를 꼽자면 항상 선택되는 “Tomorrow Never Knows”는 단순히 훌륭하다는 설명보다도 독특한 방식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주요하다. 테이프를 역재생하는 기법, 튠을 가공한 웃음소리가 형상하는 갈매기 소리, 시타르 및 기타 솔로 연주들은 서로 공명하며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졌다. 당대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여러 기법들이 어울리며 말 그대로 ‘사이키델릭’, 그야말로 환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수많은 테이프 루프로 가공한 스튜디오 내에서만 가능했던 본 음악은 조지 마틴의 마지막 피아노 코드로 마무리되며 영적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구태여 훌륭한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역시 본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본 곡의 테이프 루핑과 실험적 사운드는 소음의 영역을 확장하며 그야말로 독특한 심상을 구성한다. 예컨대, 음악적 현기증이라는 것은 이런 방식일 수도 있다.

<Revolver>의 다양성은 후대의 <Sgt. Pepper …>, <The Beatles>보다도 다른 영역의 감상을 제공한다. 단순히 사이키델릭, 바로크, 아트 팝의 사이를 이리저리 배회함이 아닌, 일정한 영역 안에서 서로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감의 이야기에 가깝지 않은가. 라이브보다 스튜디오 중심의 음악을 선보이게 되며, 비틀즈는 필연적으로 대중음악의 기로를 바꾸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변칙적’이라는 수식도 비틀즈라는 밴드의 영역 안에서 움직이니 <Revolver>는 다양함에도 어지럽지 아니한 작품이다. 오히려 역동적이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증폭된 각 멤버의 개성은 <Revolver>라는 광장의 일정 영역 내에서 움직이니, 하나의 광장에서 각자의 개성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 되었다. 결국, 실험적으로 개발된 권총의 탄알은 빗나가지 아니했다. 적어도 당시의 비틀즈는 대중의 심상을 알맞게 유도하는 법을 음악적으로 완성시켰으니, 이로써 <Revolver>는 제대로 적중했다.

신고
댓글 8
  • 1 5.10 11:44

    너무 시대를 앞선 사운드가 담긴나머지 당시기술로는 도저히 라이브가 불가능했다는 비운의 앨범.......

     

    오히려 페퍼상사나 화이트앨범, 애비로드 제치고 이거를 비틀즈 커하로 뽑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5.10 12:35
    @Alonso2000

    리볼버는 커하로 취급할 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들이 적절히 균합된 형태라 그런 듯합니다.

    물론 다양한 시도가 라이브 불가능 영역에 들어섰지만 스튜디오 작품만으로의 아름다움을 그리기에 더욱 비틀즈스럽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5.10 13:11

    Revolver의 곡 면면은 분명 아주 다양한데 특이하게도 같은 결이라고 느껴지는 이유가 결국 존, 폴, 조지, (곡은 안 썼지만) 링고 모두 결국 비틀즈의 일원이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게 재밌는 관점이네요. 이렇게 보면 사이가 최악이던 White Album 시기에 통일성을 내다버렸고 (거기서 느껴지는 역설적인 조화가 있지만), 관계가 호전된 Abbey Road에서는 개성이 느껴지면서도 통일성 있고 하나로 모인다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한 일 같기도 합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5.10 15:16
    @Pushedash

    Revolver를 들을 때에는 다양한 장르의 곡이 결국에는 하나의 앨범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화이트 앨범은 리볼버와도 아주 결을 달리하게 되었고요. 생각해보면 말씀해주신대로 관계에 따라 변하는 비틀즈의 앨범 역시 비틀즈스러움이 아닌지.

  • 5.10 20:21

    리볼버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게 러버소울 바로 다음 앨범이라는거....ㅋㅋㅋ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5.11 10:09
    @MarshallMathers

    더욱 놀라운 점은 리볼버 다음 앨범이 …ㅋㅋㅋ

  • 5.11 11:30

    톰 도일이 쓴 매카트니 전기를 보면, 폴이 이 앨범을 작업할 때 대서양을 건너온 lp판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lp는 당연히 'Pet Sounds'이고요. 선잠에 빠져 있던 폴의 재능이 또 다른 천재에게 자극을 받아 만개한 앨범인 것 같습니다. For No One 멜로디에서는 언제나 싱그러움이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5.11 15:16
    @TomBoy

    Pet Sounds에 영향을 받은 앨범이 또 다른 명반이 될 줄은…그들도 몰랐겠죠? 선잠에서 깨어난 천재의 재능이 이토록 싱그러울줄은 몰랐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4.04.05) & 이용규칙4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4.05
[공지] 웹사이트 변경사항 안내 (24.03.18)11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 2024.03.18
화제의 글 음악 OPN 기.습.찬.양7 릭로스G컵 8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앨범 리뷰] 트리플에스 정규 1집 <ASSEMBLE 24>1 그루트 16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이달의 리뷰] 2024년 4월 케이팝 앨범 리뷰4 그루트 16시간 전
리뷰 The Beatles #7 <Revolver>8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5.10
1719 일반 최근 프로미스나인 멤버 라방발언 슬프네요ㅠㅠ5 반성문을영어로하면글로벌 2024.05.10
1718 음악 GTA5 라디오 채널은 진짜 플레이리스트로서도 훌륭하네요8 피트타운젠드 2024.05.10
1717 음악 The now now and never - what is your name?4 title: KSG초망 2024.05.10
1716 음악 요듣앨 divers 2024.05.10
1715 음악 오랜만에 어듣앨1 harvest1104 2024.05.10
1714 일반 Matt Maltese 아는 분?2 김베이비킴 2024.05.10
1713 음악 ram 대 discovery13 title: Yeezus김건혁 2024.05.09
1712 일반 이 노래 개 미친 듯 title: MF DOOM (2)kued 2024.05.09
1711 음악 trout mask replica는 어디서 듣나요?8 title: Playboi Carti에이아이어르영 2024.05.09
1710 음악 님들 노래 좀 찾아주셈1 참치참치고추참치 2024.05.09
1709 음악 와우.. 파란노을 이게 뭔가요..13 Hi 2024.05.09
1708 음악 보수동쿨러 신보3 dOntcrybOy 2024.05.09
1707 일반 대학축제에 빅뱅이? 태양, 전북대축제 공연!!4 어린권지용 2024.05.09
1706 음악 올해 굉장히 좋았던 트랙들7 title: KSG자카 Hustler 2024.05.09
1705 음악 두아도 망했으니 남은 건 너뿐이다16 title: Kendrick Lamar (MMTBS)베어페이스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