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김아일(Qim Isle) & 낸시보이(NANCY BOY)

title: [회원구입불가]Destin2022.11.21 17:56추천수 3댓글 4

324aaf08410436221d87a81b0c2983d8.jpg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내 온 누군가와 다른 누군가가 만날 때. 서로는 각자가 지닌 언어와 진동을 나누면서 하나의 파장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흔들림은 다른 세계에 전해져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낸다. 여기 [some hearts are for two]는 김아일(Qim Isle)과 낸시보이(NANCY BOY), 그리고 여러 참여진이 함께 만들어 낸 하나의 파동이다. 앨범은 거대한 움직임에 가까우므로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을 하면 되지만, 기존의 장르적 혹은 학술적인 언어로 앨범을 해석하려 하면 잘못 번역할 우려가 있다. 이에 힙합엘이는 파동 속에 담긴 참여진의 언어를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여 김아일과 낸시보이, 그리고 엡마(Aepmah)를 직접 만나 이들의 언어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번역해 담아냈다. 많은 이야기는 아끼겠다. 이제 아래의 글을 읽어 보며 마음의 파동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LE: 힙합엘이 회원분들에게 각자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김아일(이하 Q): 안녕하세요. 김아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낸시보이(이하 N):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낸시보이입니다.

 

 

 

 


LE: 솔로 앨범으로는 8년 만이에요.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근황은 어떠신가요?

 

Q: 앨범 완성 단계까지 정신없었죠. 그런데 사실은 발매 한 달 전에 앨범 작업이 끝나서 이게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LE: 따지고 보면 “Mango”가 담긴 [Elbow] 이후에는 앨범 단위의 활동이 없었어요. 노래로 따지면 “슈슈슈” 이후 4년 동안 솔로 작을 내지 않으셨죠. 긴 공백기는 앨범을 구상하는 시간이었을까요?

 

Q: 네, 사실 [Elbow] 이후로 고민이 많았어요. [Elbow] 직후에 "Love Is..", "Magic Glue", "슈슈슈" 등을 발매했는데요. 이를 통해 제가 어릴적부터 그려오던 느낌의 곡들을 만들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앨범으로 제작되지 못했어요. '나는 이제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여러 프로젝트를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준비했지만요. 마음이 붕 떠 있는 채로 발매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관성적으로 발매하고 싶지는 않았죠.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요. 완성 단계에 놓인 곡이 있을 때도 선뜻 내놓지 못했죠.

 

 

 

 

 

LE: 사실 오늘 인터뷰가 앨범이 발표되고 며칠 안 된 시점에서 진행하는 거잖아요? 지금 즈음이면 두 분 다 반응을 확인하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었나요?
 

 

N: 앨범의 마스터 본을 처음으로 모니터할 때 "BALA"에서 "Pt.2"까지 이어지는 시퀀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저와 똑같이 느끼신 분이 있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Q: 트위터를 보다가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콩피가 나와서 당황스럽지만 좋았다’는 글을 봤어요. ‘부대찌개가 나왔으면 내 김치찌개 줘요. 했을 텐데 콩피 요리가 나왔으니 먹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들으신 거 같더라고요. 글이 정말 재밌고 곡별 감상도 적어주셔서 재밌게 봤어요. (웃음)

 

 

 

 

 

LE: 김아일 님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직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과거를 후회하는 듯한 말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감정을 느꼈던 계기나 생각에 변화를 준 그런 사건들이 있을까요?

 

Q: 어릴 적부터 랩을 엄청나게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혹사하곤 했는데,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거든요. 막상 랩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니까 부질없더라고요. 자신을 표현하고, 해소하고,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음악의 순환 과정과 '랩을 잘하는 것'이 크게 관계가 없다는 걸 어느 순간 느낀 거죠. 이제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과 능숙함과는 완벽하게 다른 영역이라 보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https://youtu.be/JWhPoChBS-A

 

 

LE: 좋습니다. 바로 앨범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앨범에 수록한 곡, 혹은 데모 버전 중에서 앨범의 시작이 된 곡이 궁금한데요?

 

Q: 원진(bj wnjn)이랑 작업하기 전 데모 버전의 "SARANG-EULO", 세하(신세하)와 작업한 "Pt.2", "0728 freestyle" 등의 데모들을 가지고 앨범으로 발전시키려고 이런저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큰 진전은 없었어요. 사실 여러 사람과 별도의 작업도 시도했죠. 그러다가 제이클레프(Jclef)의 노래를 들었는데 낸시보이가 프로듀싱한 “DIVE IN ISLAND”를 들었어요. 들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랑 작업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둘이 처음 만든 곡이 “Breaking Down”이었고 그 곡을 시작으로 앨범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어느 정도의 결심이 섰어요.

 

 

 

 

 

LE: 그럼 그 세 곡은 언제쯤 작업한 곡이죠?

 

Q: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작업된 곡들이에요. “Pt.2”는 원래 세하의 [1000] 앨범에 수록될 뻔했던 곡인데 누락되게 되면서 제가 달라고 한 곡이에요. "0728 freestyle"도 그쯤 만들었던 데모이고요. “SARANG-EULO” 같은 경우에는 보컬 신시사이저를 가지고 놀다 만든 데모였어요. 별생각 없이 만든 곡이라 완성할 마음이 없었는데요. 낸시 보이랑 제이클레프가 이거 꼭 만들어야 한다고 밀어붙여서 원진이랑 같이 완성한 곡이었죠.

 

 

 

 

 

LE: 좋습니다. 그럼 이제는 낸시보이 님께 질문을 옮겨볼게요. “DIVE IN ISLAND”를 작업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서 언제부터 프로듀서 활동을 시작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N: 어릴 적부터 작곡했고, 20살쯤에는 친구들이랑 밴드를 만들었어요. 이후엔 제가 하고 싶었던 방향의 음악을 해보자고 싶었죠. 그렇게 프로듀싱을 시작한 뒤 영진이(제이클레프)랑 만나게 되고, 아일 형도 만나게 되었어요.

 

 

 

 

 

LE: 그전에는 힙합, 알앤비 씬과는 딱히 접점이 없으셨나요?

 

N: 네, 힙합을 즐겨 듣지는 않았어요. 욕도 너무 많고. (전원 웃음) 하지만 몇몇 작업을 통해 제가 음악을 통해 그려낸 이미지가 가사를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협업도 가능하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리게 됐어요. 그동안 스스로 너무 단정 짓고 편식하면서 살고 있던 게 아닐까 반성도 했죠. 이후로는 힙합도 많이 접하게 된 것 같아요.

