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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으로 돌아보는 2020 국외 힙합 A to Z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1.01.11 05:43추천수 5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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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2020년은 어땠는가? 올해 눈부신 성장을 이룬 릴 더크(Lil Durk)처럼 수면 위로 올랐을 수도 있고, 로디 리치(Roddy Ricch)처럼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루키로 자리매김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로직(Logic)처럼 기나긴 여정의 마무리와 함께 안식년을 만끽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새해는 다가왔고 지난 1년은 완전히 마무리된 과거가 되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한 해 동안 힙합 씬을 이끌어온 주역들을 A부터 Z까지, 한번 슬쩍 제멋대로 끼워 맞춰봤다. 이 글이 지난 2020년을 찬찬히 돌아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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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né


인생이란 운칠기삼(運七技三), 급격히 들어온 물에 팔팔한 기세로 노를 젓는다면 곡 하나를 띄울 수도 있다. 거기에 재능이 더해진다면 첫 앨범을 띄우는 데에도 성공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커리어를 야무지게 이어나가가는 것은 더욱 험난한 여정일 터.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아미네(Aminé)는 해냈다. 2017년 “Caroline”과 데뷔작 [Good for You]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아미네는 올해 두 번째 정규 앨범 [Limbo]와 함께 녹슬기는커녕 더욱 단단해진 음악성을 증명했다. 히트 싱글만을 뽑아내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아미네. 그 결정 덕분에 [Limbo] 이후로도 때깔 좋게 흘러갈 그의 커리어를 기대하는 건 당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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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x (Roddy Ricch)


역사적인 발견은 우연에 의해 탄생한다던가. 본래 싱글 컷으로 고려되지도 않았던 로디 리치의 데뷔 스튜디오 앨범 수록곡 “The Box”는 갑자기 퍼진 밈과 함께 그를 2020년 상반기의 왕위에 오르게 만들었으며, 웨스트 코스트 힙합 씬을 넘어 그를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시켰다. 멀리서 보면 기막힌 추임새와 함께 일찍이 히트곡을 거머쥔 신흥 강자, 가까이서 보면 닙시 허슬(Nipsey Hussle)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은 서부의 젊은 미래로 활약하게 될 그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출발점이 주어진 것. 다행히 그간 비춰온 뮤지션으로서의 자세와 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면, 앞으로도 쉽사리 실망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 추임새’ 말고도, 로디 리치라는 뮤지션의 진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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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di B


확실히 난 사람은 난 사람이다. 올해도 이어진 수많은 뮤지션의 다작 행렬을 귀엽게 여기기라도 하는 듯, 카디 비(Cardi B)는 “WAP”이라는 트랙 한 곡만으로도 씬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힙합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입을 모아 그 촉촉함을 떼창하는 광경을 목격한 입장으로서는, 이 무시무시한 트랙을 2020년을 대표할 곡으로 뽑지 않을 수가 없다. 곡의 가치, 실질적인 완성도 등의 부가적인 요소는 어차피 역사가 평가하게 될 일이다. “WAP”은 쉽사리 뱉기 어려운 그 단어를 남녀노소 따라 외치게 만들었으며, 각박해지기만 하고 있는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느낌표를 선사했다. 오프셋(Offset)과의 사랑과 전쟁으로 네티즌에게 들들 볶여도, 어그로꾼(?)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어도 굳세어라 카디 비. 그 촉촉한 아랫도리는 당신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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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roit 2 (Big Sean)


