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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J Dilla - Ruff Draft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1.02.10 03:15추천수 1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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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illa [Ruff Draft] (2007, Stones Throw)

 

Disc 1 - Ruff Draft & bonus tracks

 

01. Intro
02. Let's Take It Back
03. Reckless Driving
04. Nothing Like This
05. The $
06. Interlude
07. Make'em NV
08. Interlude
09. Crushin' (Yeeeeaah!)
10. Shouts
11. Intro (Alt)
12. Wild
13. Take Notice (featuring Guilty Simpson)
14. Shouts (Alt)

 

Disc 2 - Ruff Draft Instrumentals

 

01. Let's Take It Back - Instrumental
02. Reckless Driving - Instrumental
03. Nothing Like This - Instrumental
04. The $ - Instrumental
05. Make'em NV - Instrumental
06. Crushin' - Instrumental
07. Intro (Alt) - Instrumental
08. Wild - Instrumental
09. Take Notice - Instrumental
10. Shouts (Alt) - Instrumental


 

사이렌 소리 삐이이이이이~잉~  Yo! Turn it up! (공감?)

 

예 그래요. 맞아요. 다시 Dilla 시즌이죠. 오늘은 2월 10일. J Dilla의 5주기입니다. 작년에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Donuts" 앨범 리뷰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요, 오늘은 무거운 마음보다는 그냥 가볍게 또 한 장의 Dilla 앨범을 들어보면서 잠시나마 고인에 대한 얘기를 또 해볼까 해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젊어서 세상을 떠난 어떤 다른 아티스트들이 않그러겠습니까만은 J Dilla는 확실히 더더욱 우리에게 들려줄 음악이 많은 분이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너무 아까운 죽음이었고 힙합씬 전체를 통틀어 너무나도 큰 손실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유난히 안타까워하는 이유가 그거죠. 그의 능력과 잠재력에 비해 너무도 적은 결과물만을 남긴채 떠났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J Dilla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두렵습니다. 왜냐면 비트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많은 이들이 Dilla의
팬이라 말하고는 있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를 콕 집어 얘기하는 경우는 흔히 못봤죠. 뭐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저도 Dilla의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좋은지 말로서 설명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뭐 여러가지 측면이 있을 거예요. 비트를 다룰 줄 아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그의 음악과, 저같은 일반 청자로서 느끼는 그의 음악 등등 말이죠. 하도 궁금해서 제 동갑내기 친구인 Kanye West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Dilla 음악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지 말이죠. Kanye 왈, "저런 샘플에 저런 비트가 쉬울 것 같애? 아무리 해도 저렇게 안돼! 아니 못해 저렇게! 너 근데 지난번부터 왜 자꾸 이상하게 음악을 분석하려고 들어 근데? 끊어 바뻐!" 쩝. 예 뭐.. 그렇다네요. 역시 콕 짚어서 얘기는 안해주는.. 괜히 물어봤다가 혼만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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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Donuts"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가 가장 '위대한' 이유는 진정성있는 '아티스트쉽' 내지는 '뮤지션쉽'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만들면서 대하는 어떤 진지함, 내지는 장인 정신 이랄까요? 그의 손길이 닿은 비트들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가 흔한 정박을 사용하는 비트메이커가 아니고 상당히 변칙적인 플레이를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제된 안정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얼굴이 완벽하게 대칭인 사람이 미인이라는데 마찬가지로 그의 비트를 들으면 어떤 완벽한 대칭성 같은 게 느껴진달까요? 대충 대충 물 길어서 발효시킨 게 아니라 정성스럽게 몇날 며칠 정수시킨 물에 장인의 손길이 닿은 정갈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막걸리같은 느낌? 그러니까 얼마나 세련됐냐면 드럼이 있어야될 자리에 여백을 둬서 그 자체로 더욱더 강력한 바운스를 일으키는 거죠. 생전에 "때로는 부는 것보다 불지 않는 게 낫다"는 명언을 남긴 Miles Davis의 사상을 그대로 힙합으로 재현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여담이지만 Miles의 이 논리는 물론 당연히 Thelonious Monk에게서 얻은 것입니다만) ....뭐 저는 Dilla의 비트를 들을 때마다 이런 느낌을 갖고는 합니다. 굉장히 섬세하고 세련되고 무척이나 소울풀하면서 때론 실험적이고 적당한 정도의 바운스와 대중성을 겸비한 비트. 그것. 말이죠.

 

"Ruff Draft"는 잘 아시다시피 2002년에 vinyl EP 형태로 발매된 음반입니다. 원래 MCA사를 통해 다른 프로듀서들의 비트를 받아 Dilla 자신은 순수하게 랩만 한 앨범 "Pay Jay"의 발매가 미뤄지면서 그가 열받아서 자체적으로 인디 레이블을 통해 제작한 앨범이죠. 당시 절판되었다가 2007년에 Stones Throw의 사장 땅콩버터늑대씨가 몇곡의 보너스 트랙과 instrumental cd를 덧붙여 2cd 형태로 재발매했습니다. 저는 물론 Dilla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Donuts"를 가장 좋아합니다만 그 다음으로 아끼는 앨범이 바로 이 "Ruff Draft"예요. 왜냐면 이 앨범은 "Donuts"와 더불어 가장 그의 '혼'이 깊게 묻어난 느낌, 그러니까 어떤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은채 순수하게 Dilla 자신의 손때만 묻어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또 하나, 이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유일하게 별다른 게스트 없이 전곡 프로듀싱에 직접 랩을 한 진정한 의미의 "힙합 솔로 앨범"이라는 겁니다.

