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세번 들었다.
들으면서 느낀 건, 음악이 명상적이라는 거다. 계속 들어서 줫같은 연주질에 익숙해지고서 보면은 그저 무질서한 방출이라는 리듬적인 것이 제일 크게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서 도리어 뭔가 집중하는 것이 이 앨범의 목적이 아닌 느낌이랄까. 그냥, 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걸 들으니 오히려 침착해진 것 같다.
이건 고도의 포크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기타도 현악기고, 이 앨범의 주체도 현악기니까 포크의 보컬 역할을 색소폰과 드럼이 한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이 뭔 미친 소리래 프리 재즈는 프리 재즈지.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선 라는 참 요상한 인물인 것 같다. 이 앨범을 듣다보니 떠오르는 것이, 연주되는 악기들 중에서 선 라가 연주하고 있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찾아보니까 선 라도 같이 현악기를 연주했다고 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원래 재즈 아티스트는 본인의 악기가 있고, 선 라는 일단 건반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 앨범에서 당최 건반악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선 라의 정체성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사실, 정체성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워낙 방대하기도 하고, 요상한 음악을 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이 앨범을 들을 때, 뭔가 소리가 이상하게 녹음되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드럼에 왜 저딴 소리가 나지? 하는 의문 말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무슨 화장실에서 녹음했는지 울리는 소리가 가미되어있다. 드럼소리만 나지 않고, 그게 울리면서 막 찢어지는 소리로 재조합되는 거다. 다른 현악기도 비슷한 게 적용되어 있다. 화장실은 아니고 교회 같은 장소인가? 음, 잘 모르겠다.
항상 앨범을 들을 때마다 의문인 것이, 중간 중간 들리는 정체 불명의 소리다. 드럼은 아니고, 현악기도 아닌 것이 뒤지게 노이즈를 만드는데 당최 모르겠다. 무슨 은박지 가지고와서 흠씬 두들겨팼나? 싶은 소리가 자꾸만 들린다. 설마 이것도 현악기이면은 나름대로 충격적일 것 같다.
여튼, 이상한 실들은 여전히 이상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뭔가 엄청 하드한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단색의 까만 분위기다. 거기에 위압감을 느낄 요소는 없으며, 오히려 아무런 아우라를 풍기지 않는다. 이상할정도로. 그게 소름 끼친다. 어쩌면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내면엔 이게 연주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커버에 하얀 것들 사람인 거 이제 알았네
아무튼 음악이 진짜 까만 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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