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모두가 불편해하는 그 노래 한번 봅시다.
“Eyes look Asian, she say that she Jamaican”
“눈은 동양인이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메이칸이라하지”
이게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한 라인은 아닙니다.
https://joshuaproject.net/people_groups/12054/JM
https://issuu.com/digjamaica/docs/1_pdfsam_general_report_census_2011/112?ff
중국사에 해박하지 못해 여러 소수민족 계열을 일일이 풀어내지는 못하겠으나, 중국인들은 자메이카에 오래 전에 이민을 간 역사가 있고 지금은 Chinese Jamaican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19세기에 한번,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크게 유입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혼혈들이 출생하게 되고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 곳곳에 이런 민족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착하여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크레올이나 물라토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혀 몰랐었지만 생각보다 Chinese Jamaican들은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확립한 상태더군요.
핵심이 아니라 더 파고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가사의 문제점을 균형 있게 꼬집기 위해서는 필요한 배경 같아 적어봤습니다.
21 Savage가 저 라인을 악의적인 의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런 Chinese Jamaican을 묘사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라 봅니다. 대게 피부는 어두운 색이고 아시아인 같은 눈이 아마 아시아-아프리카 혼혈임을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었겠죠. 즉, 눈이 작음을 강조한다기보다는 “걔 혼혈이었음”을 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표현 방식에 있는 겁니다. 검은 피부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데 비해 사실상 눈은 아시아인의 것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메이카의 검은 피부와 아시아인의 눈”인 것도 아닌 “자메이칸처럼 보이는데 눈도 아시아 같아”라고 한 것이 문제입니다. 굳이 아시아인과 눈을 연결 짓는 셈이죠. 피부는 그렇지 않았으면서요.
그냥 깔끔하게 “She look mixed, kinda like Chinese-Jamaican” 정도만 했어도 될 것을 굳이 생김새로 묘사한 겁니다. 라임도 대충 맞네요ㅋ
물론 만약 백인이 “자메이카의 검은 피부와 아시아인의 눈”라고 했다면 여전히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말한다는 가정하에 21 Savage는 검은 피부에 관해서는 본인도 갖고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즉, 이런 멍청한 가사들은 자신의 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의 ‘특징’을 함부로 말할 때 나타나는 겁니다. 그냥 크레올이라 할 것을 굳이 카라멜 피부니 어쩌니 하는 코미디 짓을 안 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인종차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아는 얘기죠.
비록 결과적으로 비하지만, 저런 표현은 모르는 사람이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21 Savage가 인스타 라이브에서 눈을 찢으면서 칭챙총이라고 한다면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지만, 묘사의 일부로서 사용한 것이라면 문제적일지언정 악의적으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눈 작은 사람을 아시아인이라 퉁친 것도 아니라 잘 알려진 혼혈 민족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가사에 직접 아시아인의 눈이 ‘작다’라고 안 쓴 것도 그나마 도움이 됩니다. 찡그린 눈을 묘사했던 Wiz Khalifa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21 Savage 가사에서 더 큰 서구권의 인식 문제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21 Savage의 이런 가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전에 반 유대주의적 가사를 썼다는 논란에 휩싸였을 때 사과를 한 적이 있죠.
“We been gettin’ that Jewish money, everything is Kosher”
"유대인 같이 돈을 벌어, 모든 것은 코셔"
그 당시 21 Savage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되고 사과문을 트위터에 올립니다.
“The Jewish people I know are very wise with there money so that’s why I said we been gettin Jewish money I never thought anyone would take offense I’m sorry if I offended everybody never my intention I love all people.”
“제가 아는 유대인들은 돈에 관해 매우 현명합니다. 그래서 전 우리가 유대인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나는 이 가사로 사람들이 불쾌해 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불쾌하게 한 모두에게 사과 드립니다. 전 모든 민족을 사랑합니다.”
반 아시아인 가사도 많지만 힙합 음악을 들으면 반유대주의적 가사는 더 많습니다. 그리고 대처가 뻔뻔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 돈이 많다고 하는 게 왜 문제냐”식이나 “흑인들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냐”고 대응하죠. (크흠 제이지)
이런 힙합 판에서 21 Savage의 사과문은 정말 좋게 읽혔습니다. 저런 경우가 흔하지 않거든요. 무지로 인해 벌인 인종차별을 할 경우 가해자는 사과보다는 변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저건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즉, 21 Savage는 생각보다 이런 면에서 나름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근데 왜 이번에는 이런 일이 없을까요?