 

"시작하기 전에 잠깐 설명할께. 이건 my real niggas만을 위한 거야. 진짜 live shit이지. muhfucking cassettte에서 바로 뽑아온 그런 음악들이야!"

 

앨범의 인트로에서 진중하고 확고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다소 격앙되어 있습니다. 저 한마디가 이 앨범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죠. 예, 이 앨범은 또한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거친' 앨범입니다. 그 거칠다는 것이 '하드코어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치 요새 흔히 말하는 '믹스테잎' 내지는 '스트릿 앨범'과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아요. 정말 그가 하고 싶은 대로, 스튜디오 안에서 찍어낸 '라이브 음악' 같다는 겁니다. raw하다는 거죠. 앨범 제목처럼 rough한 느낌.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듣고 있으면 어떤 풍경이 연상되냐면, 마치 그 왜 양손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마이크대에 얼굴만 갖다대고 노래부르는 가수 있죠, 그런 풍경. 즉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으로 MPC를 연주하면서 마이크에 얼굴만 대고 랩을 하는 Dilla의 모습. 그런 게 연상된다는 거죠. 예, 이건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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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la의 진중한 나레이션이 끝나면 시타르음인지 나일론 기타인지 뭔지 묘한 이국적인 스트링이 울리면서 언제 비트가 나올지 청자의 신경을 무척이나 건드립니다. 아.. 이제 그만.. 제발.. 이런 느낌이 들 때 갑자기 폭탄 심지가 타들어가는 듯한, 귀끝에 불을 붙이는 듯한 날카로운 스네어음이 쫀득거리며 귀를 희롱하는 "Let's Take It Back"이 시작되죠. 이윽고 "Reckliess Driving"부터 제가 말씀드린 그 MPC 연주, 루프를 걸어넣고 열심히, 마치 재즈 베이스주자의 손놀림처럼 바쁘게 몽환적인 사운드 이펙트를 두들기는 그의 손길에 곁들여져 타이트한 랩으로 청자를 이끕니다. (J Dilla 랩 되게 잘하죠. 살짝 엇박을 타는 밀고 당기는 식의 플로우를 느껴보세요.) 이런 raw한 live 스타일의 분위기는 "The $"에서의 노이지한 효과음을 통해 더더욱 고조되며 초강력 엇박 헤비스네어에 비브라폰음이 등장하는 "Make'em NV"과 필시 그가 직접 드럼 연주를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괴이한 트랙 "Wild"에서 그 빛을 발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다가 아니죠. "Nothing Like This"는 힙합이라기보단 experimental한 인디록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드럼과 Thurston Moore가 연상되는 noisy한 기타에 에코 이펙트를 먹인 Dilla의 보컬이 곁들어진 멋진 곡입니다. 자, 그리구요, Dilla는 드럼이 없이 비트를 찍습니다. 엥? 드럼 없이 어떻게 비트가 되냐구요? "Crushin' (Yeeeeaah!)"를 들어보시면 아세요. 신음소리, 기타, 베이스 이 샘플들만 가지고 화학반응을 시켜서 아주 관능적인 그루브를 만들어 냈습니다. 들어보세요. '드럼 없는 비트'

 

재차 말씀드리지만 "Ruff Draft"라는 앨범을 저는 그의 '솔로 커리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Welcome 2 Detroit"는 디트로이트 지인들과 함께한 실험작이자 소품집같은 성격이 있었죠. "Donuts"는 유작이면서 그의 독특한 '프로젝트 앨범'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The Shining"은 사후작품이면서 게스트들이 주로 랩을 한 전형적인 프로듀서 앨범이었죠. 자, 이 "Ruff Draft"가 발매되던 시기의 Dilla는 Common의 "Electric Circus" 앨범을 프로듀스하고 Madlib과 Jaylib 프로젝트를 이끌던, 그의 이력상 가장 creative한 시기였습니다. 그 시기에 자체적으로 제작한 언더그라운드 앨범. 그것도 혼자서 전곡 프로듀싱에 랩까지 한, 진정한 의미의 '솔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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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천국에서는 올해 J Dilla의 열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라고 합니다. 옆에 Proof가 보이네요.

 

R.I.P. James Dewitt Yancey (197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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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11 00:25

    제이딜라 앨범중에 이 앨범을 제일 좋아하고 가장 많이 돌린거 같아요

    딜라 어느 앨범이 안 그러냐겠냐만은 전 별다섯!주고싶네요

  • 2.11 18:13

    역시 투니컷님덕에 앨범을 더 즐겁게 즐길수 있겠내요. 항상 감사합니다. 그동안 막연해서 미뤄뒀었는데 너무 듣고 싶어졌어요 ^^

  • 2.12 11:00

    the ummah시절과 정말 달라졌죠. 리뷰 잘봤습니다~ 그런데 질문드릴게 있는데, pay jay 앨범은 딜라 비트인가요?  아니면 딜라는 랩만 한건가요?

  • 2.12 13:37
    @JASON0119

    한 곡인가만 딜라 비트구요 전부 다른 프로듀서들 비트에 랩만 한 앨범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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