 

 

 

 


LE: 방금 이미지를 잘 그려낸다고 하셨는데, 그때까지 어떤 작업을 해 오셨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N: 앞서 얘기한 밴드 활동 외에도 독립 영화, 전시 음악 등 영상이나 미술 하시는 분들과 작업을 해왔어요. 그런 작업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영상 배경 음악을 만들다 보면 편집이 되지 않은, 무음에 가까운 날 것의 영상이 오곤 하는데, 시놉시스만으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서 작업해야 하거든요. 그런 자유도가 높은 작업을 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껴요. 혼자만의 어두운 공간에서 내가 보고 느낀 걸 정리해가면서 그려낸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재밌어하는 편이에요. 실제로도 저의 궁극적 꿈은 영화음악 감독이에요.

 

 

 

 

 

LE: 낸시 보이 님이 이런 작업을 하시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 그런 쪽의 작업을 하시던 중에 김아일 님을 만나신 건가요?

 

N: 아뇨, 영진이를 통해 소개받았어요. 이후 자주 보면서 친해졌죠. 앞서 말한 작업과는 시기적으로 몇 년의 간격이 있어요.

 

 

 

 

 

LE: 그렇다면 김아일 님과 낸시 보이 님이라는 다른 두 세계가 합쳐졌던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저희야 완성된 앨범 수록곡들만 들을 수 있지만 처음 합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 당시의 낸시 보이 님은 김아일 님이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나요?

 

N: 힙합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제가 잘 모르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화를 나눠 보니 제가 생각했던 느낌이 전혀 아니었죠. 접점이 매우 많았어요. 취향을 공유하다 보니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되게 많았어요.

 

 

 

 

 

LE: 서로의 음악 취향도 궁금하네요.

 

N: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존 브리온(Jon Brion) 그리고 비요크(bjork)도 있고요. 

 

Q: 둘 다 앨라배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도 굉장히 좋아하죠. 개인적으로는 영파더스 (Young Fathers) 음악도 자주 듣는데 낸시보이도 좋아해 주더라고요.

 

취향을 공유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조금씩 작업의 범위를 늘려갔어요. 개인적으로 파일만 주고받는 작업을 꺼리거든요. 왜냐하면 그런 작업에선 서로가 잘하는 걸 또는 좋아하는 걸 100% 못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은 제가 항상 하는 작업의 100%가 아니라 저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의 100%이거든요. 저와 작업하는 작업자도 그러했으면 좋겠고요. 음악적 교류 이상의 관계에서만 그런 정도의 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qQFPikYSalg

 

 

LE: 취향을 공유했다는 게 단순히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인지, 레퍼런스나 기획의 측면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또 '래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이후의 과정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Q: 레퍼런스를 따로 공유하지는 않아요.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결국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낸시보이가 그동안 제 작업물을 듣고 판단한 김아일은 한정적이잖아요. 실제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서로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음악적 언어를 구축해가는 작업인 거죠. 그래야지 신뢰를 갖고 '좋은 걸 만들어보자' 할 수 있으니까요.

 

 

 

 

 

LE: 결국 파일을 주고받기보단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데모나 가이드는 있었을 텐데요? 그런 가이드는 어느 정도까지 디렉션을 주는 방식이었죠?

 

N: 돌이켜보면 잼 형식으로 진행되었어요. 가이드를 들어보면 잼을 했을 때의 공간이나 악기들이 가진 특정한 소리들이 러프하게 담겨있어요.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작업하면서 전체적인 스트럭쳐가 생겨났어요.

 

 

 

 

 

LE: 어떤 악기였나요?

 

N: 야마하-인켈(inkel-Yamaha) 건반이요. 모델명은 기억 안 나지만, 좀 작은 악기였어요.

 

Q: 아기들 학습용으로 쓰는 꼬마 건반인데요.

 

N: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소리가 나서 형 작업실에 들고 갔어요. 매 순간에 무언가를 하자기보다는 그 악기의 소리가 주는 질감과 톤에 영감을 받아서 즉흥적으로 합을 맞춰나갔죠.

 

 

 

 

 

LE: 그렇게 작업을 했던 시점이 언제 즈음일까요?

 

Q: 그 건반을 사용한 건 "Breaking Down"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어요. 그 악기 덕분에 "Gene's song"도 나오고, "Holy"도 나오고, "STOMPYARD"까지 스케치가 나왔어요.


 

 

 

 

LE: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은 처음에 어땠나요?

 

Q: “Breaking Down”의 경우 처음에는 윤범이(낸시보이)가 들고 온 피아노 샘플이 있었어요. 거기에 제가 막 노래해서 드럼을 같이 입혔죠.

 

N: 신시사이저도 즉흥적이었어요. '형이 신나서 노래를 부르네?' 싶어서 계속 연주하니까 '나도 신나네? 아, 이러면 되는구나'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첫 접점이고 희열이었던 것 같아요.

 

Q: 재밌는 점은 "Breaking Down", "Gene's Song", "Holy" 세 곡 모두 스케치 상태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에요. 특히 "Holy"는 곡의 러닝 타임이 곧 저희가 합주를 시작해서 끝난 시간이에요. 그 위에 가사만 입혀서 낸 거죠. "Gene's Song" 같은 경우, 아까 말한 꼬마 건반에 들어있는 드럼 소스를 템포만 수정해서 (그 위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윤범이가 거기에 맞춰 건반을 얹는 식으로 나왔어요.

 

N: 말하자면 그 순간의 기억이 다 묻어있는 음악들이에요. (즉흥) 연주를 수정하지도 않았고 지저분한 것들만 정리한 정도였으니까요. 메인 악기들은 형이랑 잼 세션을 열면서 쳐놓은 게 그대로 들어갔어요.

 

 

 

 

 

LE: 그런 즉흥성이 재즈를 연상시키네요.

 

Q: 네, 그렇지만 재즈라기엔 엄청 루프죠.

 

 

 

 

 

LE: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한 3곡으로 인해 앨범이 만들어지겠다는 판단이 서신 건데요. 이후의 앨범 빌드 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Q: 3곡이 그렇게 나오고 나서, “SARANG-EULO”도 있고, “Pt.2”도 있으니 데모를 묶어서 EP로 내라는 제안이 있었어요. 근데 EP로 내기엔 많이 아쉬웠죠. 음악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정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시작한 앨범인데요. 다시 예전처럼 사운드적인 부분만 부각한 채로 앨범을 닫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데모와 스케치를 모으고 낸시보이를 포함한 앨범을 도와준 모쿄(Mokyo)나 제이클레프, 짐조니(Gimjonny) 등과 이런저런 작업과 대화를 이어 나갔죠. 대화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LE: 그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하시나요?

 

Q: 코로나가 절정이던 시기였어요. 슬픈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다들 힘들어하던 시기라 음악적인 이야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순간에만 했고요. 그 외엔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죠.

 

N: 맞아요. 음악적인 대화도 많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했어요. ‘오늘 어떻냐?’고 말이죠.

 

 

d8b86eab05ee51fe49649dba8eccd1de.png

 

 

LE: 서로의 감정을 다독이는 시간이었네요. 환기할 겸, 최근 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새로운 레이블 콘템포(con tempo)에 들어가셨어요.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여쭤볼게요.

