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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디스전, 이센스 대 오케이본.

title: 후디냉동참치2017.12.17 23:51조회 수 2476추천수 3댓글 12

프로레슬링에 스쿼시 매치라는 용어가 있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두들기고 승리를 따낼 때, 그 경기는 스쿼시 매치가 된다. 그 유명한 트리플H조차 얼티밋 워리어를 상대로 별다른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얻어맞던 시절이 있었다. 현시대의 거물들인 존 시나나 랜디 오턴도 예외는 아니라, 브록 레스너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굴욕을 맛봤다. 스쿼시 매치의 대표적인 실제 사례들이다.

이를 힙합씬에 치환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결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있었던 이센스와 오케이본 사이의 설전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오케이본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코홀트 소속 오케이션과는 아예 다른 인물로, 현재는 은퇴했다. 반면 힙합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들 중 이센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 둘의 인지도 차이가 저때의 승패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의견은 갈린다.

이센스가 이겼느냐, 이센스가 압도적으로 이겼느냐, 둘로 말이다.



여러분! 우리가 Rhyme King이에요! 아이고 씨발 논다
- Rhyme King


시작은 이센스가 했다. 본인의 믹스테잎, <New Blood, Rapper Vol.1>의 수록곡, 'Rhyme King'에서 위와 같은 가사를 썼다.

총구는 명백히 오케이본을 향하고 있었다. 그 전에 나왔던 그의 앨범 제목부터 'Rhyme King'었기 때문이다. 후일 이센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케이본처럼 장난으로 랩하는 래퍼가 힙합에 발걸치고 목에 힘주는 꼴이 너무 보기 싫었다고 한다. 

오케이본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원래 술배란 래퍼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이센스를 디스할 계획을 갖고있었으나, 굳이 제 3자를 개입시킬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본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번개송2'란 곡을 올리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니네만 좋아야 예술이야? 언더라는 언덕은 넘지 못할 테두리야? 
뭘 해도 깔 걸 아주 잘 알고 있지. 
- 번개송2 中

당시 오케이본은 씬에서 그다지 돋보이는 래퍼가 아니었다. 각운을 조립하는 솜씨는 괜찮으나, 근본적으로 랩을 못한다는 평이 많았다. 반면 이센스는 어린 나이에 언더그라운드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애초에 체급 차는 현저했다. 대진이 성사된 순간, 결과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싸움이었다.  

허나 오케이본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본인도 이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대응곡의 제목부터 번개송으로 지었다. 성역화된 힙합 언더그라운드에 반감을 표한 그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센스가 불과 반나절만에 잘빠진 새 곡을 들고오면서 이것마저 구차한 변명이 되어버렸다. 현재도 한국힙합 디스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곡인 '개뼈다귀'였다. 이 제목은 오케이본의 이름(OK-bone)을 절묘하게 비꼰 것이다. 




단지 모르는 사람이 편견을 가질까봐
내 친구 원기(오케이본의 본명)도 랩하던데? 쉬워보이더라
그 현상 일으키는 병균이 바로 너야 너 임마
- 개뼈다귀 中

얼티밋 워리어의 고릴라 프레스, 혹은 브록 레스너의 F-5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피니시였다. 오케이본은 이에 '지렁이에게'란 제목의 곡을 하나 더 발표해 대응했으나,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붙잡을 도리는 없었다. 이센스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몇년 후, 프라이머리의 '요지경'에 참여해 이때의 일을 언급하긴했다. 이 곡이 나온 것이 2012년 말, 그리고 오케이본과의 설전이 오갔던 것이 2008년 초이니 5년 전이란 가사에 정확히 부합한다. 

조심해야 돼 동생들, 5년 전에도 너 같은 애들 있었지 
근데 어디 갔니, 그리고 누가 살아남았지
- 요지경 中

그 후 오케이본은 음악을 접고 평범한 회사원이 됐다. 대마초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이센스와 달리, 대기업에 입사해 탄탄대로를 걷게됐으니 결국 최후의 승자는 그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물론 이센스 또한 그대로 무너지진 않았다. 2015년, 옥중에서 본인의 첫번째 정규앨범인 <The Anecdote>를 발표하며 평단의 찬사와 팬들의 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된다. 결국 승자였던 이센스, 패자였던 오케이본 모두 각자의 길을 잘 간 셈이다.

혹자는 이센스의 경력을 반추함에 있어 이때의 일을 굳이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폄하하곤 한다. 허나 이센스는 분명 오케이본과의 대결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본인의 실력을 디스전이란 날 것의 방식으로 강렬히 증명한 것이 첫째,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잃기 쉬운 그의 삐딱한 캐릭터가 이 승부를 통해 매력적으로 포장된 것이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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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2.18 00:24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본
  • 12.18 00:27
    오케이본 톤만 좋았으면 나름 롱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라임은 진짜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맞췄으니까
  • 1 12.18 01:02
    @무지개맛씨리얼

    전혀요

  • 12.18 14:52
    @무지개맛씨리얼
    여기 동의함 오케이본 가사는 좋았다고 생각
  • 12.19 19:28
    @도토리어스 JUNA
    좋다기보단 나쁘진 않았다 정도
  • 12.18 00:45
    오케이본 저 이후로 대기업 취직
    결혼 후 훌륭한 가장 테크 탔다는 썰이 있다는데
    이센스는 반면 랩 스타 약쟁이 빵쟁이
    국힙 넘버원 테크탄걸 보면
    참 아이러니 하네요
  • 12.18 02:00
    @골든프리저
    랩만 안하면 돼 그 노력 다른데 좀 써봐
  • 12.18 15:08
    @골든프리저
    이 후의 행보도 이센스가 압승이네요 ㅋㅋ
  • 오케이본은 톤만 안좋은게 아님. 걍 모든게 부족했죠..
    저도 나름 이센스 커리어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라고 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 12.18 00:54
    제가 힙합에 막 관심을 가지던 시기에 터졌던 디스전이었는데...
    그때 일명 막귀 였던 제가 들어도 오케이본의 랩은 사실상... 너-어무 부족했죠
    그 이후의 행보는 관심없어서 몰랐는데 대기업 입사했구나 부럽당
  • 12.18 07:51

    한가지 재밌던게 오케이본의 랩은 구렸지만 두번째 디스 곡을 들어보면 첫번째 디스곡때보다 실력이 발전한게 느껴졌던거죠. 역시 사람이 긴장하고 쏟아부어야 성장을 하는구나 그때 느꼈었습니다 ㅋㅋㅋ.

  • 12.18 17:31
    아직까지 한국 최고 디스곡은 개뼉다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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