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믹스테입 황태자 Lil Wayne #ShowMeWhatYouGot
<Show Me What You Got> 시리즈는 음악이나 패션과 관련된 아이템을 직접 구하여 가볍게 리뷰해보는 코너다. 그 대상은 '소장하고픈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또는 내 평생 그 어디에도 쓸 데가 없는 '그저 예쁜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가급적 힙합엘이 유저 분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아이템을 선정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으셨으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고르고, 내키는 대로 써볼 예정이므로...
과거만 해도 DJ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믹스테입은 시간이 지나며 래퍼들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랩 실력과 기술적인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던 래퍼들은, 기존 비트 혹은 새로운 비트에 라임을 수놓았고, 이는 MC 믹스테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흐름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물들을 떠오르게 했다. 50 센트(50 Cent), 로이스 다 5'9"(Royce da 5'9"), 조 버든(Joe Budden), 패볼로스(Fabolous) 등 각양각색의 래퍼들이 믹스테입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선보였고, 결과적으로 ‘믹스테입 스타’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릴 웨인(Lil Wayne) 역시 이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믹스테입 황태자라는 타이틀을 수여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릴 웨인은 믹스테입을 영리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활용한 아티스트다.
릴 웨인은 현재까지 거의 25 작품에 달하는 믹스테입을 발표했다. 게다가 다양한 시리즈를 연재하며 독특한 개성을 이어가기까지 한다. [SQ], [Da Drought], [The Dedication], [Sorry 4 the Wait], [No Ceilings] 등 그 가지 수만 해도 웬만한 정규 연재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확실히 릴 웨인은 2000년대 믹스테입 시장에서 핵심적인 인물이었고, 그 작업량과 기민한 행동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그가 수많은 믹스테입 시리즈를 발표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인기를 끈 연재는 [The Dedication]이었다. 릴 웨인과 DJ 드라마(DJ Drama)가 함께 손을 잡은 [The Dedication] 시리즈는 준수한 평가와 함께, 주기적인 호흡으로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렇기에 힙합엘이는 믹스테입 먼쓰를 맞아, 릴 웨인이 2008년 이후 4년 만에 시리즈를 재개한 믹스테입인 [Dedication 4]를 손에 넣었고, 이를 직접 리뷰해보고자 한다. 믹스테입 슈퍼스타의 전성기 모습이 어떤 형식 안에 담겨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Lil Wayne - [Dedication 4]
Lil Wayne - [Dedication 4]Released: 2012. 09. 03Genre: Hip HopLength: 52:00Label: Young Money, Aphilliates Music GroupProducer: VariousCompiler: DJ Drama
일단 눈길을 끄는 것은 강렬한 외관의 아트워크다. 가로 14cm X 세로 12.5cm의 기본 케이스 안에 고이 접힌 커버는 눈을 사로잡는다. 그간 릴 웨인은 믹스테입 시리즈마다 동일한 아트워크 색채와 분위기를 이어왔다. [The Dedication]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릴 웨인은 자신의 모습을 직선적으로 캐리커처 화한 이미지를 줄곧 커버로 활용했는데, [Dedication 4]도 동일선상에 위치해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외형을 그대로 가져갔던 기존과 달리 조금 더 인형에 가까운 캐릭터로 스스로를 묘사할 뿐이었다. 릴 웨인을 상징하는 스케이트보드와 스냅백, 흰색/검정/빨강만을 대비되게 사용한 색채감은 [The Dedication] 시리즈가 가진 날 것의 느낌을 적절히 대변했다. 후면에 새겨진 트럿핏(TRUKFIT) 로고와 트위터와 페이스북 링크를 적어둔 것 역시 인상적이다.
내용물인 음악 역시 매력적이다. DJ 드라마와 릴 웨인은 그들에게 어울릴만한 각종 원곡을 적절히 모아 원활하게 시간 배분을 해뒀고, 몇몇 커팅과 분할 역시 자연스러웠다. "Mercy", "No Lie", "Don't Like" 등의 원곡을 유지한 채, 그만의 능청스러운 랩을 수놓는 조화는 썩 괜찮았고, 릴 웨인은 믹스테입 다운 날 것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표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능구렁이 같은 플로우는 특별히 큰 어색함 없이 각 비트에 어우러졌고, 제이콜(J.Cole),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등과는 여전히 괜찮은 호흡을 뽐낸다. 믹스테입답게 원곡과의 비교 혹은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향도 있지만, 그는 믹스테입 황태자다운 자유로움으로 이를 상쇄한다.
확실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래퍼들이 중심이 된 믹스테입이 각광을 받고 있고,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전곡이 오리지널 비트로 구성된 스트리트 믹스테입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도 믹스테입은 마케팅과 브랜딩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진 플랫폼이다. 그리고 릴 웨인은 이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케이스다. 다소 환경은 다르지만, 국내에도 이처럼 믹스테입을 통해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그 흐름을 이어가는 아티스트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처럼 단순히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듣기를 원하는 사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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