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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샵 [toast recipe] 리뷰

title: VULTURES 1loding2시간 전조회 수 115추천수 2댓글 0

본 글은 한국힙합 유저매거진 Haus Of Matters #30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이 글 외에도 여러 다양한 소개/리뷰글이 많으니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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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샵 (Flatshop) [toast recipe]

1. CANDYLAND

2. 뻐큐버튼

3. 추적1분

4. 비밀기지 (Safelock)

5. 내게로 와 (THE COMEONSONG)

6. Wake Up Call

7. FANTASY

8. 별풍선

9. OPTIMIST PRIME

10. Buckshot

11. GUYDANCE

12. BOYTHINGS

13. 돈마미 / nothing really happened

 


https://www.youtube.com/watch?v=XZSFxih9uGM

https://www.youtube.com/watch?v=jEXpAACiTuk

살아가는 데 쉬운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기대를 엿먹이려는건지, 세상은 항상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회 속 인간관계는 언제나 복잡하고, 우린 이 속에서 온갖 억까를 겪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때로는 사소한 일에 남몰래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속 솔직함을 숨겨야만 할 때도 생긴다. 

이럴 때일수록 위로받고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군가 내 약한 모습을 받아주고 등을 토닥여준다면 마음의 치유가 될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들한테 속내를 털어놓으려 하는 건 괜스레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혹은 민망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처 방안으로 음악을 택한다.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가사는 사람들을 특정 감정에 동요시키기도, 혹은 나 자신을 대변한다는 생각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괜히 ‘음악으로 위로받는다’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그리고 여기, 음악으로 당신의 사소한 고민을 신나게 풀어줄 4명의 남자가 있다.

그 정체는 바로 플랫샵. 래퍼 쿤디판다, 보컬/기타리스트 담예, 프로듀서 비앙, 베이시스트 누기로 구성된 밴드이다. 쿤디판다의 “낙찰 전 / 용기의 합창단”이란 곡을 통해 처음 뭉치게 된 이들은 얼마 안 가 밴드 결성을 하기에 이른다. 멤버 각자의 색깔이 가지각색으로 뚜렷했기에 밴드의 음악적 색깔이 예상이 안 간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공개된 데뷔 앨범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에는 유머러스함이 가득하였다. 작품 내내 푸는 짝사랑 이야기에 각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서 보여주었던 진중함은 온데간데없고, 소심하고 찌질한 모습이 돋보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이 되려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작품은 마치 친한 친구들이 서로 푸는 썰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후 “Yoyohere”를 기점으로 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 오랫동안 공백기가 이어졌다. 그 대신 우리는 그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여러 공연장에서 이름을 자주 올리기도 하였으며, 나아가 자신들의 친한 동료들과 함께하는 비정기 공연 브랜드 <FRIENDSHOP>를 기획해 총 5번의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친구, 가벼운 관계인 듯하면서도 그 안에는 의지할 수 있는 끈끈함이 담겨있는 존재. 플랫샵이 활동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표방하고 있는 정체성이다. 데뷔작부터 드러내는 대중지향적 사운드와 가볍지만 인간적인 내용은 밴드가 리스너인 당신을 향해 드러내는 친밀감이다. 그리고 이들의 첫 정규 앨범 [toast recipe]는 여기서 나아가 당신을 술자리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마음속에 묻어둔 잡념들을 풀어주려 한다. 와인 한 병과 안주용 토스트와 함께 말이다.

원하는대로 다 줄게 음음음

내 손을 잡아 I’ll be your everything

너만을 위한 이 parade 음음음

어서 와 여기는 Candyland

(CANDYLAND 中)

‘건배하는 방법’과 ‘토스트를 만드는 방법’. 쉽고 간단한 행위들을 일컫는 중의적인 제목처럼, [toast recipe]는 사소하지만 그만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플랫샵은 이러한 고민을 함께 공감해 주고 가볍게 털어내 준다. 인트로 “CANDYLAND” 역시 환상의 공간에서 현실로 장면이 바뀌는 듯한 인상적인 변주와 함께,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무드를 제대로 드러낸다.

