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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is [Definitely Maybe]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18 22:26조회 수 1477추천수 20댓글 8

한낱 청춘의 치기와 결기로 치부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낭만이라는 단 두 글자만을 추출해 내는 힘은 과연 어떤 것인가. 그러한 힘 앞에 크나큰 예술성을 지니든 말든 오히려 그런 말조차 무의미해지거나, 아예 상관없는 순간이 종종 오곤 한다. 큰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 허무 낙관주의적 가사, 단출한 멜로디를 자랑하는 악기 구성, 가히 중독적인 코러스까지 이들의 데뷔 앨범은 몇 십 년이 지나서도 청자들에게 한 시대에만 가질 수 있었던 아련한 노스텔지아를 제공하곤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낭만이 되었건, 치기가 되었건 간에 뚜렷한 청춘이라는 공간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첫 등장이자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가 나오기까지의 반향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했을지언정, 급속도로 퍼져나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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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 이들 오아시스가 영국의 브릿팝 대표주자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시대를 잘 타고난 밴드의 관성 덕분도 물론 있겠으나, 다른 말로 하자면 시대가 필요로 한 인물들의 출두는 필시 대중들에게 뚜렷한 심상과 자극을 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브릿팝이 음악적 특징보다도 하나의 무브먼트로 기억되기 쉬운 것도 위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여타 다른 브릿팝 밴드보다도 직설적이고 낙관적 감성이 대중에게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 수 있던 배경 역시 이러한 흐름에 가장 잘 부합했던 밴드가 바로 오아시스였기 때문이다.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는 가득 우수에 찬 모습들을 비롯하여 뚜렷하고도 곧은 일직선상의 야망가도를 달리지만, 과하다고 느낄 틈이 없는 빽빽함을 자랑한다. 이것이 대중들에게 큰 환호와 열광을 받은 까닭 중 하나가 아닐까. 결국, 오아시스는 본작을 통해 각인될 수밖에 없는 강렬함의 족적을 당대 영국 밴드 신에 아주 걸출한 방식으로 남기었다.

"Rock 'N' Roll Star", "오늘 밤, 나는 로큰롤 스타"라는 단출한 가사가 담긴 음악이 귓가에 울리는 순간에는 꼭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역시 든다. 펑크 록 구성의 편곡 위에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청량한 목소리로 외치는 '로큰롤 스타'가 그토록 짜릿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아시스라는 하나의 밴드가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를 빌려 밴드 전체의 도약을 갈망하고 있단 사실은 중요하다. 앨범의 인트로가 하나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오아시스만의 로큰롤적 재해석임을 감안해 보자면, 남들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하나의 선언이 납득 가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일 테다.

"Shakermaker"는 블루스 코드가 가미된 독특한 로큰롤 넘버로, 노엘의 기타 솔로와 여기저기서 떼온 가사들이 귀에 익은 트랙이다. 아쉽다면 그 위상이 여타 다른 트랙보다는 미미하다는 점일까. 물론 그 까닭 역시도 본 트랙 곁에 위치한 트랙들이 오아시스 밴드 내에서도 가혹할 정도로 꽤나 잘 빚은 곡들인 연유도 있다. 그 가혹함의 주인공이 바로 오아시스를 대표하는 트랙 중 하나인 "Live Forever"다. 혹, "Live Forever"의 낙관주의와 비례하는 완벽함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Live Forver"는 복잡하게 가는 세태에 대해 비웃음이라도 선사하는 듯한 곡이다. 간단한 코드와 희망찬 가사, 그리고 시의적절한 솔로 연주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의 손을 섬세히 타고 간 작품이 분명하다. 게다가 리암의 목소리가 특유의 흥취를 복 돋우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했으니, 간결함과 개성의 미학을 적절히 배분했다. 간결한 로큰롤에도 만약 정도가 있다고 한다면 "Live Forever"는 비슷한 예시 사이에서도 당당히 순위권을 차지하지 싶다. 그 정도로 삶에 대한 찬가는 간단할수록 아름다운 것이다. “Live Forever”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하나의 희망찬 이야기는 당시로 유행하던 염세주의에 가까운 그런지 음악에 대항하기에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적절한 방향이었다.

오아시스의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큰롤 넘버로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을 담은 곡 “Up In The Sky”, 간단한 코드와 노이즈적 요소로 혼란한 상황의 흥취를 더하는 "Columbia"로 이어진다. 그리고, 첫 싱글 데뷔곡이자 앨범의 6번째 트랙 “Supersonic”이 등장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향락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하나, 그것이 그들의 정도라면 못 봐줄 것도 없을 터이다. 더군다나 막 지은 가사와 제목, 기나긴 리프로 이뤄진 트랙이 그들의 첫 데뷔 싱글이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들의 방향성은 시초부터 정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초음속으로 경험했던 방향성의 나날들은 보다 원초적인 쾌감에 집중하였고, 충분한 성공을 거두는 시작점이 된다.

