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Kim Gordon - The Collective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2024.04.19 10:47조회 수 629추천수 8댓글 8

(본 리뷰는 엘이맥 유저 매거진 w/HOM #9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엘이맥 해외힙합 유저매거진 "w/HAUS OF MATTERS" #9 공개!🌸 - 국외 힙합 - 힙합엘이 | HIPHOPLE.com

 

1200x1200bb.jpg

 

Kim Gordon - The Collective

 

 

감정을 다치는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무면허 주치의를 둔다. 그중 일부는 소셜 미디어의 짧은 글귀 혹은 캐치프레이즈 식 명언의 몫이 되고, 일부는 세계에 공유되어 좋아요를 받는 매력적인 섹슈얼리티나 아기자기한 이종(異種) 생명체가 대신하기도 하며, 관심사를 나누는 웹 사이트 커뮤니티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가교들을 잇는 거점은 모든 국제 정보 교환의 광장인 인터넷이다. 바퀴, 금속활자, 전구보다도 위대한 발명품으로 숭상되곤 하는 이 비접촉 통신망의 파급력은 논쟁의 규모를 벗어나 의심할 수 없는 입지까지 확립해냈다.

 

하지만 중독과 의존을 전면에 내건 비판적 칼럼과 뉴스의 범람이 증명하듯, 이 혁신 기술의 등장이 범지구적 현대 인류의 복합적 고립을 탄생시켰다. 과잉 정보의 방대한 바다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려 갇혀버리는 현상, 그리고 더 세세하고 더 특징적인 이들끼리 뭉쳐 요새를 짓고 소속을 빙자한 구속에 자신을 의탁하며 격리시키는 악순환. 어느덧 개인주의는 정론을 넘어 필수 교양이 되었다. 그런 현세대의 인류에게 구김살 없는 인구가 멸종에 다다르고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별다른 논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썩 내키지 않는 현실이다.

 

"당신도 중독되었을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Loud And Quiet과의 인터뷰에서 Kim Gordon은 트위터에 빠진 본인의 경험을 돌아보며 <The Collective>의 포문을 연다. “저는 현재 제 주변에서 느끼는 절대적인 광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진실에 개의치 않고 설득당하지 않으며, 각자의 이면을 품고 편집증을 만들어내는 때입니다(후략).” - 밴드캠프에 작성한 Gordon<The Collective> 소개 문구.

 

Gordon은 이번에도 다른 작품을 통해 구상한 설계도를 실체화시킨다. 2019년에 발매한 솔로 1<No Home Record>Chantal Akerman의 유작 필름 No Home Movie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The Collective>Jennifer EganSF 소설 The Candy House와 세계관 속 기억 장치 Collective로부터 출발했다. 해당 소설은 기억 공유 기술이 등장한 미래 사회에서 벌어지는 윤리적 갈등을 소재로 다루며, Gordon은 오늘날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알고리즘 기술을 이에 비교한다. 불건전한 소속감의 종용으로 나타난 과시적·배타적 문화의 확산을 언급하며 픽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소셜 미디어의 현주소를 꼬집는다.

 

KG-662-02_5K.webp

 

이를 주제로 본격적인 앨범을 발매하기에 앞서, Gordon은 지난 20237월 뉴욕 303 갤러리에 <The Collective>와 동명의 시각 작품을 전시하며 본작의 발매를 간접적으로 예고했다. 프리퀄에 준하는 해당 작품은 너른 세상을 암시하는 채색된 배경 속 허상과도 같은 아이폰 크기의 구멍들을 뚫는 방식으로 창작되었다. 작품은 마치 온라인 세상의 무용론을 제시하는 듯 공허한 백색 디지털 밀실에 갇히지 않아야 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무감각하게 핸드폰 스크린을 쓸어넘기는 <The Collective> 앨범 커버의 인물과 저의를 공유한다. 오랜 사전 작업들을 거친 후 대망의 202438, <The Collective>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예술가를 제한하는 것은 범죄다. 그것은 태어나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 에곤 실레. 43년의 아티스트 커리어를 영위하며 꾸준히 생존 중인 Gordon. 본 리뷰가 힙합 전문 매거진에 기고되었듯, 노이즈 락과 얼터너티브 락의 원로 예술가는 본작을 통해 힙합을 향한 신호탄을 쏘며 의연히 변신을 시도한다. 아티스트로서의 생존을 염두해야 할 나이 70세에 접어든 이의 움직임으로는 쉽게 예상되지 않는다.