이후로는 이 사소한 위로를 구체적으로 건넨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마음 속 불평불만을 누르는 것에 지쳤다면, 이들은 같이 화내주고 분노를 맘 놓고 뱉을 수 있을 “뻐큐버튼”을 대신 눌러준다. 원치 않게 싸움하게 될 위기 역시 “Buckshot”으로 함께 맞서준다. 당신이 사랑이란 감정 때문에 힘들어해도 괜찮다. 짝사랑에서 우러나오는 호기심은 “추적1분”으로 공감해 줄 거고, 슬픈 이별은 “FANATASY”를 통해 위로해 줄 것이다.

불만 가득한 삶인 너에게

잠깐 쉴 겸 내게로 와

홧김에 일을 망쳐버렸을 때는

잠깐 쉴 겸 내게로 와

(내게로 와 (THE COMEONSONG) 中)

이렇듯 플랫샵은 어떤 상황이든 당신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냥 모든 것에 지쳤다면 “내게로 와 (THE COMEONSONG)”으로 따스한 포옹으로 휴식을 권유할 테다. 물론 과한 휴식은 독이 될 테니 “Wake Up Call”로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친구로서의 잔소리도 해줄 거다. 하지만 그 안에는 넌 할 수 있다는 용기의 메시지도 곁들이니, 이 얼마나 따스한 위로인가? 

위로를 해본 입장이면 느껴본 적 있겠지만, 사실 위로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을 위해 해주는 말인 만큼, 결국 듣는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적절치 못한 표현을 쓰게 되면 의도와 관계없이 상처를 줄 것이며, 그렇다고 ‘힘내’, ‘괜찮아’ 같은 피상적인 말은 듣는 입장에서 억지로 해주는 말처럼 느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플랫샵은 당신의 친구 이전에 여러 뮤지션들이 뭉친 밴드이다. 이들은 음악이 지닌 힘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그 힘을 신나게, 하지만 뻔하지 않게 구현할 수 있을 역량을 지니고 있다. 

앨범 크레딧에서 드러나듯, 각 멤버의 역할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담예부터 보컬과 기타 세션을 오가며, 누기 역시 “Wake Up Call”에서 기타와 보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유동적인 역할 분담은 보컬 포지션을 맡는 쿤디판다와 담예의 퍼포먼스에서도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쿤디판다가 랩, 담예가 보컬과 후렴에 주력을 두면서 비중의 밸런스를 맞춘다. 하지만 때때로 둘이 서로의 영역을 드나드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하며, “내게로 와 (THE COMEONSONG)”처럼 둘이 후렴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활약범위를 제한해 두지 않는다. 

보컬진이 이렇게 서로 간의 시너지에 집중한다면, 프로덕션은 더욱 풍성한 버라이어티함을 창출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메인 프로듀서인 비앙이 힙합과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에 능한 만큼, 곡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그의 신시사이저가 구현한 여러 사운드를 통한 다이나믹한 전개이다. 담예와 누기가 연주한 기타와 베이스는 그 위로 바운스감과 공간감이라는 살을 덧붙인다. 그렇게 나온 프로덕션은 예상치 못한 악기 사운드 간 조화에서 오는 풍성함과 신선함을 챙긴다. 나아가 기타를 메인으로 진행하다 갑작스레 저지 클럽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Buckshot”처럼 여러 장르와 다양한 변주들이 뭉친 얼터너티브함이 돋보인다.

이렇게 정성 있게 빚은 사운드만으로도 밴드가 보이는 성의가 어떠한지는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하지만 장르적 혼종과 실험이 오가는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당신이 쉽게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심이다. 앨범이 철저히 당신을 겨냥해 만들어진 만큼, 수록곡들 모두 대중지향적인 사운드를 띤다. 즉,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가벼운 마음으로 곡을 틀고 즐긴다고 해도, 플랫샵이 추구하는 목표는 이미 달성한 거나 다를 바 없다 봐도 된다. 

