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글 한번도 써본적이 없는데,
이번 엠형 새 앨범듣고 마음이 복잡해서 글 좀 써봅니다.
그리고 글 쓰기전에 먼저 말씀드리자면, 전 에미넴을 정말로 사랑하고, 오랜시간 들어왔습니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제 느낌과 생각만을 쓴 글입니다. 다들 주관에 따라 제 글이 전혀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으니 감안해주시길 부탁할게요.
우선, 앨범을 통으로 돌리고 처음으로 온 느낌은
"아, 이건 뉴 에미넴의 'Encore'앨범이 될 것 같다."
였습니다.
Encore앨범을 들었을때, 왜 이렇게 만든건지 이해할 수 없는 비트가 떠오르시나요?
이번 앨범에서의 비트들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Encore 수록곡들은 비트는 이상할 지 언정 사운드 구성은 뚜렷했죠.
Revival은 그렇지도 않아요. 후렴이 뭐 언제 지나간건지도 모르겠고, 구성이 뚜렷하다고 느껴지는 곡은 Walk On Water 하나밖에 없네요.
그나마 Encore보다 나은 면은 래핑과 마지막 두 곡을 뽑을 수 있겠네요.
릭루빈 프로듀싱 곡들은 제 귀엔 조금 괜찮았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사실, 전 이 앨범의 성격이 MMLP2에서 이어진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MMLP2를 좋게들었지만, 제가 아닌 다른 분들 사이에서 MMLP2가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이유 중 가장 큰 점이 '사운드의 통일감'의 부재였을겁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MMLP2는 확실히 눈에 띄는 컨셉은 있었어요.
'올드스타일로의 회귀.' 그래서 Asshole, Survival, The Monster같은 상업성+트렌드를 노린곡들을 빼면 전부 다 투박한 올드스타일이었죠. Rap God은 혼자 튀는 사운드긴 했지만 역대급으로 환상적인 래핑으로 찬사를 받았으니 논외로 치고.
그런데 Reviavl은 MMLP2에서 지적받던 '사운드의 통일감'의 부재가 더 심각합니다.
차라리 릭루빈한테만 프로듀싱을 맡겼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올드스쿨+일렉기타 비트 위에서 일관성있고 맘편하게 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운드 구성이 완전 중구난방입니다.
Walk On Water에선 피아노로만 깔더니 바로 다음에 이해할 수 없는 비트의 트랩곡이 2연타로 나오고, 거기에 락사운드를 얹은 Untouchable이 나옵니다. 뭐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그런데 에드 시런이 피처링한 River는 왜넣었나 싶었습니다. 뜬금없이 통기타는 뭔지? 그냥 싱글로만 따로 내고 앨범에 넣을만한 곡이 아니었어요.
켈라니, 앨리샤 키스가 피처링한 Like Home, Nowhere Fast도 그래요.
요즘 트렌드를 생각하고 작곡한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뭘 중점으로 두고 사운드를 구성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트랩? 올드스쿨? 락사운드? 팝?
솔직히 말해서 '랩'은 진짜 대단했습니다.
슬림쉐이디도 들렸고, 릴랩스때의 싸이코, 리커버리때의 카리스마, 그리고 현재의 로우톤까지, 라임과 플로우를 여기저기에 맞춰서 랩하는 모습은 "에미넴의 랩스킬 최정점은 이번 앨범에 있지 않나?"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랩'만' 뛰어납니다. 앨범 전체를 듣다보면 비트가 (안좋은 의미로) 랩을 죽여버립니다.
보통 에미넴하면 (좋은 의미로) 랩으로 비트를 죽여주는 이미지인데, 그런 사람의 랩을 완전히 죽여놨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에미넴이 랩을 할만한 스타일의 비트가 아니에요, 대부분.
비트만 구린걸 넘어서 프로듀싱 자체도 구려서, 곡 구성마저도 안좋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전 오히려 이런 프로듀싱으로 이뤄진 비트 위에서 이 정도로 랩을 한게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에미넴이 경이롭기까지 하더군요.
"이래서 '비트 잘만나면 끝내줄텐데'하는 소리가 나오는구나" 하는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게 드레 총괄 프로듀싱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드레가 이번 앨범 총괄 프로듀싱에서 그치지말고 릴랩스처럼 모든 곡의 비트를 짜줬다면, 훨씬 나았을거에요.
정리하자면 '매력이 전혀 없는 비트와 그것 마저도 망쳐버리는 중구난방의 프로듀싱'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직 가사번역을 보지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앨범이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전혀 감을 잡을수가 없어요. 다른 앨범들은 가사를 다 알진 못해도 어느정도 유추는 됐거든요.
에미넴이 파도를 타는 서퍼고, 비트가 물이라고 쳤을 때, 이 앨범은 구정물 위에서 파도를 타는것 같습니다. 아무리 보드를 잘타도 구정물에서 보드를 타니까 전혀 멋있어 보이지가 않죠.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은 에미넴만의 매력을 묻어버렸습니다.
매력이 없으니까 앨범 테마도 모르겠고, 인상깊은 구간도 없고, 다시 듣기엔 손이 안가죠.
이 사운드 저 사운드 다들어가니까 포화상태입니다. 듣는 맛이 없어요.
어쩌면 이번 앨범이 확실히 안좋았기 때문에 후련한 점도 있네요.
앞서 말했듯이, 이런 비트위에서도 그런 랩을 해냈으니까,
이제 에미넴의 '안목'만 나아지면 확실히 좋아질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 에미넴은 굉장히 특별한 아티스트입니다. 힙합뿐만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에미넴으로 접하게 됐고,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경험을 처음으로 이루어준것이 에미넴입니다. 그 첫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 까지 최고로 사랑하고 최고로 많이 듣는 아티스트이지만, 이번 앨범만은 그렇게 애정있게 듣지는 못할 것 같네요.
글정리도 제대로 못한 긴 한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사랑하는 에미넴 곡인 'Beautiful Pain' 들려드리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천드렸음
앵간하면 그냥 집어치우던가 제대로 벌스를 짜는 것도 힘들었을텐데 거기에 꿋꿋하게 랩 뱉어대는것도 이딴 비트를 골랐다는 것도 정말 대단하네요
제 학창시절 내내의 우상이었는데 기분이 우울해지네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시1ㅂㅏㄹ
프로듀싱 퀄이 구린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에미넴이 인기있는 이유가 살벌하거나 약빨은 똘끼 분위기 + 무지막지한 래핑 인건 부정할수가 없는데
이런곡이 하나도 없던거 같네요
랩갓이나 스피덤 같은 그런곡을 기대했는데 그냥 커머셜 노선으로 완전히 가즈아!
에드시런이랑 같이 한 곡이 비트는 맘에 드는데 랩이 좀 에미넴 치고 심심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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