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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메리칸 힙합 사이트: 힙합DX에서 지니어스까지

Pepnorth2016.02.04 16:01추천수 7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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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메리칸 힙합 사이트: 힙합DX에서 지니어스까지


뉴스팀에 몸담은 지 햇수로 3년이 됐다. 리뷰나 기획 기사를 쓰는 에디터로 지원했는데, 학과가 영문학이고 번역을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글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뉴스팀으로 팔려갔다. 그때는 몰랐다, 뉴스가 이렇게 힘들 줄. 매일 많게는 4, 5건, 적게는 1건의 뉴스를 번역했다. 과장 조금 더 보태서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설이 되고 추석이 돼도 뉴스를 번역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뉴스팀에는 애정이, 번역에는 애증이 쌓이고 말았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뉴스 스태프로 있는 동안 컴퓨터에는 유용한 사이트가 적잖이 생겼다. 외국 음악 뉴스 사이트부터 이상한 가십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얻을 수 있는 사이트까지, 매일 같이 드나드는 사이트라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문득 혼자만 알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번역할 뉴스를 정리하기 위해 매일 같이 드나든 사이트의 목록과 이용법은 물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힙합 뉴스를 통한 영어 공부의 이상과 현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번 글은 그 고민의 흔적이 담긴 글이자,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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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준비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게 있다. 인터넷 사전, 어반 딕셔너리(Urban Dictionary), 구글(Google)이다. 모르는 단어는 인터넷 사전으로 그때그때 찾고, 개떡 같은 영어나 비속어가 있으면 어반 딕셔너리로 찰떡같이 알아먹으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구글이다. 우리나라 연예인의 가십 거리를 찾을 때는 초록초록한 검색창이 딱이지만, 외국 연예인, 뮤지션의 관련 정보까지는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외국 관련 정보를 찾기에 용이한 검색 엔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구글이다. 아티스트의 바이오그래피, 디스코그래피를 비롯해 잘 모르는 이야기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정확도 역시 높아서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하나씩 직접 찾다 보면 꽤 써먹을 만한 배경지식이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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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iphopDX


소개: 우리 사이트 뉴스를 자주 보는 이용자라면 친숙하게 느껴질 사이트이다. 힙합엘이에 올라오는 뉴스 앞에 항상 등장하는 ‘HiphopDX의 보도에 따르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뉴스부터 시작해 리뷰와 음반 발매일 등 ‘뉴스’ 범주에 들어갈 만한 컨텐츠는 모두 다룬다. 그중 가장 메인이 되는 분야는 역시 뉴스이다. 뉴스를 다루는 사이트는 많지만, 힙합DX(HiphopDX)만큼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과거 뉴스까지 살짝 언급해주는 곳은 흔치 않다. 업데이트는 조금 느린 편이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소식의 정확도가 높다. 뉴스의 양 또한 방대하다. 다른 사이트에 있는 뉴스가 힙합DX에 없는 일은 흔치 않지만, 힙합DX에 있는 뉴스가 다른 사이트에 없는 경우는 많다. 그래서 매일 힙합DX에 들어가 뉴스를 읽는 것만으로도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씬의 흐름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현실: 제아무리 힙합DX가 다양하고 좋은 뉴스를 망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의 마수를 쉽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주소창부터 시작해 메뉴, 뉴스 내용 등 영어가 없는 곳이 없다. 주소창에 'Naver'만 쳐도 초록색 검색창이 뜨는 밀레니엄 시대에 과연 이 정도의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친숙도만 가지고 새로운 시대의 힙합 뉴스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게다가 사이트 디자인도 투박하고, 뉴스 페이지도 이전 뉴스 리스트와 다음 뉴스 리스트로만 페이지를 나누고 있어서 넘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사실 이 모든 문제가 그냥 영어 사이트라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 없다. 백번 양보해도 힙합DX의 잘못이다. 그래서 몇 번 들어가다가 즐겨찾기에 박힌 채 먼지 쌓인 페이지가 될 확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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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ap-Up


소개: 레벨 업을 시켜주는 사이트는 아니다. 다만 힙합에 관한 부분이라면 어느 정도의 소양은 확보하게 해주는 곳이다. 주로 힙합, 알앤비 관련 뉴스와 새로 발매된 노래, 뮤직비디오를 메인으로 업로드한다. 그래서 매일 올라오는 소식 가운데 절반은 뉴스가, 나머지 절반은 음악, 뮤직비디오가 차지한다. 랩-업(Rap-Up)은 얼마 전 사이트 리모델링을 단행했는데, 덕분에 다른 힙합사이트보다 깔끔하고 예쁜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물론 외적인 요소만 좋은 게 아니라 내적인 요소도 풍부하다. 싱글이나 뮤직비디오가 발매될 경우 배경 소식을 충분히 전해주고, 뉴스는 같은 내용이라도 조금 더 알기 쉽고 친절하게 풀어준다. 힙합에 핑크색을 접목한 니키 미나즈(Nicki Minaj)를 존중하는 의미인지는 몰라도, 글을 드래그하면 검은색이 아닌 분홍색 블록이 형성된다. 분홍 성애자 또는 힙합 핑크팬더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할 사이트.


