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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나이, 스물여섯 [P.O.E.M]

title: 털ㄴ업 (1)lignis2024.04.17 15:17조회 수 491추천수 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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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오왼, 2016.01.15 발매)

 

트랙리스트

(1) Reasons

(2) Puzzle (feat. 팔로알토, 오케이션)

(3) 2017

(4) mmm (feat. 나플라)

(5) 작업 (feat. 루피, pH-1)

(6) Hip Hop [Title]

(7) 연예인

(8) M.O.N.E.Y. (Money Over Nature Eating Youth)

(9) 긍정 (feat. 엘로, L.I.V.E.)

(10) 11 in morning

 

#P. 26살에 써 내려가는 어느 청년의 소박한 시집

-> 국힙에서 ‘26이라는 나이가 갖는 상징성은 꽤 큰 편이다. 2012년에 <2 4 : 2 6>라는 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들고 온 빈지노의 나이가 26살이었고, 2017년에 <2 MANY HOMES 4 1 KID>라는 충격적인 스토리텔링형 앨범으로 씬에 등장한 저스디스의 나이 역시 26살이었다. 그리고 오늘 살펴볼 앨범의 주인공 역시 이 앨범을 낼 당시 26살의 나이였다.

힙합에서 하나의 곡을 이루는 가장 큰 구성 요소들로 나눠본다면 일반 노래의 후렴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훅(Hook)과 래퍼 본인의 생각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벌스(Verse)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중에서 Verse라는 단어의 가장 보편적인 뜻은 운문’, 즉 시다. 시인들이 스스로의 심리를 담은 표현들로 이뤄진 시학으로 문학의 거대한 한 갈래를 일궈낸 것을 생각하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사에 담는 래퍼의 벌스 역시 하나의 시와도 같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면 오왼이라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데뷔 앨범을 P.O.E.M(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 Reasons

돈 좀 벌었니 아니 알잖아 내 인생 랩 떠돌이 스튜디오가 내 유일한 home 이고 오직 홍대 길거리 위나

이태원 인적 붐비는 밤 또 고민 중 어떻게 문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답은 딱 하나 it's time to claim what it's right

-> 힙합에 빠지게 된 이후에 오왼 스스로가 헤맸던 방향에 대해 다루고 있는 트랙이다. 보통 무언가에 빠지게 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빠진 이후에 이를 이용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다. 훅에서 본인을 죽은 문화의 나침반이라고 지칭하는 동시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가치를 다양한 이유들로 제시하면서 앨범의 도입부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2. Puzzle

I'm on my 1st puzzle piece 이 곡은 첫 번째는 메세지 두 번째는 MCs 세 번째는 의식 네 번째는 움직임

다섯은 첫 번째 Puzzle Piece Know what I mean 여섯은 문화를 위해 싸워 끊임없이 찾아봐 네 퍼즐 마지막 조각까지

-> Reasons가 오왼 본인의 사색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번 트랙에서는 자신보다 먼저 힙합을 시작했던 아티스트들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다. ‘내 랩 첫 번째 조각 / 아침 밥상은 소박 / 항상 상상해 내일은 또 어떨까라는 인트로가 리스너들에게 많은 충격을 줬던 트랙으로, 당시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활동하던 국힙의 트렌드 세터와 같은 위치의 팔로알토와 오케이션이 참여한 피쳐링도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오왼 스스로의 위치를 신구의 연결고리로 설정하며 본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한 번 더 강조하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3. 2017

2년 전만 해도 이렇게 될지 상상도 못했었지 계속 하던 대로 하고 시스템에 대입한 진보

개중에 내가 변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몇몇은 변화에 박수갈채를 내 줘

-> 앞의 두 트랙이 이제부터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춘다면, 이번 트랙은 오왼 자신이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힙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 쏟아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담담하게 꾹꾹 눌러담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트랙이다. 그럼에도 음악을 그만두지 않았고 수많은 OG에게 인정을 받으며 당당하게 초신성으로 올라선 위치에서 그는 과거의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분노를 담아 지금까지 받아온 무시를 돌려준다. 그리고 오왼 스스로가 첫 출발점으로 삼은 해당 앨범과 트랙 역시 리스너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4. mmm

이젠 걱정하게 되는 기름값과는 다르게 아직 흔들리지 않는 네 박자

돌리기엔 늦어 버려 어설프게 하지 않아 절대로 멀리하지 마 내 음악 If u want some hip hop

-> 2017에 이어 더욱더 평범한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트랙이다. 삶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순간들을 mmm이라는 의성어로 비유한 것이 상당히 성공적인 함축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늘 먹던 어머니의 파스타와 어른이 되고 나서 마시게 된 돌체와 술 등, 평범하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가사들이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소 낮은 톤인 오왼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하이톤의 나플라가 읊는 벌스도 굉장히 듣기 좋았다.

 

#5. 작업

방법은 간단 우린 매일 해 작업 너네 관점이랑 달러

그만 물어봐 알잖어 내 직업 왜 스튜디오에 사는지 잠은 왜 소파에서 자는지

-> 1-2가 미래, 3-4가 과거에 대해서 다뤘다면 이번 트랙은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오왼 스스로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스튜디오에 박혀서 앨범 작업을 이어가다가 공연 일정이 잡히면 콘서트 홀에서 몸을 내던지는 삶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힙합에 빠지고 래퍼를 꿈꾸기 시작한 시점에서 오왼에게 이러한 삶은 꿈에 그리던 라이프 스타일이기에 더 강한 열의를 불태운다. 그리고 친구와 동료로서 트랙에 참여한 루피와 pH-1이 보여주는 개성 역시 크게 기억에 남는다.