 

Q: “SARANG-EULO”를 싱글로 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믹스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소코도모(sokodomo)의 “TOO MUCH” 작업 때 믹스본이 진짜 좋았던 게 기억이 났죠. 그래서 그걸 믹스해주신 분의 연락처를 받아 무작정 연락을 드렸죠.

 

 

 

 

 

LE: 그분이 누구시죠?

 

Q: 엡마(Aepmah) 님입니다. 엡마 형한테 연락을 드려서 곡을 들고 찾아뵜는데요. 해당곡의 믹스 마스터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의 방향성도 제시해 주셨어요. 사실 믹스나 마스터링을 통해서 제 음악이 더 나아졌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곳에서 참여자 모두의 의견을 조율해서 원하던 그 이상의 사운드가 완성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경험한거죠.

 

사실 저는 음악을 배워서 한 게 아니기 떄문에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사운드가 구현되지 않을 때 ‘좋은 녹음실 가서 하면 잘 나오려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좋은 녹음실에서 녹음해도 옆에 있는 친구에게 라이브로 랩을 들려줄 때보다 녹음본이 항상 별로였어요. 문제가 뭔지 잘 몰라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죠.
 
저는 그걸 제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아니었던 거죠. 내 목소리와 곡에 맞는 녹음법과 믹싱법이 있다는 걸 엡마형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신뢰가 생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방문 횟수가 늘어나고 친구들도 모이기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콘템포라는 회사의 존재와 트왱(Twang) 형도 만났죠. 결국에는 ‘앨범도 여기서 내자’라는 결심이 섰어요.
 

 

5ba9bc7a2999136d4380927395ed5961.jpg

 

 

 

LE: 마침 엡마 님이 뒤에 계시니까 “SARANG-EULO”를 믹싱하면서 제시한 방향성이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epmah(이하 A): 그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곡 자체가 제 취향이었고, 김아일은 만나기 전부터 제가 가장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였어요.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번 기회로 이 사람을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했죠. 엔지니어링에 있어서 기본은 상대방의 의도를 최대한으로 끌어내 주는 거잖아요? 저의 의도보단 상대방의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솔루션을 제공했어요. 저는 거기에 충실했고 이 친구들은 그런 게 필요했던 거죠.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져서 인연으로 이어진 거 같아요.

 

 

 

 

 

LE: 아까 김아일 님께서는 실력에 대한 자기 부정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심리적인 부분까지 케어를 해 주셨나요? 결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장점을 많이 살려주신 것 같아서요.

 

A: 음악가라면 그런 부분은 누구나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자기 경멸은 아티스트로서 지녀야 할 최후의 관문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제가 할 말은 없어요. 스스로 하고 싶은 게 분명한지가 중요하겠죠. 저는 그 부분을 제 능력 안에서 도와줬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LE: 그러면 전부터 김아일 님과 작업을 하고 싶으셨던 이유가 뭐였나요?

 

A: 그냥 작품 자체가 좋았어요. ‘고민의 결이 다르다.’, ’이 사람은 랩을 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활용한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거죠.

 

 

 

 

 

LE: 크레딧을 보면 엡마 님은 ‘톤 마이스터’라고 적혀 있어요.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께는 생소한 단어일 수 있으니,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A: 아까 말씀드린 거랑 비슷해요. 아티스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바는 있어도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현하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 부분을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소통하면서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일을 해요.
 
아일이가 말한 ‘아무리 좋은 것으로 녹음해도 원하는 게 나오지 않았다.’라는 부분도 다양한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생각하거든요. 제 작은 도움으로 이 친구가 스스로 '어떤 걸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명확해진 것 같아요. 아티스트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 그게 ‘톤 마이스터’인 거죠.

 

 

 

 

 

LE: 좋은 비유네요.
 

Q: 부연 설명을 하자면, 콘템포랑 같이 하기 전에도 “Breaking Down”의 본 녹음을 몇 차례 가졌는데요. 그때도 굉장히 좋은 장비들을 썼거든요. 그 곡 같은 경우, 일정 부분에서는 아카펠라가 가까워졌다가 후렴에서 멀리 있는 코러스가 쌓이면 좋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나름 마이크와의 거리를 좁혔다 벌려가며 녹음해 봤는데요. 뭔가를 시도할수록 지저분해지기만 했죠. 음악을 오래 해오면서 믹싱에 대한 지식을 많이 주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엡마 형 같은 경우, ‘이런 건 어떤 공간에서 녹음해야 어울리고, 이런 공간에서는 이런 톤으로 녹음해야 네가 원하는 감정이 전달될 것이다.’라는 걸 제시해 주셨어요. 코러스에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자 한 것도 엡마 형이고, 마이크 6개로 다중 녹음을 하게 된 것도 엡마 형 아이디어였어요. 이런 것들은 실제로 해본 사람들만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물론 음향 관련 책을 뒤져보면 ‘이렇게 녹음했다.’ 정도의 기록은 있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거든요.
 
또, 엡마 형이 배려해 주셨던 게 ‘이렇게 해.’ 한다고 저희가 따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마이크를 여기다 두면 어떨까요?’ 하는 의견들을 다 들어주셨어요. ‘여기에 마이크를 두면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기니까,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자.’ 하는 소통이 가능했던 거죠. 이런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음악을 하면서 처음으로 ‘뭔가 배우고 있다. 재밌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LE: 도움만 주셨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정말 많은 일을 하신 거네요. 엡마 님께서 제시한 솔루션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Q: "BALA"랑 "Gene's Song"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BALA" 같은 경우에는 십자가 모양으로 4대의 마이크를 두고 녹음했어요.

 

 

 

 

 

LE: 김아일 님이 그 가운데에 있고요?

 

Q: 네, 처음에는 그렇게 녹음했는데, 좀 더 특이한 공간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하니까 마이크 하나를 복도로 빼서 녹음하는 방법을 제시해주셨어요.

 

그리고 "Gene's Song" 같은 경우에는 멀쩡한 마이크를 식초에 담가서 산화시켰어요. (웃음) 그렇게 고음역대를 날려버리고 옛날 타스캄(TASCAM) 믹서로 고음역대를 최대치까지 올린 다음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고음역대 하모닉스 리스폰스를 살려서 녹음을 받았는데요. 곡에 맞게 빈티지한 목소리로 녹음이 됐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 때 대부분 두 개 이상의 마이크로 작업했어요. 그런데 다중 마이킹을 하면 페이즈 문제가 있어서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야 하고요. 그렇게 하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 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고 작업이 재밌었습니다.

 

 

 

 

 

LE: 너무 재밌습니다. 레코딩 엔지니어로 기재된 박동진 님이라는 분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도 포함해서요.

 

Q: 동진님은 "BALA"와 "some hearts are for two" 믹스를 해주신 엔지니어분이에요. 두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 엡마 형을 도와 마이크 세팅과 녹음을 도와주셨어요.
 
