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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음악 편입생, 저스틴 비버는 깨달았다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1.03.22 22:22추천수 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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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투구 같은 앞머리와 짙은 틴 팝 감성을 까는 것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다. 다행히 10년은 뮤지션에게도, 리스너에게도 정신적인 성장을 마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이제는 대부분 그를 엄연한 한 명의 뮤지션으로 바라보고 있다.


(진즉 얻는 게 당연했을) ‘뮤지션’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지금의 시선이 정확히 저스틴 비버가 원했던 바 그대로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가 지난 몇 년 간 얻고자 했던 ‘장르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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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스틴 비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장르 뮤지션으로의 전향을 꾀해왔다. 시작은 2013년에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Journals]다. 전작 [Believe] 역시 이전보다는 더욱 알앤비의 요소를 끌어들인 앨범이긴 했지만, 겨우 1년 뒤에 완전히 틴 팝의 요소를 걷어내고자 한 그의 시도는 분명 과감했다. 잘 팔리는 팝 넘버의 부재는 레이블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방향성이었다. 그럼에도 저스틴 비버는 관계자들의 눈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Journals]를 완성했다.


실제로, [Journals]에는 알켈리(R. Kelly),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릴 웨인(Lil Wayne), 퓨처(Future)와 빅 션(Big Sean)이 참여하며 장르 음악을 향한 저스틴 비버의 러브콜에 응했다. 여기에 티마이너스(T-Minus), 다크차일드(Darkchild), 푸 베어(Poo Bear) 등의 힙합/알앤비 프로듀서들이 작곡에 참여하며 그의 ‘알앤비력’을 끌어올렸다. [Jounals]는 실제로 당시 알앤비 씬의 새로운 얼굴로 대두되던 위켄드(The Weeknd)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s://youtu.be/47YClVMlthI


[Jounals]에 담긴 저스틴 비버의 음악적 완성도를 향한 야망은 높게 살 만하지만,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미지근한 성과를 이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단, 그가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도약한 것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본격적인 계기인 2015년작 [Purpose]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Journals]에서 음악적 성장을 향한 야망을 드러낸 후, 저스틴 비버는 [Purpose]를 통해 팝과 EDM, 알앤비 사운드를 한데 어우르며 팝스타로서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음악적 결과물을 선보였다. [Journals]에 이어 마찬가지로 빅 션(Big Sean),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나스(Nas), 스크릴렉스(Skrillex) 등의 장르 뮤지션들을 대동하는 선택은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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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저스틴 비버는 흑인음악 씬에 본격적으로 애정을 표하며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을 시작했다. 힙합 뮤지션들 역시 그런 비버를 반갑게 맞이했다. 일례로, 트래비스 스캇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한 첫 스튜디오 앨범 [Rodeo]의 수록곡 “Maria I'm Drunk”에는 저스틴 비버가 영 떡(Young Thug)과 함께 등장한다. 이전부터 협업하며 친분을 쌓은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최고작 [Coloring Book]에서도 그는 “Juke Jam”의 후렴구를 담당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더했다.


2017년 발매된 DJ 칼리드(DJ Khaled)와의 싱글 “I'm the One”과 “No Brainer” 역시 지나칠 수 없다.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를 제외하면 DJ 칼리드는 그간 흑인음악 씬의 뮤지션들과만 협업해왔는데, 이례적으로 저스틴 비버를 초청하며 완성해낸 “I'm the One”은 DJ 칼리드에게 첫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안겨줬다. 동시에 저스틴 비버에게는 힙합 씬이 가장 사랑하는 팝스타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실히 굳힐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https://youtu.be/weeI1G46q0o


이렇게 장르 팬들의 저스틴 비버를 향한 팔짱이 풀어지던 와중, 그는 2020년 공개한 다섯 번째 앨범 [Changes]를 통해 장르 음악을 향한 편입의 의지를 가장 크게 드러냈다. [Purpose] 이후 알게 모르게 쌓여온 아티스트로서의 신뢰감, 헤일리 볼드윈(Hailey Baldwin)과의 결혼 후 성장한 인격 역시 설득력을 더했다. 실제로 [Changes]에는 오랜 협업자이자 알앤비 음악 프로듀싱에도 두각을 드러내는 프로듀서 푸 베어가 주조해낸 트렌디한 알앤비 사운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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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와 장르 팬들의 생각은 여전히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팝으로 여겼다. [Changes]가 발매된 지 약 3달 뒤, 본작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한 알앤비 뮤지션 켈라니(Kehlani)는 자신의 신보 [It Was Good Until It Wasn't]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하자 “정말 오랜만에 우리 장르 앨범이 1위를 달성했다, 우리 장르는 죽지 않았다”라며 큰 기쁨을 드러냈다. 이에 저스틴 비버는 댓글을 통해 불과 몇 달 전 1위를 달성한 [Changes]가 알앤비 앨범임을 피력했지만, 해당 발언은 그다지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알앤비버(R&Bieber)’라는 귀엽고도 간절한 새 별명은 여전히 저스틴 비버와 그의 팬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문구였다.


