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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금 힙합 '하고' 계십니까?

title: [회원구입불가]Mr. TExt2010.12.12 20:07추천수 1댓글 7

KRS One

 

지금 힙합 '하고' 계십니까? 

 

 

"Welcome to hip-hop culture. Where DJ-ing, MC-ing, graffiti art, breaking and the philosophies are

expressed everyday within the inner cities of America, and the world.

You are not doing hip-hop You ARE hip-hop

(당신은 힙합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힙합입니다)

Love yourself and your expression, you can't go wrong"

 

-  KRS-ONE "1st Quarter - The Commentary" from the album "I Got Next(1997)"

 

 

 

1. 힙합, 그 문화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다.

 

  지금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본인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분의 시각에 따라 어느 정도

 "꼰대(세대 차이가 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연장자)"스런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내게 유쾌하지 않은 상태로 남은 하나의 기억과 몇 달 전 우연히 TV에서 보았던 어떤 연예인의 대화가 겹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격한 하드코어 앨범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랩퍼들을 갈아 마실 듯한 분노를 토해내던 A랩퍼. 방송에도 나오고 점점 얼굴이 알려지며 그는 과거의 격함을 버린다.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다정함(?)을 보여준다. 그는 한 공연에서 "우리 힙합 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김(金)사장이 이(李)사장과 동종업계 종사자를 부르는 톤으로 해서 힙합 "문화"를 좋아하던 한 남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모 방송국의 어느 예능 프로그램. 한 아이돌과 B랩퍼가 대화를 주고 받는다. 내용은 "힙합이 돈이 된다.", "나도 이제 힙합을 '해야'할 것 같다." 특정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들의 대화 속에서 3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힙합이라는 "문화"는 장사, 상업행위가

되고 있었다.


  위의 두 사례가 글러먹었다, 뭐 이런 소모적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는 A랩퍼의 몇몇 앨범을 참 좋아하며 아이돌과 B랩퍼의 그 대화에 무의식적으로 깔깔대며 웃었다.

힙합이라는 문화도 역사를 가지고 흘러온 이상 그 문화의 수혜로 돈을 벌거나 상업적인 행위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강한 부정을 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이 이야기를 쓰는 본인이 적어도 외국, 즉 본토의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워했던 시간 동안

"Do A Rap(랩을 하다)"라는 말은 들어봤으나 "Do Hip-Hop(힙합을 하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기억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힙합을 하다"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쓰는 한국 힙합씬의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이미 존재하는 근거에 기대어 힙합을 한다는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얘기가

균형적인 생각을 갖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작은 바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2.힙합은 "문화"이다. 그런데?

 

  본인이 하는 이야기는 힙합의 역사상 "Teacha(Teacher의 흑인 영어식 표현, 선생 또는 교육자)" 집단으로 구분되는 분들의 언급을 많이 빌리고 있다. 대표적인 Rapper와 Team으로서 계속해서 언급하게 되는

 KRS-ONE 그리고 Rakim, ATCQ(A Tribe Called Quest) 등이 있다. 그 중 KRS-ONE은 독보적인 존재로 

주요 흑인음악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을  정도로 힙합 문화의 정의, 개념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

그가 2003년경 발매한 "Kristyles"에는 힙합의 4요소, DJing, MCing, B-Boying, Grafitti art 외에도 확장된

개념을 언급한 15번 트랙 "9 Elements"가 있다. 8-90년경에도 그가 힙합 문화에 대해 언급한 좋은 트랙이

많지만 추천을 받아 음미해본 본 트랙은 힙합의 문화적 측면을 설명하기에 참으로 알맞은 곡이었다.

 주요 부분 가사와 함께 같이 감상해보자.

