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014 FHD 돌리면서 이 노래 들을때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잘된 곡은 이 근래 힙합씬에 나온 곡들중에서도 손에 꼽을만 한것 같아요. 신박했던 노래의 주제부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부분도 이해못할부분이 없는 물 흘러가는듯한 스토리텔링. 말그대로 한장면 한장면이 눈앞에서 그려졌죠. 고등학생 남자의 순수한 감정. 첫경험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 여자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부리는 허세. 하지만 사실 그런 경험많은 남자가 아니라는 순수 그 자체 감정과 첫경험 하기 전의 제이콜의 불안함을 곡 내내 관통하는 훅인 "And I ain't never did this before no"가 나중에 여자아이의 시선에서 쓰여지는 라인인 "I wanna get something off my mental. I can tell you a pro but baby be gentle cause," 후에 다시 나올때 진짜 감탄했던것 같아요. 여자아이도 똑같이 무섭고 걱정됐다는 감정이 확 느껴졌죠. 이 곡이 그냥저냥 들었던 제이콜의 팬이된 계기 인것 같습니다.
정말 제이콜 보면 너무너무 아쉬워요. 너무너무 좋아하는 래퍼이고 정말 애정을 갖고 듣는 아티스트중 하나인데.. 허물을 하나만 더 벗으면 될것 같은데..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것도 알고, 랩도 정말 잘하는것 알고, 힙합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 받는 래퍼라는거 다 알지만, 제이콜이 비판받는 부분은 사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랩 잘하는 당연한 장점을 제외하고 제이콜의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제이콜의 그 "공감할수 있는 주제"죠. 할렘과 캄튼이 아닌, 갱 라이프가 아닌, 마약과 섹시한 여자가 아닌, 우리는 상상도 못하는 엄청난 부의 플렉싱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공감할수 있는 주제. 저 위의 wet dreamz가 대표적이죠. 저도 그 공감할수 있고, 제이콜의 따뜻한 시선때문에 제이콜을 좋아하구요.
근데 그것 뿐이에요. 딱히 그 "평범한" 주제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주제들도 사실 크게 깊이있다 이런건 아니죠. 누구나 들어본적 있는, 생각해본적 있는 그런 주제들이죠. 물론 그래서 더 공감할수 있지만. 분명 랩도 잘하고 가사도 좋고 비트도 좋은데 제이콜의 앨범들은 그 비슷한 비트위에 얹어진 비슷한 주제로 한 랩을한 곡들을 걍 리패키징 한것 같아요. 이 앨범은 이 앨범과 이런 부분이 달라서 좋다, 제이콜의 다른모습을 볼수 있어서 좋다, 뭐 딱히 이런게 없는? 4 your eyes only는 그래도 제이콜 앨범들중 가장 컨셉슈얼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FHD는 전작들과 크게 다를건 없지만 훌륭한 뱅어들로 도배된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즐겨듣지만 뭔가 예상할수 있는 바운더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KOD는 음... 개인적으론 정말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평론들을 당연히 맹신하지 않고 공감 안갈때도 있지만, 피치포크를 비롯한 실험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평단과, theneedledrop이나 shawn cee같은 앨범 리뷰어가 제이콜을 비판하는 논리에 공감가는 부분이 꽤 있어요.
너무너무 재능있는 래퍼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조금 자신의 comfort zone에서 나와줬으면 합니다. 실험적인 음악, 다른 음악, 컨셉슈얼한 앨범들만이 좋은 음악이고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안 그런 제이콜은 충분히 들어봤으니까요. 조금만 셀프 프로듀싱과 노 피쳐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다른 비트위에서 조금 다른 주제로, 또 다른 시선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좋은 앨범 하나만 뽑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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