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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SRS 822 후기

카슈2023.06.01 03:55조회 수 1290추천수 14댓글 12

안녕하세요? 맨날 엘이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써보는 건 또 오랜만이네요. ㅎㅎ

그냥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겨두려다 약 5일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떠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글이라도 써보고자 이 야심한 밤에 노트북을 켜봤습니다. 이 시간에 키보드 앞에 앉아있으려니 마치 래퍼가 된 것 같네요. (의식의 흐름 미리 죄송합니다)

 

저는 SRS 822 (이하 스알스)를 올출석한 사람은 아니고, 2월 26일 스알스를 처음으로 갔다가 날 것을 맛보고 그 후로 시간만 나면 간간이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 2월, 4월, 5월 이렇게 다녀왔네요. (제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지만^^;;) 대학생이기도 하고, 서울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지방에 사는지라. ㅜㅜ 못 간 회차는 참 아쉽고 가슴에 남습니다.

 

한 번 갈때마다 돈도 많이 깨지고 시간도 참 많이 쓰이는데 왜 꿋꿋이 가냐고 물어보면 머리를 긁적이게 됩니다. 왜냐면 진짜 재밌어서 가는거거든요. 가는 길이 항상 즐겁고 발걸음이 가벼운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 블루프린트 안에 발자욱을 남기고 들어설 때는 항상 처음처럼! 설레고! 가슴이 둥둥 울립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스탬프가 찍힌 뒤에 클럽 안을 둘러보면 래퍼들이, 혹은 그저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랩을 하고 팔짱을 끼고 듣고, 좋은 라임이나 Bar가 나오면 다같이 소리도 지르고 크게 리액션도 해줍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설렘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아요! ㅋㅋㅋ 기쁜 마음을 주체하기가 힘듭니다.

 

5월 스알스는 정말 개.쩔.었.습.니.다. 진짜 제가 다녀온 스알스 중에 제일 재밌었어요. 28일 서울에 계셨던 분이라면 아실 텐데, 그 때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안그래도 몸이 안좋았는데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하더라구요. 가기 전까지 정말 많이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온 거 다시 집으로 갈 수는 없다며 블프로 직행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이퍼 때는 사람이 좀 적었는데, 실제로 7시부터 시작되는 배틀에는 생각보다 많은 래퍼가 지원했더라구요. 그래서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제가 아는 바로는) 다 같이 사이퍼를 했습니다.

 

SRS에 자주 얼굴 비치시는 무버님, 인디고에이드님, 전진서님, haveway님! 항상 그랬듯이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인디고에이드님 특유의 에너지가 정말 멋있으시고, 전진서님도 정말 잘하심! 몇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전진서님이 챔피언이라고 생각들었을 정도로 랩도 잘하시고 재치 있으세요. 헤브웨이님은 프리스타일 행사(?) 프로그램(?) 에 자주 얼굴 비추시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러신지 상대방이 어떤 미친 말(ㅋㅋㅋㅋ)을 해도 침착하게 잘 받아치셔서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킹갓무버님은 진짜 말이 필요없고요. 진짜 너~~~~~무 잘하십니다. 무버님이 전월 챔피언이셨는데, 이번 월에도 지켜내셨어요. 정말 얼마나 잘하시는지는 와보셔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가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 잘하세요. 현장 반응도 정말 좋구요. 

근데 5월 스알스는 ***정시우님**이 진짜 하이라이트였어요. 진짜 와.. 감탄했습니다. 2월인가? 처음 뵀던 것 같은데 4월에는 안 오셔서 나름 좀 아쉬웠거든요. 근데 5월달에 보니까 무슨 랩 폐관수련을 하셨는지, 밤마다 국어사전 1회독하면서 주무셨는지 랩 실력도, 재치도 배로 늘어서 오셨더라구요. 정말 멋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네글자 라이밍을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면서 제갈공명, 노인공경? (맞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으로 맞추셨는데 그때 만화였다면 블루프린트 지붕이 부숴졌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점심... 마지막 무버 vs 정시우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에서는 재대결을 해야할 정도로 (JJK님 왈: 이건 내가 보고싶으니까 한 번 더 하자) 치열했습니다. 상대도 너무 잘하고, 거기에 더 신나서 자기도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을 봤달까.. 경이로웠습니다.

