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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의 시각적 표현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생각하는 곡 (주관적 리뷰를 곁들인)

외찔2023.03.19 01:06조회 수 1358추천수 7댓글 12

https://www.youtube.com/watch?v=8y6-RRWgyKM

 

저는 주사위인 거 같네요

이센스의 랩은 서사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 중 주사위에서는 유독 더 감각적인 표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리뷰해보고 싶어 올려요

 


 

 '주사위'에서는 학창 시절 래퍼 이센스가 아닌, 인간 강민호의 삶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곡이 시작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비유적 표현이 나옵니다.

'무표정하게 지냈지 열 다섯 여섯 그 쯤까진. 눈은 대가리 잘린 생선같이'

--> 개인적으로 이센스의 가사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올렸었는데, Tick Tock에서 '고기 처음 먹어본 개XX들마냥 팔짝 뛰어'와 쌍벽을 이루는 벌스라고 생각)

 

다음 부분 역시 인상적입니다.

다들 한 번씩은 학교에서 꿈(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을 가졌을 겁니다.

그 역시 같은 경험을 합니다.

축구선수, 의사, 연예인이란 직업들은 흔히 어렸을 적 선망의 대상이 되죠.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런 친구들이 평범해 보였나 봅니다.

오히려, 부자나 깡패를 할 거라는 친구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하죠.

그 친구의 속내는 아무도 모르지만, 솔직하고 꾸밈 없는 모습이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훅에서는 인생을 주사위 게임에 빗대는 듯 합니다.

주사위는 확률, 또는 더 나아가 순환성 내지 규칙성을 상징하죠.

그런 면에 비추어 봤을 때, 그는 행위 그 자체(업의 종류)보다는 결과(돈)가 중요하다며 계속 돌고, 또 돈다고 말합니다.

 

다음 벌스에서 그는 고민합니다.

자신이 친구들에 비해 특출난 것이 있는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비트가 변주되며, 강민호는 더 깊이 고뇌에 빠지기보다는 가볍게 털어냅니다.

'그럼 난 뭐하지? 음… 몰라 씨X'

--> 이 한 구절이 대변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는 적성 검사에 따라 직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가슴 뛰는 일을 스스로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훅이 한 번 더 나오며, 노래는 마무리됩니다.

 


 

이센스의 랩은 지극히 사실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허무맹랑하고 껍데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 있는 알맹이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호소력 짙은 랩을 선사하죠.

랩스킬도 스킬이지만, 방금 언급한 것이 그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만약 이센스의 랩이 대중들에게 와닿지 않을 뿐더러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지금과 같은 평가는 없었을 겁니다.

'주사위'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부분들을 사적인 요소로 채워넣는 것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는 본인만의 이야기, 사고방식을 담아 고유성을 구축하고 한편으로 다른 부분에서는 다수가 겪었을 법한 경험을 가져와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창성과 대중성 모두 얻었다고 생각하네요.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센스의 다른 곡들도 그렇지만, 저는 '주사위'와 '비행'을 들을 때면 머릿속에 이야기가 뚜렷하게 그려지고 위로도 더 많이 받는 것 같네요. 요즘 하고 있는 생각, 고민들이 저 두 곡의 내용과 흡사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꽤 있네요.

노래를 듣는 잠시 동안은 잡념들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잊을 수 있어 좋아요 ㅋㅋ

 

점점 나오는 노래들이 기교 섞인 래핑과 청각적 쾌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럴 때마다 담백한 이센스의 노래들이 자꾸 떠올라 더 듣게 되는 거 같아요 ㅎㅎ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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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2 3.19 01:09

    제가 에넥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 다른 플레이리스트에 섞여 있어도 다 집어치우고 에넥틀게 됩니다ㅋㅋ

  • 2 3.19 01:48

    에넥은 랩도 지리지만 비트가 진짜 지금도 트렌디한거같음

  • 3.19 11:22
    @kortopclASS

    진짜 클래식함의 정석이죠.. 다른 어떤 앨범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ㅎㅎ

  • 1 3.19 05:23

    저는 써주신 내용을 next level에서 많이 느끼네요

  • 1 3.19 09:16

    저도 next level

  • 1 3.19 10:11

    시인같아요 그냥 보려다가 다 읽고갑니다

  • 3.19 10:18
    @댐나이스와썹

    감사합니다 :)

  • 3.19 10:18

    주사위가 이센스가 되기 이전의 과정들을 풀어낸 곡이라면,

    Next level은 이센스가 된 이후의 삶을 풀어낸 곡이라

    두 곡 모두 인상깊게 들었네요 ㅎㅎ

     

     

  • 1 3.19 10:24

    아직도 돌고 있어

  • 1 3.19 10:34
  • 1 3.20 00:39

    게임방 괜히밖 여기서부터 그냥 지렸음

  • 1 3.20 00:49
    @PabloAimar

    게임방 괜히밖으로 라임을 이렇게 시원하게 맞춘다는게 놀라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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