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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슬라임 앨범-WUUSLIME

title: 박재범Alonso20002025.06.09 13:57조회 수 2913추천수 11댓글 8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89326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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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커리어 동안 우슬라임은 많은 것을 바꿔왔다. 레이블도 두어 번 옮겼고, 그 사이 타이트하고 단단했던 음악 스타일도 드릴과 슬라임을 오가며 점차 유연해져갔다. 아티스트의 많은 것을 대변할 예명까지 칠린 호미(Chillin Homie)에서 우슬라임(Wuuslime)으로 변경했던 것은 이 숱한 변화의 과정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새 이름에 낯설어 했던 만큼, 우슬라임으로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행보가 필요했을 것이다. 칠린 호미 시절에 이미 그는 UK 씬의 조류부터 북미 트랩 씬의 최신 경향까지 두루 연구하며 흡수하려 했으며, 이를 반영한 무료 믹스테이프를 유튜브에 공개하는 한편, N4L(Naughty 4 Life) 크루를 규합하기도 했던 만큼 이미 도약의 기반은 하나 둘 마련되어 있었다. 셀프 타이틀로, 또한 인디펜던트로 내놓은 그의 이번 앨범은 그런 우슬라임의 변화와 발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짧지만 알찬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북미 트랩 씬의 조류에 대한 직접적인 수입에서부터 국내 트랩 씬의 주요한 아티스트와의 적극적인 협업에 이르는 앨범의 방향성은 전작 <Group 8>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간다. 최근의 시류를 따라 타입 비트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되, 마인필드 시절의 동료이자 전체적인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책임진 오카시갱(OKASII)의 매튜(Matt)가 "YADOM", "INDEPENCE DAY" 등 주요 트랙을 프로듀싱하며 앨범의 일관성과 타격감, 미래적인 유행의 구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타입 비트는 <WUUSLIME>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요소이다. 비트스타즈(BeatStars)와 같은 국제적인 플랫폼을 통한 인스트루먼트의 거래가 보편화된 트렌드를 감안하더라도 앨범의 2/3을 타입 비트로 채우는 구성은 정규라기보다도 믹스테이프에 가깝다. 이들의 레퍼런스 대상은 트랩 씬의 그간의 유행들을 두루 아우른다. Future와 21 Savage, Migos로 대표되는 애틀랜타 트랩의 본류의 중독성, PARTYNEXTDOOR를 위시한 OVO 사단의 음울하고 차가운 멜로디, 멤피스 랩 고유의 타격감과 최근 AWGE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변주에 이르기까지, 우슬라임과 매튜의 레퍼런스는 넓고, 또한 세련되었다. 특유의 하이톤을 기반으로 발음을 흘리고 뭉개며 멜로딕하게 트랩에 스며드는 YSL 레코즈의 방법론을 토대로 '가장 현재의 트랩'을 구현하려 한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상당히 특기할 만한 트랙들도 몇개 등장한다. Lil Baby, Chris Brown, Bad Bunny 등 해외 장르 씬의 여러 빅 네임들과 작업한 이들의 비트를 앨범에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해외의 트렌드를 수용하기 간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이다. 국내의 프로듀서들도 이에 질세라 앨범에 어울리는 깔끔한 프로덕션으로 받아친다. 구스범스가 묵직한 건반 운용과 중독적인 보이스 샘플로 꾸덕한 그루브를 형성했다가 신시사이저의 포르타멘토로 정체성을 굳히는 "ZOOTED"는 변칙적인 드럼까지 더해지며 상당히 독특한 래칫 넘버가 되었으며, 멤피스 랩과 레이지를 오가며 사이키델릭한, 동시에 미래적인 사운드를 구사한 매튜의 프로덕션 역시 앨범에 위화감 없이 스며든다. 이렇게 놓고 보니 우슬라임이 사실상 자신의 이름을 플랫폼으로 내걸고 트랩의 여러 세부를 두루 실험하며 적용해 본 느낌마저 든다.

 

 

 

 

랩 네임이 칠린호미였던 시절 힙합엘이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우슬라임은 "(해외의) 어떤 사운드를 혼자서 가져오면 망하겠지만, 다 같이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가 저들의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차별성이 있다" 등 소신 있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인 만큼 <WUUSLIME>의 게스트 인선에는 그의 상술된 비전이 노골적으로 반영되었다. N4L 크루 동료이기도 한 칸(KHAN)의 금속성 넘치는 보이스 톤과의 조화는 <Bad Neighbors>에서 보여준 바 그대로, 미명에 비친 금속성 표면과 같은 서늘함을 드러낸다. 2MM 크루에서 차출된 두 영 건과 현재 한국 레이지에서 입지가 두터운 크롬 리(舊 Xwally)까지 한데 모아 인트로에 투입하는 모습은 한국 힙합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본 집단들,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붉은 악마 크루에서 만난 샤이보이토비와 멤피스 비트 위에 자유분방한 멈블 랩을 주고받고, 현재 장르 씬의 새로운 흐름이 되어버린 KC 사단의 이들과 끈적한 그루브부터 동물적 맹렬함까지 두루 집어삼키며 나아가는 우슬라임의 포부는 이내 앨범 후반에 위치한 트랩 아이콘들까지 끌어안는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해체적인 빌스택스의 벌스가 먼저 좋은 방향으로 충격을 자아내는 와중에, 메트로 부민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재지한 공간감 사이로 도도히 유영하는 더 콰이엇의 깔끔함이 앨범을 멋지게 갈무리해낸다. 전작들에서부터 함께 해온 이름들을 통해 장르적인 패밀리십을 채워내는 부분까지 더해지며 <WUUSLIME>은 단출한 스케일 안에 장르 씬의 최신의 유행을 가장 날 것의 형태로 세련되게 담아내었다.

장르 씬의 침체를 말하는 이들이 많은 현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에게 필요한 것은 뚜렷한 지향과 이를 밀어붙일 뚝심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성향이 다양하게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교류할 때, 그 화학 작용이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WUUSLIME>이 지닌 의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커리어 내내 숱한 변화와 수용을 거쳐온 아티스트가 어느 시점에서 분명한 비전을 지니게 되었고, 이를 꾸준히 구현해내려 한 것은 물론 비슷한 관점을 가진 이들까지 적극적으로 규합하며 이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만들어 내려한 노력이 곳곳에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 노력의 종착역이 야심과 향락, 방탕이라는, 조금은 허무해 지는 곳이라는 것까지, <WUUSLIME>은 2020년대 한국의 트랩 앨범이 지닌 또 하나의 모범 답안을, 한국 힙합 씬의 지금을 그대로 투영해 낸다. 아티스트의 변화와 발전이 어떻게 한 장르 씬의 현주소를 아우르는 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Best Track: ZOOTED (Feat. HAON), INDEPENDENCE DAY (Feat. Sik-K), LIVE LOVE & FLOW (Feat. BILL S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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