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에서 스카이민혁이라는 래퍼를 처음 알게 된 후로, 최근까지 그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기는 했습니다.
기믹이나 캐릭터가 중요하다지만 너무나 많은 기믹꾼들이 씬에 잡음처럼 들어와서 관심을 구걸하다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적지 않게 있었고, 스카이민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기믹꾼은 랩을 못하는 사람에 한합니다)
하지만 엘이눈팅유저로서 이렇게 많은 게시글의 지분을 차지하며 사람들이 감상을 나누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신기해서 앨범을 돌려본 결과, 정말 사람들이 앨범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할 만큼 이번 그의 앨범 <해방>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음악을 알지 못하고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짜임새 있는 곡 전반의 분위기가 피식 웃게 하지만 호소력 있는 가사의 랩으로 채워지니 감상을 하며 버릴 곡이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쇼미더머니로 힙합 음악이 더욱 대중화되고 흔히 옛날에 말하던 "언더"와 "오버"의 경계가 사라진 후로, 저는 힙합이 가지고 있던 어떤 진심이랄까 야마랄까 그 꼭지가 돌아버리는 듯한 느낌의 음악을 많이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Raw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그 야마가 언제부터인가 래퍼들에게서 멀어진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 야마가 힙합음악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저는 기믹이 아닌 정말 단전에서 끌어올라오는 '화'보다는 더 끈적거리고 꿈틀거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힙합이었는데, 그 느낌을 오랫동안 받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이 점에서 스카이민혁의 이번 앨범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여과없이 하는 그 때의 감성을 느끼게 된 것 같아, 참 놀라우면서 고맙기도 했습니다. 나름 힙합의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게 따라가려고는 했는데 하마터면 제 색안경으로 소중한 앨범을 못 들을 뻔 했던 것 같아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감상치고 말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세세한 트랙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에 제 식견은 짧아서 재밌었던 트랙 하나를 뽑아 보자면
6번 트랙. "XXK NEXT LEVEL"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전자음과 일렉기타 소리로 잔잔하게 시작하다 808베이스(?)랑 스네어, 깨지는 듯한 효과음이 섞이면서 랩이 진행되는데 매우 재밌었습니다. 플로우는 지겨울 틈이 없고 가사는 정말 웃으면서 들었네요 ㅋㅋ
이 트랙이 제일 좋았던 점이 XXK라는 레이블의 래퍼들이 랩을 4마디씩 주고 받다가 나중에는 마디 구분 없이 마구 주고 받는 게 옛날 레이블식 느낌도 나서 오히려 신선했네요.
엘이의 많은 분들과 같이 저도 이번 앨범을 재밌게 즐기면서 스카이민혁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P.S. 마지막으로 XXK에 대해 찾던 중 자메즈 맥대디는 말할 것도 없지만 "호치키스"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매우 놀라며
XXK 소속 래퍼들의 유니크한 음악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아래는 다민이가 피쳐링한 호치키스가 1달 전 낸 EP의 수록곡인데 비트부터 랩 분위기 때깔이.. 와.. 내가 알던 눈이와 펑펑좌가 맞나 싶습니다..
오 호치키스 그 동안 노느라 안보인게 아니군여 ㅋㅋㅋㅋ
왜 킫밀한테 유튜브 한다고 카메라 받아가놓고 유튜브도 올리다 말고 안보이나 했네요
개인적으론 스민이 너무 기대치를 올려놓은건지 제 취향이 아닌지 훅만 괜찮게 들리네요
특유의 씹덕감성이 좀 저랑은 안맞네요 (물론 저도 씹덕이긴 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하이퍼팝스러우면서 새로워서 재밌게 들은 것 같습니다 ㅎㅎ
그보다 제가 808베이스에 환장해서.. 더 좋게 들었을 수도 있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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