본토에서 아무도 제대로 지적을 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 자체가 되지 않아요. 듣는 사람들이 존나게 신경을 안 쓰고 있으니까.
저도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이번 Savage Mode II 앨범이 릴리즈 되면서 저 아시아인 가사에 관해서 얘기가 아예 안 나오고 있습니다.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웃긴 건 앞서 말한 대로 Lil Pump이 칭챙총을 할 때는 엄청난 후폭풍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 Lil Pump를 사과 시킨 게 악명 높은 트위터 여론입니다.
근데 이번에 트위터는 잠잠해요.
제가 앞서 쓴 Chinese-Jamaican에 관한 개념을 이해하고 그러는 것인지, 작다는 묘사가 없어서 신경이 안 쓰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정작 아시아인인 저는 상당히 불쾌하거든요. 힙합을 들으면서 워낙 익숙하고 배경을 아는 저한테는 덜한 편일 겁니다. 힙합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좆같을 겁니다.
미국의 여론이 아시아인에게 정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위의 몇 개 예시처럼 대놓고 아시안을 저격하는 행위는 지탄 받을 정도가 되지만, 진정 아시안의 입장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PC 계열 세력이 부족한 겁니다.
이런 사태는 미국의 ‘불편러’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과연 지금까지 아시아인 차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서 지적한 건지, 그저 자신들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만을 위해 일어선건지 말이죠.
Steppin on Ni**as는 워낙 좋은 노래라서 그냥 듣는데 점점 기준이 낮아져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불쾌한 제가 계속 당연한 기준을 포기하면서 납득해야하는지 슬픕니다.
정성스런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 볼드체로 표시하신 것처럼 미국 내 여론이 안일어나는게 가장 크죠. 아시안 인구가 절대적으로 너무 소수기도 하고, 그나마 그 작은 목소리도 미디어를 통해 잘 전파가 안되서 이런 사태를 계속 만든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 커뮤니티 눈팅하면 느끼는 건데, 은근 이런 가사에 둔감한 아시안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일종의 정형화된 라임이나 가사로 받아들이던데, 개인적으론 이해가 안가는 태도입니다..
그래도 미국내 아시안 커뮤니티도 과거에 비해서는 힘이 세졌기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봅니다. 연예계쪽은 아직도 아쉽지만 정치, 경제, 테크 산업처럼 굵직한 곳에는 꽤나 사람들 포진해 있고, 몇 해전엔 ‘아시안 대표성’ 운동도 일어나서 할리우드 화이트 워싱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니깐요. 앞으로 아시안 슈퍼스타가 미국내에서 생기기 시작하고, 이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분명 변화 시기는 올 것이라 생각은 합니다.
지금 케이팝이나 넷플릭스에서 인기 많은 한국 콘텐츠를 보며, 미국내 아시안 연예인들은 약간 아쉬운 감정을 표하기도 하더라구요.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는 꽤나 쉽게 미국 장벽을 넘고 순위권으로 올라오는데, 정작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아직도 할리우드 연예산업에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죠. (워킹데드에 나온 스티븐 연은 백인 여자랑 로맨스를 한다는 이유로 악플도 엄청 달렸다고 하죠.)
우리나라에 재미교포 출신 연예인 많은데 이 사람들이 설마 다 조국으로 오고 싶어서 왔을까요...말로는 그렇게 해도 전 그 사람들 말 안믿습니다. 미국 본톤에선 기회조차 잡기 힘드니 돌아왔겠죠. 요즘엔 한국에서 뜨고,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던데, 그래도 가장 베스트는 그 재미교포들이 애초에 한국에 올 필요없이 그냥 미국 본토에서 차별 없이 활동해서 이름 알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이 이왕 길어진거 좀 더 쓰겠습니다..
