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Chance The Rapper ＆ The Social Experiment - Lady Friend

Chance The Rapper & The Social Experiment - Lady Friend

2013년 발표한 믹스테입 [Acid Rap]으로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단숨에 촉망받는 아티스트, 최고의 루키라는 수식어를 쟁취하였다. 수많은 레이블이 그를 눈독 들였고, 실질적인 영입 의사를 표하고 구체적인 접촉을 시도한 이들도 등장하였다. 그러나 챈스 더 래퍼는 돈과 명예에 좌지우지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밴드 더 소셜 엑스페리먼트(The Social Experiment)와 트럼펫터 겸 프로듀서인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과 한 팀을 꾸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그들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재즈, 블루스, 팝, 힙합 등의 다양한 장르를 조합하여 만든 신선한 곡들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음악들은 챈스 더 래퍼의 새로운 무료 앨범 [Surf]에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가감 없는 시도와 참신한 조화를 바탕으로 변화를 선보이던 챈스 더 래퍼는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새로운 곡 “Lady Friend”를 공개했다. 

"Lady Friend"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 있는 곡이다. 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곡은 발라드 넘버 특유의 흥취가 짙게 묻어난다. 그동안 랩과 노래의 경계선을 타고 놀며 리듬감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챈스 더 래퍼는 이번 곡에서는 싱어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몇 달 전 공개한 “I Am Very Very Lonely", "No Better Blues" 등도 비슷한 느낌을 담고 있지만, 이번 곡은 특히 그의 보컬이 중심을 잡고 있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위로 챈스 더 래퍼는 탁하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를 첨가한다. 발성, 음정과 같은 부분에서 완벽하다 할 순 없지만, 생각보다 짙은 호소력이 담긴 그의 음성은 밴드 사운드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특히, 거칠지만 매력 있는 팔세토 창법은 그간 챈스 더 래퍼에게서 찾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부족한 성량과 기술적인 결함은 백업 보컬들의 도움으로 상쇄시킨다. "Good Ass Intro"에 참여했던 키아라 라니어(Kiara Lanier), 켈라니(Kehlani) 등의 여성 보컬은 적재적소에 코러스를 더하고, 곡의 말미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울림 있는 마무리를 이끈다. 챈스 더 래퍼는 이어지는 벌스에서 읊조리는 랩으로 무게를 더한다. 독특한 비음과 흥얼거리는 발음을 최대한 제거한 채, 담백하게 이어가는 그의 서사는 꽤 진중하다. 그는 이번 곡에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 흔히 말하는 플라토닉 러브에 관해 이야기한다. 성적인 관계로 엮인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여성인 친구'와의 이끌림이라는 주제를 진솔하게 꺼내었다. 육체적 사랑이 꽃피는 밸런타인데이에 감정적인 사랑을 논하는 주제 의식 자체만으로도 챈스 더 래퍼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Acid Rap]의 “Juice", "Chain Smoker", "NaNa" 등에서 챈스 더 래퍼가 선보였던 재간둥이 이미지와 감각적인 플로우, 경쾌한 캐릭터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현재 그의 행보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힙합보다는 재즈의 향취가 중심을 잡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챈스 더 래퍼에게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그가 구현해온 음악에는 단단한 의지와 주관이 여실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신인들이 이른 성공에 취해 도태되어가는 현실에서 그는 묵묵히 아티스트로 향하는 길을 닦아가고 있다. 챈스 더 래퍼는 지난 1월 신보의 티저 영상인 <Nothing Came To Me>를 선보이며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또, 비욘세(Beyonce)가 정규 5집 [Beyoncé]를 깜짝 발표했듯이 이번 앨범 [Surf]를 예고 없이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될성부른 떡잎’의 도약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글 | Bea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