 

#6. Hip Hop

make your own rhymes 예술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열려있는 자에 한해서 대답하니까

힙합은 좀 더 유치하고 진부하지만 네 자신이 없다면 진짜라 떠들지 마

-> 해당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오왼 본인이 설정한 타이틀 트랙이다. 과거의 예술은 클래식과 같이 고풍스럽고 진중한 음악과 미술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한편 다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문화는 당시 예술의 주된 소비층이었던 소수의 고위층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딴따라라는 말이 쓰이는 게 당연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고위층이 만들어낸 분위기가 예술로 인정된다면, 반대로 하층의 진흙에서 피어난 꽃 역시 예술로 인정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오왼의 생각이다. 그리고 물론 그 중심에는 역시 자신의 전부를 쏟을 수 있는 진심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7. 연예인

솔직히 기록된 역사는 한국 힙합이 아닌 잠깐의 트렌드 흐름 주름잡던 인디 fandom

근데 그 소수가 증발해 이건 군중 히스테리 아니면 전부 피터 팬

-> 지난 [Cliche], [comma]에서 다뤘던 주제들의 핵심이 집약되어 있는 트랙이다.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도 한 번 미디어에서 성공적으로 뜨면 팬덤이 급격하게 폭증하는 아이러니를 신랄하게 비꼬는 분위기가 주류로 흐른다. 연예인의 명예는 속의 알맹이가 비어 있는 껍데기와도 같다는 말로 시작하는 트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중에 대해서 묵직한 무게감을 유지하며 리스너에게 일종의 책임감을 부여하는 느낌을 준다.

 

#8. M.O.N.E.Y.

시련과 고난 빈곤 또한 절대 예외는 아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부와 명예

또 얻었다면 유명세 과연 초심이 유지 될까 궁금해 여쭤봤어 편찮으신 분들께 돌아온 답은 답이 아냐

질문에 질문 던져야 돼 초심이 아닌 소신을 지켜 초심은 네 성공과 변화의 시점부터 달라지는 기준점

-> 일반적으로 을 뜻하는 단어 money에 오왼 본인이 새로운 뜻을 붙이면서 탄생한 트랙이다. 이 트랙에서 오왼이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초심인데 돈과 명예, 부와 같은 사치스러운 요소가 포함된다면 인간이 변하는 건 사실상 필연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확률이다. 본작은 아니지만 상술한 저스디스와 VMC가 나눴던 디스전 역시 결국 초심의 변절이 가장 큰 포인트였고, 이후 국힙에서 초심의 변화는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26의 오왼이 내놓은 초심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리스너에게 고민할 거리를 주는 좋은 가사로 탄생했다.

 

#9. 긍정

꿈이 높으면 천천히 올라가면 되고 현실이 계속 야속하면 포기하고

세속에 물 들기보다 열정을 확인해 계획만 하면 평생 개꿈이

행동으로 매일 옮겨지는 그 순간 반갑게 맞이해 변화의 시점 긍정 life

-> 앨범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후반부에서 쓸쓸하지만 찬란하게 빛날 시간의 청춘을 다루고 있는 트랙이다.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꿈이 없다라는 말이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대에 오왼은 긍정이라는 단어에 자신의 생각을 포함시킨다. 어떻게 보면 전 트랙인 초심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변화가 비록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기존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흐름에 따른 개선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 가사에서도 개꿈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긍정적으로 변화를 맞이하겠다는 오왼의 스탠스는 8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팬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10. 11 in morning

안 했어 거짓말 더군다나 계획만 쌓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다음 현실로 가져왔지

이건 아냐 바보상자 Stare thru the screen like it's not enuff

-> 해당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트랙이다. 제목에 쓰인 11 in morning은 하루 중에서 오전의 끝에 가까운 시간으로, 보통의 하루를 살아간다면 인간이 가장 말짱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많은 성과를 이룬 괄목상대에 닿았지만, 당시 미디어 출연으로 인한 예상 외의 급등에 혼란스러워하는 오왼의 모습이 가사에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왼은 자신이 ReasonsHip Hop에서 다뤘던 이상적인 가치를 앞으로도 고수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이는 본작 이후 나온 앨범들이 호평을 받으며 오왼이 내세웠던 서사와 앨범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E. 창대해진 디스코그래피의 미약하지만 선명한 색채의 시작

-> 20244월 기준, 오왼이 발매한 EP 단위 앨범의 개수는 10개가 넘어간다. 그가 대략 8년 전 쯤 국힙 씬에 처음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대략 1년에 1.5개에 가까운 앨범을 작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4개까지 연쇄적으로 발매된 [P.O.E.M.] 시리즈다. 본래 오왼은 [P.O.E.M.] 시리즈를 자신의 정규 앨범 시리즈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P.O.E.M.] 시리즈만이 갖는 가치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정규 시리즈에 포함을 시켰다. 그 중에서도 첫 시작점인 데뷔 앨범 [P.O.E.M.]은 현재의 오왼이 갖는 능수능란한 느낌은 덜하지만 대신 신인 특유의 풋풋함이 잘 묻어난다. 특히 가장 처음 미디어에 출연했던 2014<쇼미더머니 3> 이후에 대략 2년 간 무수히 많았던 습작 시도들의 정수를 모아서 발매한 앨범이 바로 본작 [P.O.E.M]이기에 지금도 많은 리스너들은 오왼의 디스코그래피에서 [P.O.E.M]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글쓴이 본인도 앞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빈지노의 앨범과 [P.O.E.M.] 시리즈를 즐겨듣는 만큼 다른 앨범들도 좋지만 오왼이 [P.O.E.M] 시리즈를 통해서 국힙에 발산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독특하고 높은 완성도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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