특정 인종, 국가에 대한 선입견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연예산업이 대중을 무의식적으로 컨트롤하는 비중이 정말로 큽니다. (그러니 미국 국뽕 영화도 계속해서 지겨워도 나오는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 멋진 흑인 배우들이 주연하는 영화나 음악 컨텐츠는 한없이 많이 보이고, 이를 통해 흑인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는 쿨하고 멋진 이미지가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인데, 아직도 아시안이 주인공인 작품은 찾기가 힘듭니다. (심지어 포르노조차 그렇습니다...ㅋㅋ)
여담이지만 bts가 미국에서 인기 얻어갈 때 한국에선 '미국은 마초문화인데 어떻게 쟤네가 통하지?'라는 의문이 있던데, 이건 초점을 잘못 맞춘 의문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bts 같은 보이밴드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했으니깐요. (저스틴비버와 원디렉션이 마초 백인남자라서 뜬게 아니죠)
그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아시안이 그동안 미국 미디어에서 화려하고 쿨하고 멋진 존재로 중심에 선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영어도 안되는 아시안 남자들이 미국 미디어 중심에 설 수 있는가?'이죠. 사실 한국에서만 생활하신 분들이라면 요근래 bts에 대해 미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관심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지미 팰런 같은 토크쇼나 snl에서 영어도 안되는 아시안 연예인을 섭외해 쇼를 진행하는건 정말 큰 변화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기존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전혀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bts가 그냥 2,3년안에 다 이뤄버린거니깐요...
댓글 보다가 첨언하자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경우 미국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블랙팬서와 같은 대우를 받았었는데, 그 이유가 아시안을 굉장히 쿨하고 화려하게 그려줬기 때문이었죠. (bts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랑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대다수 우리에겐 굉장히 평범하고 클리셰 범벅인 영화에 불과하지만, 미국 아시안들에겐 그런 모습을 그린 콘텐츠가 거의 전무했고, 아시안이 주연인 영화도 흥행을 거둔적이 없었기 때문에 열광이 많았었죠 ㅎㅎ 즉 흑인 커뮤니티가 블랙팬서를 통해 자신 뿌리에 대해 일종의 자긍심 같은걸 가졌다고 평할 수 있다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안 커뮤니티에게 '지금 우리도 충분히 쿨하고 멋지게 산다'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볼 수 있겠죠...
유대인때도 그렇고 중립을 박지못한 내 손가락이 너무 싫다.
충분히 잘못된 라인은 맞지만 나름 참작의 여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전후 사정을 알고나니 어떤 뉘앙스인 줄 알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세비지 평소 행실보니까 누가 옆에서 '인종별 신체적 특징 묘사할때 좀 주의하자' 라고 살짝 얘기해주면 좋을 거 같네요. 누구처럼 꽉막힌 래퍼는 아니니
그럴만한 사람이 없는게 문제인 거 같아요. 새비지 옆은 물론 그냥 나라 분위기가 그러려니 합니다... 하
본인들이 인종차별의 주된 피해자기 때문에 절대 가해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깊게 박힌 것 같기도...
뭐 실제로 당하는 폭력의 정도나 양상이 크게 다른 것 같아요.
굳이 간단하게 말하자면 흑인들은 체제의 착취를 당하고 아시아인은 아예 체제에 속하지도 못하는 느낌?
그저 단순한 인종차별 논란이 아니라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종차별을 없어지기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었군요....
안타까운 상황이죠. 애당초 공론화가 잘 안 되었다고 생각해서
이번 일은 본토에서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있군요... 안타깝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에 쓴 이유외에도 21 새비지 팬들이 그닥 가사를 신경 쓰지 않는 면도 있는거 같아요. 근데 저번에 유대인 라인 터진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번 새비지 모드 2가 가사적으로도 엄청 성장한 작품이라 하나의 감상 포인트거든요.
그냥 총체적 난국...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백인 60.7%, 히스패닉 18.1%, 흑인 13.4%, 아시아계 5.8%. 인구 수 때문인지 땅이 동떨어져 있어 그런지 아예 저런 라인에 민감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저 라인이 문제라고 하면 다들 "저게 왜?"라고 할 정도로요. 반대로 서구권 바깥은 서구권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때문에 오히려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관심갖지를 않으니 그냥 이렇게 소수들 사이에서만 이야기가 나오는 듯해요. 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려면 저 땅에 있는, 동시에 인기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이를 다루는 것 외엔 별 방법이 없는 것 같네요. 그것밖에 없다는 게 또 머리가 복잡하고..
아시아 인종 슈퍼스타가 더 나와야 한다고 봐요. 물론 연예인들 꽤 있지만... 최근 아시아 계열 영화 중 가장 유효한게 Crazy Rich Asians인데, 그것도 너무 클리셰 범벅에 오리엔탈 판타지로 보였고요. 이번에 Mulan이 대박을 쳤어야 하는데 논란 투성이에다가 졸렬한 완성도 때매 말아먹었고ㅋㅋㅋㅋ 짜증납니다 진짜
머릿수 차이도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아시안 커뮤니티가 동양인 특유의 교육땜인지 확실히 목소리를 크게 안내는 느낌도 드는게 사실임
흑인들같은 경우는 관련 사건 하나 터지면 잘 들고 일어나니까 그만큼 어필되는게 있는데
동양인 관련 문제는 너무 조용조용하게 넘어감
아시안 커뮤니티도 흑인들 못지않게 어필해야된다고 봄
그것까지야 정확히 몰라서 함부로 말을 못하지만 뭔가 단결된? 움직임은 그닥 없는 것 같아요.