Step 1. red sun 

지금부터 너의 팔다리는 해파리

Step 2. have fun

어떻게 더 쿨해져 여긴 너의 party

슬플 땐 일단 춤을 멋지게 출래

just do it do it

(GUYDANCE 中)

그리고 이러한 밴드의 특징이 최대치로 발현된 트랙이 바로 “GUYDANCE”일 테다. 펑크(Funk)와 디스코를 결합해 조성한 신나는 분위기, 쿤디판다와 담예의 완성도 있는 랩/싱잉 퍼포먼스와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춤이란 소재로 매끄럽게 푼 가사, 그리고 전체적으로 밀도 있는 구성과 브레이크 비트 난입을 통한 변주의 재미까지. 여러 요소가 시너지 있게 고루 갖춰지면서 “GUYDANCE”는 플랫샵과 [toast recipe]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는 ‘만들기 어렵지만 대중적으로 듣기 좋은’ 음악이 되었다.

넘어가잔 친구의 말에

괜히 멋쩍게 쓴웃음만 띄우네

“다음에 잘하면 돼”란 말은 귓등

그래 난 내일 또 할거야, 나의 실수를

(BOYTHINGS 中)

한편 이 곡을 기점으로 진행되는 앨범의 후반부는 플랫샵이 어떻게 여러 고민을 가볍게 털고 유머러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들의 마인드셋을 보여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첫 번째가 전술한 ‘너무 눈치 볼 필요 없다’이며, 두번째는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라’이다. “BOYTHINGS”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흑역사를 통해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가볍게 털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마인드셋은 “돈마미 / nothing really happened”에서 드러난다. 여타 곡들과 반대로 약간의 우울감이 깃든 본 곡은 자신의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해 내적으로 힘들어하는 부정적인 내용이 전반을 채운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이것들이 ‘nothing really happened’, 아무 일도 이루지 않는다는 문구를 통해 반전을 주면서 ‘불필요한 걱정과 부담감은 내려놔라’라는 메시지로 귀결시킨다. 이는 앨범 프리뷰 영상에서 쿤디판다가 밝힌 본 트랙의 메시지에도 드러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sAx6O9hi-M

사실 어떻게 보면 여러분들이 감정적으로 쪽팔리고 민망해하고 뭐 슬퍼하고 그래도, 그냥 ‘지구에 쥐 눈꼽만큼도 안되는 어떠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위로 좀 주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toast recipe] album preview 공식 영상 中)

별거 아닌 존재, 본작에서 플랫샵이 본인들과 당신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이렇게 바라본다. 보통 위로를 전할 때 ‘너는 특별한 존재야!’ 같은 말을 덧붙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이들이 언급한 대로 정말 아이러니한 표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그렇기에 이들이 그간 우리에게 해온 이야기들이 더욱 솔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 내내 나오는 위로들은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지언정, 공통으로 당신이 감정에 더욱 솔직해져도 괜찮다는 응원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것에 화내지만,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에도 웃고 우는 게 우리다. 인간관계를 겪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솔직하지 못해지는 경험도 하게 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아예 감정을 속 시원하게 풀면 안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삶에 치이고 속내를 감추는 것에 지칠 때면, 한 번쯤 [toast recipe]를 돌려보시라. 분명 플랫샵이 맛있는 토스트와 와인과 함께 당신의 귓가에 있어 줄 테다. 이 앨범이 특별하고 별거 없는 당신을 위한 최고의 건배사가 되기를.

 


밴드 멤버들 커리어 중 가장 밝고 대중지향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앨범이자 (특히 쿤디판다와 비앙에게 있어서 더더욱...)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내에서 언급이 많이 없던게 아쉬울 만큼 상당히 퀄리티있다고 느낀 앨범이었습니다. 데뷔작 때에도 멤버들간의 재밌는 시너지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운드적으로 상당하다는 인상도 받았네요. 표현력과 지식의 한계로 이를 더 디테일하게 못 푼게 아쉬웠을 뿐이지만요...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30
그리고 본 글이 수록된 매거진 내에 앨범과 관련된 플랫샵 인터뷰도 담겨있습니다 (49페이지부터). 만약 앨범 좋게 들어보셨다면 요 인터뷰에도 관심 가져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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