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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어쩌면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 Parris Goebel

Melo2016.09.23 15:22추천수 8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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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어쩌면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 Parris Goebel


몇 해 전부터 한 외국 안무가의 이름이 아이돌 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GD X 태양의 “Good Boy”, CL의 “Hello Bit*hes”, 아이콘(IKON)의 “리듬 타”, 태양의 “링가링가” 등 한국의 유명 곡 다수가 그 안무가의 손을 거쳤다. 그의 이름은 패리스 고블(Parris Goebel).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 소속 그룹의 팬이나, 춤에 관심이 있는 사람 외에는 조금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패리스 고블은 뉴질랜드 출신이다. 본인이 설립한 리퀘스트 크루(ReQuest Crew)나 팀 로열 패밀리(Royal Family) 등을 이끌고 지난 2009년부터 세계적인 댄스 대회인 월드 힙합 댄스 챔피언쉽(World Hip Hop Dance Championship, 이하 HHI)에 출전, 각 부문을 석권하고 유명 뮤지션의 안무를 짜며 유명세를 쌓았다. 이후 제니퍼 로페스(Jennifer Lopez)의 싱글 “Goin’ In”을 필두로 리아나(Rihanna), 자넷 잭슨(Janet Jackson),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등 유명 가수의 안무를 짜고 디렉팅하며 그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았다. 영화 <스텝 업: 올 인>에도 출연했으며, 얼마 전에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곡 “Sorry”의 안무부터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모두 담당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91년생, 이제 스물넷밖에 되지 않은 댄서가 이토록 내로라하는 아티스트의 부름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댄서, 안무가를 본업으로 둔 사람답게 패리스 고블의 가장 큰 장점은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한 춤이다. 물론 힙합이 베이스이기에 그 자체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의 개성을 춤에 적극 반영해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비슷한 춤을 추더라도 몸의 방향, 시선 처리, 표정 연기, 섬세한 손끝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를 만들고, 비틀어 특색있게 가꿔낸다. 특히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이를테면, 순간적으로 대형의 꼭짓점에 있는 멤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 주변의 다른 멤버들이 다양하면서도 강렬한 표정을 지으며 흘러넘치는 감정을 함께 연기하고 표출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댄서들은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무대의 빈 공간을 채우는 ‘백업 댄서’들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멤버 모두가 곧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무대나 영상을 보면 유독 댄서 개개인의 얼굴과 스타일이 뇌리에 더욱 선명히 박힌다.



영화 <스텝 업: 올 인>에 출연한 패리스 고블과 로열 패밀리



패리스 고블은 이런 자신들의 스타일에 ‘여성의 자신감과 강인한 내면에 담긴 공격성을 결합한 스타일’이라며 ‘폴리스웩(Polyswag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 변방에 가까운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이 작은 폴리스웩의 물결은 유튜브를 통해 미국으로 뻗어 나갔고, 어느덧 세계 댄스 씬의 트렌드마저 천천히 점령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전 세계 50개국 3700여 명의 댄서가 참여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해 ‘힙합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HHI의 판도마저 뒤흔들었다. 한동안 대회에 유사한 스타일의 안무가 범람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5년에는 대회의 꽃과도 같은 ‘메가 크루(Mega Crew)’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락앤롤(Lock 'N Lol) 크루가 해외 네티즌들에게 뜬금 없이 비난 받는 일도 있었다. 팝핀(Popping), 락킹(Locking), 브레이킹(Breaking)부터 터팅(Tutting), 하우스(House) 등 올드 스쿨과 뉴스쿨을 넘나들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브를 선보였음에도, ‘왜 로열 클래스가 아니라 저들이 우승한 거냐. 판정이 이상하다.’ 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합리적인 비판과는 거리가 먼 소리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패리스 고블을 위시로 한 크루가 댄스 씬, 나아가 대중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HHI 2015에서 격돌한 뉴질랜드의 로열 패밀리(좌, 은메달), 한국의 락앤롤(우, 금메달)



그들의 특징은 춤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패리스 고블은 로열 패밀리를 이끌며 패션에도 본인들만의 개성을 부여했다. 그 패션이란 옷을 말하는 것도, 악세서리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들이 착용하는 아이템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거나 개성 넘치는 패션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춤을 출 때 그들이 견지하는 태도나 신체 자체가 하나의 개성 있는 패션으로 작용한다. ‘몸매도 경쟁력’이라는 우문이 유독 정설처럼 떠도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말랐다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안 예쁘다(뚱뚱하다)’, ‘여성스럽지 않다'라는 몰가치한 말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당당한 태도로 그 대단하지 않은 아이템을 착용한 뒤 폴리스웩을 과시하는 순간, 몸매를 평가하는 일부 고정관념들은 산산이 조각난다. 그 요소들이 오히려 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들의 안무를 따라 하지만, 패리스 고블이나 로열 패밀리만큼의 무엇을 발산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PARRI$ - Friday