 

사실 스알스의 메인 스테이지는 스테이지도 아니고, 싸이퍼도 아니고, 랩 배틀이거든요. 주인공도 배틀 래퍼들이고요. 왜냐면 이게 재밌어야 뒷 무대도 어느 정도 신이 나요. 근데 다들 너무 잘해주시니까 관중들도 엄청 뜨거웠고 공연하시는 분들도 너무너무 신나게 공연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JJK님이 공연 도중에 'Suckers Can't feel my rhyming/ 어떻게 이런 놈들과 나란히/ 힙합을 얘기하니/ 아까워 내 시간이' 선창하시니까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따라불렀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제 마음 속에, 뇌리 속에 깊게 박혔습니다. 강의 듣다가도, 과제 하다가도, 씻다가도 갑자기 문득 그 장면이 떠올라요. 그럼 행복해집니다. 대한민국에 그런 공간이.. 또 있을까요? 전 진짜 손에도 안 꼽힌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저는 음악 취향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됐었는데, 포용받는 느낌이 드는... ㅋㅋㅋ

 

스알스를 다녀오면 막차가 끊겨 친구 자취방에서 에어비엔비를 하는데, 힙합의 ㅎ자도 모르는 친구를 붙잡고 오늘 얼마나 재밌었는지 침튀기며 설명해줍니다. (친구는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지만..) 그 정도로 정말 너무 재밌는 행사예요. 의미도, 뜻도, 열정도 깊고요. 물론 이미 많은 사랑을 받는 행사지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제가 그냥 혼자 너무 신난 마음에 이것저것 써본 난잡한 후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스타 스토리에 짧게 박제된 순간일지도 모르고, 그냥 엄지만 슬쩍 넘기면 없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할 추억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럴 것 같거든요. 여러분도 힙합 좋아하신다면 한 번 가보시는 거 어떨까요???? 미.추합니다. (미친듯이 추천한다는 뜻)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길고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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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 6.1 04:32

    개인적으로 이렇게 힙합에 대한 사랑이 보이는 글 볼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네요

  • 카슈글쓴이
    6.8 11:45
    @BlackMatter

    저도 힙합 참 좋아하는데 스알스 관련 글이 너무 없어서 (너무 재밌었음에도 불구하고!!!) 써봤습니다. 제 마음이 와닿았다니 너무 뿌듯하군요 ㅎㅎ

  • 1 6.1 09:07

    진짜 이런 문화 많아져야됨

  • 카슈글쓴이
    6.8 11:45
    @제리케이그니토

    저두 그렇게 생각합니당... 많은 분이 와주셨으면!

  • 1 6.1 12:04

    이거 올해 1,2월도 개재밌었어요

  • 카슈글쓴이
    6.8 11:46
    @임라임

    마자여!!ㅋㅋㅋ 근데 제 개인적으로는 5월달이 레전드엿다고 생각합니다...

  • 1 6.1 16:18

    2023년 1월달부터 5월달까지 계속 가본 입장으로 이번 달에 했던게 진짜 레전드였었습니다...

  • 카슈글쓴이
    6.8 11:46
    @loding

    역시. 그랬군요. 5월달 가셨군요!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정말 재밌었죠 ㅜㅜ 6월달에도 봬요!

  • 1 6.2 09:34

    글에서 진심이 묻어 나네요 🥺🥺

    이런 글은 닥추

  • 카슈글쓴이
    6.8 11:47
    @AlexandRaw

    제 진심이 와닿았다니 새벽 4시에 글 쓴 보람이 있네요.. ㅎ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 1 6.15 03:34

    감사합니다. 전진서입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카슈글쓴이
    7.12 20:56
    @전진서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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