초음속의 여파는 이윽고 전형적인 섹스 피스톨즈식의 로큰롤 드럼 가도를 달리는 "Bring It On Down"으로 이어진다. 음악 역시도 그에 어울리며 격렬한 리프와 기타 솔로가 강렬한 에너지를 가공하는데 여념 할 뿐이다. 반대로 가사는 최하의 삶을 그리지만, 그렇기에 물러설 곳이 없었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와 이야기가 가히 직선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Cigarettes & Alcohol" 역시 그랬다. 단순히 술과 담배라는 제목이 오아시스 그들 밴드의 삶, 아니면 영국 노동자의 삶에 결부했든 간에, 고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T-rex의 "Get it on"을 빌려온 거침없는 기타 리프와 리암의 길게 늘인 발음마저 곡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면, 마치 우연의 결합물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낸 게 아닐까라는 의혹마저 든다.

그렇다고 꼭 여러 군데에서 영향받은 로큰롤만을 자랑하는 것만이 오아시스의 주무기는 아니었다. 오아시스는 그들이 듣고 자란 음악을 가공하고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음악에 담아내 보였다는 점이 주요했다. 오아시스 사랑의 삼부작 중 첫 트랙을 담당하는 "Digsy's Dinner" 역시도 과거의 여럿 밴드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트랙이나, 그 가사는 딕시라는 친구에게 빌려 쓴 기타 리프만큼이나 서민적인 순정을 다루었다. 게다가 이어지는 "Slide Away"와 같이 6분에 달하는 곡임에도 지겹지 아니하며, 격정적인 사랑의 일도를 달리는 곡임을 생각하면 가히 놀라운 지점이 많게 되었다. 곡의 진행마저 감정적 과잉과 함께 진행되는 구성을 자랑하였으니, 청자에게 걸출한 몰입감을 제공하게 되었다. "Slide Away"를 반복하며 외치는 리암의 코러스, 도드라지는 기타 연주, 노엘의 백업 보컬까지 오아시스는 사람의 감정적 격정을 6분이란 완곡 조절로 이어나갈 뿐이니 어떤가. "Slide Away"라는 낱말이 야속하기 짝이 없게 적절하다. 사랑의 삼부작이자 앨범 최종장은 "Married With Children"이란 어쿠스틱 넘버로 마무리하게 된다. 앞선 풋풋함과 격정의 시기를 지나 권태로운 작별을 고하는 것은 감정의 해소와 마찬가지로 결코 우연 아닌 이야기가 되었다. 시종일관 치기 어린 감성도 상대방을 웃어넘기는 작별로 하는 마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아이의 성장을 보는 듯하니 말이다. 혹은, 여전히 아이이고 싶은 어른의 항변과도 같은 모습도 생각난다. 어찌 되었건 앨범을 관통하는 오아시스의 태도는 막바지에 가서도 변함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오아시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들의 음악은 기존 롤링스톤즈와 섹스 피스톨즈의 정신을 비틀즈의 음악으로 녹여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오아시스의 브릿팝이자 감성이라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자세를 고수하는 태도가 후대의 디스코그래피에겐 큰 독이 되거나 흠집이 되었을지언정, 당시로는 그들의 데뷔가 강렬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게다가 그 고자세가 거드름만 피우고 건방 떠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난한 상황에서 하나씩 쌓아 올린 열기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욱 와닿게 되었다. 기존의 관습에 철저히 반대하는 오아시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성의 영국 음악 사조를 벗어나는 이단아를 자처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본적인 영국 록 음악의 원칙과도 같은 내용들을 철저히 따라간다. 마치 어느 영국의 한 소년이 행동은 아버지를 따라가나 사고는 정반대인 것처럼 말이다. 기성 록에 빠져있던 구세대들과 새로운 흐름을 필요로 했던 신세대의 만남이 쉬이 성사되었던 것도 과거의 잔재물과 오아시스만의 감성적 만남이 새로운 향수를 조성해냈기 때문이다. 그것이 누구나 즐길만한 흥취라면 못 반길 것도 없을 터였다.

후에 나오는 또 다른 오아시스의 대표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와 비교해 보아도, [Definitely Maybe]의 등장은 더욱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오아시스는 끝끝내 영국 내 제2의 비틀즈가 되지 못했으며, [Be Here Now] 이후 쇠퇴의 뒤안길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아쉬운 지점이 많게 되었다. 그러나, [Definitely Maybe]만이 가진 상징성은 여전히 특별하다. 가장 힘든 시기에 작업한 결과물이 가장 서정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중독성으로 가득한 훌륭한 코러스가 본연적인 향취를 자극하며, 빠짐없는 기타 솔로가 그 풍미를 더해준다. 거릴 것 없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그들의 밑바탕이 되었고, 그것이 초창기 오아시스의 태도이자 주동력이었다. 오아시스의 활력과 신선한 숨결은 그들에게도, 대중에게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Definitely Maybe] 역시 청춘과 추억 사이 어딘가에 교묘히 자리 잡게 되었다.


[Definitely Maybe]가 올해로 곧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여담으로 2집도 좋아하지만, 2집보다는 1집이 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입니다:)

 

+ 2024.03.18 이날만을 위해 묵혀둔 글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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