더불어 패리스 고블은 얼마 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부터 음악 제작에도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Friday”와 “Nasty” 두 곡에 불과하지만,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함께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그동안 기존의 곡을 편집한 후 안무를 구성해 영상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뮤직비디오의 음악부터 안무, 패션, 영상 촬영 및 편집까지 모든 걸 그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게다가 음악 발표를 위해 패리스 엔터테인먼트(PARRI$ ENTERTAINMENT)라는 신생 회사도 차렸다. 이는 패리스 고블 개인, 나아가 로열 패밀리나 리퀘스트 크루 등 그녀를 중심으로 뭉친 단체의 커리어에 있어 무척 중요한 지점이다. 안무 이상의 무언가를 위한 행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춤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는 더욱 크고 넓어져 아티스트라는 영역에도 닿게 되었다. 무척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움직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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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폴라 압둘, 저메인 스튜어트, FKA 트윅스, 제니퍼 로페즈



물론 안무가에서 출발해 가수, 연예인, 음반 기획자 등 종합 예술인으로 성장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자넷 잭슨의 안무가로 유명한 폴라 압둘(Paula Abdul)이 대표적이다. 그는 LA 레이커스(LA Lakers)의 치어리더로 일하던 도중, 경기장을 찾은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에 의해 안무가로 발탁됐다. 이후 다양한 곡의 안무를 맡으며 명성을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대중문화 예술에 숱한 업적을 남겼다. 그 외에도 제니퍼 로페즈, 저메인 스튜어트(Jermaine Stewart), 샬라마(Shalamar)의 제프리 대니얼(Jeffrey Daniel)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영국의 FKA 트윅스(FKA twigs)도 이 행렬에 가세했다.


그러나 패리스 고블이 걸은 길은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그는 춤을 배우다가 일찍이 학교를 그만둔 후, 아버지의 차고에서 멤버를 모아 리퀘스트 크루를 꾸렸다.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한편, HHI에 출전해 갈고닦은 실력을 자랑했다. 이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다시 한 번 널리 퍼졌다. 그러자 팝 시장의 기획자들이 그녀를 알아봤고, 함께 작업을 하는 일도 잦아졌다. 제니퍼 로페즈와의 작업도, 자넷 잭슨과의 작업도, 리아나와의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앞서 잠시 언급한 저스틴 비버와의 작업은 화룡점정이었다. 저스틴 비버 측이 "Sorry"의 리릭 비디오에 쓸 안무를 짜서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패리스 고블은 단 48시간 만에 멤버를 모아 안무를 짜고 영상을 촬영, 편집해 보냈다. 그러자 저스틴 비버 측은 "가사를 넣으면 이 훌륭한 영상을 감상하는 데 오히려 방해될 것 같다."라며 거의 손대지 않고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패리스 고블과 멤버들은 이 영상으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6 MTV VMA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Video of the Year)'를 비롯한 3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간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약 18억에 가까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패리스 고블은 어떤 내일을 꿈꾸고 있을까. 미국 엘르(ELLE)와의 인터뷰에서 패리스 고블은 “(나이 30이 됐을 무렵에) 의류 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퍼포먼스 아카데미, 힙합 기반 브로드웨이 쇼, 영화 프로듀싱 등을 해내고 싶다.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마냥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뉴질랜드에는 그처럼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아이가 그를 지켜보며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는 아닐지언정, 가장 특색있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머쥔 패리스 고블. 안무, 춤, 영상 너머를 바라보는 그는, 어쩌면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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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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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9.23 17:21
    와정말재밌게봤습니당 진짜보는맛의 정점이있네요 패리스고블 매력터지네
  • 9.23 18:38
    안 그래도 멋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엘이에서 이렇게 다뤄주는군요
  • 9.23 23:07
    스웩;;
  • 9.24 09:10
    yg에서 이사람한테 춤배우던데ㄷ
  • 9.24 21:27
    비버랑 sorry 도 하고 no sense도 했지요 ㄷㄷ한팀
  • 9.24 21:35
    와 날 것의 무언가.. 엄청 강렬하네요 스웩
  • 9.25 12:47
    덕분에 좋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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