굉장히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소유자이신데, 편안하게 해주셔서 녹음이 쉬웠어요. 지금은 친하지만, 당시에는 엄청 어색했거든요. (전원 웃음) 왜냐하면 집에서는 맨날 혼자 했는데, 바로 앞에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LE: 나긋나긋한 목소리 덕분인가요? 아니면 좀 더 분위기 자체를 환기하려는 노력도 해주셨나요?

 

Q: 그냥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편안해요. 녹음하다 보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요. 그 정도로 편안하게 해주셨어요. (웃음)

 

 

https://youtu.be/X6pZG9E_qsM

 

 

LE: 마이킹 이야기도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네요.

 

Q: 우선 본격적인 녹음을 시작한 첫 곡이 "Pt.2"였어요. 그걸 녹음할 당시에는 제가 다중 마이킹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죠. 낯선 환경이기도 했고 콘템포에서 녹음하기 이전에 혼자 녹음한 버전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중 마이킹을 경험해보니 제가 원했던 느낌 이상인 거예요. 소리가 더 풍부하고 실제 제 목소리처럼 느껴졌어요.

 

 

 

 

 

LE: 녹음에 관한 주제가 이어지고 있으니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도록 할게요. 크레딧에 녹음이 이루어진 장소라고 적힌 AFM 래버토리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A: 일반적으로 ‘포스트 프로덕션’이라고 부르는 것을 담당하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지는 않은, 그게 목적이 아닌 스튜디오예요. 그래서 제가 “Let’s Make What You Think”라고 슬로건도 만들었죠.
 
어쨌든 그래서 누군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때 AFM Laboratory가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이 되는 장소가 되고 싶다. 음 ‘여기는 포스트 프로덕션을 하는 곳이다’라는 뉘앙스가 안 느껴지는 곳. 굳이 말하자면 저는 포스트 프로덕션이라는 표현보다는 ‘애프터 어레인징’ 같은 표현을 더 좋아하긴 하거든요. 주도적인 진행 후 피드백을 구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참여 하는 거죠.

 

 

 

 

 

LE: 이번 앨범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을까요?

 

A: 실제로 이번 아일이 앨범도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파일을 받고 진행 후 수정,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죠. 아무튼 AFM Laboratory는 아직은 포스트 프로덕션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지만, 거기서 점점 멀어지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고 싶어하는 장소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LE: 이번 앨범의 믹싱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던 부분들이 있을까요?

 

A: 아까 쭉 이야기를 들으셨다시피 누군가와 누군가가 만나죠. 이를테면 아일이와 낸시보이가 만나고, 또 아일이와 낸시보이와 제가 만나고, 그리고 또 누군가를 만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우리는 타인을 만나고 살아가잖아요. 이건 결국 누군가가 지닌 세계들도 만나며 섞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해요. 저는 ‘어떤 세계가 만난다’는 말을 앨범 작업이 거의 다 끝나고 들었어요. 하지만 사실 눈치는 채고 있었죠. 

 

어떤 세계와 어떤 세계가 만나면 반드시 교집합이 존재할 것이라고 봐요. 무조건적으로 합체되지는 않겠죠. 우린 다르니까요. 교집합 상태에서 또 다른 세계와 만나면 또 다른 교집합이 생길 테고, 이런 것들을 사운드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상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아일이나 낸시보이한테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앰비언스’였어요. 세계의 교집합들을 음향적 설계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앰비언스를 어떻게 컨트롤할지가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LE: 그래서 다중 마이킹 같은 방식을 적용한 거군요?

 

A: 사실 다중 마이킹이라는 게 반드시 실이 있거든요. 아까 아일이가 얘기했듯이 페이즈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있고, 심지어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걸 바로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판단을 했어요.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존재하는 걸 모두가 발견했는데, 다 넘어가기로 했어요. ‘이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라는 데 동의했거든요.
 
결국은 아일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을 제가 어렴풋이 추측했을 뿐이지만, 비교적 잘 맞아떨어졌단 거죠. 만약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면 아마 누군가가 짚었겠죠. 제가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이 친구들이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아마 다 방향이 맞춰졌을 거예요.

 

Q: 데모를 들어보시면 노래에서 공간감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윤범이(낸시보이)가 전 작업에서 공간을 넓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라고 느꼈고, 그래서 제가 이 친구랑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앰비언스가 느껴지는 큰 공간에서는 목소리와 음악이 가진 섬세하고 연약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트랙의 작업이 인상적이어서 찾아간 분이 마침 앰비언스 컨트롤을 제일 잘하시는 분이라서 너무 신기했어요. 사실 아직도 신기해요.

 

 

 

 

 

LE: 그렇게 사운드적으로 세계를 만나게 하기 위해 시도한 부분이 또 있을까요?

 

A: 아까 "Gene's song" 얘기를 했는데 "Gene's song" 같은 경우는 이미 이 친구들이 다 만들어 놓은 어떤 공간감이 있었어요. 근데 아일이 같은 경우는 새로 녹음을 해서 거기에 목소리를 안착시켜야 하잖아요. 그럼 그게 그대로 안착할 수 없거든요. 후보정을 해야지만 이게 어울릴 거란 말이에요. 근데 그런 접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기존에 이 친구들이 이미 이 장소에서 녹음했다는 것은 이 공간, 이 세계가 오롯이 기록됐다는 의미잖아요. 그럼 이 기록에 무언가를 새로 교집합시키기 위해서 제가 후보정으로 노래를 건들 게 아니고,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공간을 아예 세계화해서 합쳐버리자’라는 생각에 도달한 거죠. 그래서 그 마이크를 가지고 식초에 담가서 망가뜨리고 칼로 긁고 해서 녹음하고, 실제로도 "Gene's song"의 경우에는 믹스 과정에서 이 친구들이랑 그냥 노브 돌리고 놀면서 하루 만에 끝냈어요. 수정도 거의 없었고요.

 

 

82ecc0e6797d4e167b80dd4f601e19fc.jpg

 

 

 

LE: 이제 앨범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일단 앨범 타이틀곡부터 얘기해볼까요? 앨범 타이틀곡은 어떻게 정했나요?

 

Q: 앨범 타이틀곡 같은 경우는 완전 마지막에 정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을 열심히 준비했다 보니까 그래도 많은 분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친한 아티스트분들과 관계자분들을 불러서 프라이빗하게 리스닝 세션들을 가졌어요. 거기서 투표를 받아서 가장 많이 얘기가 나온 곡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Breaking Down”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Waterfall”이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많아서 그 곡을 타이틀로 정하게 되었어요.

 

 

 

 

 

LE: 그러면 앨범의 타이틀 [some hearts are for two]는 언제 정하게 되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요.