   

 

 

One  : Breaking or breakdancing
Rally b-boying, freestyle or streetdancin'
Two  : MC'ing or rap
Divine speech what I'm doing right now no act
Three: Grafitti art or burning bombin'
Taggin', writin', now you're learning! uh!?
Four : DJ'ing, we ain't playing!
{*scratch*} You know what I'm saying!
Five : Beatboxing
Give me a {*beatboxin*} Yes and we rockin'!
Six  : Street fashion, lookin' fly
Catchin' the eye while them cats walk on by
Seven: Street language, our verbal communication
Our codes throughout the nation
Eight: Street knowledge, common sense
The wisdom of the elders from way back whence
Nine : Street entrepreneur realism
No job, just get up call 'em and get 'em

 

 

  KRS-ONE은 힙합의 방법론적인 면에서도 심화학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많이 얘기한 듯 하다.

비트박스는 물론 흑인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했던 생활양식 속에서 파생된 모든 부분을

힙합의 요소로 상정하고 있다. 위의 곡 "9 Elements"의 음악, 그리고 가사에 읽을 수 있듯이 그들이

거리에서 만들어냈던 새로운 생활 방식과 표현의 수단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전달된다. KRS-ONE은 

힙합 문화를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의 240년이 안 되는 역사 속에서 이 정도로 파급력을 가진 문화도 드문 듯 하다. 음악은 물론 각각의 요소, DJing이나 B-Boyin' 등은 청출어람이라고 할 수 정도로 여러 나라에 자리잡고 독자적으로 발전하며

가끔 본토의 업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힙합의 문화적 가치를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유럽 문화', '중국 문화', '일본 문화'를 언급하듯 그 독창성과 가치를 인정하며 제대로 '문화'로

불러주자는 것이 무리한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krs one

 

 

3. 우리가 흑인 문화의 당사자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우리가 '흑형(흑인 형의 줄임말로 , 노래 , 춤 , 운동 등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한 흑인들을 동경의

의미로 부르는 말)' 이라고 농담 삼아 부르는 African American, 당사자는 아니다. 그들의 문화 자체나

사고 방식을 마치 사대주의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덧붙여 이제는 우리가 '한국 힙합 씬'이라고

부르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우리 만의  '힙합 음악 영역' 또한 존재한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생각을 남겨 본다. 이 생각을 통해 '힙합을 한다'는 말이 정말 힙합 문화

적어도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람직한 표현법은 아니라는 얘기를 해보고 싶다.

 

a)  힙합은 앞서 밝혔다시피 "문화"이다. "문화를 하다"라는 말은 맞춤법 상 맞는 말이 아니다. 하나의

예로 "중국 문화를 하다"는 말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즉 문법이 틀린 말이다. 좋은 국어 생활을 위해서도

재미나 조롱의 의미가 아니라면 "힙합을 하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덜 할수록 좋은 일이라고

사료된다.

 

b)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디오 DJ 겸 방송인 C랩퍼의 일. 그의 학력에 관계하여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논란에 관련하여 방영했던 한 TV프로그램에서 C랩퍼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소문을

양산했던 한 커뮤니티의 회원은 주옥같은 문장을 남긴다.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그러다가 한국 와서 유명해 지고"

 

이 말은 당연하게 여러 한국 힙합 음악계 종사자를 자극했다. 힙합 음악을 포함한 흑인 음악 애호가인

본인을 포함해서. 그런데 왜 그 당시에 저 언급의 도발적이고 경멸적인 측면에만 주목하고 씬을 이끌어

가는 랩퍼들의 '힙합은 문화다! 당신이 그리 깔보듯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없었을까.

그저 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의 바람일 수도 있으나 우리부터 '힙합을 한다"는 말에 대해 곱씹어보지

않는다면 힙합을 향한 부당한 비난에 맞서는 우리의 방어력은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다.

 

c) "힙합을 한다"라는 말이 가능하다면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다. Rap은 기본이고 Rap을 하는 동시에

DJing을 한다. 그리고 중간의 브레이크 타임에 문자 그대로 드럼 루프에 맞춰 Break Dance를 한다.