 

커리어 내내 기성 예술의 규격 형식을 비틀며 도발적인 입장을 취해온 Gordon이기에, 이러한 급진적인 변모가 예상 범위를 아득히 벗어난 선택은 아니다. Gordon의 행적을 톺아보면 힙합 장르에 눈길을 준 낌새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과거에도 Public EnemyChuck D와 협업 트랙 “Kool Thing”을 제작한 바가 있으며, 1집의 수록곡 "Paprika Pony"에서도 엄연히 힙합의 것으로 분류되는 카우벨과 클랩 사운드의 흔적이 있다. 하지만 훌륭한 예술이 기네스북 신기록의 경쟁에서 탄생하지 않듯이, 앨범의 전면을 관망하면 Gordon이 시도한 우회 드리프트의 혁신성보다도 음악적 완성도를 구축한 방법론이 더욱 이목을 잡아끈다.

 

그 자태는 어떤 형상으로 드러내는가? 백문이 불여일청. Narcissist 버전 Playboi Carti의 에스테틱이 물씬 풍기는 “BYE BYE”가 청자들의 분위기를 휘어잡고, 연이은 트랙 “The Candy House”에선 카우벨과 808 베이스 등 드리프트 퐁크의 클리셰를 거침 없이 차용한다. “Trophies”, “Shelf Warmer”, “Dream Dollar” 등의 연이은 트랙들 모두 Sonic Youth, Head/Body, Kim Gordon 앨범에서 쉽사리 보지 못한 힙합 트랙의 정체성을 확고히 표출한다. 기본적으로는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덥석 와닿는 트랩 뱅어들의 배치를 기초 구성으로 삼지만, Sonic Youth의 커리어에서도 상대적으로 외면받은 <Confusion Is Sex><Bad Moon Rising> 등에서 드러난 초기 노 웨이브 성향과 인더스트리얼적 악곡 요소들의 향취를 적극 투입하며 Gordon스러운 미학을 물씬 풍기게 한다.

 

이 대담하고도 무방비한 장르 콜라주의 짜임새 있는 결실은 전작 <No Home Record>와 마찬가지로 프로듀서 Justin Raisen의 손길 아래에서 탄생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요. 사운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구성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방식 말이죠.” 그는 본래 Charli XCX, Yves Tumor, Sky Ferreira와의 협업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Lil Yachty, Teezo Touchdown, Kid Cudi를 통해 힙합 계열의 사운드에도 알음알음 독자적 식견의 새싹을 틔워냈다. 덕분에 그간 쌓아온 장르 혼합 기법의 일가견을 비춰내며, Gordon에게서 볼 수 없던 힙합 비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본작이 탄생했다.

 

앨범의 진가는 앞서 살펴본 배경 이야기가 이 무책임하고 불친절한 노이즈의 주파수와 정확히 맞물림을 발견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광적이고 폭발적인 인더스트리얼 트랩 사운드 트랙들의 알맹이 속에 온라인 그물망의 위에 놓인 고립과 상실의 감정을 이식하기까지. 끼워맞춘 경첩마저 부러뜨릴 듯 접점을 찾기 어려운 두 요소는 Gordon의 보컬 퍼포먼스와 무성의한 듯 흩뿌려놓은 가사를 통해 결합한다. 캐리어 속 여행용 짐 목록을 나열하고선 미련 없이 이별을 외치는 “BYE BYE”, 별다른 저의 없이 트로피와 볼링 핀을 소재로 줄줄 가사를 늘어놓은 “Trophies”, 원치 않은 선물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적 고통을 털어놓는 “Shelf Warmer”까지. Gordon이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리릭시즘을 선보이진 않지만, 냉소를 던지는 어느 염세주의자의 시선과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가사들을 채워넣었다. 그 빈도와 전달력마저 의도된 미비함으로 여백을 형성하여 앨범의 주제에 걸맞도록 치밀하게 조직해낸다.

 

엄연히 <The Collective>는 힙합 앨범, 그것도 트랩과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요소들을 주체로 삼은 앨범에서 기대하는 장면들을 선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Gordon에게 머니 스웨깅이나 클럽 뱅어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기대도 없을 것이다. 장르의 오묘한 경계선에서 선택배합되는 핑크빛 사회 공황의 매무새. 이 특색이 존재하기에 앨범이 내재한 그 어떤 요소보다도 ‘Gordon스러운 앨범이란 특징점이 최우선으로 떠오르게 된다. 적극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진취적인 태도를 보이는 마음가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그렇다 한들 어느덧 상실한 젊음을 결코 성급하게 흉내내지 않는다. 뚝심 있게 진행하는 진취적 실험. Gordon은 아직까지도 상이한 관계의 두 단어 모두와 단단히 엮여 있다.