모두가 자가 격리로 인해 고립되기 이전부터 스스로를 격리 시켜왔던 빅 션(Big Sean)에게, 2020년은 오히려 자신을 해방할 수 있었던 해였던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일로만 느껴지던 음악 작업에는 먼 길을 돌아 다시 애틋함이 차오르게 되었고, 그 결과물은 [Detroit 2]라는 제목과 함께 장르 팬들을 찾아왔다. 자아 성찰의 성과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노랫말, 디트로이트 향우회 멤버들을 챙기며 드러낸 도시를 향한 사랑,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까지. 2020년의 빅 션은 모든 부분에서 과거의 빅 션보다 한 발짝 앞서는 데 성공했다. 2012년작 [Detroit] 이후 8년 동안 거친 성장이 [Detroit 2]라는 꽉 찬 열매로 돌아온 만큼, 이어질 또 다른 8년의 커리어에는 더욱 큰 기대감을 실어봐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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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우리 모두가 간과하곤 하는 사실은, 에미넴(Eminem)은 2000년대 이전부터 혀를 튕겨온 터줏대감 래퍼라는 것이다. 강산이 두 번도 더 바뀐 시간 동안 에미넴의 라임 창고가 동났다고 해도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닐 터. 하지만 그는 올해 초 깜짝 공개한 정규 앨범 [Music To Be Murdered By], 그리고 해가 넘어가기 전 공개한 [Music To Be Murdered By - Side B]와 함께 후배 래퍼들의 어깨가 축 처지게 하는 랩 실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돈 톨리버(Don Toliver), 앤더슨 팩(Anderson .Paak), 타이 달라 싸인(Ty Dolla $ign) 등 현세대를 이끌고 있는 뮤지션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역시 노장의 투혼을 알아챌 수 있던 부분. 에미넴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힙합 씬의 현재진행형인 아이콘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다는 말은 이전보다 더더욱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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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세상이 불공평하게 여겨지는 이 이기적인 재능,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지 않았다면 괜히 섭섭할 뻔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단 한 해도 프로젝트 발매를 쉬지 않았던 퓨처(Future)는 10년 차 허슬에 접어든 2020년 쉬어가기는커녕, 되려 신보 [High Off Life]의 리드 싱글 “Life Is Good”으로 역대 최고의 상업적 성과를 기록했다. 한편, 옥타비안(Octavian), 헤디 원(Headie One) 등 영국의 랩 씬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과의 협업을 통해 바다 너머로 밟을 넓히는 데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와의 합작 앨범까지, 그야말로 퓨처에게는 꽉 찬 한 해가 아니었을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와의 전쟁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차트에 다시 오를 게 확실한 “Mask Off”라는 싱글의 존재까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그야말로 모든 성공의 기운이 여전히 퓨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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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selda Records


차트 밖의 힙합 씬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이라면, 올해를 주름잡은 해외 힙합 레이블을 꼽으라 할 때 그리셀다 레코즈(Griseld Records)의 이름을 뱉을 확률이 너무나도 크다. 먼 옛날의 ‘도원결의 트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과 베니 더 부처(Benny Butcher)는 마치 경합을 벌이듯 극강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앨범들을 앞다투어 쏟아냈고, 올해 레이블에 합류한 아르마니 시저(Armani Caesar)와 볼디 제임스(Boldy James) 역시 질세라 각자의 출사표와도 같은 앨범을 내던졌다. 이렇게 발매된 2020년의 모든 작품이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현실이 놀랄 노 자지만, 더욱더 놀라운 점은 2020년이 그리셀다의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를 시작하는 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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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ton (Don Toliver & Megan Thee Stallion)


2020년은 휴스턴 출신의 두 젊은 뮤지션이 눈부신 성과를 일궈낸 해이기도 하다. 2019년 말 공개된 캑터스 잭 레코즈(Cactus Jack Records)의 컴필레이션 [JACKBOYS]에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냈던 돈 톨리버(Don Toliver)는 2020년 데뷔 앨범 [Heaven Or Hell]과 함께 상승세를 잇는 데 성공했고, “Lemonade”의 성공으로 완벽하게 트래비스 스캇의 그늘을 벗어났다.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2020년 가장 막강한 싱글들이었던 “WAP”과 “Savage”의 상업적 성과, EP [Suga]와 데뷔 앨범 [Good News]의 호평까지.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카디 비 이후로 가장 성공한 여성 래퍼의 자리는 뒤로 봐도, 거꾸로 봐도 그녀의 차지일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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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 Money Records


