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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힙합의 미래의 대뷔 앨범, slowthai의 Nothing Great About Britain

from3122019.06.17 03:32조회 수 709추천수 6댓글 9

개인적으로 영국 힙합을 그리 많이 듣지 않는다. 아예 안 듣는 것도 아니고 그라임, 드릴, 그리고 순순 랩 모든 측면에서 이 래퍼 저 래퍼 듣고 즐긴하더라도, 나 한테 완전히 와닿으면서 영국 힙합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앨범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지난달 17일에 나온 slowthai (슬로우타이)의 There's Nothing Great About Britain에 대한 리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Nothing Great About Britain 리뷰


slowthai.jpg


트랙 리스트


본 앨범:

1. Nothing Great About Britain

2. Doorman

3. Dead Leaves

4. Girgeous

5. Crack

6. Grow Up ft Jaykae

7. Inglorious ft Skepta

8. Toaster

9. Peace of Mind

10. Missing

11. Northampton's Child


보너스 트랙 앨범:

1. Drug Dealer

2. North Nights

3. Rainbow

4. Ladies

5. Polaroid

6. T N Biscuits


본 앨범 리뷰 


영국 힙합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영국 힙합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래퍼들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4명의 이름이다: Dave, Lil Simz, Loyle Carner, 그리고 slowthai. 이중에 Dave는 대중적인 사운드에 대한 이해, Lil Simz는 필력 그리고 여성 래퍼라는 위치, Loyle Carner 은 바이브가 강한 음악을 하는데 slowthai는 음악으로 분류하기가 어렵다. 그라임, garage, 알터너티브 힙합, 영국 드릴등 모든 장르에 발을 담구기 때문에 딱히 slowthai는 음악의 특징을 잡을려면 어려운데 음악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정치성 그리고 성격을 오히려 그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난한 가족 출신의 그는 그의 사생활에서 정치를 보고, 그것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영국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굳이 꼽자면 불안이다. 무너져 가는 복지 체계, 점차적으로 극우를 넘어 네오나치의 출연, 난민과 이민자들을 향한 제노포비아와 백인우월주의가 중심이 되는 EDL 같은 단체의 출연, 무너져가는 경제, 거기다가 심지어 브렉시트라는 영국 사회의 기반 조차 흔들어 버릴만한 사건이 터진 이 상황에서 영국의 국민들이 가장 많이 느끼고 영국 국민들을 가장 잘 설명할 단어가 불안이다.  어쩌면 Nothing Great About Britain은 이러한 불안을 가장 영국식으로, 힙합식으로 가장 잘 나타낸 앨범이라고 부를수도 있다. 


오프닝곡이자 앨범이랑 타이틀이 동일한 곡에서는 EDL (극우 단체)에선 slowthai 보고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지만 자기 가족의 역사를 지켜보면 조상이 영국에 노예 신세로 끌려 온건데 나 보고 니네 나라라고 하면 어디냐고 묻는다는등, 이 곡 마지막 부분에 부르주아의 목소리톤을 흉내 내면서 리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어린 여자애 처럼 다루는), 네가 나 한테 조금이라도 존경을 보여주면 나도 널 존중해줄 의향은 있어....이 씨*년아라는 조크라고 하기도 뭐하고 웃기긴한데 진지한 얘기를 웃기게 포장한 느낌으로 멈춘다.


(Nothing Great About Britain 뮤비)


 slowthai 에겐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랩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80년대에 미국와 유럽에서 돌던 제2 물결 페미니스트들의 중심적인 구호중 하나는 "The private is political", 즉 사적인 일도 역시 정치적인것이다 라는 문구였는데 이것은 우리가 공과사, 정치와 사적인 것은 굉장히 뚜렸하게 구분하고 그 구분이 진실됨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그러지 않는다는 것, 사적인 행위들조차 정치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때론 결정이 되고, 즉 정치와 사적인 경험이나 언행들이 굳이 구분이 그렇게 쉽고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slowthai의 경우에도 그럴것이다. 앨범의 클로징곡이자 가장 그가 불안하고 화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 랩 스타일을 잠깐 내려놓고 가장 내면을 향하는 가사를, 자신의 어머니를 주제로 쓰면서 그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아버지는 어릴때 도망갔고, 엄마는 마약에 중독되고, 그러한 시점에서 그는 대처등으로 부터 영국의 보수주의자들의 손에 의해서 영국의 복지제도가 점점더 쫍아지고 작아지고, 해체되는 것을 보고 직접 경험을 하면서 그의 가난은 곧 정치적인 것의 결론이라고 볼 수도 있고 slowthai는 그러한 연결지점을 너무 확실하게 느낀다. 