현실: 첫인상은 깔끔하다. 제목에 적용된 깔끔한 폰트, 바둑판식으로 배열된 사진은 어딘가 정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어딘가 어렵고 힘들다. 유저 인터페이스 최적화의 기본이 되어야 할 첫 화면에 음악 뉴스와 패션 뉴스, 신곡, 뮤직비디오 관련 소식이 뚜렷한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어 복잡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물론 위에 있는 메뉴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각 제목 앞에 붙어있는 카테고리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손과 눈에 쉽게 익지는 않는다.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우리 눈에 사이트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절대 꼬부랑 글씨 때문이 아니라, 랩-업의 큐레이팅 미스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이트는 즐겨찾기에 유배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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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ypetrak


소개: 하입비스트(Hypebeast)를 애용하는 패션 피플이라면 조금 익숙한 사이트일지도 모르겠다. 하이프트랙(Hypetrak)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하입비스트의 모 회사가 만든 음악 사이트이다. 힙합부터 시작해 전자음악 등의 얼터너티브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신곡을 빠르게 전달한다. 음악 선별에 별다른 기준은 없어 보이지만, 다른 사이트에 비해 비교적 마이너한 취향의 곡도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이 외 주력 콘텐츠로는 힙합 음악을 위주로 한 뉴스, 뮤지션의 애장품을 공개하는 ‘Essential’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기획기사 등이 있다.


현실: 하이프트랙의 ‘Essential’ 시리즈에는 에픽하이(Epik High)의 타블로(Tablo), 투컷(Tukut), 미쓰라(Mithra)의 애장품 사진이 업로드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아티스트라고 우리말로 애장품의 내용을 소개해주지는 않았다. 하입비스트의 ‘Essential’에 소개된 키스 에이프(Keith Ape)의 애장품 역시 한국어 소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배신감이 치솟는다. 하이프트랙의 모 회사가홍콩발 미디어 그룹이라는 게 불현듯 생각난다. 영어 음악 사이트랍시고 홍콩 사이트에 들어가는 건 좀 우스워 보인다. 본토의 영어가 좋은 게 아닌가…? 갑자기 ‘Essential’을 ‘Essensial’로 쓴 오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홍콩발 매거진이 휘갈긴 영어 문장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조금 지루해도 정석적인 영어가 잔뜩 담긴 토익책을 보고 공부하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대기업이 토익과 토플을 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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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otNewHiphop


소개: 핫뉴힙합(HotNewHiphop)은 핫하고 뉴한 힙합 신곡들이 올라오는 사이트이다. 앞서 언급한 사이트들이 뉴스 전문, 또는 뉴스와 음악의 비중을 절반씩 두고 있던 데 비해 핫뉴힙합은 음악 지분이 9할 정도다. 싱글부터 뮤직비디오, 믹스테입까지 빈틈없이 전한다. 다만 앨범 발매 소식 같은 경우는 뉴스의 한 꼭지 정도로만 처리한다. 그래서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국 아티스트의 신곡이 쉬는 날 없이 업로드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자주 접속할수록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싱글, 믹스테입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진짜배기는 쉽게 찾기 어렵다. 


현실: 핫뉴힙합은 핫하고 뉴한 힙합 신곡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막상 보면 그렇게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부터 다소 산만하고, 조금 올드해 보인다. 치웠는데 안 치운 것 같은 내 방을 보는 것 같은 기분. 기시감에서 비롯된 어지러움을 힘겹게 이겨내고 신곡 메뉴를 클릭해 보지만, 영 불편한 인터페이스는 여기서 또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화면 오른쪽에 뉴스와 믹스테입 소식이 화려하게 붙어 있고, 그 비중이 생각보다 커서 여기가 신곡을 다루는 메뉴인지, 뉴스를 다루는 메뉴인지, 믹스테입을 다루는 메뉴인지 헷갈린다. 또한,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만큼이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의 신곡도 많이 올라오는데, 막상 들어보면 좋은 곡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개중에는 못 들어 줄 수준의 결과물도 간간이 보인다. 좋은 음악을 찾자니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기분이다. 자칫하면 외국힙합에 대한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영어 텍스트보다 사진이 더 크고 아름답고 많아서 조금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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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ingersroom