새 시대를 대표하는 두 명의 프로듀서, 타즈 테일러(Taz Taylor)와 닉 미라(Nick Mira)가 2016년 설립한 레이블 인터넷 머니 레코즈(Internet Money Records)는 2020년 유쾌한 반란을 시작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레이블의 이름을 내세우며, 그간 정을 쌓아온 뮤지션들과 함께 빚어낸 첫 정규 앨범 [B4 the Storm]이 힙합 씬에서 마땅한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 24k골든(24kGoldn), 이안 디올(iann dior), 트리피 레드(Trippie Redd) 등 현 힙합 씬의 대표 주자부터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 더홀리데이(TheHxliday), 타이폰테인(TyFontaine) 등 바통을 넘겨받을 신입생들까지 한데 모인 [B4 the Storm]은, 과장 조금 보태 말하자면 2020년의 힙합 음악의 모양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기념비적인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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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ice WRLD


2019년 말 급작스럽게 알려진 주스 월드(Juice WRLD)의 부고 소식은 많은 힙합 팬들, 특히 이모 랩 마니아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2017년 릴 핍(Lil Peep), 2018년 텐타시온(XXXTENTACION)의 죽음 이후 이모 랩 씬의 새로운 기둥으로 지지를 얻던 그였기에 더욱더 씁쓸한 소식이었다. 2020년 공개된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자 첫 사후 앨범인 [Legends Never Die]는 이런 청중의 그리움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첫 주 약 33만 장이라는 압도적인 판매량과 함께 차트를 지배했다. 전작인 [Death Race for Love] 역시 한 해 동안 백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주스 월드는 역사상 유일하게 한 해 동안 백만 장을 판매한 두 장의 앨범을 보유한 뮤지션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대중과 동료 래퍼들, 음악 산업 관계자들까지 모두가 사랑했던 젊은 전설은 세상을 떠났지만, 셀 수 없는 미공개 곡이 아직도 쌓여있는 만큼 그의 흔적은 꽤 오랫동안 남아 우리를 다독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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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 Cudi


키드 커디(Kid Cudi)가 일궈낸 얼터너티브 힙합의 씨앗이 약 10년간 뿌리를 뻗은 뒤, 그는 수많은 현세대 래퍼의 음악적 아버지로서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2020년은 그런 후배들의 선배 사랑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한 해다. 큰아들 격인 트래비스 스캇은 "THE SCOTTS"로 존경심을 드러내며 키드 커디에게 첫 차트 1위 곡을 안겨 줬고,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역시 "Kid Cudi"(혹은 "Pissy Pamper")로 알려진 미공개 곡으로 그를 언급하더니 [Whole Lotta Red]에 그를 직접 참여시키기까지 했다. 이런 후배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키드 커디는 ‘Man on the Moon’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신보 [Man on the Moon III: The Chosen]을 기습적으로 공개하며 역조공(?)을 선사하며 2020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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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Baby


드레이크의 지지와 함께 “Yes Indeed”라는 중독적인 트랙으로 수면 위에 올랐던 릴 베이비(Lil Baby)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만 해도 흔한 ‘릴가 놈’ 중 하나일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했지만, 2020년 그가 이뤄낸 성과를 보고도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은 이가 과연 있었을까. 릴 베이비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My Turn]은 무려 5주 동안 빌보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한,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한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싱글 “The Bigger Picture”는 2021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에 오르며 비평가들의 사랑까지 확보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장이 단 2년 만에 이루어졌다는 것. 앞으로도 이어질 상향 곡선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릴 베이비라는 주식에 올인을 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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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Miller


2018년 맥 밀러(Mac Miller)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년 뒤, 마지막으로 그의 손길이 거쳐진 프로젝트는 [Circles]라는 제목의 앨범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생전 맥 밀러와의 작업을 통해 그의 내면을 누구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던 존 브리온(Jon Brion)은 힙합, 인디 포크, 신스팝 등의 다양한 재료로 따스한 기운을 빚어냈고, 마치 자신의 죽음을 그려보기라도 한 듯 쓰인 맥 밀러의 노랫말은 그 위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여기에 상업적인 성과를 부풀리려는 듯한 레이블의 압박, 인지도를 노리는 후배 뮤지션이 참여하는 등의 부자연스러움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평론가와 장르 팬들은 [Circles]를 두고 맥 밀러의 최고작이라 평하기도 했으며, [Circles]는 사후 앨범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완성도와 순수함을 담은 채 맥 밀러의 여정에 굵직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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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ressure (Logic)