 

Q: 사실 [some hearts are for two]는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에 관련된 타이틀인데요. 이 앨범 자체를 그 친구를 위해서 만들기 시작하기도 했고 제가 맨날 그 친구만 생각하다 보니까 제 마음이 ‘내 마음인가, 그 친구의 마음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제목이에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 타이틀을 좀 더 확장적인 의미에서 바라보게 되었어요. 연인 관계만큼이나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생겼고요. ‘나 좀 잘한 것 같은데? 이 타이틀 좋은데’ 싶었죠. (웃음)

 

 

 

 

 

LE: 피어 고르타(FEAR GORTA) 님이 앨범 커버로 참여를 했는데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Q: 피어 고르타 같은 경우는 제가 재작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에요. 천재죠. 마침 타이틀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을 때 그분이 인스타그램에 본인이 그린 그림을 올린 걸 봤는데요. 제가 생각한 앨범의 이미지랑 그림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 전에 서로 어쩌다 보니까 맞팔하고 있던 터라, 그림 중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세 개를 골라서 앨범에 써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허락받아서 사용하게 됐어요.

 

 

 

 

 

LE: 앨범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트랙리스트나 구성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Q: "Holy" 같은 트랙의 가사를 보면 굉장히 절망적이고 어두운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영감을 받고, ‘너의 마음이 나아가는 곳이 나는 궁금하다’ 이렇게 끝나거든요. 어두운 곳에서 출발해서 점차 밝아지는 느낌의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앨범의 흐름도 그와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N: 트랙리스트 배치에 대해서는 형이랑 얘기를 평소에도 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형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달랐어요. 저는 뭔가 제 취향적으로 접근했는데요. 다만 형이 지금 말한 것처럼 가사적인 내러티브나 스토리가 되게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https://youtu.be/Xy2RZtyK1EI

 

 

LE: 이제 "Holy"부터 한번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Holy" 같은 경우는 집중해 담아내고 싶었던 장면 같은 게 있었을까요?

 

Q: 후렴구를 기점으로 가사에 담은 장면이 이동하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내가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고, 또 나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들어올 걸 내가 알고 있단 것만으로도 내 하루가 엄청나게 밝아진다.' 또 ’그 사람이 내게 오자마자 짐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나를 껴안고, 그러면 내 문제들도 그 사람이 짐을 내팽겨치듯 다 사라져 버리고,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장면이에요.

 

 

 

 

 

LE: 인트로 트랙인 "Holy"가 무려 6분짜리잖아요. 사실 인트로에 6분짜리 곡을 넣는다는 건 음악 산업 측면에서 보면 도전적인 선택인데, 그런데도 인트로로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Q: 사실 그런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저는 그냥 하자 싶었어요. 좋은데 굳이 눈치 보지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바꿔줄 생각이 없었어요. (웃음)

 

 

 

 

 

LE: 인트로에 등장하는 사운드는 어떤 악기이고, 이 사운드를 통해 어떤 감정이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나요?

 

Q: 악기는 아까 말씀드렸던 작은 야마하 장난감 빈티지 신스고, 그 룹 위에 얹어진 소리도 그 신스의 브라스 소리예요.

 

N: 보통 빈티지 신스에서 그렇게 따뜻하게 펼쳐지는 관악기 사운드가 많아서 사용하게 됐어요. 심플한 화성이 주는 아름다움과 아일이 형이 얹은 멜로디와 추가로 얹어진 소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https://youtu.be/z4OmIDnWsVk

 

 

LE: 그 다음 곡인 “Breaking Down”에서 의도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던 장면 같은 게 있을까요?

 

Q: 인트로 부터 등장하는 노이즈 샘플이 소란스러운 군중 같은 느낌이잖아요. 거기에 제 보컬이 혼자 있는 사람의 느낌으로 들어가고요. 건반은 굉장히 쓸쓸한데 보컬은 애써 기운을 내려는 것 같은 느낌이죠. 내가 마구 무너지고 있다. 근데 무너져 내린 후 도착한 곳이 썩 괜찮더라. 억지로 애써야 하는 곳에 있지 않고 내려온 곳에서 느낀 편안함 같은 마음, 그런 걸 공유하고 싶었어요.

 

 

 

 

 

LE: 'Will You Come Over' 할 때 이펙터 소리를 넣은 의도는 무엇인가요?

 

Q: 인트로가 곡에서 가장 차분한 구간인데요. 그중 가장 격정적인 구간에 뭔가 절규하는 그런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실제로 막 엄청나게 절규하면서 불렀던 것 같아요. 

 

 

 

 

 

LE: 개인적으로 “Breaking Down”의 빌드 업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용한 악기는 무엇인가요?

 

N: 드럼은 에이블톤(Ableton)에 있는 드럼을 아일 형이랑 만져보다가 지금의 드럼을 찍게 됐어요. 그 위에 신시사이저는 코르그 미니로그(Korg Minilogue)를 사용했고요. 메인 신스가 세 겹으로 레이어가 돼 있어요. 그때 녹음하면서 신디 사이징을 하며 순간적으로 바꿔가면서 빌드업을 맞춰갔던 것 같아요. 곡의 스트럭쳐와 함께 서서히 다이나믹하게 느껴지도록 빌드업되는 신디사이징을 했죠.

 

 

 

 

 

LE: “Breaking Down”에 ‘클로즈 프렌즈 콰이어(Close Friends Choir)’가 참여를 했는데요. 어떤 분들인가요?

 

Q: 낸시보이와 저 그리고 이 앨범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면서 일주일에 일곱 번 보게 된 친구들이에요. 정말 친한 친구들이고, 앨범을 같이 작업한 사람들인 만큼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어요. 노래를 직업으로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요.

 

 

https://youtu.be/s4WBLsdgAXk

 

 

LE: 다음 곡인 "0728 freestyle"에 담고 싶었던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Q: 아까 "Holy"에도 언급한 장면인데요. 누가 나를 만나러 오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가 괜찮아지는, 이런 감정을 되게 오랫동안 느낀 시간이 있었어요. 그걸 계속 느끼고 있는 만큼 여러 번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https://youtu.be/dAE0uGgn8OU

 

 

LE: 다음 곡인 "Gene's song"에는 어떤 장면을 담고 싶었나요?

 

Q: 제가 콘템포와 계약하고 얼마 안 지나 워크숍을 했는데요. ‘포스트 휴머니즘’을 주제로 윤민화 교수님의 강좌를 들었어요, 그때 소개된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이론에 관심이 갔어요. 모두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인식하는 자(knower)와 인식이 되는 대상(known)이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매개체(knowledge)로서 서로 물의를 빚는다(mattering)’라는 내용 자체가 재미있어서 문과식 상상을 펼친 거죠. (웃음) 그래서 ‘coalescing’,’combining’ 같이 둘의 경계가 없어지는 단어를 꼭 쓰고 싶었어요. 