 

2024년 노년기에 접어든 전설적인 예술가는 현대 사회의 관계망을 부유하며 사색과 고찰의 결과물 <The Collective>를 내놓았다. 왜 우리는 넓은 바다로 나아간다는 착각을 하며 몸소 쇠사슬에 목덜미를 드리우는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자각하고도 왜 또다시 도파민을 좇는 야욕에 사로잡히는가. 일부 범작들을 빼면 줄곧 철없고 덧없는 젊음으로 여겨지는 트랩 장르의 음악에서 흔치 않게 뜻깊은 성숙함이 어려 있는 무게감을 겪어볼 수 있다. 상실이란 토대 하에 고립감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피는 본작을 감상할 때면, 연륜 넘치는 아티스트가 완성도 높게 만들어낸 관철적 자기성찰이 얼마나 예술적인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 표현법마저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Gordon의 건재함은 역시 다시금 강조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다. 어느덧 그녀의 눈가엔 주름이 지고 허리가 조금 굽었을지 몰라도, 그 걸음걸이에선 여전하게도 구두굽이 또각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kim gordon.jpeg

신고
댓글 8
  • 4.19 11:38

    너무나도 게으른 나머지 이 편식쟁이는 아직도 이 앨범을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글쓴이
    1 4.19 11:39
    @DannyB

    끄흐흡... 첫 트랙만이라도 함 드셔보시죠...

  • 4.19 11:41
    @예리

    오늘 들어보고 리뷰 읽어보겠읍니다

  •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글쓴이
    4.19 11:41
    @DannyB
  • 4.19 12:03

    고든 누님 70인데 이리도 트렌디한 음악을…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글쓴이
    4.19 12:13
    @kued

    비록 폭삭 늙으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간지촬촬...

  • 4.19 13:52

    빌리,스자,도자캣,김고든 레쓰고

  •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글쓴이
    4.19 14:00
    @주말이형이야

    고든이 다 이김미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4.04.05) & 이용규칙3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4.05
[공지] 웹사이트 변경사항 안내 (24.03.18)11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 2024.03.18
화제의 글 인증/후기 오늘의 디깅.jpeg (스압주의)24 title: Nas (2)killakim 19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켄드릭 디스 엄청 날카롭네요13 jjiv 2024.05.01
화제의 글 음악 euphoria 1번째 파트 해석9 title: Playboi Carti (WLR)자카 Hustler 10시간 전
181336 일반 YNW Melly - Young New Wave3 kenN 2024.04.19
181335 음악 나스 & DJ프리미어 콜라보곡 Define My Name 발매!!8 title: Eminem (2)MarshallMathers 2024.04.19
181334 일반 Yeat - HeliMAn1 kenN 2024.04.19
181333 일반 EK는 알고 있었다...4 title: Kanye West (2)Kan¥ewe$t 2024.04.19
181332 음악 뭔소린지 설명해야하는 펀치라인은 재미없는 펀치라인인가요.8 asapjin 2024.04.19
181331 일반 오듣앨3 OstOneLove 2024.04.19
181330 일반 칸예 관련 유튜버3 title: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Iloveye 2024.04.19
181329 일반 페페 닮은 래퍼1 GayFlock 2024.04.19
181328 음악 개인적으로 이새끼 랩실력 top 5안에 든다8 title: Kendrick Lamar (MMTBS)켄드릭은신이야신 2024.04.19
리뷰 Kim Gordon - The Collective8 title: Kanye West (Vultures)예리 2024.04.19
181326 음악 RSD YOUNG THUG [JEFFERY] 입고9 title: Nipsey HussleTrivium Hustler 2024.04.19
181325 일반 유튜브 뮤직 쓰시는분 도와주세요11 title: TPAB켄칸 2024.04.19
181324 일반 아니 미친.... 나스 프리모 신곡 드랍 예정13 title: Nas (2)nasty2pac 2024.04.19
181323 음악 내일 제프리 몇시인가요6 title: Frank Ocean - BlondeBKNNETS 2024.04.19
181322 일반 생일 축하해 Arizona Zervas! 💖5 생일봇 2024.04.19
181321 음악 지금같이 야심한 새벽엔333... title: The Weeknd (2)주말이형이야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