돌아보면, 로직은 힙합 씬 안에서 가장 친근한 분위기를 내뿜는 래퍼 중 하나였다. 그는 입지를 다져갈수록 어깨를 으쓱대기보다 자신의 들뜬 마음을 억누르기에 바빴고, 향락적인 랩 스타의 삶을 살기보다 우리에게도 다가올 법한 보편적인 형태의 행복을 찾아 나갔다. 그런 그가 2020년 알린 은퇴 소식에 유난히 마음이 움직였던 건 어찌 보면 당연했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깎이기만 하던 음악적 평가, “1-800-273-8255”의 상업 성공 이후 되려 애매해진 씬에서의 포지션 등에도 묵묵하게 버텨온 로직. 그는 박수가 멈추기 전 은퇴작 [No Pressure]로 씬에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고, 털어낸 부담감과 함께 앨범 안에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래퍼로서의 삶을 자서전처럼 기록했다. 누가 뭐래도, 이제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전업 스트리머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로직에겐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들려줄 젊은 날의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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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O Sound


2020년은 OVO 사운드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해이기도 했다. 드레이크(Drake)는 “Toosie Slide”, 믹스테입 [Dark Lane Demo Tapes]와 함께 여전히 무뎌지지 않은 음악적 감각을 자랑했고,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와 로이 우즈(Roy Woods)는 각각 3년, 4년 만의 프로젝트 [PARTYMOBILE], [Dem Times]로 오랜만에 장르 팬들을 찾았다. 레이블의 새 멤버 팝칸(Popcaan)은 오랜 커리어 안에서도 특히 기억될 만한 신보 [Fixtape]를 발표했고, 디비전(dvsn)은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A Muse in Her Feelings]와 함께 마침내 커버 아트에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금 더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드레이크의 진두지휘와 함께 형태를 잡아온 OVO사운드는 당연하게도 북미 알앤비 씬을 대표하는 레이블 중 하나가 되었고, 드레이크의 신보를 시작으로 내년에도 쉬지 않고 영향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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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moke


트래비스 스캇, 50센트(50 Cent) 등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인지도를 쌓던 팝 스모크는 2020년 초 강도로 인한 죽음을 맞이했고, 이후 뒤늦게 터진 대중의 본격적인 관심과 함께 데뷔 앨범이자 첫 사후 앨범 [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은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팝 스모크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던 드릴(Drill) 사운드는 그런 팝 스모크의 죽음과 함께 소개된 뒤 본격적으로 힙합 씬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한 래퍼의 안타까운 죽음은 언제나 그 해의 힙합 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팝 스모크(Pop Smoke)의 부고 소식은 다른 누구보다도 특별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고유의 멋과 대중성을 동시에 키워가던 그가 새 시대의 50센트와도 같은 역사를 만들어갈 수 없게 된 건 슬프지만, 그의 죽음이 만들어낸 씬의 새로운 흐름과 후계자를 자처하는 신예들의 탄생은 분명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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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s (50 Cent, Nas, Nicki Minaj, Action Bronson 등)


퀸스 출신의 래퍼들 역시 각자의 커리어에서 큰 의미를 만들어낸 2020년을 보냈다. 50센트는 당연하게도(?) 특별한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2003년 싱글 “Many Men”이 팝 스모크나 21 새비지(21 Savage) 등에 의해 샘플링되며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곡 중 하나로 치켜세워졌다. 현재진행형의 전설 나스(Nas)는 열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King’s Disease]을 발표하며 본연의 랩 스타일과 현세대 트렌드의 융합을 꾀했다. 이러한 시도는 응당한 인정과 함께 그를 2021년 그래미상 후보에 올려놓기도 했다. 니키 미나즈(Nicki Minaj)는 행복한 신혼 생활 중에도 후배 래퍼들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도자 캣(Doja Cat)과 함께한 “Say So”, 식스나인(6ix9ine)과 함께한 “TROLLZ”로 커리어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달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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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he Jewels


