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NPDuZov6OIE
2023년, 18살의 자신은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새 앨범을 하이애나처럼 찾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앨범도 이미 알고 있었죠.
그래도 뭐, 늘 그랬듯 이번에도 음반의 홍보 차 리뷰를 쓰겠습니다.
새해 두번째 리뷰이자 네번째 앨범 리뷰, JJK의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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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는 한국 힙합의 그림자 드리운 한켠에서 묵묵히 커리어를 쌓아온 베테랑 래퍼이다.
뿐만 아니라 프리스타일 문화, 길거리 싸이퍼 문화, 신인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등
한국 힙합의 뒤안길에서 문화의 너비를 확장하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또한, 한국 힙합에서 생소한 주제를 다룬 정규 4집 [고결한 충돌]은 그의 커리어 하이라고 할 수 있다.
래퍼 JJK로서, 아버지로서의 그가 `충돌`하여 만들어낸 시큼함이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정말 한국적인 앨범이었지만, 한국 힙합에서 생소한 주제였다는 점도 재밌었다.
그리고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는 그 뒤로 5년 뒤인 2020년에 발매된 정규음반이다.
이번 앨범은 [고결한 충돌]의 JJK에서 이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IVlo-w0JsLc&list=OLAK5uy_lbYg5qGcwLYTpuzAWr2bLw3CkYB_ZNp0g
JJK의 생활은 [고결한 충돌]과 함께 상당히 달라졌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그것도 어느덧 하루의 일상이 되었다.
첫 트랙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하루만이라도 가족 전체의 행복을 바라는 '오늘만큼은'에서는 육아의 고됨이 자연스레 유추된다.
'청녹 숫자'에서도 "입금 되면 카드 긁어 뭐하러 지폐를 던져 주워"라는 가사에서 그 모습이 드러난다.
내일도 오늘만큼만 되길 바라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xLwdEikYXQ&list=OLAK5uy_lbYg5qGcwLYTpuzAWr2bLw3CkYB_ZNp0g&index=4
그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일루와'로 이어지며 현재 상태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 뒤로 나오는 '웃어'에서는 "존심 버리고 쇼미 나가야 되나 싶지만 음" 이라는 가사를 뱉으며
래퍼로서의 JJK가 재소환 되어 다시금 아버지로서의 그와 충돌한다.
그 후 나오는 아내의 입장을 드러내는 벌스2에서는 그 상황의 복잡합이 드러난다.
'번호키 누르면'에서도 JJK는 마이크만을 쥐던 손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았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대신 남은 그 두 손에서 아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PpwHi9FUF7Q&list=OLAK5uy_lbYg5qGcwLYTpuzAWr2bLw3CkYB_ZNp0g&index=8
그 뒤에도 계속해 푸념을 늘어놓는 '알잖아'를 지나 '낙하점'에서 첫 트랙에서의 악몽이 다시금 시작된다.
그간의 고민이 쌓이며 물리적인 폭력이 없이 그 공기만으로 몸을 세게 짓누르는 기분이다.
이어지는 '어스름'에서 결국 한 밤중 악몽에서 깨어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웃어!'에서의 아내도 다시 재소환되어 서로 같이 있음에도 아침마다 느끼는 허무함이 서린다.
그 후 '마주하다. 다시,'로 결국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새 아침은 시작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atHEIixXbw&list=OLAK5uy_lbYg5qGcwLYTpuzAWr2bLw3CkYB_ZNp0g&index=10
아침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모두가 느끼는 아침은 서로 다르다.
JJK는 본작의 5년 전, 래퍼로서의 그와 아버지로서의 그가 세게 충돌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한 팔에도 무거울 짐을 양면으로 느끼며 지옥이라는 아침을 맞이 한다.
육아를 겪어보지 않았어도 그가 얼마나 힘들지가 자연스레 유추되는 가사에서는
아버지로서의 고정현의 입을 쓰고, 그 속에 담은 퍼포먼스에서는 래퍼로서의 JJK가 발휘되었다.
통탄한 현실을 뼈저리게 묘사하는 비유에서는 그의 리릭시스트로서의 힘도 크게 드러난다.
이는 앨범의 재감상을 유도하는 가장 큰 힘이다.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의 탄탄한 프로덕션도 무시 할 수 없다.
이미 여러 곡에서 몇 차례 입증된 바가 있는 돈 싸인(Don Sign)은 앨범 전체를 담당했다.
제작한 곡에서는 여러 악기로 그루비한 향을 풍기지만, 신나는 쪽은 아니고 씁쓸함에 가깝다.
한 편에선 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완성도적 차원에서 해결 되었다.
지루할 틈 없이 탄탄하게 쌓아 올린 소스를 잘 활용하는 돈 싸인(Don Sign)의 역량이 드러난다.
JJK는 앨범 내에서 단 32분 만에 치밀하게 짜인 구성을 드러낸다.
가장 최근 앨범인 [비공식적 기록 III]을 포함해, 그가 지는 두 덩어리 중 하나인 '래퍼'의 역할이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JJK'라는 이름이 왜 아직까지도 '프리스타일 잘하는 래퍼'만으로 언급되는지는 의문이다.
Album tracklist
*볼드체는 특별히 추천하는 트랙입니다.
1.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2. 오늘만큼은 (Feat. Snacky Chan & bintage)
3. 청녹 숫자
4. 일루와
5. 웃어! (Feat. ACACY)
6. 번호키 누르면
7. 알잖아 (Feat. Basick)
8. 낙하점
9. 어스름
10. 마주하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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