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4goIkI4fiWo
지향과 지구는 홍대 인근, 홍콩 디저트가 유명한 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구 : 안녕하세요? 지향 님, 혹시 프로듀싱도 하시나요?
지향 : 네! 관심 있어요. 정말 한 번 제 작업실에 놀러 오세요.
지구 : 저는 진짜 갑니다. 진짜로요?
지향 : 네 ㅎㅎ 꼭 놀러 오세요.
정말로 지구는 지향의 작업실을 찾았다. 가져간 데모 파일을 함께 들어본다.
지향 :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지구 : 이런 음악을 좋아해요.
둘은 음악을 들으며 흥이 오른다. 탬버린을 잡고, 함께 춤을 춘다. 빵댕이를 흔들고, 호! 하! 후잇! 추임새를 넣는다. 두 사람은 한참 탬버린을 치고 춤추며 논다.
지구 : 와, 너무 재밌다. 히히. 음악이 이렇게 즐거운 거였나요? 그걸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지난 앨범이 제 고통을 다룬 작업이어서 그랬는지, 발매 후엔 음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향 : 맞아요. 음악은 결국 즐겁고 재밌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지구, 생각에 잠긴다.
지구 : 우리 이번 앨범을 ‘빵댕이 흔드는 앨범’으로 만들어보면 어때요?
…
지구는 대학원 수업이 끝나면 기타를 들고 지향의 작업실로 향하곤 했다.
지향 : 그러니까, 이게 결국 조증 앨범인 거잖아요?
지구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조증, 여자력 MAX, 꿈, 사랑, 빵댕이, 술, 클럽, 춤… 그냥 마냥 신나는 거!
지향 :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봅시다!
지향은 우주선을 탄 조종사처럼 뚝딱뚝딱 무언가를 조작한다. 지구는 지향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 뽀글머리 멋쟁이 여자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모르겠지만, 그 종착점은 아무래도 음악과 사랑이 아주 많이 있는 천국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지구는 2023년 정규 1집 죽음의 케이크 파티를 발매한 후 휴식기를 가졌다. 화려한 선물 상자는 총 5곡이 수록된 EP 앨범으로, 2년만에 새로운 작업이다. 사실 이 곡들은 음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썼던 곡들이지만, 그동안 작은 상자 속에 넣어둔 채 꺼내지 않았다. 개인의 아픔과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시간이 먼저 필요했고, 이 곡들은 너무 신나고 즐거워 그 시기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죽음의 케이크 파티를 발매하고, 이후 작업 휴식기에 음악치료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인생 속에서 음악이 왜 나에게 치료적이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프로듀서 이지향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의 아우라에 매료되어 무작정 프로듀싱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작업 과정에서 이지구는 지향의 음악관, 작업 태도에 깊이 끌렸다. 음악을 치료적 수단으로만 바라보던 자신과 달리, 지향은 이미 그 과정을 지나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경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을 공부하며 이지구는 음악의 치료적 의미를 학문적으로 탐구했고, 그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세계관이 확장되었다.
이 혼돈의 시기에 완성된 앨범이 바로 화려한 선물상자다. 이 앨범을 발매하며 이지구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음악을 듣고 모두 빵댕이를 흔들어 주는 것이다. 그거면 됐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지 않아도, 멜론 탑 100에 들지 않아도 되니까 내 음악을 듣는 그 누구든(그가 나의 원수일지라도 불구하고 말이다.) 빵댕이를 씰룩 씰룩거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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