약 4년 만에 공개된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의 2020년 새 앨범 [RTJ4]는 전작들과 너무나도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이보다 더 나아질 수도, 더 나빠질 리도 없었다는 것. 런 더 주얼스는 여느 때처럼 새 앨범과 함께 평단을 열광하게 했고, 늘 그래왔듯 골수 힙합 팬들로부터 무수한 악수의 요청을 받았다. 여기서 몇 가지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앨범 안에 본격적으로 담긴 사회적 메시지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흑인 인권 운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 그래서일까? [RTJ4]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0위로 데뷔하며 그들의 첫 탑10 진입 앨범이 되었다. 자가 복제와 거리가 먼 창작력을 발휘하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정확하게 꼬집고, 무결점에 가까운 랩 실력을 뽐내는 일을 네 차례나 해낸 그들이 이제는 슬슬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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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GE MODE II (21 Savage & Metro Boomin)


지난 2018년 21 새비지는 [i am > i was]와 함께 괄목할 만한 음악적 성장을 이루어냈고, 2019년 숨겨 왔던 영국 국적이 밝혀지면서 캐릭터성의 성장까지 이루어냈던 바 있다. 2020년 발표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과의 두 번째 합작 앨범 [SAVAGE MODE II]는 그런 21 새비지의 최상의 폼을 다시 한번 갱신한 앨범이었다. 메트로 부민은 고전 소울부터 80년대 올드스쿨 힙합까지 다양한 샘플을 활용, 묵직하고도 트렌디의 정점에 선 갱스터 랩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 위에서 21 새비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섭고 생생한 묘사를 더하며 자신의 무자비함을 뽐냈고, 그렇게 명품 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의 감초 같은 내레이션과 함께 한 편의 누아르 영화가 탄생했다. 유난히 두 뮤지션의 콤비 플레이가 두드러졌던 2020년이지만, 역사와 함께해온 21 새비지와 메트로 부민의 조합은 당연하다는 듯 가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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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y Lanez


좋든 싫든, 2020년은 토리 레인즈(Tory Lanez)에게 절대 잊히지 않을 해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2019년 말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Chixtape 5]로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그는 분명 기분 좋은 내년을 꿈꿀 수 있었다. 또, 실제로 좋은 한 해가 진행되고 있었다. 2020년 상반기 발표한 믹스테입 [The New Torronto 3]는 다시 한번 앨범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자가 격리 속 진행된 방송 ‘쿼런틴 라이브’ 역시 북미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8월 이후 벌어진 메건 더 스탤리언과의 진실 공방이 문제였다. 여전히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줄 순 없지만, 때마침 자신이 세운 레이블로 독립한 토리 레인즈의 신보 [Daystar], [Loner]는 차례로 커리어 최저의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 아마 2021년은 지난 한 해의 하락세를 회복하고자 하는 절실한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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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zi Vert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의 팬들은 2020년을 넘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떡밥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기다리게 한 [Eternal Atake]가 실제로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 뒤 디럭스 앨범인 [Lil Uzi Vert vs. The World 2]가 연달아 발매되었으니 이는 충분히 ‘행복사’의 원인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솟았던 기대감이 만족감을 깎아내린 보통의 경우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Eternal Atake]는 각종 평단의 극찬을 수집했고, 결국 수많은 매거진의 연말 결산 리스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도 호각을 다퉜다. 하반기 퓨처와 뭉치며 다시 한번 발표한 합작 앨범 [Pluto x Baby Pluto]는 서비스. 리한나(Rihanna)와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오붓한 시간이 자꾸만 포착되었던 해였기에 릴 우지 버트에게는 뒷맛이 씁쓸한 해였을 수도 있지만, 그의 팬들에게 2020년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에 남을 행복한 한 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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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oice (Lil Durk)


릴 더크(Lil Durk)에게 2020년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해였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발매된 그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Just Cause Y'all Waited 2]는 커리어 최초로 RIAA 골드(50만 장 판매) 인증을 획득했고, 이러한 판매량과 동시에 대중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때마침 공개된 드레이크(Drake)와의 합작 싱글 “Laugh Now Cry Later”의 거대한 성공까지. 마지막까지 웃음 지으며 마무리될 수 있던 2020년이었지만, 11월 초 전해진 동료 킹 본(King Von)의 죽음이 그를 좌절시키고 말았다. 이후 그는 준비 중이던 새 정규 앨범 [The Voice]를 떠난 킹 본을 위해 바치는 앨범으로 재구성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팬들과 킹 본을 위해 공개하며 희비가 교차하는 한 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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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le Lotta Red (Playboi Carti)