 

시간은 아주 형편없이 디자인된 개념이라는 가사로 시작해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너’와 함께 하면 ‘나’가 계속해서 안전함을 느끼는, 이를테면 햇살이 좋은 아침 같은 공간으로 계속 돌아가는 거죠. 그런 기분 좋은 공간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LE: 가사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똑같은데, 본인의 SNS 프로필 사진에 걸어놓은 가사이기도 해요.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Q: 'Odd and queer you / Ah look at you / How peculiar you / Hi, come by / Yours truest, / - Isle' 이건데요. 한국말로 하면 ‘내 특이한 괴짜 친구들아, 나는 아일이라고 하는데 한번 놀러 와’ 이런 얘기예요. 초대장이죠. 제가 되게 좋아하는 가사에요.

 

 

 

 

 

LE: 8초에 삐끄덕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N: 그건 건반을 누르는 소리를 저희가 따로 녹음한 거예요. 그 소리에서 어떤 부분은 줄이고 어떤 부분은 키우고 이런 식으로 조정했죠. 데모를 작업할 때 스피커를 틀어놓고 작업하니까 그런 소리가 다 들어갔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엡마형이 살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넣게 됐어요.

 

 

 

 

 

LE: 1분 17초에 “Say yeah~” 하면서 나오는 박수 소리는 직접 녹음하신 건가요?

 

Q: 여기 오기 전에 녹음했던 건데, 그냥 살리자고 하셔서 넣게 되었어요.

 

A: 여담이지만 "Gene's song"에서 정말 가장 공들인 게 그 파트입니다. (웃음)

 

Q: 엡마 형이 박수 소리에 자부심이 있어요. 그 뒷부분은 'Hi, Good Morning' 파트인데, 아까 아침과 같은 공간으로 초대하려고 했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기분 좋은 공간이라 초대를 하는 거니까 약간 신나게 환영식을 하는 거예요. INFP의 환영식이죠. (웃음)

 

 

 

 

 

LE: 곡이 끝나기 전에 건반 사운드가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거는 어떻게 넣은 건가요?

 

N: 빈티지한 느낌의 동글동글한 신시사이저 소리가 되게 어울릴 것 같아서 넣었어요.

 

 

 

 

 

LE: 뒤에 아일 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그건 처음 녹음한 그대로 그냥 넣으신 거예요?

 

A: 아일이는 빼고 싶어했잖아. 그렇지? (웃음)

 

Q: 빼고 싶어했는데요. 제이클레프가 "이거 넣자, 이거 넣어야 한다고, 귀엽다고 곡이랑 어울린다."고 했어요.

 

A: 바이닐 버전은 뒤에 더 있습니다. (웃음)

 

 

https://youtu.be/1y0ZVXRcMkI

 

 

LE: "BALA"는 모쿄 님이 프로듀싱한 곡인데, 이 곡에서는 어떤 장면을 그려내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Q: 예전에도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곡들을 많이 썼는데, 그런 노래들과 결을 같이 하는 곡인 것 같네요. 꿈 같은 행복한 장면을 그리고 싶었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야 이거 봐~” 이러면서 바라보는 장면이에요.

 

 

 

 

LE: 이 곡은 언제쯤 작업하신 곡인가요?

 

Q: 2020년 말이나 2021년쯤에 했을 거예요. 당시에 모쿄가 낸 앨범을 듣고 너무 좋아서 그냥 무작정 연락했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되고, 자주 놀러도 가고, 같이 작업도 많이 하고 했어요. 그러다가 모쿄가 자기가 쓴 노래가 있는데 형이 하면 좋겠다고 줘서 가지고 있던 트랙인데, 앨범의 행복한 장면을 담기에 결이 맞아 쓰게 됐어요.

 

 

https://youtu.be/OIcq04TVzHo

 

 

LE: “some hearts are for two”는 기타 소리로 시작합니다. 연주에 참여하신 짐조니 님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려요.

 

Q: 짐조니는 저희와 엄청 친한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입니다. 이 곡에서는 특히 제가 시 낭송하는 부분에서 조니가 쳐준 기타 하모닉스 소리를 정말 좋아해요. 그 부분이 더해져서 곡의 색깔이 더 뚜렷해진 것 같아요.

 

 

 

 

 

LE: 노래로는 어떤 장면을 그리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Q: 뭔가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계속될지 아니면 여기서 끝날지 모르겠고, 그런데 ‘너’가 와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아래서 편안함을 얻는 장면이에요. 

 

 

 

 

 

LE: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곡이에요.

 

Q: 이 앨범 타이틀을 생각하기 시작했던 때가 제이클레프랑 저랑 낸시보이랑 셋이 평창에 있을 때였는데요. 별이 정말 많이 보이는 곳이어서, 셋이 무작정 슬리퍼를 끌고 별을 보러 나간 적이 있어요.


별이 잘 보일만한 가로등 없는 곳을 찾다 보니 자갈이 깔린 넓은 주차장 같은 곳에 도착했어요. 가는 와중에 제 슬리퍼가 끊어지기도 했어요. 아무튼 거기에 저희가 무작정 머리 대고 누워서요. 그날 만든 노래와 그동안 저희가 만든 데모를 같이 들으면서 별을 보는데요. 되게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쓸쓸한 의미로 혼자 있는 것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와 있을 때 쓰게 되는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기분이요. ‘그래서 뭔가 되게 좋다. 되게 소중한 기억이다.’ 이런 얘기를 돌아오는 길에 했거든요. 시 낭송 파트에서 그리는 장면이 바로 그날의 기억이에요.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내가 너라는 대상을 만나서 처음 제대로 맞이한 세계. 무모하고 정리되지 않고 소란스럽고 아름다운 두 세계의 얽힘.’ 둘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리고 있어요.

 

 

 

 

 

LE: 드럼 프로그래밍에 엡마 님도 함께 들어가 있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작업한 곡인가요?

 

Q: 아웃트로 부분에 뭔가 엄청나게 후려치는 드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걸 실제 드러머가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VST로 구현하려니까 좀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엡마 형한테 형 이거 좀 해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을 드려서 하게 됐죠.

 

 

 

 

 

LE: 32초쯤에 여러 소스들이 레이어 되던데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걸까요?

 

N: 그래뉼러 합성방식을 사용했는데, 덕분에 기존의 웨이브테이블 방식보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신디사이징과 이펙팅을 할 수 있었어요. 샘플러에 여러 리듬 패턴과 다양한 텍스쳐를 가진 악기를 만들어 넣은 후 컨트롤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앳모스피어 (Atmosphere) 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곡의 무드를 잡아갔습니다.

 

 

 

 

 

LE: 58초 부근에 어떤 소리가 들리던데, 어떤 연출적인 의도로 들어간 건가요?

 

N: 그 파트는 관악기 샘플을 키보드로 연주해서 뭔가 펼쳐지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LE: 2분 50초에는 아까 말씀하신 우주 공간이나 별과 관련된 테마가 느껴져요.