쪼갤건 없다 새비지... 담부턴 더 잘하도록
정성스런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 볼드체로 표시하신 것처럼 미국 내 여론이 안일어나는게 가장 크죠. 아시안 인구가 절대적으로 너무 소수기도 하고, 그나마 그 작은 목소리도 미디어를 통해 잘 전파가 안되서 이런 사태를 계속 만든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 커뮤니티 눈팅하면 느끼는 건데, 은근 이런 가사에 둔감한 아시안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일종의 정형화된 라임이나 가사로 받아들이던데, 개인적으론 이해가 안가는 태도입니다..
그래도 미국내 아시안 커뮤니티도 과거에 비해서는 힘이 세졌기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봅니다. 연예계쪽은 아직도 아쉽지만 정치, 경제, 테크 산업처럼 굵직한 곳에는 꽤나 사람들 포진해 있고, 몇 해전엔 ‘아시안 대표성’ 운동도 일어나서 할리우드 화이트 워싱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니깐요. 앞으로 아시안 슈퍼스타가 미국내에서 생기기 시작하고, 이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분명 변화 시기는 올 것이라 생각은 합니다.
지금 케이팝이나 넷플릭스에서 인기 많은 한국 콘텐츠를 보며, 미국내 아시안 연예인들은 약간 아쉬운 감정을 표하기도 하더라구요.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는 꽤나 쉽게 미국 장벽을 넘고 순위권으로 올라오는데, 정작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아직도 할리우드 연예산업에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죠. (워킹데드에 나온 스티븐 연은 백인 여자랑 로맨스를 한다는 이유로 악플도 엄청 달렸다고 하죠.)
우리나라에 재미교포 출신 연예인 많은데 이 사람들이 설마 다 조국으로 오고 싶어서 왔을까요...말로는 그렇게 해도 전 그 사람들 말 안믿습니다. 미국 본톤에선 기회조차 잡기 힘드니 돌아왔겠죠. 요즘엔 한국에서 뜨고,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던데, 그래도 가장 베스트는 그 재미교포들이 애초에 한국에 올 필요없이 그냥 미국 본토에서 차별 없이 활동해서 이름 알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이 이왕 길어진거 좀 더 쓰겠습니다..
특정 인종, 국가에 대한 선입견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연예산업이 대중을 무의식적으로 컨트롤하는 비중이 정말로 큽니다. (그러니 미국 국뽕 영화도 계속해서 지겨워도 나오는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 멋진 흑인 배우들이 주연하는 영화나 음악 컨텐츠는 한없이 많이 보이고, 이를 통해 흑인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는 쿨하고 멋진 이미지가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인데, 아직도 아시안이 주인공인 작품은 찾기가 힘듭니다. (심지어 포르노조차 그렇습니다...ㅋㅋ)
여담이지만 bts가 미국에서 인기 얻어갈 때 한국에선 '미국은 마초문화인데 어떻게 쟤네가 통하지?'라는 의문이 있던데, 이건 초점을 잘못 맞춘 의문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bts 같은 보이밴드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했으니깐요. (저스틴비버와 원디렉션이 마초 백인남자라서 뜬게 아니죠)
그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아시안이 그동안 미국 미디어에서 화려하고 쿨하고 멋진 존재로 중심에 선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영어도 안되는 아시안 남자들이 미국 미디어 중심에 설 수 있는가?'이죠. 사실 한국에서만 생활하신 분들이라면 요근래 bts에 대해 미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관심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지미 팰런 같은 토크쇼나 snl에서 영어도 안되는 아시안 연예인을 섭외해 쇼를 진행하는건 정말 큰 변화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기존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전혀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bts가 그냥 2,3년안에 다 이뤄버린거니깐요...
