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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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이나 앨범을 듣고 글을 써보고 싶었던 마음만 있었지 실제로 쓰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부족합니다.
리뷰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제 주관과 느낌을 굳이 배제하지 않고 한 곡 한 곡 리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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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스타의 정규 2집, [Maze Garden]을 듣게 된 것은 힙합엘이 게시판의 추천 때문이었다. 사실 크루셜스타의 노래를 거의 들어보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의 신보도 나에겐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모두 알다시피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신보는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져나오지 않나.
어쨌든, 엘이 게시판에 그렇게 많이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몇몇 글들의 샤라웃은 왠지 모르게 진정성이 느껴졌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앨범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다.
수 차례 앨범을 돌린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아티스트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다.
그가 이 앨범에서 보여준 진솔함, 예술적 상상력, 자신의 경험을 예술과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엄청났다.
1. <동전 한 닢 (Intro)> - 2. <Fontana di Trevi>
힙합 조금이라도 들었다 하는 사람들에게 '동전 한 닢' 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다이나믹 듀오의 곡. 머릿속에서 자동차 경적소리와 '오늘도 어김없이- 달 뜨고 해 지네-'하는, 걸걸하면서도 한국스러운(?) 훅이 자동재생 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 인트로는 현악기와 물 소리,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무슨 소린가 하고 이어지는 트랙을 보니 트레비 분수 소리인 듯하다. 2번 트랙에서 크루셜스타는 "16년 겨울 머물렀던 Rome"에서 만난 트레비 분수의 자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녹여내고 있다.
어떤 별은 추락해
어떤 별은 아직 빛남과 동시에 추악해
난 그 사이 어딘가에
어느새 이 바닥에 10년 째
이젠 노련해졌단 걸 실감해
-
16년의 겨울 머물렀던 Rome
Trevi 분수를 바라보다 때렸었던 멍
평온하게 모두를 맞이하며 희망을 주었던
웅장한 그 자태 앞에 너무도 작아졌던 나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트레비 분수를 방문하는 수 많은 사람들 중에, 트레비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필자는 아니었다. 아, 이게 트레비 분수구나,괜히 사람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동전 한 번 던져보고, 사진 몇 방 찍고, 이제 가자. 그게 나쁘단 것은 아니다. 다만 크루셜스타는 트레비 분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앨범 인트로에 트랙을 배치시킬 정도의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보았다는 것이다.
내게 동전 한 닢 던져준다면
나의 영혼까지 꺼내주겠소
나도 겪어봤으니 비참한 일들
공유하고 같이 함께 힘내보겠소
그의 앨범을 구매하여 듣고 있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고 있든, 시간 혹은 돈이라는 동전 한 닢을 던진 청자들에게, 크루셜스타는 마치 트레비 분수가 동전 한 닢에 작은 희망과 기대를 가져다주듯 기꺼이 영혼을 꺼내어 노래하기 시작한다.
2. <Direct Message> - 3. <청담동> - 4. <할머니 (Grandma)>
2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 크루셜스타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진솔하고 흡인력 있게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의 전형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팬, 자신이 살던 고향과 친구, 자신의 할머니와 주고받은 영향들을 부드럽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편안하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향수와 아련함을 더해주는 것은 과하지도 않고 덜어낼 것도 없이 충분하다. 청각적으로 굉장히 편안한 멜로디와 보컬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더없이 시너지를 내는 듯하다.
여기서 멜로디나 톤 등의 음악적 요소 이외에 빼놓을 수 없는 점은, 크루셜스타가 계속해서 음악에 담고자 하는 몇몇 단어들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별', '꿈' 과 같은 단어들이다.
서른이 코 앞에
패기로만 답했던 이십대 초반과는 달리
생각이 많기에 꾼 꿈을 갚지 못한 빚쟁이야
-
꿈을 이룬 이야기들에 흠뻑 빠지면
저도 꿈에 대한 환상을 못 멈추게 돼요
근데 현실의 문턱이 버거울만큼 높죠
-<Direct Message> 중-
내 주변엔 너 뿐이야
꿈이란 거 있는 놈
-<청담동> 중-
분명히 할머니도 하고 싶은 일과 꿈들이 있었겠죠
분명히 할머닌 그 모든 걸 뒤로 한 채로 포기했겠죠
울 아버진 갓난 애기 때 피난길에 올랐었다고 했죠
난 당신 앞에서 환경을 탓하거나 힘들다곤 말 못해요
My grandma had a dream grandma had a dream
-
난 말하고 싶었네
오늘도 TV에
나오지 않는다해도
빛나는 꿈이 있다고
-<할머니 (Grandma)> 중-
이렇게 다른 대상에게서 비슷한 단어를 이끌어내면서도 음악적인 장치, 멜로디와 창법, 억양과 톤 등으로 계속해서 흡인력을 유지한다. 자칫 부담스럽거나 질릴 수 있는 랩 톤과 보컬 톤에 트랙에 맞게, 곡에서 이야기하는 대상과 분위기에 맞게 변화를 준다. 특히 4번 트랙 <할머니 (Grandma)>에서 할머니와의 대화에 사용된, 1초 정도 되는 가사의 여백은 엄청난 감정 전달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앨범의 베스트 트랙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어쨌든, 크루셜스타는 멜로디컬하고 감성적인 그의 보컬과 피쳐링을 적절히 사용하며 지루하지 않게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 2에서 이어 쓰겠습니다.ㅠㅠㅋㅋ 써두고 완성을 못하고 계속 묵혀두니, 일부라도 올려둬야 작성을 마무리할 것 같네요. 마침 앨범 전반부와 후반부 분위기도 다르니 나머지는 이어서 쓰겠습니다. 감사함다!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여러 분이 읽으시고 댓글 달아주시니 2편 올릴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메이즈 가든 들으면서 많이 글썽였는데,,ㅋㅋㅋ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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