이 모든 것은 앞서의 모든 힙합의 요소를 구사한 한 괴물, 능력자가 창작한 Grafitti art가 있는 배경 앞에서 이루어진다.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했다는 화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뺨을 후려갈길 천재가 나오는 것이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 이 사람에게는"힙합을 한다"는 말이 허락되어도 된다. DJing이나

B-Boyin', Grafitti art를 하는 분들이 "힙합을 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는 필자가 힙합 문화를 접해온 이후로 듣기 어려운 말이었다. MCing의 속성이 Represent(대표함, 힙합을 대변함)이지만 "힙합을 한다"라는

언급을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하는 경우, 나머지 요소를 좋아하고 그 요소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 또 Rapping/MCing이 그리 "힙합을 한다"는 말을 빌려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가벼운 일인가?

 

d) 위의 c에 이어서 영어사전 상으로 보더라도 랩을 하는 사람은 Rapper이다. Rapper가 사실 힙합 문화의

 얼굴 마담을 해온 부분도 있는 듯하다. 어쨌든 나는 Rapper, 나아가 MC인 사람들이 좀 더 랩을 하는

행위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MCing해요" 또는 당신이 확실하게 힙합 문화에 속해

있음을 알려주는 "랩을 해요"라는 말을 하자.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변(Represent)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필자는 "힙합을 한다(Do HipHop)"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4. 말도 편하게 못하는가?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

 

  사실 대체할 수 있는 말, 즉 대안을 내놓지 않고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제대로

 '꼰대'스러운 일이다. 힙합은 계속해서 자신을 쇄신해 왔던 멋진, 좋은 의미에서 '진보적인 문화'이다.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본인이기에 고리타분한 꼴통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자랑스럽게 "Rap을 한다, Mcing을 한다."라고 얘기해 보자. 또는 "힙합 음악을 한다"라는 얘기로

바꿔보자. "음악을 한다"라는 말도 예술 행위에 Do(하다)를 붙이는 것이라 필자의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이것마저 부정하면 언어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니 힙합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 외의 많은

사람들도 쓰는 "음악을 한다"는 말을 힙합과 같이 쓰는 것도 좋은 타협선일 듯 하다.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는 힙합(문화)를 좋아한다면 전달하고 싶은 권장사항이지 필수사항은 아니다.

사실 말은 쓰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 이야기를 쓴 본인도 정말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힙합에 이제 관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날 때만 꺼내는 "힙합을 한다"

라는 말은 어지간하면 쓰지 말자라는 얘기다. 정리하자면 위의 이야기는 청유문(권유하는 말)이다.

다양한 생각들이 이끌어온 힙합 문화를 마치 다 소유한 듯 얘기하는 명령문이 아니라.

 

“Rap is something you do, hip hop is something you live” (KRS-ONE).

랩은 당신이 하는 것, 힙합은 당신이 사는 생활방식. (KRS-ONE)

 

  힙합 문화를 좋아하며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당신의 인생이 언제나 충만하게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과 평화.

 

 

 

 

이야기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주요 자료를 추천해준 멋진 랩퍼 UnBomber에게 큰 감사를 합니다.

또 이 이야기를 작성하는 동안 많은 영감을 제공한 DJ JS-1과 그의 소름끼치는 작품  

"Ground Original 2 : No Sell Out(2009)" 외 1개의 앨범에 감사합니다.

 

◈  다수의 웹문서, 블로그, 서적에서 참고와 인용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제공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글 |  Mr. TExt

 

 

 

 

 

신고
댓글 7
  • 12.13 13:17

    예전부터 생각해오시던 건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 멋져요!

  • title: [회원구입불가]Mr. TExt글쓴이
    12.13 14:11
    @UnBomber

    한국 먹통힙합 음악의 산 증인(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의미로)이신 UnBomber님의 칭찬을 들으니

    위의 이야기를 쓴 보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 12.13 21:33

    글 잘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 12.13 21:44

    잘 읽었습니다ㅋ

  • 12.18 18:25
    Peace!
  • 12.18 21:45
    명품 포스팅이군요
  • 2.13 15:53

    전 힙합퍼 맞습니다...

     

    아니 힙합피언스인듯 합니다...

     

    힙합은 하는 것이 아니라...느끼고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생활이라고 생각하는...

     

    저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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