 

Q: 사운드가 얽혀 있는 느낌이 관계의 얽힘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LE: 그러면 앨범 스토리적으로는 "some hearts are for two"를 기점으로 나뉘는 건가요?

 

Q: 그렇죠. 제가 앨범을 기획할 때 'A 파트', 'B 파트'를 생각하고 했거든요. ‘some hearts are for two’가 첫 파트의 끝이에요. 그래서 사실 그 부분에서 이미 한차례 완결이 나요. ‘Pt.2’로 시작하는 'B 파트' 에선 좀 더 자조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https://youtu.be/ooSls_EEhUQ

 

 

LE: “SARANG-EULO”라는 곡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Q: 앨범 소개 글을 보면, 문밖의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실컷 싸우고 집에 들어올 때 어두운 무언가는 문밖에다가 두고 오라는 이야기에요. 

 

 

 

 

 

LE: 뒷부분에 나오는 신디사이징은 어떤 소리인가요?

 

Q: 제이클레프의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를 정말 기타처럼 사용한 게 재미있어서 넣었어요.

 

 

 

 

 

LE: 곡 후반부에 들리는 종소리나 퍼커션 사운드는 어떤 장면을 담으려는 의도인가요?

 

Q: 종소리는 차임 소리를 넣은 건데요. 마지막 부분에 ‘차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표현 그대로 차임 악기가 바람에 흩날려 나는 소리를 넣고 싶었어요. 

 

 

https://youtu.be/A6_-RArhKyU

 

 

LE: “Waterfall”은 어떤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만들었나요?

 

Q: “아, 죽고 싶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저는 “왜 죽어~ 그러지 마.”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어느 날은 저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죽고 싶다.”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죽어야 하나 생각을 해봤어요. 그냥 죽는 거는 좀 아깝고 어떻게 죽으면 좋게 죽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Born to decompose”라는 글이 쓰여 있는 어떤 그림을 봤는데, 분해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뜻이거든요. 그 글을 보고, 한참 뒤에 이 곡을 쓰게 됐는데, 그 당시 떠올렸던 생각들을 가지고 가사를 쓰게 됐어요.
 
가사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과 침대에 누워서 행복한 상태 그대로 죽어버리는 얘기에요. 그렇게 죽어서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죽은 침대에 녹이 슬고, 스민 녹이 부식되고, 우리는 녹아내리고. 다만, 우리가 세상을 생각하고 사랑했던 것들, 우리 둘이 같이 누워 있었던 그 온기와 한 줌의 사랑만 남긴 채 분해되어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런 내용이에요.

 

 

 

 

 

LE: 원래 기타 사운드가 뒤에 번개같이 들리고, 목소리가 앞에 있다가 점점 뒤로 가면서 악기 소리에 묻혀 가잖아요. 그런 것도 분해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는 건가요?

 

Q: 네. 기타 소리가 사람 목소리와 닮았잖아요. 그래서 보코더를 건 채로 기타를 친 거고요. 기타가 막 절규에 가깝게 우는 소리를 내고, 저는 오히려 차분하게 랩을 하죠. 짐조니의 기타 테마도 따듯한 느낌이고요. 사운드 디자인적으로는 목소리가 점점 아래로 침식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사랑과 온기만 남기고 분해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죠.

 

 

https://youtu.be/2l9Vq5g_wvQ

 

 

LE: 제이클레프가 참여한 “nova”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Q: 이 곡은 제이클레프가 빈티지 프로펫08(Prophet 08)을 샀는데,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둘이 신나서 만든 곡이에요. 그 프로펫을 제가 잠깐 빌려 막 쳐 놓은 연주가 있었는데, 막상 연주보다 그 부분의 노이즈가 마음에 들어서, 마구잡이로 샘플링을 해서 보컬을 얹은 게 시작이었어요.

 

근데 샘플링을 하는 과정에서 BPM과 상관없이 진행되어 버린 거에요. 그런데 이미 제이클레프의 보컬 스케치도 받아놓은 상태였죠. 그래서 어 이거 큰일 났는데. 싶어서 주변 프로듀서한테 떠넘기기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이런 곡을 만들어본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제이클레프가 이거 그냥 해보자 하고 드럼을 막 찍기 시작했죠.

 

2년간 정말 여러 버전이 나왔고 몇 차례 사장 되었다가 앨범 발매 직전에 트왱형과 엡마 형한테 혹시나 하고 한번 들려줘 봤는데요. 다들 "이걸 해야지, 왜 안 하냐?"고 해서 부랴부랴 완성해서 싣게 되었어요. 뭔가 아쉽나 싶어서 만든 뒷부분이 너무 잘 나왔기도 했고, 2년간 몰래 자주 들었던 곡이라 앨범에 실리게 되어 너무 기쁘고 좋아요.
 
 

 

 

 

LE: 노래 자체가 우울한 느낌이 있는데, 당시에 감정적인 상태가 안 좋았다거나 어딘가에서 영향을 받은 게 있을까요?

 

Q: 그 당시에 제가 윤심덕 씨의 “사의 찬미”를 들었는데, 곡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러프하고 아름답게 들렸어요. 피키한 소리들이 녹음되어 있는데 그 부분마저 너무 슬픈 거예요. 그래서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 했어요.
 
또, 그러던 중에 어떤 영화를 봤는데, 낸시 윌슨(Nancy Wilson)의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보컬이 박자를 되게 자유롭게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 이런 노래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따라서 해보다가 이 노래의 앞부분이 나왔어요.

 

아웃트로는 제이클레프가 항상 잠이 잘 오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서 만든 저희 버전의 자장가입니다.
 

 

 

 

 

LE: 나오주성(Naojusung) 님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Q: 주성이는 상상력이 정말 좋은 뮤지션이에요. 음악적으로 펼쳐내는 능력도 뛰어나고요. 앞으로 발매될 곡 중에 같이 작업한 곡들이 있는데, 그동안 제가 봐온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해내더라고요. 가능하다면 앞으로 저희와 라이브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아직 말은 안 했지만요. (웃음) 

 

 

 

 

 

LE: 낸시보이 님이 샘플 보컬 프로그래밍 크레딧에 쓰여 있는데요.

 

Q: 그게 뭐냐면 아까 말씀드린 다른 프로듀서에게 떠넘기기 시도 1회차에 낸시보이가 만들어준 부분이에요. “Im’ tryna get this feeling” 하는 부분의 보컬을 리버스해서 만들어 줬어요.

 

 

 

 

 

LE: 피어 고르타 님이 참여하게 된 과정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요.

 

Q: 피어 고르타는 떠넘기기 3회차 뮤지션인데요. 피어 고르타 버전에는 아주 짧게 나오는 피아노 연주 부분이 있었어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허락을 구한 뒤 사용하게 됐습니다. 