slowthai에겐 이러한 자란 환경이 어떻게 보면 트라우마와도 같다. 이 이전에 낸 EP에서의 Slow Down이라는 곡에서는 크리스마스날 너무나도 서글퍼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더 좋은 삶을 선물을 해달라고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왜 가난은 존재하고 왜 그로인하여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누구 한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는 그의 화살을 사회의 엘리트에게 돌린다. Nothing Great About Britain은 왕족과 귀족등을 모욕하는 것이였으면 Doorman 같은 경우에는 부자들의 집을 쳐들어가는 내용이다. Mura Masa의 발빠른 페이스의 일레트로 펑크 비트위에서 몇십명이 부자의 집을 쳐들어가거나 아니면 런던 길거리에 진행이 되는 무슨 자동차 체이스 씬이 생각이 난다. 들으면 자동으로 뭔가 몸의 템포가 빨리지면서 움직이고 싶은 곡이다. 



사실 slowthai의 이러한 좌파적인 유머는 사실 음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이 앨범은 브렉시트가 이루어지는 날에 맞춰서 출시가 될 예정이였지만 브렉시트가 미루어지면서 앨범 역시 미루고 미루고 결국에는 출시가 됐고, slowthai는 그 동안에 여러 인터뷰에 나가면서 꾀나 유식한 정치적인 담론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심지어 영국 투어를 하면서 대도시들 말고 조금더 작은 도시들이라던지 마을들이라던지 가서 공연을 하면서 티켓값을 99펜스, 한국으로 치면 약 1450원 정도의 가격으로 풀었다. 


하지만 보통 콘셔스랩을 하거나 정치적인 랩을 하면 음악이 퀄리티가 떨어질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데, 아니면 무슨 설교를 하는 느낌으로 들릴수 있는데 slowthai는 그 모든 함정들을 피한다. 사적인것 역시 정치적인것이라면 slowthai에게는 정치적인것을 사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1인칭 사적인 사항에 대해서 화내서 소리지르는 것을 듣고 들어보면 갑자기 그 뒤에 있는 정치성이 보이기도 하고, 아니라면 랩의 에너지가 전해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음악 그 자체가 뛰어나다. 뭐, slowthai는 래퍼 이전에 프로듀서로써도 활동을 했고 프로듀서로써도 좋은 작업을 보여준것을 보면 기대를 했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slowthai의 장점이라면 곡들의 스타일이 다양한데 모두 잘 소화를 한다. 위에 유투브 링크가된 Nothing Great About Britain 그리고 Doorman의 뮤비들을 보면서 곡을 들어면서 저 둘이 앨범의 오프닝곡과 2번 트랙이라는 것을 기억을 하자.


부드러운 음악을 필요하면 부드러운 음악도 할줄 아는게 slowthai다. 업비트면서 부드러운 랩 중심의 Gorgeous부터 훨씬더 레이드 백한 Toaster등의 곡 같은 곡들을 찾고 있으면 이 앨범에 들어있다. 


(Gorgeous 뮤비)


하지만 하드한 힙합을 원하면 역시 하드한 힙합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피쳐링이 있는 두곡, Grow Up ft Jaykae 그리고 Inglorious ft Skepta다. Grow Up 같은 경우에는 slowthai 그리고 Jaykae의 환경에서 "어른스러운", 즉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대신에 "어린 애들이나 위한"짓인 랩을 하는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노래다. 이 피쳐링에서 Jaykae를 섭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것이다. 모른다면, Jaykae는 예전에는 영국 힙합 전체에 대해서 일침을 넣는 Toothache라는 곡을 냈다. 자기가 감옥을 가고, 자신의 친구가 죽고, 다른 래퍼들이 갱문화나 폭력적인 상황에 갇혀서 감옥가거나 죽는 상황을 보고 우리가 그럴 필요 없고 랩으로 인제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왜 굳이 누구를 살해를 하거나 칼로 찌르거나 해서 죽거나 감옥을 가는 것인지, 그냥 래퍼로써 랩을 하면서 사는 것이 뭐가 문제라는 주제의 곡인데 (미드 파워 보시는 분 있으면 파워에서 쇼러너들이 쇼에 출연 시킨 노래이기도 해요). Jaykae야 말로 그 곡으로 영국 힙합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했었고, 그 일침을 바탕으로 범죄나 폭력보다 랩을 하자는 영국 힙합의 분위기가 잡히기도 했다. 그러한 노래로 인하여 영국 힙합에서 특별한 위치와 상징성을 가진 Jaykae를 이러한 주제의 곡에 너무나도 딱 맞다.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Jaykae의 Toothache 뮤비)


