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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와 김심야, 닮은 듯 다른 둘

넙죽이49분 전조회 수 170추천수 2댓글 1

<저스디스와 김심야, 닮은 듯 다른 둘>

저스디스와 김심야. 한국 힙합 90년대생 중 최고의 아웃풋을 낸 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 둘을 “컨셔스한”, “시스템에 분노하는”, “미디어와 거대 자본에 잠식된 씬에 저항하는” 래퍼로 묶어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둘의 오랜 팬으로서 필자가 생각해 온 이유들을 간단히 적어보며, 이들의 행보를 한번 이해해보고자 한다.

먼저 밝히자면, 필자는 2018년부터 저스디스와 김심야를 좋아해 왔고,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차이의 기원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는지 사회로 향하는지, 앨범 속 핵심 감정은 무엇인지 등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왔지만, 그들 전체를 설명할 만한 ‘행동원리’, 말하자면 물리학의 대통합이론 같은 명쾌한 기반이론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릿(LIT)’ 사태를 보며 그 차이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됐다.


1. 행동원리

저스디스와 김심야의 공통점을 하나만 꼽자면, ‘쇼미더머니’로 상징되는 매스미디어 구조가 래퍼의 수익을 결정하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다.
하지만 그 분노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저스디스의 분노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난 음악을 X나 잘하는데 왜 X나 돈을 못 벌지?”
그의 넘치는 랩 실력에 대한 자신감, 작업물에 대한 자신감, 자신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자신감이 분노의 연료다.
내가 이렇게 잘하는데 왜 세상은 몰라 주지?’ 실력과 보상의 불일치가 그에게 씬 전체에 대한 분노를 일으켰다.

반면 김심야의 분노는 정반대에서 출발한다.
저 새ㄲ들은 음악 X도 못하는데 왜 나보다 잘 벌지?”
그는 ‘간지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고, 자기검열을 끝없이 반복하는 타입이다. 명반을 만들어 왔지만, 자신의 퀄리티에 반드시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그의 시선에서 한국 힙합을 바라보면 상황은 이렇게 보인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꽤 괜찮은’ 자신의 앨범보다, ‘끔찍할 정도로 멋이 없는’ 누군가의 음악이 시스템 덕에 떼돈을 번다.
최고의 래퍼가 돈을 버는 게 아니었나?’
자기검열 끝에 도달한 허무함과 허탈함이 그로 하여금 시스템에 분노하게 만든다.


2. 행동의 발현

이 행동원리의 차이는 두 사람에게 때로는 정반대의 의미로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고,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1) 앨범 제작 과정

저스디스는 넘쳐흐르는 ego와 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누구보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 결과가 바로 창자까지 드러내는 앨범이다. 『2MH1K』처럼 동국대 간 누나와 고아원 원장인 어머니에게 패드립을 날릴 정도의 뒤틀린 자아를 앨범에 통째로 쏟아부어 힙합씬에 충격을 던졌다.

반면 김심야는 끝없는 자기검열과 의심 때문에 ‘자신을 숨기려 한다.’
그래서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가사, 꼬아쓴 표현을 사용하고,
‘내기 싫었던 앨범’, ‘대중성을 노린 앨범’, ‘급하게 만들고 드랍한 앨범’ 같은 방어기제를 늘 달고 다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대충 쓴, 그래서 가장 자신을 숨기지 못했던 앨범인 Moonshine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말:
“저스디스도 가사 꼬아서 쓰는데? 힙알못이네?”
물론, 저스디스도 난해한 가사를 즐겨 쓴다. 이번 ‘LIT’에서는 암호화된 가사를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동기는 완전히 다르다.

  • 김심야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 저스디스는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기 위해

가사를 꼰다.

전자를 ‘완벽 범죄를 꿈꾸는 범죄자’ 혹은 '비밀일기장에 말못할 이야기를 암호화해 적는 초등학생'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범죄예고장을 뿌리는 괴도키드’ 혹은 '시험문제를 만드는 선생님' 정도라 보면 된다.

(2) 이후의 행보

두 사람의 차이는 이후 선택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김심야에게 ‘자신이 돈을 못 벌고 쇼미 출신 구린 래퍼가 돈 버는 상황’은 배 아프지만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일이다.
나도 간지깨저는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쇼미더머니 나간다고 다 바를 수 있나? 내가 쇼미더머니 나간다고 차트를 올릴 수 있나?

결국 그는 체념을 택한다.

반면 저스디스에게 ‘돈을 못 벌고 있다’는 건 이해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제일 랩 잘하는데? 내가 제일 쩌는 앨범을 냈는데 왜 돈을 못 벌어?’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들이 다 ㅈ밥으로 보이고, 자신이 나가면 다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노바뱀을 선택한다.


3. 앨범 속 감정선

이 차이는 앨범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김심야는 앨범에서 뜨지 못하는 자신과 이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다.

아버지에게 벤틀리를 사주지 못하는 자신(18거 1517)에 부끄러워 하기도

 

별것도 아닌 랩음악으로 돈을 벌려하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모두의 표현이 자유인데/난 내 표현에 가격표를 달아”, “난 곡 하나 터지면 그걸로 평생 먹고 사는 줄 알았거든”; Moonshine)

 

자신의 음악을 탓하기도,

(“좆같은 한국은 내 음악을 싫어해/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좀 들여다보면 사실 또 알지/내 지루한 음악이 해답이니까”; 간주곡)

 

자신의 비난 대상에 은근슬쩍 자신을 끼우기도 한다

(“아님 나처럼 다 아는 척 써 제끼는 년?”; 다했어).

 

반면 저스디스는 강력한 자신감을 어필하며,

(“헉피형과 한국대표”, “난 대장 급만 모셔/내가 대장이기 때문임”; Sell the Soul)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표출하길 원한다

(“거기 서있는 소년에게 묻지/지금 니 마음 속 뭐가 있는지/분출, 그게 나의 대답”; 아뜰리에)

 

또한, 그는 언제나 교조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며(Home Home),

 

보이는 것(미디아)만 쫒는 리스너와 힙합씬이 자신이 들고 있는 정답지를 하루 빨리 알아맞히기를 원한다

(“I’m that guy 허나 얘넨 몰라 내 속을”, “달에 한번, 리쥬란 맞는/…/걔 행사에 가면 내가 부를 rhyme들”; THISISJUSTHIS Pt.III).

그가 사랑을 외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우월한 내가 너희를 위해 참아준다”일 것이다.


결론

저스디스와 김심야는 모두 한국 힙합 시스템에 분노했지만, 그 분노의 방향성과 출발점은 완전히 달랐다. 저스디스는 ‘나의 우월함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스템’에, 김심야는 ‘나보다 못하는 음악이 더 큰 보상을 받는 현실’에 분노했다. 이는 그들의 분노가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간지에 대한 높은 기준'이라는 별개의 이유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스디스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더 크게 외쳤고, 김심야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었다. 둘의 길은 결국 같은 지점(시스템 비판)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결핍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원리는 이들을 정반대의 행보로 이끌었다. 

한줄정리: 릿, 레이튼도 후반부로 가면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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