 

 

https://youtu.be/awR8-l7Ext0

 

 

LE: "Stompyard"을 짚어볼까요? “Stompyard”에 참여한 1300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Q: 제가 호주 음악 씬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요. 특히 제네시스 오우수(Genesis Owusu)라는 아티스트를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우연히 그 아티스트 피드를 보는데 공연 오프닝으로 1300이라는 한국 친구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1300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바이브를 가진 그룹은 자주 나오지 않잖아요. 하여튼 그때 이 친구들을 좋아하게 되어서 팔로우하고 있었는데요. 1300 친구들이 믹스테이프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줄 수 있냐고 한 게 인연이 됐죠. 

 

 

 

 

 

LE: 이 노래의 내용적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Q: 자기 혐오와 맞장 뜨는 내용인데요. 앤드루 W.K.(Andrew W.K.)라고 제가 어렸을 때 유명했던 로커가 있었거든요. 그 앨범 아트워크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내 자신과 싸우면서 얼굴도 터지는 그런 이미지요.

 

 

 

 

 

LE: 드럼 소스에서 의도한 방향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N: 그때 트라이벌한 음악에 관해서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02fd5c8931e2981682f5472fecbf5ff5.jpg

 

 

 

LE: 여기까지 이제 트랙 바이 트랙 이야기를 마무리했는데요. 앨범 작업기를 들어보니깐요. 아예 녹음부터 포스트 프로덕션 전반을 다 같이 진행했는데, 그렇게 작업하면서 느꼈던 장점이 있을까요?

 

Q: 사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작업한 앨범들이 종종 있잖아요. ‘쟤네 재밌겠다’는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저희가 만든 소리가 어떤 공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굉장히 평면적이라고 느껴져서 제대로 완성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편곡의 완성과 별개로 뭔가가 조금 부족한 느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걸 바로바로 같이 해소할 수 있었죠. 사운드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바뀌고,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걸 눈앞에서 경험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특히 마스터링 할 때는 곡이 변하는 타이밍에 맞춰 아웃보드의 설정값을 바꾸기도 했거든요. 그런 것도 되게 재밌었던 기억 중의 하나예요.

 

 

 

 

 

LE: 프로듀서 낸시 님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작업을 하고 새롭게 느끼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N: 곡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크게 확장됐어요. 원래는 곡을 쓴다는 건, 어디 되게 작은 피아노실에서 곡을 쓸 수도 있고, 방에서 기타로 쓸 수도 있고요. 그런 행위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 의도가 음향에서까지 표현이 되어야 곡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곡을 작업하고, 녹음하고, 이런 과정들도 다 중요하지만, 그게 쭉 이어져서 결국 믹싱이나 마스터 단계에서도 제 의도가 다 담길 수 있게 해야지 제 곡을 다 썼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게 정말 구현되는 걸 봤고, 가능하다는 걸 제 몸으로 느꼈잖아요. 그래서 아마 계속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LE: 지금까지 음악적인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인간적인 부분들을 얘기해볼까 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본인의 어떤 부분들이 해소가 좀 되었을까요?

 

Q: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건, 어떤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보다도 이 친구들과 계속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거예요. 이걸 계기로 뮤지션쉽이 생긴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해소가 되는 감정이 있었고, 위로도 많이 받은 것 같고요. 그동안 같이 작업한 모든 프로듀서랑 다 엄청 가깝고 친하게 지내지만, 특히 윤범이(낸시보이) 같은 경우는 진짜 형제 같고 가족 같은 느낌이 있어요.

 

N: 저도 형이 말한 것들을 비슷하게 느껴요. 저는 원래 개인적으로 공동체라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거든요. 어떤 공동체, 그러니까 어떤 단체나 팀 같은 것에 속해 있었던 기억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런 걸 굉장히 힘들어했던 사람인데, 콘템포에서 낯선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런 게 괜찮더라고요.
 
형들과 친구들, 영진이(제이클레프)도 그렇고 짐조니 형도 그렇고, 광규(엡마) 형, 상훈이(트왱) 형, 동진 님도 그렇고, 뭔가 제 마음대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줘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것 같아요. 그냥 여기는 제가 자유롭게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에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따뜻함을 느꼈고, 그런 제 기분이나 마음이 음악에도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새 많이 행복한 상태고요.

 

 

 

 

 

LE: 그렇다면 리스너 분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나요?

 

N: 앨범을 들으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저도 다른 뮤지션의 좋은 앨범을 듣고 희열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 앨범에 대한 해석을 보기 전에 먼저 음악을 들으면서 뮤지션의 의도를 느껴보는 건데요. 나중에 제가 느꼈던 내용과 뮤지션의 실제 의도를 인터뷰 같은 것에서 알게 되면 되게 재밌더라고요. 만든 사람의 의도를 내가 제대로 느꼈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래서 이 앨범을 들으시는 분들도 다 각자의 감상대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LE: 김아일 님은요?

 

Q: 제가 그동안 피처링으로 보여준 모습과 많이 달라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여기 같이 있는 윤범, 트왱, 엡마 형뿐만 아니라 제이클레프, 짐조니, 모쿄, 세하, 1300, 동진, bj원진, 나오주성 등 제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즐겁게 만든 앨범이에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따뜻함이 어딘가에 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LE: 앨범이 이제 막 나왔으니 차기작 같은 활동 계획을 여쭙기는 이를 것 같아요. 하지만 김아일 님의 팬들이 궁금해할 한 가지만 확인해볼게요. 앞으로 랩 앨범을 내실 생각은 있는 거죠? (웃음)

 

Q: 랩 곡이 굉장히 많이 쌓여 있긴 한데, 이거를 어떤 단위로 묶어서 풀지 안 풀지는 회사와 상의를 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b8909908d0acb20e53c742031fcd96b6.jpg

 

 

 

LE: 낸시보이 님은 또 작업 중이거나 예정된 활동이 있을까요?

 

N: 영화 음악 쪽 일은 기회가 온다면 제가 부지런히 꼭 해보고 싶고요. 이번 작업을 통해 제 앨범도 만들 수 있는 마음과 힘이 생겨서 한번 잘 만들어보고 싶어요. 가까운 시일에 아일이 형이 공연하게 되면, 모두 공연으로 다 같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밴드 세트 라이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아, 그런데 저희가 앨범 굿즈를 11월 26일에 이태원의 카페 테이프(CAFE TAPE)라는 공간에서 팝업으로 판매할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E: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INS, Destin

신고
댓글 4
  • 11.21 20:04

    와 김아일 직전 앨범이 팔꿈치였구나 개오래되기는 했네ㅋㅋㅋ

  • 11.21 21:30

    인터뷰 퀄리티가 무시무시하네요

  • 11.22 00:52

    아직 안들어봤는데 조용한 밤에 헤드폰 끼고 감상하고 싶어지네요.

    음악작업이 이렇게 흥미로운거군요.

  • 11.25 11:13

    요새 인터뷰 자주 해줘서 너무 좋아요!

댓글 달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