Inglorious ft Skepta 같은 경우에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비정치적인 곡이다. 오르간의 멜로디 위에서 깔끔한 베이스 드럼 그리고 펀치한 스네어들은 사나우면서도 몸이 움직이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비트 위에서 slowthai 그리고 Skepta는 각종 영화 레퍼런스 (곡 제목조차 타란티노 영화인 Inglorious Bastards에 대한 래퍼런스다). 앨범의 맥락 외부로 가장 듣기 좋은 곡을 뽑으라면 이 곡일 것이다. 재밌고 그냥 좋은 곡이다. 


(Inglorious 뮤비)


보너스 트랙 리뷰


이 앨범은 특이하게 더블 앨범인데 두 번째 앨범은 다 보너스 트랙이다. 이 앨범에 들어있는 곡들은 대부분 이 이 앨범을 내기 전에 싱글로 내거나 아니면 번개곡 형식으로 어떠한 앨범이나 EP에 수록 하지 않고 냈던 곡들이다. 사실 다 좋다. 다 싱글로 내거나 번개곡으로 낼 만큼 곡들의 퀄리티가 높으나 앨범의 주제나 맥락에서 맞지 않아서 보너스 트랙으로 돌린거라 어떤 평론하기는 어렵고 그냥 뮤비나 라이브를 링크하는게 빠를 것 같다. 참고로 마지막 곡 T N Biscuits의 오프닝 라인인 Drug dealer, I wear Nike not Fila는 slowthai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약간 온라인상에서 밈으로 자리 잡긴 했다. 


Drug Dealer MV

North Nights MV

Rainbow MV

Ladies 컬러즈 공연

Polaroid MV

T N Biscuits MV


결론


slowthai는 영국 힙합의 라이징스타다. 첫 앨범 부터 이미 Lil Simz, Dave, 그리고 Loyle Carner이랑 같이 영국 힙합을 미래를 짊어질 이로 많은 영국 힙합팬들의 입에 이름이 올라가고 있으며 그의 앨범은 Pitchfork의 8.4, 가디언지의 5/5등을 보면 그 만큼이나 대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힙합 리스너부터 가디언지의 평론가까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래퍼다. 당신이 영국 힙합에 관심이 있으면 이미 들어봤을 수도 있지만 안 들어봤으면 지금 가서 앨범을 들어라. 이 앨범을 듣지 않고 올해 영국 힙합을 논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서 slowthai의 이름을 모르면 영국 힙합을 논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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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6.17 05:13
    무조건적인 감사를 보넵니다. 잘 읽었어요!
  • from312글쓴이
    6.17 09:59
    @dointhisright
    잘 읽어주셨다니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 추천 감사합니다
  • 6.17 09:04
    글보다가 축구구단 저거 어디더라...잉글랜드 3부인가 2부인데 하고 바로 눈이 딱;;
  • 6.17 09:06
    노스햄튼 타운 FC ( Northampton Town F.C. ) 네요. 찾았당.

    노샘프턴 - 노스햄튼 - 이 연고지.
  • from312글쓴이
    6.17 09:55
    @믹스테잎
    네 슬로우타이가 노스햄프턴 출신이다 보니 자기 지역의 축구팀의 킷을 입더라고요 ㅋㅋㅋ 어릴때는 리버풀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 6.17 10:02
    재밌네요ㅎㅎ
  • 6.17 11:53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 7.4 00:26
    올해는 유독 영국권 국가의 힙합에서 약진이 두드러지네요
    작년에는 rejjie snow가 돋보였다면 올해는 Little simz도 그렇고 Dave같이 가사에 정말 공을 들여 쓴 사람들이라던지 지금 글 써주신 slowthai도 있고 여기에 21 savage까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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