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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 10집 감상 후기

itllbeyours2018.11.15 02:23조회 수 1851추천수 3댓글 0

싸구려 원단으로 만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옷 vs 고급 원단으로 만든 클래식 룩

당연히 이 앨범은 후자입니다. 방금 나온 앨범을 클래식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꽤 공을 들여 만든 굉장한 결과물이라는 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가가 많이 갈리는 것 같지만 이 앨범은 제작의도부터가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갈무리하는 것인 만큼 어느정도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그 투박함이 정말 그저 투박함으로만 느껴지는가, 아니면 거기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어떤 가치를 느끼는가는 듣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는 가스렌지 하이햇과 808 베이스 속에서 춤을 췄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 옛 것을 찾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은 과거에 드렁큰타이거의 들으며 함께해왔던 서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간 MFBTY 곡들이 별로라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몇 달 전에 Yet 싱글이 나왔을 때 느낌이 와서 기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드렁큰타이거는 무언가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뭔가를 봤습니다. 랍티미스트가 정말 고생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묵직한 붐뱁 비트의 향연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한국적인 바이브를 힙합으로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유튜브 뮤비 댓글들에서도 이런 평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타이거JK가 '한국힙합에서 드렁큰타이거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깊이 고심해서 표현해냈다는 느낌입니다. 한국힙합에서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를 감안하면 그런 표현력은 꽤 의미 있는 유산입니다.


비록 위에 요즘 힙합이랑 비교하는 말을 써 놓긴 했지만 사실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이 앨범도 온전히 옛적 붐뱁을 재현한 앨범이 아니라 트랩을 포함해 다양한 느낌이 시도되었고, 제게 이것은 마지막 기념 앨범이라고 해서 그 음악적 성격을 단순히 추억팔이에 가두고 싶지 않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다양한 도전은 어디까지나 극히 의도된 컨셉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들었습니다. 뽕삘 가득한 "손뼉"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 형님께서 흥이 나셔서 이런 걸 한 번 해보셨구나.' 지나치게 허용적인 자세일 수 있지만 저는 비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즐기겠습니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일해서 완전히 chill하게 가라앉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해야지만 명작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집요한 예술가보다는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는 '즐거운 사람'으로서의 타이거JK의 모습이 부각되어서 팬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심되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분들께서 지적했듯이 Bizzy, 윤미래, Junoflo 등 식구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지만 그런 점은 그만큼 제작 과정에서 동료들과 호흡하며 즐겁게 작업에 임했다는 증거이니까요. 비록 드렁큰타이거의 족적은 끝이 났지만 타이거JK로서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실망한 점은 간략히

1) 범바예는 원곡이 훨씬 좋네요. 버논의 랩 자체가 구렸다기보다는 팝에 적합한 톤으로 랩을 해서 곡에 잘 묻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팝 느낌이 강한 다른 곡에 참여시켰더라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2) RM의 힘 빡들어간 랩핑도 완전 투박한 비트를 나름대로 올드하게 소화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한 거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글쎄요. 거기까지 고려한 것 같지는 않아요. 차라리 현 시대 최고의 스타답게 더 유려한 플로우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CD2가 1에 비해서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앨범 트랙 수가 많은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취향 문제도 있구요. 직전의 더블 앨범이었던 8집을 들으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그래도 이번 앨범은 곡들이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아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요즘 20~30트랙 규모로 꽉꽉 채워서 나오는 몇몇 외힙 앨범들 들으면 진짜 엄청 지루하거든요.

4) CD2 수록곡 몇몇의 믹싱 상태가 이상하게 들립니다. (뽕짝2야기가 특히) 보컬에 컴프레서가 너무 빡세게 들어간 느낌? 의도한 효과라면 제게는 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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