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열전] B.o.B
B.o.B, 혹은 바비 레이(Bobby Ray)라고 불리는 이 랩퍼는 아직 앞날이 창창한 아티스트이다. 비록 정규 앨범은 한 장밖에 없지만, 그의 음악은 심상치 않다. 스스로가 하는 음악이 팝이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그이지만 그의 음악을 단순히 팝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소울, 록, 팝, 포크,랩,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된 그의 음악 세계를 힙합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여전히 그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고, 실제로도 늘 변화하고 있다.
B.o.B는 14살 때 자신의 멘토인 B.리치(B.Rich)를 통해 처음 비트를 팔았다. 이후에 음악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2006년, B.리치를 통해 T.I.가 소유하고 있는 클럽인 '클럽 크루셜(Club Crucial)'을 소개받게 된다. 당시 B.o.B는 성인이 되지 않았음에도 클럽에 출입하여 자신의 노래를 열창한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와 계약을 맺고, 차트에 조금씩 이름을 보이기 시작하며 자신을 알린다. 그는 T.I.의 노래 "On Top Of The World" 피처링을 비롯해 활발한 활동을 하였으며, 네 장의 믹스테입과 두 장의 EP를 만들었다. 그의 성공은 누군가의 지원보다는 스스로가 부지런히 자신을 선보인 결과이다. 이후 2009년, T.I.의 앨범 타이틀인 [T.I. vs T.I.P.]에서 영감을 얻은 [B.o.B. vs Bobby Ray]라는 이름의 믹스테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후 2010년 1월, 대망의 메이저 데뷔 앨범 [The Adventures Of Bobby Ray]를 발표한다. 수록곡 중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Nothin' On You"는 현지에서 더블 플래티넘을 달성하였으며, 그 외에도 총 네 곡의 싱글을 발표하였고 좋은 성과를 거둔다. 그와 같은 결과에는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를 오글거리거나 부자연스럽지 않게 잘 혼합하였으며, 개개의 곡 구성이 탄탄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Magic"에서 들려주는 미국식 팝부터 "Bet I"에서 들려주는 남부 힙합까지의 다양한 모습은 말 그대로 B.o.B 혹은 바비 레이의 '모험'이었고, 평단은 이를 두고 각종 평을 하느라 바빴다. 물론 가볍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첫 정규 앨범인 점을 감안하면 능숙한 플레이였고 어느 정도 선방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 B.o.B (Feat. Bruno Mars) - Nothin' On You
이후 그는 세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하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이 [No Genre]와 [E.P.I.C.(Every Play Is Crucial)]이다. 이 두 장의 믹스테입에서 특징적인 것은, 그가 자신의 뿌리가 힙합이고 서던 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랩 못지않게 노래도 자주 하는 그이기에, 믹스테입을 통해 B.o.B의 랩을 더 많이,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사실 B.o.B는 2007년 첫 믹스테입을 만들 때부터 하고 싶은 음악이 뚜렷했다. 첫 믹스테입 [The Future]는 남부 음악의 냄새가 전체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 곳곳에 약간의 외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또 드러내며 지금의 B.o.B가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완전히 남부 음악을 했던 것도 아니고, 완전한 팝 음악을 한 것도 아니다. 그가 하는 음악은, 정확히는 컨트리 음악의 요소가 상당히 포함된 미국 냄새 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발표한 [Strange Clouds]는 좀 더 극적인 구성을 지니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였지만, 전체적인 조율은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한 트랙을 통해 하고 있으며, 팝 사운드에 많은 비중을 싣되 전작에서 들려주던 음악들과는 다른 바이브도 포함하고 있다. 트렌드와 자신의 주 전공 모두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도 하나의 컨셉을 유지하는 한편 앨범의 주도권도 놓지 않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면모를 선보인다.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도 자신의 전공이 아닌 새로운 사운드들을 만들어 가고 깔끔한 자태를 뽐낸다. 그만큼 그는 영리하고 도전 의식도 강하며 음악을 듣는 재미를 보장한다.
이후 믹스테입 [FuckEmWeBall]에서는 또다시 서던 사운드를 선보이면서 단순히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방향뿐만 아니라 음악적 행보 자체를 영리하게 조율하였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레이블 그랜드 허슬(Grand Hustle), 혹은 크루 허슬 갱(Hustle Gang)에 가담하며 남부 힙합을 꾸준히 들려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뿌리가 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인지시켜준다. 그러면서도 T.I.와의 콜라보 앨범, 록 음악 EP 등을 발표하며 여전히 다양한 모습을 꿈꾸고 있다. 최근 영국 밴드 로손(Lawson)의 싱글에 참여한 것도 장르적 다양함을 선보이는 면모 중 하나이다.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마음대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하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한 우물을 파겠다거나 기술적 면모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적 욕심이 큰 아티스트로서는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B.o.B (Feat. T.I. & Juicy J) - We Still In This Bitch
그렇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단순히 팝 랩 아티스트냐, 제 2의 앙드레 3000(Andre 3000)이냐를 두고 논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본인은 쿨하게 자신이 팝스타라고 인정하지만, 과연 그가 하는 음악이 전부 팝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의 음악은 팔리는 음악이 전부가 아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음악, 본인이 잘하는 음악이지, 많이 팔기 위한 음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팝스타들의 곡에 피쳐링하는 것도 그러한 곡을 잘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지, 어떠한 계산이 포함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장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B.o.B에게 랩은 중요한 부분이고 뿌리이자 그의 음악에 있어 메인이 되는 도구이다. 그는 음악가이다. 랩퍼, 혹은 힙합 아티스트라고 하기에는 다른 위치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만의 장르가 구축될 것이고, 다양한 시도 속에서 하나의 흐름을 잡아내고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남부가 낳은 음악가 아웃캐스트(Outkast)의 두 멤버가 그랬듯이 말이다. B.o.B에게 기대하는 것은 힙합의 무언가, 혹은 랩에 있어서의 무언가라기보다는 바로 그의 음악 그 자체다. 조만간 신보 [Underground Luxury]를 들고 돌아온다고 하니 그의 음악과 더불어 한층 더 성장한 B.o.B의 모습을 기대해 보자.
- 2013. 8. 8. 업데이트
글│Bluc
편집│soulitude
팝랩도 잘하고 빡센 사우스 스타일도 잘하는 거 보면...
그래도 포스트 앙드레3000이 되기엔 아직은 더 지켜봐야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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