댓글 보다가 첨언하자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경우 미국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블랙팬서와 같은 대우를 받았었는데, 그 이유가 아시안을 굉장히 쿨하고 화려하게 그려줬기 때문이었죠. (bts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랑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대다수 우리에겐 굉장히 평범하고 클리셰 범벅인 영화에 불과하지만, 미국 아시안들에겐 그런 모습을 그린 콘텐츠가 거의 전무했고, 아시안이 주연인 영화도 흥행을 거둔적이 없었기 때문에 열광이 많았었죠 ㅎㅎ 즉 흑인 커뮤니티가 블랙팬서를 통해 자신 뿌리에 대해 일종의 자긍심 같은걸 가졌다고 평할 수 있다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안 커뮤니티에게 '지금 우리도 충분히 쿨하고 멋지게 산다'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볼 수 있겠죠...
긴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핵심을 짚어주셨군요.
그래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대한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전 그 영화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알겠더라고요. 어떻게든 크레이지할지언정 리치한 아시안이 주류 할리우드 영화에 간판만하게 붙은 건 대단한거니까요. 완성도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니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운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왜 다른 인종들은 그래도 일상적인 시트콤이나 전혀 민족 의식과 상관없는 영화도 잘 나오는데 아시아인은 '크레이지'하고 '리치'해야 하는지가 납득이 안됐어요. 게다가 영화 전개상 갑부인 아시안들은 상당히 낙후된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집안 따지는 둥, 정략 결혼 등등) 이를 서양 가치와의 충돌로 그리더라고요.
물론 낙후된 가치들이 맞고 고칠 대상이라는데는 의문이 없습니다만, 왜 하필이면 단점을 부각시키는 영화가 대박을 쳐야했는지를 모르겠어요. '블랙 팬서'와는 너무 비교되는 면모였습니다. 아시안들은 열광했을수도 있지만, 다른 인종들은 '리치'해서 본 것도 있겠지만 결국 '크레이지'해서 본 것 같았거든요.
고정관념을 깨서 대박을 친게 아니라 고정관념을 강화시켜서 장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화적 완성도가 너무 조악한데 그거에 열광을 하니깐 '아니 이정도로 아시안 주연 콘텐츠에 대해 미국 아시안 사회가 목이 말랐었다구??..' 정도랄까요 ㅎㅎ 그냥 좀 짠한 감정도 있었어요...근데 저같은 경우 의도치 않게 오히려 고정관념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는 싸이나 켄정을 꼽고 싶어요...오해살까 미리 얘기하자면 그들의 노력과 성공을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성공은 했지만, 또 저런 캐릭터에 갇혀서 미디어 주목을 받는구나와 같은 아쉬움은 있었다 정도입니다 ㅎㅎ
그런 고정관념을 부수고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아니면 동양의 문화를 그냥 겉치레가 아니라 정말 하나의 탐구할 대상으로 보고 나왔으면 하기도 하고요ㅇㅇ
저번에 이거랑 거희 비슷한 이슈로 제이콜이 많이 언급됬을때 제가 daytona님에 의견을 좀 겨냥하듯이 글을 쓴적이 있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씬에서 동양인에 존재 자체가 너무 희미하고 그들의 정체성이나 색깔이 제대로 비춰진적도 거희없는거 같해요 그로인해서 동양인 캐릭터나 인물이 나오는 작품들도 스트레오 타입에 머물러 있는게 아닐까 싶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인종 차별 당연히 사라져야되고 비판 받아야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이게 잘못된거라고 목소릴내고 본토씬에서 비중있는 동양인 아티스트들이 늘어나야 될것 같해요
맞습니다. 계속 돌고 도는 느낌이에요. 뭐... 그만큼 쉽게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라는 뜻일테니까요...ㅜ
역사적인 배경 (강제로 끌려와 수백년동안 정착하게된것과 이민의 차이,거기서 나오는 동질감의 차이,그리고 동북아시아 3국의 역사적인문제 등등)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시아인들은 인종보다는 출신국가별로 뭉치는 경향이 큰거 같네요..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서는 흑인들처럼 아시아인들도 다같이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싶습니다..
맞아요 중요한 지적입니다.
Chinese - Jamaican은 처음 알았네요
아시아인에 대한 가사를 쓸 때도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왜 불쾌한 제가 계속 당연한 기준을 포기하면서 납득해야하는지 슬픕니다." 공감합니다...
생각보다 동양인 차별가사 썼던 아티스트중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릴웨인 칸예 제이콜 감비노 제이지 드레이크 ...)
본토에서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정말 좋겠네요
관심을 가지는 소수만 계속 가지고 대중들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답답합니다 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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