소개: 앞선 사이트가 모두 힙합을 중심에 둔 사이트라면, 싱어스룸(Singersroom)은 알앤비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이다. 그래서 신곡이 올라와도, 뉴스가 올라와도 모두 알앤비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실 다른 사이트에서 알앤비는 주류 외 장르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알앤비 관련 소식은 논외로 다뤄지거나 주요한 아티스트의 소식 또는 신곡만 볼 수 있는 편이다. 그에 반해 싱어스룸은 알앤비 전문을 표방한 사이트답게 알앤비 아티스트의 뉴스부터 신곡, 뮤직비디오, 기획기사, 리뷰 등을 총망라 한다. 알앤비를 좋아하거나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들어갈 필요가 있는 곳.


현실: 흑인 음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알앤비 아닌가. 정통성 넘치는 알앤비를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한번 접속해본다. 그런데 뉴스도 그렇고, 신곡도 그렇고 모두 낯선 아티스트 천지이다. 알앤비를 구사하는 아티스트가 이렇게 많았나 싶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것 같으니 알앤비의 역사를 훑고 세부 장르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리 찾아도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 2000년대 힙합의 역사를 쭉 훑어준 <아메리칸 힙합>이나 힙합엘이(HiphopLE) 같은 건 없는 걸까. 그렇게 한참을 뒤적이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신곡 하나를 주워 듣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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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Genius


소개: 가사에 담긴 의미에 집중하는 이라면 필히 알아야만 하는 사이트이다. 힙합은 물론 알앤비, 팝, 락 등 웬만한 미국 대중 음악의 가사는 다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멜론(Melon), 네이버 뮤직(Naver Music) 등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기본적으로 가사를 다 제공하지만, 미국은 우리와 다르다. 가사를 그런 방식으로 제공하는 편이 흔치 않다. 지니어스(Genius)는 이 점에서 착안해 가사를 등록해 보여주는 한편, 주석 서비스를 통해 모호하거나 특별한 맥락이 담겨 있어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회원들이 직접 등록할 수 있게 구성해 놓았다. 얼마 전부터는 미국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와 함께 가사 속 뒷이야기를 전하는 비하인드 더 리릭스(Behind the Lyrics)라는 시서비스도 시작했다. 게다가 지니어스는 문학, 영화, 법, 뉴스, 스포츠 등과 관련된 해석 및 주석도 제공한다. 이쯤 되면 생활 속의 주석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모로 유용한 사이트이다.


현실: 우리나라 가사는 잘 들리지만, 외국 가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듣기가 안 되는데 내용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혹자는 '음학이 아니라 음악이니 즐기면 된다.'라고 하지만 가사 속 의미까지 알면 더 좋지 않을까. 좋아하는 곡의 멋진 부분은 암기해 두고 적절하게 써먹는 건 진정한 힙합 리스너의 덕목 중의 덕목이기도 하니까. 이윽고 호기롭게 지니어스에 접속, 노래를 검색한 후 회색으로 된 주석을 눌러본다. 미끄러져 나오는 주석창이 꽤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난생처음 보는 단어들 천지다. 어순도 교과서 지문 속 문법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사전을 펴봐도 답이 안 나온다. 다른 주석을 눌러본다. 역시나 모르겠다. 이쯤 되니 짜증이 솟구친다. 굳이 내가 가사를 번역해야 하는 걸까? 힙합엘이가 다 해주는데? 스웩의 전당에도 '힙잘알' 능력자분들이 가사 다 해주시던데? 힙합과 알앤비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선 힙합엘이를 탐미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고생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나으니까.



글 | Pepnorth

신고
댓글 12
  • 2.4 18:08
    잘보고갑니다
  • 1 2.4 18:31
    핫뉴힙합은 진짜 괜찮은 사이트죠
  • 2.4 20:54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2.4 23:12
    이런글 좋아요
  • 2.5 14:31
    현실ㅜㅜ 잘 읽었습니다..!
  • 2.5 19:23
    핫뉴힙합 약간 2~3군 마이너 랩퍼들 믹스테잎 찾을 때 이용 ㅎㅎ
  • 2.5 21:25
    진짜 좋은글 b
  • 1 2.6 03:18
    결론: 엘이 짱!
  • 2.8 23:42
    "힙합과 알앤비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선 힙합엘이를 탐미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고생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나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이짱짱
  • 2.9 22:27
    ㅋㅋㅋㅋ재밌네요
  • 2.12 12:32
    XXL과 랩 리뷰스가 없네요...?
  • title: Don MillsFAE
    2.16 00:57
    크으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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