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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2Pac - 2Pacalypse Now

tunikut2014.09.13 16:36추천수 1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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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뷰] 2Pac - 2Pacalypse Now

01. Young Black Male
02. Trapped (Feat. Shock G)
03. Soulja’s Story
04. I Don’t Give A Fuck (Feat. Pogo)
05. Violent (Feat. DJ Fuze, Money B and Mac Mone)
06. Words Of Wisdom
07. Something Wicked (Feat. Pee-Wee)
08. Crooked Ass Nigga (Feat. Stretch)
09. If My Homie Calls
10. Brenda’s Got A Baby (Feat. Dave Hollister)
11. Tha’ Lunatic (Feat. Stretch)
12. Rebel Of The Underground (Feat. Ray Luv & Shock G)
13. Part Time Mutha (Feat. Angelique & Poppi)



투팍(2Pac)의 솔로 데뷔 앨범인 [2Pacalypse Now]는 묘한 앨범이다. 마치 투팍 앨범 선호도 조사에 대한 정규분포 곡선을 그려본다면 맨 왼쪽 끝 상위 1%쯤에 위치한다고나 할까? 별로 많이 언급되지도 않고 인기도 없지만, 소수에 의해 그 진가가 인정된 앨범이라는 뜻에서 그렇다. 투팍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이 앨범이 가지는 위치는 어떤 면에서 매우 특별하며, 상당히 독보적인데, 그 이유는 이 앨범이 투팍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정치적이고 의식적인 앨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앨범을 듣는 내내 젊은 흑인 남자("Young Black Male")로서의 독기가 잔뜩 오른 투팍의 가사들에 주목하다 보면, 그 처절함에 머리가 띵할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앨범에 담긴 인종 문제를 포함해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은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이나, 그것이 피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에 대한 비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링컨(Lincoln)에 대한 비판은 꽤 신선한데, 그는 '위선의 땅'인 미국은 '극도로 놀라운 속도로 지구 상에서 흑인들을 지워나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자유의 여신상을 '미친 개*'이라고 부르니 말 다했다. 결국은 미국 사회가 자신을 사이코패스로 만들고 있으며, 미국은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 앨범에 더욱 짙게 깔린 주제는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한 것으로, 무단 횡단을 이유로 경찰과 시비가 붙어 집단 구타를 당한 적이 있는 투팍은 시종일관 경찰에 대해 '뼛속까지' 깊은 혐오를 표출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것이 단순한 혐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앨범 곳곳에 '경찰을 쏠 것이고, 거기에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라는 메시지를 심어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팍의 메시지들이 단순한 독백이 아니고, '선동'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Trapped"에서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고, 우리가 공격할 차례'라고 운을 띄우고, "Words Of Wisdom"에서는 '모두 일어나서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자.'라고 말한다. 이 앨범 발매 후 텍사스의 한 10대가 경찰을 쏜 사건이 있었고, 그 소년이 이 앨범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자 당시 부통령까지 나서서 '이 앨범은 우리 사회에 존재해선 안 된다.'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지 않은가. 가히 '선동성'면에서는 훈장감인 셈이다. 그러나 똑같은 '선동'의 측면에 있어 동시대의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와 달랐던 점은, 투팍은 그 메시지를 N.W.A와 같은 갱스터적 문법으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그러한 미국 사회의 통렬한 비판과 맞물려 흑인 사회를 걱정하고 아우르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Brenda's Got A Baby"에서는 가정 내 성폭력과 10대 임신으로 시작해 마약 밀매와 성매매까지 퍼져나가는 흑인 사회의 단상을, "Part Time Mutha"에서는 흑인 아이들에게 보이는 그릇된 부모상을 걱정한다. 하지만 그의 모든 비판 이면에는 "If My Homie Calls"에서와 같이 흑인 형제나 동료들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이 깔렸다는 점에서 그의 메시지들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가사가 아무리 좋아도 음악이 후지면 안 된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흔히 이 앨범은 '투팍도 초창기에는 동부 스타일의 힙합을 했지.'라는 주장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전반적으로 귀를 자극하는 건조한 스크래치와 긴장감 도는 미드-업템포의 비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당시 N.W.A의 스타일과 더욱 닮았으며, 일부 경쾌한 신디사이저 음을 활용한 얼터너티브 적 느낌이 델 라 소울(De La Soul)의 그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그냥 1991년 당시 유행하던 사운드들이 적절히 혼합돼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싶다.

묵직한 베이스 그루브감이 느껴지는 싱글 "Trapped"를 비롯해 이를 보다 극대화한 "I Don't Give A Fuck" 등은 앨범의 킬러 트랙으로 충분하며, 아이스 큐브(Ice Cube)와 이지-이(Eazy-E)의 아카펠라 스크래치와 총소리 효과음을 버무린 훅이 주는 "Crooked Ass Nigga"에서의 강렬한 갱스터적 느낌은 당장에라도 N.W.A의 앨범을 꺼내 듣고 싶게 만든다. 이렇게 N.W.A가 느껴지는 강력한 트랙들 사이사이로, "Words Of Wisdom", "If My Homie Calles", 그리고 "Tha' Lunatic"과 같이 찰랑거리는 건반 음과 통통 튀는 업템포 드럼을 통해 마치 델 라 소울이 느껴지는 경쾌한 트랙들이 적절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앨범은 지루할 틈이 없다. 거기에 가사와 잘 어울리는 "Brenda's Got A Baby"와 "Part Time Mutha"의 소울풀한 발라드는 금상첨화다. 



'투팍'이라는,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에 대해 우리는 각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그저 단순히 '유명했던 갱스터 래퍼'부터, '요절한 힙합의 전설이자 아이콘' 내지는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슈퍼스타' 등이 어쩌면 가장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서, 투팍이라는 아티스트의 생애를 떠올리면서 그가 내뱉은 메시지들을 조목조목 곱씹어봤을 때 다가오는, '흑인 게토 사회의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로서의 그의 존재감은 이 자리에서 일일이 묘사하기 벅찰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런 후자로서의 투팍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앨범이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내면을 성찰하고, 현실의 괴로움을 토로했던 '인간' 투팍의 모습이나, 귀에 착착 달라붙는 갱스터 그루브를 타던 투팍의 모습도 멋졌지만, 왜 '투팍'이 '투팍'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그의 시작점을 보여준 이 앨범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앨범을 듣지 않고 투팍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리즈 영화의 1편을 보지 않고 그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Rest in Peace. Tupac Amaru Shakur (1971. 6. 16. - 1996. 9. 13.)


글│tunik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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