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8y6-RRWgyKM
저는 주사위인 거 같네요
이센스의 랩은 서사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 중 주사위에서는 유독 더 감각적인 표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리뷰해보고 싶어 올려요
'주사위'에서는 학창 시절 래퍼 이센스가 아닌, 인간 강민호의 삶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곡이 시작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비유적 표현이 나옵니다.
'무표정하게 지냈지 열 다섯 여섯 그 쯤까진. 눈은 대가리 잘린 생선같이'
--> 개인적으로 이센스의 가사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올렸었는데, Tick Tock에서 '고기 처음 먹어본 개XX들마냥 팔짝 뛰어'와 쌍벽을 이루는 벌스라고 생각)
다음 부분 역시 인상적입니다.
다들 한 번씩은 학교에서 꿈(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을 가졌을 겁니다.
그 역시 같은 경험을 합니다.
축구선수, 의사, 연예인이란 직업들은 흔히 어렸을 적 선망의 대상이 되죠.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런 친구들이 평범해 보였나 봅니다.
오히려, 부자나 깡패를 할 거라는 친구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하죠.
그 친구의 속내는 아무도 모르지만, 솔직하고 꾸밈 없는 모습이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훅에서는 인생을 주사위 게임에 빗대는 듯 합니다.
주사위는 확률, 또는 더 나아가 순환성 내지 규칙성을 상징하죠.
그런 면에 비추어 봤을 때, 그는 행위 그 자체(업의 종류)보다는 결과(돈)가 중요하다며 계속 돌고, 또 돈다고 말합니다.
다음 벌스에서 그는 고민합니다.
자신이 친구들에 비해 특출난 것이 있는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비트가 변주되며, 강민호는 더 깊이 고뇌에 빠지기보다는 가볍게 털어냅니다.
'그럼 난 뭐하지? 음… 몰라 씨X'
--> 이 한 구절이 대변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는 적성 검사에 따라 직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가슴 뛰는 일을 스스로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훅이 한 번 더 나오며, 노래는 마무리됩니다.
이센스의 랩은 지극히 사실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허무맹랑하고 껍데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 있는 알맹이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호소력 짙은 랩을 선사하죠.
랩스킬도 스킬이지만, 방금 언급한 것이 그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만약 이센스의 랩이 대중들에게 와닿지 않을 뿐더러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지금과 같은 평가는 없었을 겁니다.
'주사위'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부분들을 사적인 요소로 채워넣는 것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는 본인만의 이야기, 사고방식을 담아 고유성을 구축하고 한편으로 다른 부분에서는 다수가 겪었을 법한 경험을 가져와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창성과 대중성 모두 얻었다고 생각하네요.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센스의 다른 곡들도 그렇지만, 저는 '주사위'와 '비행'을 들을 때면 머릿속에 이야기가 뚜렷하게 그려지고 위로도 더 많이 받는 것 같네요. 요즘 하고 있는 생각, 고민들이 저 두 곡의 내용과 흡사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꽤 있네요.
노래를 듣는 잠시 동안은 잡념들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잊을 수 있어 좋아요 ㅋㅋ
점점 나오는 노래들이 기교 섞인 래핑과 청각적 쾌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럴 때마다 담백한 이센스의 노래들이 자꾸 떠올라 더 듣게 되는 거 같아요 ㅎㅎ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에넥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 다른 플레이리스트에 섞여 있어도 다 집어치우고 에넥틀게 됩니다ㅋㅋ
에넥은 랩도 지리지만 비트가 진짜 지금도 트렌디한거같음
진짜 클래식함의 정석이죠.. 다른 어떤 앨범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ㅎㅎ
저는 써주신 내용을 next level에서 많이 느끼네요
저도 next level
시인같아요 그냥 보려다가 다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주사위가 이센스가 되기 이전의 과정들을 풀어낸 곡이라면,
Next level은 이센스가 된 이후의 삶을 풀어낸 곡이라
두 곡 모두 인상깊게 들었네요 ㅎㅎ
아직도 돌고 있어
게임방 괜히밖 여기서부터 그냥 지렸음
게임방 괜히밖으로 라임을 이렇게 시원하게 맞춘다는게 놀라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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