릴 우지 버트의 [Eternal Atake] 다음으로 힙합 팬들의 애간장을 녹인 앨범, 플레이보이 카티의 [Whole Lotta Red] 역시 같은 2020년에 공개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머리를 빨간색으로 물들일 즈음부터 팬들의 얼굴까지 빨갛게 만드는 데 도가 터버린 그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 버금가는 밀당(?)을 시전했고, 2020년의 마지막 주 금요일인 크리스마스에 결국 24곡이라는 든든한 분량으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Whole Lotta Red]에 대한 팬들과 평단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Whole Lotta Red]는 다른 트랩 래퍼들의 재능과도, 심지어 플레이보이 카티의 예전 모습과도 비교를 불허하는 작품이라는 것. 플레이보이 카티는 본작과 함께 흔하게 소비되다 잊힐 트래퍼가 아니라는 주장을 자명한 중론에서 당연한 사실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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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L Freshman 2020


오랜만에 대부분을 만족시켰던 2019 XXL 프레시맨 클래스에 이어, 2020년의 XXL 프레시맨 클래스 멤버들 역시 많은 힙합 팬의 지지를 받으며 씬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잭 할로우(Jack Harlow)와 24k골든은 각각 “WHATS POPPIN”과 “Mood”로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을 지배하며 올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신예가 되었다. 폴로 지(Polo G)와 릴 티제이(Lil Tjay) 역시 2019년부터 이어진 상승세를 그대로 이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실감했고, 파이비오 포린(Fivio Foreign), NLE 차파(NLE Choppa), 물라토(Mulatto), 릴 키드(Lil Keed) 등의 다른 래퍼들 역시 각자의 프로젝트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두며 씬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2019 XXL 프레시맨 클래스가 2020년 엄청난 활약을 거둔 것처럼, 2020년의 멤버들 역시 2021년에 써 내릴 더욱 대단한 역사를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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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L Records


YSL 레코즈(YSL Records) 멤버들의 대표적인 추임새 중 하나인 슬랫(Slatt)은 ‘유행 예감 유행어’에서 국내 방송 <쇼미더머니9>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널리 퍼졌다. 그만큼 2020년은 YSL 레코즈 소속 래퍼들과 친구들이 큰 활약을 펼친 해이기도 하다. 거너(Gunna)는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WUNNA]를 통해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찍었고, 릴 키드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2019년 [So Much Fun]과 함께 바쁜 한 해를 보냈던 영 떡(Young Thug)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함께한 합작 믹스테입 [Slime & B]를 발매, 하루 만에 자신의 파트를 녹음했다는 ‘기인열전’스러운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YSL 레코즈의 인하우스 프로듀서인 위지 역시 [My Turn], [Eternal Atake], [WUNNA], [Whole Lotta Red], [Emergency Tsunami] 등의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물오른 프로듀싱 능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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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ytoven & Gucci Mane


2000년대 초부터 트랩질(?)을 멈추지 않았던 두 트랩 장인, 제이토벤(Zaytoven)과 구찌 메인(Gucci Mane)은 2020년에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단, 예년과는 달리 후배들의 양성에 집중했다는 것이 특히 주목할 점. 제이토벤은 세 명의 젊은 ‘릴가 놈들’ 릴 키드(Lil Keed), 릴 갓잇(Lil Gotit), 릴 야티(Lil Yachty)와 함께 합작 믹스테입 [A-Team]을 발표했으며, 구찌 메인은 자신의 레이블 1017 레코즈(1017 Records)를 본격적으로 부흥시키고자 레이블 멤버들과 함께 두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 [Gucci Mane Presents: So Icy Summer], [So Icy Gang, Vol. 1]을 발표했다. 구찌 메인은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 중 하나인 버저즈(Verzuz)에서 지지(Jeezy)와 함께 등장하며 18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실시간 시청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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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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