평단의 시선도 엇갈렸다. 평론 매체들은 대체적으로 [Changes]를 알앤비 앨범으로 간주하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저스틴 비버의 향상된 보컬 능력 이외에는 아쉬운 점만 짚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직까지는) 가장 권위적으로 여겨지는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는 아예 저스틴 비버의 [Changes]와 싱글들을 모조리 팝 부문 후보에만 집어넣었다. 이에 저스틴 비버는 “[Changes]가 알앤비가 아닌 팝 부문에만 오른 건 굉장히 낯선 느낌을 줬다”라며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https://youtu.be/9p2wMpVVtXg


장르 음악 씬으로의 편입은 실패한 듯했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유효할 뿐더러, 그는 최근 27년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까지 겪었다. 저스틴 비버는 지난 2020년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오전 8시에 일어나 작업에 집중한 뒤 오후 6시부터 모든 소통을 끊는 삶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빌보드(Billboard)와의 인터뷰에서 “더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라며 지금까지의 인생 중 가장 자유로워진 마음가짐을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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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지난 금요일 공개된 신보 [Justice]는 지금까지 중 가장 다채로운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동시에 장르 음악을 향한 사랑도 여전히 살아있다. [Justice]에는 빌보드 핫100 차트의 정상을 노리고자 뭉친 계획적인 피처링 게스트 대신, 각 장르의 차세대 뮤지션들만이 자리를 빛냈다. 얼터너티브 힙합의 미래로 주목받는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와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 현세대 알앤비 장르의 얼굴들인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와 기비온(GIVĒON),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뮤지션 버나 보이(Burna Boy)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주목을 받지 못한 힙합/댄스홀 뮤지션 빔(BEAM)이 피처링으로 한자리를 꿰찼다는 사실은 저스틴 비버가 온전히 음악적 완성도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편, 사운드는 장르 음악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던 전작에 비해 더욱더 다채롭다. 선공개곡 중 하나인 “Holy”에는 가스펠 음악의 영향이 묻어나며, 신스팝(“Hold On”), 드럼 앤 베이스(“Ghost”), 아프로비트(“Love You Different”, “Loved By You”) 등 수많은 장르의 영향을 받은 사운드가 [Justice]를 구성했다.


https://youtu.be/tQ0yjYUFKAE


[Justice]를 통해 우린 두 가지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저스틴 비버는 장르 뮤지션으로 인정받기 위한 욕심을 버렸다. 그리고 두 번째, 덕분에 그는 자유로워진 뒤 자신에게 더욱 어울리는 위치를 찾았다. 실제로 [Justice]는 [Changes]에 비해 더욱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 저스틴 비버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정 장르의 뮤지션으로 여겨지고자 하는 욕심은 아쉬움만을 남겼으나, 팝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쪽으로 튼 방향은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이다.


물론, 팝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는 수많은 뮤지션 사이에 저스틴 비버가 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Justice]는 다채로운 사운드와 별개로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어 보인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가사적 단점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졌다. 장르 음악에 편입하는 것이 아티스트가 되는 길이라 여겼던 저스틴 비버가, 그 부담감을 내려놓은 채 자신의 주 무대 안에서 더욱 큰 존재가 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CREDIT

Editor

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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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 3.22 22:49

    확실히 전작보단 좋다고 느꼈는데 여러번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갠적으로 비버 최애 앨범은 purpose라..

  • 3.23 03:46

    뜨또는 굳이 뭐로 안 나눠도 되는 뜨또 그자체지

  • 3.23 07:26
  • 3.23 18:01

    솔직히 시저 팬인데 이곡은 별로,,

  • 3.24 11:42
    @oldsinatra

    맞아요 오히려 비버는 첫소절부터 좋아서 놀랐네요

  • 3.23 20:46

    분석 좋네요.

    아직 부족하지만 뜨또가 이것저것 쑤셔보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그냥 곡만 받아먹는 팝스타에서 멈추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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